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였을까. 이후 닌텐도가 위 유, 스위치 등 신형 콘솔을 발표하거나 닌텐도 다이렉트 등의 쇼케이스를 할 때마다 유독 들려온 외침이 있다. "그래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신작은 언제 나오나요?"라는 질문이다. 기자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기에 2017년 '메트로이드 프라임4'가 최초로 공개됐다는 소식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닌텐도 특유의 '밥상 뒤집기'가 행해졌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그리고 무려 8년의 개발 연장 끝에 2025년 12월 4일, 마침내 18년 만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닌텐도의 콘솔이 게임큐브에서 위, 위유, 스위치를 거쳐 스위치2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할 시간, 그리고 8년의 기다림. 과연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장르명: 1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5.12.4.
리뷰판: 정식 출시 빌드개발사: 닌텐도, 레트로 스튜디오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2
플레이: PC
18년 만에 후속작이지만 익숙하다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원조 맛집'

일반적으로 18년 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이라면 으레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는 '메트로이드 프라임4' 역시 마찬가지다. 첫 공개 이후 8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이 더해졌으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마주한 '메트로이드 프라임4'였지만, 냉정하게 말해 전작들과 명확히 차별화된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이것이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먼저 그래픽과 비주얼은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발전했다. 최신 PC 게임, 그것도 그래픽에 정평이 난 게임들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하드웨어의 한계로 아쉬움을 남겼던 게임큐브나 닌텐도 위 시절의 전작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시리즈 특유의 아트 스타일은 유지하되, 이를 현대적인 기술력으로 세련되게 다듬어냈다. 18년이라는 세월의 격차, 그리고 스위치 2의 향상된 성능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단순한 해상도 업그레이드를 넘어 연출과 디테일 등 보는 맛을 확실하게 살려냈다.


특히 최신 콘솔 트렌드에 맞춰 '그래픽 모드'와 '퍼포먼스 모드'를 지원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K 60Hz를 지원하는 그래픽 모드로 비주얼적 만족도를 극대화하거나, 1080p 120Hz의 퍼포먼스 모드로 쾌적하고 부드러운 조작감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다양한 플레이어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다만, 이러한 그래픽과 연출, 비주얼적인 발전을 제외하고 본다면 '메트로이드 프라임4'의 본질적인 구조는 기존 시리즈의 문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전작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마냥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2편과 3편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1편이 정립한 시스템의 완성도가 워낙 높았기에, 후속작들 역시 무리한 혁신보다는 편의성 개선과 연출 강화에 집중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메트로이드 프라임4'가 기존의 구조와 문법을 고수한 이유 역시 명확하다. 플레이어들이 원했던 것은 변하지 않는 맛이었고, 개발진은 이를 충실하게 반영한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적인 재미로 이어져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다.

물론 새로운 시도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신규 능력인 '사이킥'이나 바이크 형태의 이동 수단 '바이올라'가 추가됐고, 맵 구조 역시 전작들의 유기적인 연결 방식과 달리 '솔 밸리'라는 거대한 허브 구역을 중심으로 탐험이 전개되는 등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혁신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냉정히 말해, 이 모든 변화는 기존의 문법 위에 색다른 재미를 더하는 변주의 영역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제 게임 플레이는 전작들과 거의 같은 식으로 흘러간다. 새로운 지역에 가면 우선적으로 각종 적과 오브젝트를 스캔해서 정보들을 파악하고, 탐험 과정에서 얻은 능력과 사이킥을 활용해 퍼즐을 풀거나 보스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물론 장르적 특성상 플레이 흐름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겠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메트로이드 프라임4'의 플레이 감각은 전작들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익숙함은 '메트로이드 프라임4'에 있어선 양날의 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했듯 시리즈 본연의 재미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주겠지만, 18년 만의 신작다운 혁신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무리 맛이 보장된 '원조 맛집'이라 해도, 메뉴판 구성이 너무나도 똑같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익숙함은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규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앞서 언급한 스캔이 대표적이다. 1인칭 슈팅 게임이 아닌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메트로이드 프라임4' 역시 시종일관 스캔을 해야 한다.
새로운 지역이나 낯선 적, 눈에 띄는 오브젝트를 발견하면 즉시 멈춰 서서 스캔부터 해야 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퍼즐을 풀거나 보스의 약점을 공략하는 식이다. 기존 팬들에게는 이것이야말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의 정수겠지만, 빠르고 직관적인 진행을 선호하는 신규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흐름을 끊는 번거로운 요소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익숙함을 선택했다. 시리즈가 가진 기반이 대리석처럼 너무나도 견고했기에, 자칫 설익은 변화가 그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메트로이드 프라임4'의 이 같은 선택은 오랜 고민 끝에 개발진이 내린,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최선의 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3년 전통의 '원조 맛집'이지만불편한 부분까지 그대로 계승할 필요까지야

이처럼 도전과 변화보다는 안전과 완성도를 택한 '메트로이드 프라임4'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익숙함이 선사하는 편안함이 아닌, 그 자체로 흠결이 될 수 있는 요소들, 즉 시리즈의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답습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마스터피스라는 찬사를 받아온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지만, 서사 전달 방식만큼은 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아 왔다. 게임 초반 능력을 잃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거나, 미지의 행성에서 비밀을 파헤치는 설정은 시리즈 전통의 클리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플레이어가 세계관과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 곳곳에 숨겨진 정보를 직접 스캔하고, 로그북을 독파해야만 한다. 반대로 말하면, 꼼꼼히 스캔하지 않거나 텍스트 읽기를 소홀히 할 경우 스토리의 맥락을 놓치고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주인공 사무스의 과묵한 캐릭터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기존의 캐릭터성을 유지하면서 서사를 전달할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것인데 사무스의 캐릭터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컷신이나 환경 연출을 통해 서사를 좀 더 자연스럽게 보강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투입된 신규 동료 매켄지의 존재도 애매하다.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는 하지만, 그 개입은 최소한에 그친다. 이 역시 고독한 탐험가인 사무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의도적인 설계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서사의 전달력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매켄지의 핵심 역할인 내비게이션 기능조차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신규 유입을 위해 기존의 복잡하고 유기적인 맵 구조를 다소 간결하게 다듬었지만, 여전히 길을 잃기 쉬운 구간이 존재한다. 이때 힌트를 얻기 위해 매켄지에게 통신을 시도하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침묵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불필요할 정도로 통신이 잘 되지만, 정작 퍼즐이 막히거나 길을 잃어 힌트가 절실할 때는 통신이 되지 않으니 사실상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신규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오히려 답답함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시리즈의 상징인 스캔 역시 지금 시점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탐험의 밀도를 높여주는 장치임은 분명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에서는 스캔해야 할 대상이 지나치게 많다. 진행에 필수적인 오브젝트와 단순 정보 수집용 오브젝트가 시각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점이 피로도를 높인다. 결국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일단 스캔하고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오랜 팬들에게는 익숙한 과정일지 몰라도, 처음 보는 적을 마주하면 일일이 스캔해야 하니 액션 어드벤처 특유의 속도감과 맥이 끊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리즈의 단점을 계승한 것을 넘어, 야심 차게 도입한 솔 밸리와 바이올라의 부조화도 아쉬움을 남긴다. 전작들이 복잡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면, 이번 작품은 각 지역을 잇는 거대한 허브 구역인 솔 밸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지역 자체의 직관성은 높아졌지만, 문제는 이 솔 밸리가 지나치게 넓고 단조롭다는 점이다.
게임 진행상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 다시 C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문제는 바이올라를 타고 하염없이 이동하는 게 전부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솔 밸리는 마치 바이올라라는 탈것을 억지로 활용하기 위해 급조된, 광활하지만 텅 빈 무대처럼 느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바이올라의 효용성 문제로 이어진다. 신규 능력인 사이킥과 함께 전면에 내세운 핵심 콘텐츠지만, 정작 게임 내에서의 쓰임새는 제한적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 그것도 솔 밸리라는 특정 구역을 지나가기 위한 강제적인 도구에 머물러 있어, 새로운 재미보다는 번거로운 이동 과정'으로 다가오는 점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마스터피스'의 명성을 잇지는 못했지만재미만큼은 여전하다

정리하자면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기존 팬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다. 시리즈의 핵심인 플랫포머 액션과 탐험 요소는 18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게 계승되었으며, 과거 유저들을 괴롭혔던 난해한 길 찾기와 퍼즐 요소는 한결 간결하고 쾌적하게 다듬어졌다.
여기에 전투의 재미가 대폭 강화된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흔히 1인칭 시점 탓에 FPS(1인칭 슈팅)로 오해받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시리즈는 1인칭 액션 어드벤처(First Person Adventure, FPA)를 표방한다. 그렇기에 과거 전작들은 탐험에 치중한 나머지, 슈팅 게임으로서의 타격감이나 전투의 깊이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이러한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했다. 단순히 적을 조준하고 쏘는 평면적인 전투에서 벗어나, 보스마다 고유한 패턴과 공략 포인트를 더해 전투의 밀도를 높였다. 잘 피하고 잘 쏘는 피지컬 요소를 넘어,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보스전의 긴장감은 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다.

물론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다. 8년의 개발 연장, 그리고 18년의 기다림. 이 긴 세월 동안 층층이 쌓인 기대감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안정적인 완성도'만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몇몇 변주들이 기존 팬과 신규 유저 모두에게 애매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 또한 뼈아픈 부분이다.
냉정히 말해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게임 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마스터피스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의 기로에서 원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개발진의 노력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비록 혁신은 부족할지언정, 시리즈 고유의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는 수작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숨 쉴 틈 없이 총알을 쏟아붓는 레일 슈터에 지쳤는가? 혹은 지도 한 장 들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탐험의 낭만을 느끼고 싶은가? 그렇다면 올겨울,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당신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게임은 아닐지라도, 취향이 맞는 이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