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 엠 데어데블', 마블에 걸 희망은 남아있다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개 |
디즈니+ 출범 이후 폭발적으로 콘텐츠를 쏟아낸 마블은 완다비전, 로키 등 일부 수작 공개에도 전체적인 작품 퀄리티 저하와 관객 피로감에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는 곧 콘텐츠 양을 축소하는 조정기로 이어졌다.




2024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 한 편이었고, TV 시리즈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은 전부 애거사 짓이야에 에코 정도만을 선보였다. 이듬해에도 숫자는 적었다. 다만, 영화 속 캐릭터 설정에 비판이 있었던 아이언하트의 개별 시리즈는 여전히 TV 시리즈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의 수확은 있었다. 바로 데어데블 본 어게인의 등장이다.

과거 계약을 통해 넷플릭스가 제작한 디펜더스(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와 퍼니셔의 권리를 도로 가져온 디즈니는 오랜 기간 데어데블 본 어게인의 제작을 위해 애썼다. 2025년 공개된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4라고 할 정도로, 그간의 서사와 캐릭터성을 그대로 끌고 왔다. 마치 변호사 쉬헐크 속 데어데블이나 호크아이, 에코에 등장한 킹핀의 모습은 해당 작품에 맞춘 캐릭터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듯 말이다.

물론 총감독이자 작가로서 스토리 전권을 가진 쇼 러너의 교체, 하나의 시즌을 에피소드 18개로 구성하려던 초기 구조의 변화, 파업과 촬영 중단 등 개발 과정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시즌1은 특유의 성인 감성과 캐릭터성의 연속성을 담아냈지만,이러한 제작상의 변화 속에서 몇몇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래서 온전한 목적과 집중된 서사, 완성된 대립에서 출발하는 본 어게인 시즌2는 훨씬 더 명확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 이어질 단편 퍼니셔 원 라스트 킬, 그리고 퍼니셔의 등장이 예고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까지. 돌아온 마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말이다.



!
이 기사에는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호평 속에서도 명확한 아쉬움으로 남았던 캐릭터성의 확립에 있다. 이미 넷플릭스의 수많은 디펜더스 관련 시리즈를 통해 데어데블과 맷 머독이라는 인물에 대한 구조는 완성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새로운 갈등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블은 본 어게인 시작과 함께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인 포기 넬슨이 죽는 이야기로 출발했다. 그리고 포기를 죽인 포인덱스터(불스아이)를 의도적으로 죽이고자 했다.

포인덱스터는 운 좋게 죽지 않았지만, 분명 죽었어야 할 공격이었고, 데어데블 역시 명백한 살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었다. 이 행동은 머독이 데어데블로서 활동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했다. 데어데블이라는 이름은 본래 범죄자들이 먼저 그를 부르던 별명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맷이 악마 복장을 하고 선을 행한다는 의미를 받아들이며 스스로 택했다. 그렇기에 스스로 지키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마지막 행동 논리가 무너지자 맷은 데어데블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구조적으로는 완벽할 수 있었던 이 이야기는 사실 시즌1에서 시도되어야 했다. 포기의 죽음, 데어데블이기를 포기한 맷, 그리고 시장이 되어 권력을 행사하는 피스크. 하지만 이 구조가 정작 극 안에서는 따로 작동했다. 쇼러너 교체와 작품의 분위기 변경, 대대적인 추가 촬영과 기존 작품 파기 후 재촬영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작품 중반 마치 붕 떠있는 듯 이리저리 흩어졌다. 새로 만든 첫 에피소드와 시즌 후반과 비교하면 시즌 중반부는 기존 촬영본 위에 새로운 방향성을 덧칠한 흔적이 남았다.

시즌2는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 없이, 명확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윌슨 피스크(킹핀)를 법 아래에서 정당하게 처벌받게 하길 원하는 맷. 스스로는 진심으로 더 나은 뉴욕을 만들려고 하고, 또 그 속에서 이를 방해하는 데어데블과 자경단을 숙청해나가는 피스크. 그 둘의 대립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를 시장이 된 킹핀의 공포 정치 속에서 민중들이 어떻게 반발하고 일어서는지에 대한 저항의 서사를 통해 극을 확장시켰다.



시민들은 데어데블을 저항의 상징으로 삼고 피스크에 맞선다 ©마블

시즌 첫 에피소드부터 이 갈등은 단순히 두 사람이 아니라 주변 상황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피스크는 데어데블의 행동을 테러리즘으로 포장한다. 그가 설립한 반자경대 특별수사대는 사실상 막대한 권한을 가진 경찰 부대로 위에 군림하듯 사람들을 억압한다. 피스크의 공포 정치 속에서 SNS를 통해서는 범죄가 사라지고, 행복한 거리가 됐다는 선전 영상만이 나돈다. 데어데블은 그런 평화를 파괴하는, 가면놀이를 하는 범죄자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저항하는 시민들의 상징 역시 데어데블이다. 그렇기에 피스크는 맷 머독이 데어데블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는다. 포인덱스터의 저격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영웅 맷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면, 시민들의 응집력은 더욱 거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정치 셈법 속에서의 결정. 이게 이번 시즌2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공권력인 피스크와 경찰인 반자경대 특별수사대. 여기에 언론 역시 피스크에 친화적이며, 많은 시민들은 공포 정치 속에서도 피스크의 포퓰리스트적 연설과 행동에 그의 이름을 연호한다. 머독이 상대해야 할 건 단순히 뒷세계에 군림한 보스 킹핀이 아니라, 법과 제도, 여론과 미디어인 셈이다. 그렇기에 법정물이라는 시즌1의 당초 색채마저 일종의 장치로 여겨질 만큼, 시즌2는 정치극으로 무대를 확장시켰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는 해외 평단으로부터 ICE의 강경 단속이나 탄압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현실의 모습을 떠올린 이들에게는 드라마를 가상의 콘텐츠 이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인 적을 용서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맷의 답변 ©마블

특히 맷 스스로의 갈등과 그에 대한 답을 포기와의 회상 신으로 풀어낸 에피소드5는 MCU 드라마 중에서도 손꼽을 완성도 높은 에피소드다.

데어데블의 속죄와 자비에 대한 주제 의식은은 프랭크 밀러가 완성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코믹스 속 데어데블로부터 시작된다.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로 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함께 미국 히어로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프랭크 밀러는 맷의 죄의식을 캐릭터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 넘치는 정의감만큼이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자신의 폭력성. 그리고 이 폭력성을 정의를 위해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이게 맷의 내면화된 신학적 캐릭터성이라면, 밖으로는 자비와 용서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포기 넬슨을 죽인 포인덱스터에 대한 용서로 이어진다. 머독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인 포인덱스터를 끝까지 끌고 가며 그를 살린다. 그냥 두었다면 반자경대 특별수사대에 끌려갈 포인덱스터를 살리는 건 자신에 대한 속죄기도 하다. 한 번 스스로 죽일 뻔한 그를 스스로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균형은 단순히 맷의 죄의식에 그치지 않고, 포기와의 과거 회상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그려진다.

회상 장면은 맷과 포기가 포기의 어린 시절 지인인 레이를 변호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이는 분명 죄가 있는 인물이고 형량 협의가 가장 적합한 상황이었지만, 맷과 포기는 그가 감옥에 들어가면 킹핀의 부하에게 살해당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맷은 그럼에도 그가 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기는 그의 기소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맷과 함께 모은 사무소 자금을 털어 레이의 손에 쥐어주고는 그를 도주시킨다. 자비와 용서, 새로운 기회. 맷은 포기와의 일을 떠올리며, 포기를 죽인 포인덱스터를 용서하고, 살린다.

에피소드5의 회상은 포기와의 이야기와 킹핀의 과거 이야기를 함께 그린다. 킹핀이 처음 바네사를 만났던 그 장면, 그리고 바네사의 죽음에 피스크는 시장으로서 인간성마저 상실하는 계기를 함께 만든다.

데어데블 시리즈는 그간 인간 신체를 활용한 화려한 액션, 특히 복도 액션과 원테이크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롱테이크 격투로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하지만 에피소드5는 그런 액션 장면 하나 없이 정통 드라마 연출만으로 캐릭터성을 완성한, MCU 드라마 최고의 에피소드라 꼽을 만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에피소드5가 역대 MCU 드라마 중에서 가장 정통 드라마스럽게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면, 에피소드4는 MCU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손꼽을 만한 액션 시퀀스를 보여줬다. 포인덱스터는 프랭크 캐슬(퍼니셔)이 식당에 있다고 허위 신고해 반자경대 특별수사대를 끌어낸 뒤 웃으며 그들을 죽여나간다. 특히 무엇이든 던지기만 하면 살상 무기로 만드는 포인덱스터답게, 빨대와 이쑤시개, 포크, 나이프, 심지어 랍스터 집게까지 던져 특별수사대를 죽여버린다.

이런 액션은 빌리 조엘의 감미로운 'New York State of Mind'를 배경으로 슬로우 모션과 함께 펼쳐진다. 여기에 스스로를 '굿 가이'라고 표현하며 불스아이 마크를 케첩으로 그린 뒤 할 일을 하러 가는 포인덱스터의 모습은, 기괴하고 섬뜩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이는 사실 포인덱스터를 가장 잘 표현한 연출이다.

데어데블의 포인덱스터는 자신의 여정에서는 스스로가 주인공이라는 말처럼, 악당으로서의 행동을 진심으로 옳은 행동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자신의 악한 행동을 단순히 유흥으로 여기거나, 그렇다고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드러났던, 그리고 FBI 요원이던 당시 숨겨온 그 폭력성이 킹핀 아래에서 표출되면서 맷과 통하는 부분 역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맷의 폭력성에는 신앙과 법이라는 도덕적 나침반이 있고, 포인덱스터에겐 그것이 없다. 동시에 포인덱스터 스스로도 성당에 숨어 지내며 자비를 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마치 넷플릭스 시절의 맷을 보는 듯하다. 어찌 보면 맷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도달했을 모습이 포인덱스터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맷이 포인덱스터를 살리는 행동은 자신이 평생 속죄해온 폭력성, 그리고 그 폭력성 속에서 길을 잃은 또 다른 죄인에 대한 자비이기도 하다. 포인덱스터가 분명한 악역임에도 기존 빌런들과는 다른 입체적인 인물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스크 암살을 자신의 과업으로 삼은 포인덱스터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도덕 관념이 존재하는 데어데블이 이를 막아선다 ©마블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맷과 피스크의 갈등을, 뉴욕에서 퇴장하는 두 인물의 마지막으로 묘사한다. 피스크를 증인석에 세운 맷은 그의 악행을 증명할 유일한 증인 데어데블을 법정에 소환한다. 그리고 '내가 데어데블입니다(I am Daredevil)'라며 자신의 비밀을 드러낸다.

이 발언은 10년 전, 맷이 캐런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 했던 표현이다(당시에는 I'm Daredevil). 아이언맨의 기자회견 '아이 엠 아이언맨'을 오마주한 장면으로도 해석되지만, 정확히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던 맷이 유일하게 남은 단 한 사람, 캐런에게 스스로 솔직해지는 장면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은 단순한 위기 해결을 넘어 희생이자 해방이었다. 데어데블이라는 정체가 밝혀지면 자신이 짊어질 범죄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스크 역시 법 아래 존재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는 시민들의 봉기로 이어진다. 모든 것을 잃고 킹핀이 된 피스크는 좁은 복도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군중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한다. 정확히는 부숴버린다. 이는 마치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다스베이더가 퇴로 없는 저항군을 제압하던 장면처럼 위협적으로 그려진다. 이는 킹핀이 데어데블의 가장 강력한 위협이었음을 재각인시킨다. 다만 다스베이더의 무자비함과는 달리, 이 장면은 모든 것을 잃은 피스크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십 수명의 시민은 제압할 수 있어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달려들자 그도 쓰러진다. 맷은 군중들을 멈춰 세우고, 다시 한 번 자비의 기회를 준다. 피스크는 사랑하는 바네사와 시장직을 잃고, 법정 싸움에서도 져버렸다. 그리고 군중에 졌다. 정확히는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마주한 셈이다. 특유의 리더십과 함께 시장이 되어 사람들을 이끌고 여론을 마음대로 조작했던 피스크는, 많은 히어로를 자경단이라는 낙인 아래 무너뜨렸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도 자신이 짓이겼던 일반 시민들의 결집 앞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맷과 피스크는 동시에, 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한다. 이미 법의 허점을 통해 사법 체계를 흔든 피스크는 해외로 떠나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뉴욕을 떠난다. 스스로를 데어데블이라고 밝힌 맷은 경찰에 잡혀 형을 살게 된다. 방식은 달랐지만, 뉴욕을 가장 사랑한 두 인물이 퇴장하는 그림이다. 시민들의 상징으로 앞장선 데어데블은 체포되고, 권력자였던 피스크는 기소 없이 사라졌다. 그건 마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듯 씁쓸하게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이러한 결말도, MCU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마무리이고 말이다.



뉴욕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헬스키친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맷과 피스크 ©마블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시즌 중반 제시카 존스의 합류, 형사과장으로 더 깊숙한 곳까지 힘을 쓸 수 있게 된 브렛 마호니, 그리고 마지막 앨리어스 탐정 사무소로 돌아온 루크 케이지까지 넷플릭스 시절 디펜더스 캐릭터와 그 배우들의 조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본 어게인 시즌1에서 활약한 프랭크 캐슬 역시 12일 단편 퍼니셔: 원 라스트 킬을 통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퍼니셔의 이야기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로도 이어진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사와 스케일을 보여줄 어벤져스: 둠스데이 이전, MCU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 보여준 높은 완성도는, 마블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invengames banner
할인가 45,000
25% 33,750
구매하기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