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언리얼5로 돌아오는 전설... 우리가 '툼레이더'를 기다리는 이유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7개 |



게임을 좋아했던 80~90년대생이라면 이 영화를 기억하지 않을까? 2001년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던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툼레이더’ 이야기다. 당시 이 영화는 게임 원작 영화로서 이례적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한국에서는 영화관보다 비디오나 TV로 접한 사람이 더 많았지만, 영화 자체는 잘 만든 수작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당시 10대였던 기자에게 이 영화는 특별했다. 평소 게임에 큰 관심이 없으셨던 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내가 플레이하던 게임 속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봤던 기억 덕분이다. 스크린 속 안젤리나 졸리는 용감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영화를 다보신 부모님은 내 옆에 앉아 내가 '툼레이더'를 플레이하는 걸 꽤 오래 지켜보셨다.

영화 ‘툼레이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코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독보적인 매력 덕분일 거다. 1996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라라 크로프트는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였다. 트레이드 마크인 쌍권총과 선글라스, 타이트한 복장으로 위험천만한 곳들을 혼자서 누비는 모습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으며, 낡은 폴리곤을 뚫고 나올 정도로 섹시했다.

게임 '툼레이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으로서 '툼레이더'는 게임 자체로서 완성도가 있었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클래식 버전과 리부트 버전은 모두 각각 게임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게임계의 아이콘으로 살아남았다.


3D 액션 어드벤처의 문법을 완성했던 툼레이더 시리즈




▲ 게임 속에서 퍼즐을 풀고



▲ 위험천만한 함정을 뛰어넘는 '툼레이더' 라라 크로프트

사실 툼레이더가 위대한 이유는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다. 1996년 등장한 '툼레이더' 1편은 게임 역사에 거대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당시 3D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었는데, 툼레이더는 이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입체적인 고대 유적을 모니터 속에 구현해 냈다. 게다가 사각형 발판을 뛰어넘고 퍼즐을 풀며 길을 찾는 '3D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문법은 '툼레이더'에서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혁신성은 당시 해외 유력 매체들의 찬사로도 증명된다. 미국 게임 웹진 IGN은 1996년 리뷰에서 이 게임에 10점 만점에 9.3점을 부여했다. IGN은 당시 "콘솔 게임에서 본 최고의 그래픽"이라며 툼레이더의 비주얼에 찬사를 보냈고, 라라 크로프트를 "인디아나 존스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평가하며 게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이듬해 출시된 2편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트를 타고 베네치아 수로를 질주하거나 스노우모빌로 설원을 누비는 '탈것' 시스템을 도입해 스케일을 키웠다. 라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포니테일' 머리도 이때부터 보였다. 1, 2편의 연달은 흥행으로 '툼레이더'는 시리즈로서 입지를 다졌다.



▲ '탈것' 시스템을 선보였던 '툼레이더2'



강인한 여전사에서 미숙한 생존자로, 리부트된 툼레이더(2013)





툼레이더 시리즈는 1, 2편의 성공 이후로 다양한 작품들이 계속 나왔다. 그러나 10편이 넘는 작품이 이어졌음에도 초대 시리즈의 완성도에 미치는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툼레이더'라는 이름의 힘이 서서히 흐릿해질 무렵인 2013년, 시리즈는 과감한 '리부트'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다.

2013년 리부트를 통해 툼레이더는 처음부터 다시 그려진다. 클래식 시리즈에서 라라 크로프트는 두려움이 없는 완성된 여전사였다. 그러나 리부트 작품에서는 미숙한 생존자로서 점차 자신을 찾아가는 라라 크로포트로 각성하게 되는 스토리를 담았다.

2013년의 리부트는 단순히 그래픽을 일신한 것이 아니라, '툼레이더'라는 세계를 근본부터 다시 그리는 작업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였다. 우리가 기억하는 클래식 시리즈의 라라가 두려움이라곤 모르는, 이미 모든 능력이 완성된 초인적인 여전사였다면, 리부트 속 라라는 정반대였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첫 탐험에 나선 그녀는 아직 미숙했고, 거친 자연 앞에서 상처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녀는 살기 위해 처절하게 활을 당기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며 점차 우리가 아는 진정한 '탐험가'로 점차 성장했다. 라라 크로프트에서 진정한 '툼레이더'로 각성하는 생존의 서사는 잊혀져가던 낡은 추억의 게임을 다시 현재 진행형의 명작으로 끌어올렸다.



▲ 난파된 배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 추위에 떨던 라라 크로프트는



▲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 우리가 알던 진정한 '툼레이더'로 성장한다



TressFX부터 심리스(Seamless)' 연출까지 툼레이더 리부트의 비주얼





2013년의 리부트는 서사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신기술 'TressFX'가 최초로 적용된 라라의 머리카락이었다. 바람의 방향과 습도, 캐릭터의 격렬한 움직임에 따라 한 올 한 올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인상적이었다.

'생존'이라는 처절한 테마를 시각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캐릭터 묘사 또한 탁월했다. 게임이 시작될 때 깔끔했던 라라의 모습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진흙과 피로 얼룩지고, 옷은 여기저기 찢겨 나갔다.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거나 추위에 떠는 라라의 리얼한 모습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녀가 겪는 고난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고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는 '심리스(Seamless)' 연출도 좋았다. 영화 같은 고퀄리티 컷신과 실제 플레이 화면이 로딩이나 암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게임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켰다. 긴박한 탈출 상황이나 격렬한 전투 시 연출되는 다이내믹한 카메라 앵글은 몰입도를 극대화했고, 이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과감한 변화와 기술적 혁신에 힘입어 2013년작 <툼레이더>는 발매 48시간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며 시리즈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시리즈 최고 판매량을 달성하며 침체기에 빠져 있던 IP를 완벽하게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 출시된 후속작들이 나아가야 할 기술적, 연출적 이정표가 되었다.


그리고 2025년, 라라 크로프트가 돌아온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멈추지 않았던 라라 크로프트의 여정이 2025년, 다시 한 번 도약한다. 현지 시각으로 12월 11일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 무대에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전 세계 게이머들을 전율케 할 두 편의 차기작을 동시에 공개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2026년 출시 예정인 ‘툼 레이더: 레거시 오브 아틀란티스’다. 1996년, 원작 1편을 언리얼 엔진 5로 완전히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라라를 현 세대의 기술로 되살려냈다. 플레이어는 다시 한번 시간 속에 잊힌 이국의 장소를 탐험하며 강력한 아티팩트 '사이온'의 조각을 찾는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어 공개된 신규 메이저 타이틀 ‘툼 레이더: 카탈리스트’는 시리즈의 미래를 보여주는 야심작이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북인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신화적 재앙 이후 깨어난 고대의 비밀을 두고 전 세계 보물 사냥꾼들과 경쟁하는 라라의 서사를 그린다.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와 새로운 장비 ‘어드벤처 테크’를 통해 선보일 현대적 탐사 액션은 '생존자'를 넘어 '개척자'로 거듭난 라라의 면모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목소리로 ‘사이버펑크 2077’, ‘매스 이펙트 3’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알릭스 윌튼 리건이 낙점되었다는 점도 기대 요소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입체적이고 감정적인 라라를 연기할 그녀의 목소리는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혁신을 잇는 가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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