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축제, 국내 최대 서브컬처 행사인 AGF 2025가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킨텍스 제1전시장 전체를 모두 사용하는 데다가, 올해는 날짜도 하루 늘어났고, 참여하는 게임사들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이번 AGF는 확실히 작년보다 더 '볼거리'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어요.
과거의 게임 업계에서는 보통 11월 지스타가 끝나면 그 해도 함께 종료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만큼 지스타의 경우 국내에서 경쟁자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거대한 게임쇼였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대 중국 게임사부터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시프트업, 네오위즈 등 국내 대형 게임사, 여기에 클로버게임즈나 스튜디오 비사이드 등 서브컬처 게임을 꾸준히 선보여온 회사들까지 모두 12월의 행사, AGF에 부스를 내기 시작했거든요.

심지어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났습니다. 게임사 부스로만 전시장 반 이상을 채울 정도로 그야말로 게임사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엔씨는 아예 브레이커즈 부스를 따로 차렸고, 일본 사이게임즈가 최초로 한국에 오프라인 부스를 냈습니다.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 역시 서브컬처하면 뺄 수 없는 타입문 게임들과 헌드레드라인, 여기에 CDPR까지 함께하는 부스를 차렸죠. 요스타와 그리프라인도 다양한 이벤트, 여기에 시연까지 함께하는 거대한 부스를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게임사들의 선택과 집중의 측면입니다. 지스타와 다르게 AGF에 참여하는 게임사들은 게임사의 이름보다, '게임'을 앞에 내세웁니다. 넷마블 부스가 아니라 페이트 그랜드 오더 부스로, 네오위즈 부스가 아니라 브라운더스트2 부스로, 엔씨 부스가 아니라 브레이커즈 부스로 말이죠.

물론 여러 게임을 들고 나온 경우, 게임사의 이름도 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긴 합니다. 스마일게이트나 요스타가 그렇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참여한 게임을 확실하게 메인에 두는 편입니다. 스마일게이트 부스보다는 미래시와 에픽세븐 부스라는 느낌이 강하게요.
그리고 이건 현장에 참여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마찬가지입니다. 크레센트나 승리의 여신 니케, 브라운더스트2, 헤븐헬즈, 명일방주 엔드필드 등 아예 게임명만 확인할 수 있는 부스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IP 그 자체가 파워를 가지는 서브컬처 문화의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분명 AGF가 서브컬처 팬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확실하고 집중된 수요층을 보유하고 가는 건 맞습니다. 그렇기에 점점 더 많은 게임사가 서브컬처 게임을 홍보하고, 선보이기 위해 AGF에 참여하는 거고요.
지스타에 비해 AGF는 정말 확실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스타가 수많은 장르의 다양한 게임팬들이 모이는 나름 라이트한 행사라면, AGF는 확고한 서브컬처 팬들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모든 서브컬처 팬들이 모든 서브컬처 IP를 사랑하고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당장 저 역시 서브컬처를 다양한 방면에서 사랑하는 팬이지만, 좋아하는 IP, 관심을 가지는 IP는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것에 비해 서브컬처에서 새로운 호감도를 느끼는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처음보는 서브컬처 게임에 무작정 호감을 느끼는 건 아니에요. 그렇기에 게임사들은 '게임사'의 이름 대신, 게임 그 자체를 노출하고, 선보이면서 잠재적 고객인 서브컬처 팬들에게 인지도와 호감도를 올리는 거죠.
반대로 니케나 페이트 그랜드 오더, 브라운더스트2와 같이 이제 국내에서도 IP 자체의 팬이 확고한 경우, AGF라는 확실한 서브컬처 행사를 통해 팬들에게 화답하는 의미로 오프라인 부스를 차리고, 굿즈도 판매하고, 무대를 통해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올해 AGF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건, 게임사들 역시 '볼거리'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AGF는 사실 수요층이 확실한 행사였습니다.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거나, 평소 잘 볼 수 없는 스타 성우들과 함께하는 스테이지에 참여하거나, 코스프레를 직접 하거나, 보기 위해 오는 장소였어요.
그렇기에 직접 뭔가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굿즈 판매 부스들은 부스 자체를 꾸미기 보다는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것에 집중했고, 애니메이션 부스들의 경우 명장면이나 소개 문구, 캐릭터 판넬 등을 세우는 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죠.


그래서일까요, AGF에 참여하는 게임사들 역시 대부분 노선을 확실히 잡았습니다. '볼거리'와 '살거리'에 집중한 것이죠. 겉모습부터 내부까지 화려하게 꾸며진 부스, 그리고 그 부스를 채우는 무대, 여기에 거의 모든 부스에서 볼 수 있었던 공식 코스튬 플레이어, 다양한 이벤트로 제공되는 선물, 그리고 구매할 수 있는 굿즈샵까지 준비했습니다.
게임사들의 이런 다양한 시도의 결과랄까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특이한 굿즈가 하나 있었습니다. 게임사들마다 나눠주던 백팩인데요.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려진 큼지막한 백팩 덕분에 다들 획득하거나 구매한 굿즈들을 무겁게 들고다닐 필요 없이, 가방에 가득 담아 간편하게 메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던 관람객들 역시 그 가방을 보고 홀린듯 해당 부스로 달려가 줄을 서기도 했고, 귀여운 가방을 메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도 하더군요. 정말 흥미로운 '볼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즐기고 볼거리, 즉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당장 무대에서도 그냥 천편일률적으로 인플루언서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걸 보여주거나, 개발진과 게임을 함께 즐기거나,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게임에 대한 퀴즈를 풀거나, 밴드 음악을 듣거나, 라이브 아이돌의 춤을 보거나, 팬사인회를 하는 등 정말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보여주죠.
코스튬 플레이어들 역시 그냥 시간이 되면 무대에 나와서 포즈만 취하는 게 아니라,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1:1 팬미팅을 하거나, 부스 참여를 도와주는 등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습니다.



여기에 AGF는 자신들의 특징 역시 잊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X 게임 페스티벌인 만큼,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부스, 수많은 종류의 굿즈 판매, 다양한 피규어 전시, 성우나 가수, 유명 개발자가 함께하는 스테이지, 그리고 이젠 AGF의 심볼이 된 DJ 카즈의 무대까지 모두 AGF라는 행사장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AGF는 정말 독특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서브컬처 행사가 됐습니다. 게임사들의 참여도 확연하게 늘어나면서 진짜 애니메이션과 게임 양쪽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대형 서브컬처 전시회로 자리잡았죠. 서브컬처라는 큰 카테고리 자체에 집중하되, 선보이는 방식은 각자가 모두 다른, 그런 전시회 말이에요.



참여한 게임사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굿즈 판매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회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심지어 무대도 각자의 방식으로, 여기에 콜라보 카페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하고, 팬을 맞이하고, 판매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볼거리가 많고, 흥미로운 게 아닐까 싶어요. 다른 게임쇼나 서브컬처 전시회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AGF의 특징도 바로 이 부분에서 오는 것 같고요. 분명 거대한 메이저 행사가 되었지만, 그 안에는 마이너함의 특징도 그대로 살아있는, 그래서 서브컬처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그런 특징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