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사다난 흥망성쇠, 분기별로 살펴보는 2025년 서브컬쳐 게임계 결산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3개 |



최근 몇 년 사이, 서브컬쳐 게임은 이제는 '서브'가 아닌 '메인'이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로 부상해왔다. 한 때 한 근은 족히 넘을 큰 눈망울의 미소녀들을 두고 '망가는 벗어버려!'라는 일갈이 나올 만큼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고, 좋아하는 사람도 대놓고 이야기하기 꺼려져서 음지에서만 향유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그 옛날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히 2020년에 트리플A급 개발비용을 본격적으로 투입해 개발한 '원신'의 출시와 흥행은 글로벌로도 서브컬쳐 게임이 어필할 수 있다는 청신호처럼 여겨졌다. 그 뒤를 이어 붕괴: 스타레일과 젠레스 존 제로까지 호요버스가 흥행 연타석에 성공했고, 또다른 경쟁작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등 글로벌로 어필하는 서브컬쳐 게임을 출시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한 게임계는 '서브컬쳐'를 또다른 화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도전에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서브컬쳐와 전혀 인연이 없어 보였던 회사들까지도 서브컬쳐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개발팀을 조직하는 등, 서브컬쳐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성과들이 점차 나오거나 중간보고를 해야 할 시점인 2025년, 과연 서브컬쳐 게임계는 어떻게 흘러갔나 분기별로 한 번 짚어보았다.


1분기 - 다크호스 로스트 소드의 부상, 명조 2.0의 환골탈태




▲ 과감한 의상 파괴 연출에 라이트하게 덜어낸 게임플레이로 다크호스로 떠오른 '로스트 소드'

2025년 초 서브컬쳐 게임의 흐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로스트 소드'다. 당시 30명 정도 규모의 소규모 개발팀 코드캣이 개발하고 위메이드 커넥트가 퍼블리싱을 맡은 '로스트 소드'는 1차 CBT만 해도 전망이 좋지 못했다. '방치형'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반복 사냥을 계속 돌리면서 소위 폐지줍기를 반복하는 형태로 구현한 것은 물론, 캐릭터들도 어중간하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드백에 '로스트 소드'는 대수술을 집행했다. 모호했던 정체성을 소녀X액션이라는 키워드로 확립했다. 이를 위해 남자 캐릭터는 삭제하고 패배시 의상 파괴 연출을 과감하게 넣으면서 '로스트 소드'만의 특징을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또한 스테이지를 쭉 미는 과정에서 스탯 올리기나 뽑기 등을 막힘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확보, '방치형' 장르의 문법도 충실하게 구현했다. 여기에 코믹한 이세계물의 감성을 더해서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는 서브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했다.

이러한 설계에 힘입어 '로스트 소드'는 출시 후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는 한편, 출시 50일 만에 누적 매출 1,000만 달러(133억 원)을 돌파해 동시기 국내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해당 시기 국내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1분기에 로스트 소드와 더불어 서브컬쳐 커뮤니티에는 '명조' 2.0 업데이트가 화제로 떠올랐다. '명조'는 작년 5월 출시 당시 수준급 그래픽과 모델링,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망고스틴'으로 대변되는 직관적이지 않은 스토리와 현지화 문제를 앓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쿠로 게임즈는 8월에 현지화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는 한편, 매 버전 조금씩 빌드업을 이어가면서 2.0버전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그렇게 해서 선보인 명조의 2.0버전은 환골탈태라는 말이 어울렸다. 신규 지역 리나시타의 이야기는 각 버전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들과 방랑자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풀어내면서 자신의 강점인 연출력과 모델링에도 힘이 실렸다. 또한 2.0에서 새로 선보인 '활공'은 이동의 자유도를 한층 높여주면서 유저들이 '명조'의 세계에 더 빠져들게끔 했고, PS5버전도 출시되면서 더 많은 유저층을 확보했다. 이를 기점으로 해서 '명조'는 2025년 한 해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 원래도 체급이 높았지만 2.0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고점을 연이어 돌파한 명조

한편, 신버전 신드롬을 처음 불러일으켰던 호요버스도 '붕괴: 스타레일'에서 3.0이라는 수를 꺼내들었다. 출시 후 나부 스토리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2024년 페나코니의 이야기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붕괴: 스타레일은 3.버전 대에서 그리스 신화를 보는 듯한 지역 '앰포리어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3.버전 대 모두가 앰포리어스를 배경으로 한 데다가, 전작 붕괴3rd와 연결지을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불어넣으면서 '붕괴3rd' 1부의 마무리 같은 여운을 남길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른 복병, '마비노기 모바일'이 3월 27일 출시됐다. 2018년 최초 공개 이후 7년 만의 일이었다. 20년 넘게 판타지 라이프 경험을 제공하며 서비스를 이어온 '마비노기'를 모바일로 담아낸 작품인 만큼, 자연히 유저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데브캣이 누적 대여금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자료가 나왔고, 그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나온 '마비노기 모바일'의 외형은 현재 비약적으로 발전한 카툰렌더링 그래픽과는 비교가 됐기 때문이었다.


2분기 - 마비노기 모바일의 질주에 오픈월드 다크호스 '실버 팰리스' 등장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마비노기 모바일'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출시 1주일 만에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를 기록했다. 원작부터 이어지는 특유의 감성에, 마비노기를 모르는 유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으로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인기 순위도 양대 마켓 1위를 달성했다.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출시 후 50일 누적 매출은 4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를 달성한 '마비노기 모바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저들은 꾸준히 아쉬움을 토로했다. 판타지 라이프 감성을 살린 디자인은 좋았지만 최적화에 버그, UX 편의성, 직업 밸런스, 불편한 표기, 전투력 측정 등 다방면으로 피드백이 이어졌으나, 조치가 밀리기 일쑤였다. 이후 6월 업데이트에서 일부 조정과 함께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대응 예고로 조금씩 대처하기 시작했으나, 유저들의 내재된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에도 이어지지만, 2분기 중에는 그 이후의 사태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잠잠하게 넘어갔다.



▲ 마비노기 모바일은 우려와 달리 출시 후 원작의 감성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호성적을 거두었다

그 사이에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계에도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엘리멘타가 개발 중인 '실버 팰리스'가 그 주인공으로, 빅토리아풍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탐정의 이야기를 섬세한 화풍의 그래픽과 박력 있는 액션으로 담아내면서 바로 화제가 됐다. 특히 첫 공개부터 한국 유튜브 채널 개설에 한국어 더빙까지 공개하는 등,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차세대 오픈월드 3대 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기존 대작들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025년 2분기에는 특히 '젠레스 존 제로'가 2.0을 맞이한 만큼, 신버전 신드롬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우선 홍콩과 광동풍 신규 지역 '와이페이 반도'를 선보이는 한편, 신규 캐릭터 '의현'과 '귤복복'을 중심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유저에게 어필했다. 또한 신규 기믹 추가 및 편의성 개선, 프랭크 버거 콜라보까지 이어지면서 팬들에게 앞 번호 갱신 업데이트 = 축제라는 공식을 재차 입증했다.

▲ 깜짝 등장한 다크호스 실버 팰리스, 이환 - 무한대에 이은 오픈월드 신작 3강 구도로 주목 받았다

이처럼 서브컬쳐 게임이 큰 흥행을 하고 기존 게임도 업데이트마다 주목을 받자, 이와 연관이 없어보였던 게임사들도 점차 출사표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웹젠이었다. 웹젠은 그간 뮤 등 서브컬쳐와는 거리가 먼 아트풍의 MMORPG에 주력했으나, 2023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와 '라그나돌' 등 서브컬쳐 RPG 퍼블리싱을 시작으로 서브컬쳐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 뒤 하운드13의 액션 RPG '드래곤 소드'를 확보하는 한편, 자회사 웹젠 노바의 '테르비스'의 CBT를 진행하면서 2025년 서브컬쳐 웨이브에 올라타고자 했다. 특히 '테르비스'는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 PV 공개 후 코믹마켓과 AGF 참가로 서브컬쳐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여기에 한일 CBT까지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 뮤와 R2 등 MMORPG 위주로 출시했던 웹젠도 '테르비스' CBT로 서브컬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3분기 - 재조정과 연기, 빌리빌리 월드에 게임스컴 TGS까지 분주한 시즌


그렇게 야심차게 준비한 웹젠의 첫 본격 서브컬쳐 게임, '테르비스'의 CBT는 썩 좋지 못했다. 고퀄리티 2D 아트와 캐릭터 디자인, 성우 풀 보이스 지원을 내세웠지만 부족한 개성과 편의성, 밸런스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와 '라그나돌'의 급작스런 서비스 종료에 대한 반감까지 돌았던 만큼, '테르비스'에 대한 인식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피드백에 웹젠은 끝내 7월 초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개발에 돌입한다고 발표하면서 '테르비스'의 출시일을 연기했다.

출시 연기 소식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타입문의 '페이트/엑스트라 레코드'도 출시 일정이 2025년 연내에서 2026년 봄으로 연기됐다. 사유는 퀄리티 및 플레이 경험 향상이었으며, 니노 카즈야 디렉터는 SNS를 통해 풀보이스를 입힌 게임 개발이 처음이라 스케쥴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 성우 스케쥴 관리 등 이슈로 출시가 연기된 페이트/엑스트라 레코드, 2026년에 한국어판도 나오겠지?

출시 연기 소식이 7월에 연거푸 들려오는 사이, 중국 최대의 서브컬쳐 축제 '빌리빌리 월드'가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2017년 처음 개최한 빌리빌리 월드는 그간 국내 유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3년 블루 아카이브 참가 이후 국내 서브컬쳐 게임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행사가 됐다. 특히 올해 빌리빌리 월드에는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브라운더스트2, 트릭컬: 리바이브 등 국내 게임들의 참가가 활발히 이어지면서 서브컬쳐 게임계에서 필히 체크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는 서브컬쳐 게임사들이 다수 참가하지 않으면서 라인업이 축소됐다. 소녀전선2를 비롯해 일부 게임들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으나 OS 혹은 하드웨어 제조사 부스나 현장에서 굿즈를 파는 소극적인 참가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서브컬쳐 게임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사에서도 이어졌다. 텐센트는 던파, 발로란트 등 기존 인기작만 선보였으며 넷이즈도 '무한대' 등 신작 대신 퍼블리싱 계약이 재개된 블리자드의 인기작 위주로 부스를 꾸렸다.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차이나조이 측은 인디 게임을 위한 공간과 코스프레 대회 확장, 2차 창작존 마련 등 기존 대형 게임사 위주의 전시에서 점차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 발 디딜 틈도 없이 서브컬쳐 팬을 위한 이벤트와 부스로 한가득인 빌리빌리 월드



▲ 이에 차이나조이도 질세라 각종 게임 시연존을 마련하는 한편



▲ 2차 창작 판매존을 새롭게 마련, 서브컬쳐 게임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빌리빌리 월드 이후, 서브컬쳐 게임의 시선은 게임스컴과 TGS로 향했다. 텐센트는 산하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서브컬쳐 배틀로얄 '페이트 트리거'를 CBT와 함께 게임스컴에 출품했으며,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에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콜라보를 게임스컴 현장에서 발표했다. 자사 대표작 3종으로 참가한 호요버스는 '원신' 노드크라이 업데이트 준비에 힘을 싣는 한편, 게임스컴 직후 '붕괴: 넥서스 아니마'의 첫 CBT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작 가동에 힘을 실었다. 국내에서는 넷마블이 게임스컴과 TGS에서 몬길: 스타 다이브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유저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올해 TGS에는 트레일러로만 공개됐던 '무한대'가 참가, 최초로 오프라인 시연을 선보였다. 첫 공개 당시부터 서브컬쳐 GTA라는 말을 들었던 '무한대'는 물흐르듯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액션과 콘솔 게임이 연상되는 염동력 무빙을 직접 선보이면서 현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그간 서브컬쳐 게임이 캐릭터 뽑기를 주력 BM으로 삼은 것과 달리, 이를 전면 배제하고 외형 아이템과 탈것 위주의 BM을 예고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넷마블 외에 '미래시'와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로 참가한 스마일게이트, 신작 '스타세이비어'로 참가한 스튜디오비사이드 등 여러 개발사들이 TGS에서 서브컬쳐 본산지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 그간 트레일러로만 공개됐던 무한대가 TGS에서 시연 및 게임플레이 영상이 공개되고






▲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도 서브컬쳐 신작들로 참가하면서 본산지 공략에 나섰다


4분기 - 신작의 연이은 부진과 한일령까지 시야 제로의 겨울




▲ 출시 전부터 여러 이슈를 겪었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이처럼 3분기까지 활발했던 2025년의 서브컬쳐 게임계는 10월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왔다. 우선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게임 내외적으로 이슈가 불거지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내적으로는 당초 예고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스토리에 서브컬쳐 유저들이 기대하는 '라포르'가 형성이 되기 어렵도록 구축한 캐릭터 상호작용, AI 사용이 의심되는 고르지 못한 퀄리티의 아트, 정상적으로 육성이 어려울 정도로 수급이 어려운 육성 재화, 일부 캐릭터는 클리어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레벨 디자인과 밸런스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게임 외적으로는 김형석 대표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한 시나리오 작가진을 비롯한 개발자들의 이탈 및 그로 인한 전반적인 퀄리티 저하, 아트에서 주기적으로 보이는 메갈손 의혹 등이 꼽혔다. 이러한 다양한 이슈에 휘말리자 스마일게이트와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AGF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2026년 상반기까지 스토리를 비롯해 다각도로 개편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 스마일게이트가 메인스폰서를 맡은 AGF에 카제나는 불참, 에픽세븐과 미래시만 출전했다

'명일방주'의 퍼블리셔인 요스타가 자체 개발한 서브컬쳐 RPG, '스텔라소라'도 성과가 부진했다. 가볍고 청량한 모험담에 뱀서식 전투에서 영감을 받아 라이트하게 다듬은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 액션으로 호응을 얻었으나, CBT보다 돌연 비싸진 뽑기 비용과 부족한 콘텐츠가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요스타 측에서는 레벨업 재화를 비롯해 이벤트를 통해 각종 재화를 수급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스토리를 빠르게 추가하면서 서브컬쳐의 기본인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다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금태 대표의 '스타세이비어'도 이러한 부진의 흐름에서 미처 탈피하지 못했다. 전작 '카운터사이드'처럼 스토리와 캐릭터 빌드업은 확실히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어필했으나, 파워프로식 육성과 방치형 그리고 턴제 RPG를 섞는 과정에서 육성 재화 요구량을 과하게 설정해 설계가 어그러졌다. 특히 턴제 RPG임에도 스킬 레벨업을 하지 않으면 소위 궁스평평평평이라는 단조로운 전투가 쭉 이어지는 등, 캐릭터 조합과 전략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류금태 대표가 직접 사과 방송을 진행하면서 뽑기 확률 증가 및 각종 재화 보상을 지급하면서 급한 불은 껐으나, 이후로도 미흡한 방송 진행 및 업데이트로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진 못한 모습을 보였다.






▲ '스타세이비어'는 FGT부터 정식 출시까지 꾸준히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호평을 받았지만



▲ 육성 재화 부족과 그로 인해 단조로워진 게임플레이 등 여러 문제가 엉키면서 류코 대신 대표로 등장해야 했다

업데이트 종료라는 비보도 이어졌다. 크루세이더 퀘스트 개발진의 신작 '가디스 오더'는 9월 24일 출시 후 한 달이 좀 넘은 11월 3일, 개발사 경영상의 문제로 결국 업데이트가 종료됐다.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만의 일이 아니었다. 중국의 파이어윅 네트워크가 개발하고 가레나가 서비스하는 '신월동행'도 개발사에서 더 개발 진척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12월 15일 업데이트 중단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가레나 측은 중국 서버의 최종 버전까지 업데이트를 빠짐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업데이트 종료가 아닌 서비스 종료 후 재론칭을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블랙스톰의 오픈월드 턴제 RPG '리메멘토: 하얀 그림자'가 그 주인공이었다. 작년 12월 출시한 '리메멘토: 하얀 그림자'는 JRPG 감성의 스토리와 턴제 시스템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출시 직후부터 각종 오류로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보상 개편과 클리셰를 적절히 살린 스토리, 매력있는 캐릭터를 내세워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자 했으나 글로벌 출시가 진행된 1.3버전에서 갑작스럽게 BM을 개편하면서 유저들의 혹평을 받았다. 그 이후 여러 차례 업데이트 로드맵이 엉키는 모습을 보여줬던 '리메멘토: 하얀 그림자'는 결국 11월 27일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후 개편을 거쳐서 재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결국 개발사의 재정 문제로 업데이트가 중단되거나, 재론칭 결정까지 다사다난했다

한편,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넷마블의 '몬길: 스타 다이브'는 2차 CBT에서 유저들의 비판을 받았던 에스데의 커플링 의혹과 관련해 연루된 NPC 삭제라는 강수를 꺼내들면서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지스타 시연 빌드에서 주요 캐릭터 '미나'와 '산군'이 엮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브컬쳐 유저 사이에서 또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서 넷마블 측은 몬길 IP가 남녀 그리고 다양한 종족의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언급하는 한편, 미나와 산군에 대해서는 커플링이 아닌 다른 관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 인터뷰를 통해 커플링을 전면 금기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작 관련해서 어두운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넥슨게임즈가 그간 이미지로만 공개했던 '프로젝트 RX'의 티저를 깜짝 공개한 것이다. 불과 30초짜리에 불과한 티저였으나, 레트로와 현대 감성 그리고 미소녀와 함께 보내는 일상과 전투라는 테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넥슨게임즈는 김용하 총괄 PD와 차민서 PD, 안경섭 PD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2026년에는 '프로젝트 RX'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넥슨게임즈의 '프로젝트 RX', 내년에 더 많은 정보가 풀리길 기대한다

빌리빌리와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지난 10월 글로벌로 출시한 '트릭컬'은 대만,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인기 1위를 기록하면서 호응을 얻었으나, 매출에서는 2~30위권을 기록했다. 한국 서버에서 여러 밈을 이끌어낸 회심의 한 수였던 '멜트 다운 버터'를 이후 여러 업데이트를 거쳤으나 매출의 상승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스피키 한국어 더빙이 밈화되기 시작하고, 글로벌 서버에도 12월 4일부터 한국어 더빙도 지원하면서 스피키 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밈에 기존의 귀엽고 엉뚱발랄한 매력이 더해지면서 중국 서버도 200만 사전예약자를 돌파한 가운데, 12월 18일 중국 서버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또한 차세대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으로 손꼽히는 작품들도 하나둘씩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간 중국과 글로벌에서 테스트를 거쳤던 '이환'도 지난 12월 23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테스트를 예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출시를 위한 담금질에 들어가고 있다. '실버 팰리스'도 1월 글로벌 테스트를 예고한 가운데, 넥슨이 '벽람항로' 개발사 만쥬의 오픈월드 기대작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한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12월 한 달 동안 굵직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 그간 중국, 글로벌에서 선행 테스트를 거친 '이환'도 2026년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테스트를 예고했다

앞서 중국의 서브컬쳐 게임들이 빌리빌리 월드를 선택하고 차이나조이에 오지 않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서브컬쳐 게임이 지스타가 아닌 AGF에 대거 참가했다.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하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비롯해 오는 2026년 1월 22일 출시가 확정된 '명일방주: 엔드필드', 타입문의 대표작을 한국어화로 출시하는 아크시스템웍스 등등, AGF의 게임 라인업이 한층 더 확장했다. 이렇듯 규모가 커지면서 AGF도 기존 양일 개최에서 금토일 3일 개최로 확장, 관람객 수 1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 넥슨은 지스타 대신 AGF 2025에 마비노기 모바일로 출전했으며



▲ 엔씨 또한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지스타 대신 AGF에서 선보였다



▲ 사이게임즈도 한국에서는 AGF로 처음 오프라인 부스를 출전하는 등, AGF에 점차 주목하고 있다

반면에 지스타를 선택한 서브컬쳐 게임도 있었다. 위메이드 커넥트가 로스트 소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신작 '노아'와 웹젠이 꺼내든 디펜스 RPG '게이트 오브 게이츠'가 그 주인공이었다. '노아'는 여신의 키스, 브라운더스트2 등에 참여한 인원들이 설립한 '레트로캣'에서 개발 중인 턴제 RPG로, 자동으로 가볍게 할 수 있는 라이트함과 중파 시스템을 내세운 작품이다. '게이트 오브 게이츠'는 신생 개발사 리트레일이 선보인 전략 디펜스 RPG로, 코스트 수동 회복과 랜덤한 카드를 리롤해서 스테이지 내에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독특한 전략성으로 현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 로스트 소드에 이어 위메이드 커넥트가 선보이는 신작 '노아'



▲ 출시 연기된 테르비스와 함께 웹젠이 준비한 또다른 카드, '게이트 오브 게이츠'는 지스타에서 선보였다

서브컬쳐 게임계의 혼돈은 단순히 게임과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 부임 후 일본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에서 '한일령'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귀멸의 칼날 관객 수 급감에 개봉 예정이던 '짱구는 못말려', '일하는 세포' 극장판 개봉 취소는 물론, 상하이에서 열린 '반다이남코 카니발 2025'이 행사 도중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외에도 하마사키 아유미 공연을 비롯해 일본 가수들과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취소가 잇따랐고, 중국 최대 2차 창작 행사인 코믹컵에서는 일본 IP 부스 참가가 취소되고 이를 대신해 중국 만화, 게임, 애니 IP 전시관으로 대체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존 게임에는 아직까지는 크게 영향이 보고된 바 없으나, 이와 별개로 '붕괴: 스타레일'이 3.8 업데이트를 2주 연장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2025년 첫 개시와 함께 많은 기대를 받았던 앰포리어스 이야기가 3.7버전에서 탐탁지 않은 엔딩으로 마무리된 만큼, '붕괴: 스타레일'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카드가 필요한 상황. 그럼에도 후속 업데이트를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연장하는 일이 발발하자 유저들 사이에서는 후속 버전이 일본을 모티브로 한 지역이며, 한일령으로 인해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어필할 수 없게 되자 업데이트가 연기됐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 일중 관계 악화로 반다이남코 카니발 공연이 행사 중 갑자기 중단되는 등 '한일령'의 여파가 불거지고 있다


'엔드필드'로 시작할 2026년,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2025년도 어느덧 연말을 맞았고, 곧 2026년이 다가온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여러 단어가 떠오르지만, '과도기'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서브컬쳐 붐을 타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1차로 무르익을 시기가 됐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군분투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블루 아카이브, 니케의 뒤를 이어 흥행 신화를 쓰고자 여러 신작들이 등장했지만 마비노기 모바일 등 극히 일부만이 이를 달성했다. 이마저도 웨카 경매장을 비롯해 그간 누적되어왔던 운영 이슈가 불거지면서 2025년 국내 서브컬쳐 신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썩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직후 웨카 경매장 이슈가 불거졌고, 결국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물밑 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로스트 소드는 초반에 확실한 흥행을 보여줬으나 그 뒷심을 이어갈 힘이 부족했고, 이에 AGF 참전은 물론 대대적인 애니메이션 PV에 자신의 강점인 파트를 어필하면서 1주년을 위한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 스타세이비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도 나름의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2026년을 대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말 시즌에도 이와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로는, 2026년 초부터 이어지는 대작의 러시를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1월 22일 출시를 예고한 첫 주자,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이미 CBT에서 조합과 연계의 재미를 살린 전투에 공장과 탐험의 절묘한 레벨디자인과 디테일까지 살린 그래픽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퍼펙트월드의 야심작이자 또다른 서브컬쳐 GTA로 손꼽히는 '이환'에 다크호스 '실버 팰리스'가 글로벌 CBT를 예고하고, 넷마블이 1월 28일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본격적으로 오픈월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외에도 벽람항로 개발사의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가 넥슨을 통해 국내 출시를 확정하고, 엔씨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상반기 출시를 예고하는 등 연말연초부터 서브컬쳐 신작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 2026년 상반기에는 엔드필드부터 시작해 여러 대작들의 출시와 테스트가 예고되어 있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해진 서브컬쳐 게임계는 더이상 블루 오션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졌다. 혹자는 레드 오션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서브컬쳐 게임들은 경쟁작에 맞서 본격적인 업데이트 플랜을 가동하거나, 대대적인 개선 혹은 유저의 시선을 끌 보상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형 개발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조'는 3.0으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젠레스 존 제로'는 5성 캐릭터 자오에 제인 도 신규 코스튬 무료 배포는 물론 초반 스토리 개선 그리고 복각 픽업에서 첫 S급은 무조건 픽업 확정까지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강자들도 꾸준히 갈고 닦을 만큼, 2026년의 서브컬쳐 게임계는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과연 그 경쟁에서 흥망성쇠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떤 게임사가 또다른 깜짝 신작을 내놓을까, 이를 기대하면서 2025년 연말을 보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 3.0으로 또다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명조'



▲ 복각픽업 확정 천장에 대규모 개선을 예고한 '젠레스 존 제로'까지, 기존 강자들도 2026년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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