
라이엇 게임즈가 오는 12월 3일부터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요금을 15% 인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가격 협상'을 넘어 'IP(지식재산권) 이용 권리'를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생길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하 KIPC)은 라이엇 측이 요금제 가입을 해지하는 매장에 대해 게임 접속 자체를 차단하려 한다며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탄했다. 반면 라이엇 게임즈는 "약관 내 명시된 상업적 IP 사용에 대한 요금 지불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은 권리자의 당연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본지는 양측의 인터뷰와 보도자료를 입수, 이번 사태의 핵심인 'IP 이용 권한'에 대한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집중 분석했다.
1 KIPC "혜택 끄고 영업하니 찾아와 협박"... 명백한 영업방해
KIPC가 제기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접속 차단 협박' 의혹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부 PC방이 라이엇의 유료 가맹 상품(프리미엄 혜택)을 해지하거나 기능을 꺼둔 채, 손님들에게는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남궁영훈 KIPC 이사는 "라이엇 총판(NMP) 직원들이 이렇게 프리미엄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 PC방들을 찾아가 '불이익(접속 차단)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를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규정했다.
KIPC의 주장은 '업종의 본질'과 '게임의 특성'에 기반한다. PC방은 법적으로 게임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시설을 제공하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며,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유저가 개인 계정으로 접속하는 '무료 이용(F2P)' 게임이라는 것이다. 남궁 이사는 "시설 제공자가 유료 혜택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선택했을 뿐인데, 게임사가 무료 게임의 접속 IP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정당한 영업 방해"라고 주장했다.
남궁 이사는 특히 과거 넥슨의 사례를 들어 라이엇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넥슨 역시 PC방 과금을 하지 않는 매장에서의 게임 접속을 아예 막아버리는 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었으나, 3년 전 이를 전면 철회하고 빗장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넥슨이 정책을 철회한 이유는 법리적 해석상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유저들에게도 비난받을 소지가 컸기 때문"이라며 "이미 국내 게임사들도 포기한 '접속 차단' 카드를 2025년에 라이엇이 다시 꺼내 든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적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2 라이엇 "PC방은 상업 공간... IP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반면, 라이엇 게임즈는 'IP의 상업적 라이선스' 개념을 들어 해당 방문이 정당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라이엇 측은 "PC방이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님에게 LoL을 플레이하게 하여 수익(PC방 이용료)을 창출하는 것은 약관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PC방 요금은 단순한 프리미엄 혜택(스킨, 경험치) 사용료가 아니라, 라이엇의 IP를 활용해 영업을 할 수 있는 '상업적 라이선스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PC방 업주가 유료 혜택을 끄고 영업한다 하더라도, 상업적 공간에서 라이엇의 IP(게임)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관계자는 "가맹을 맺지 않고 영업하는 것은 라이엇의 IP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부당 이득을 취하는 '비정상적 이용 행태'이자 약관 위배 사항"이라며 시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이엇 측은 "현재는 조합의 반발 등을 고려해 강대강 대치를 피하고자 현장 안내 및 단속 활동은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3 "라이선스 비용이라면서... 'PC 모텔'은 왜 놔뒀나"
'IP 상업적 라이선스'라는 라이엇의 논리에 대해 KIPC는 "그렇다면 왜 정당하게 돈을 내온 PC방의 독점적 권리는 지켜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PC 모텔' 사례를 꺼내 들었다.
남궁 이사는 "라이엇의 논리대로 요금이 '상업적 이용 권한'에 대한 대가라면, 불법으로 게임을 제공하는 시설로부터 구매자(PC방)를 보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 'PC 모텔'이나 'PC 호텔'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 라이엇에 가맹비를 내지 않고 상업적으로 게임을 제공했는데도, 당시 라이엇은 이를 수년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PC방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PC방에만 라이선스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엇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다. 라이엇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등을 포함해 PC 모텔, 지피방 등 불법 이용 시설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현장 확인을 거쳐 IP 차단 조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고 해명했다. 라이엇 역시 상업적 무단 이용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차단 정책을 펴왔다는 입장이다.
4 "Xbox로 독점권 파기" vs "차별화 위해 PC방 혜택 강화했다"
요금 인상의 정당성을 두고도 '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극명하다. KIPC는 라이엇이 '독점적 가치'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한다. 핵심은 2023년 'Xbox Game Pass' 제휴다.
남궁 이사는 "PC방 업주들은 '독점 혜택'을 사기 위해 요금을 내왔는데, 라이엇이 2023년 Xbox 구독자들에게 유사한 혜택을 헐값에 제공하며 PC방만의 차별성을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독점권이 깨진 상황에서 인상을 강행하는 것은 "PC방을 현금 인출기(ATM)로 보는 기만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엇 측은 "Xbox 건은 별개의 글로벌 정책"이라고 선을 그으며, 오히려 PC방만의 변별력을 주기 위해 혜택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라이엇 관계자는 "당시 PC방 상생을 위해 프리미엄 혜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Xbox 서비스와는 별개로 PC방에는 스킨 혜택 확대 등 차별화된 요소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왔음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인상은 15년간 거의 최저 수준으로 운영해왔던 요금을 서버 인프라 및 보안 투자 비용, 발로란트와 TFT 등 새로운 게임들의 PC방 서비스 제공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뒤늦게 현실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5"도미노 인상 막아야" vs "부득이한 인상"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양측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KIPC는 사태를 '공론화'하여 여론전을 펼치려는 반면, 라이엇 게임즈는 '조용한 협상'을 원하고 있다.
KIPC가 '전면전'을 불사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연쇄 인상(Domino Effect)'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남궁 이사는 "만약 업계 1위인 라이엇의 15% 인상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면, 넥슨, NC소프트 등 다른 게임사들도 덩달아 요금을 올릴 것이 뻔하다"며 "PC방 업계 입장에서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이기에 절대 쉽게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싸움을 PC방 업계 전체의 생존이 걸린 '방어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先) 혜택 강화'를 요구하는 PC방과 '현실적 인상 불가피'를 외치는 라이엇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12월 3일 인상 강행 시점을 앞두고 양 측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