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적 부진 닌텐도가 그래도 부러운 이유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6개 |



1. PS5에 밀린 닌텐도 스위치, 뒷심도 이제 밀리나

2022년 4월부터 12월 31일로 끝나는 닌텐도의 회계연도 2023년 1~3분기 실적 발표. 공개된 닌텐도의 성적표는 기대보다 더 낮았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 감소다.

새로울 것 없는 닌텐도 스위치지만 닌텐도도 판매가 이렇게나 떨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닌텐도는 앞서 감소를 추정하긴 했지만, 적어도 작년 수치를 가져와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했다. 1년 예상치긴 했지만, 연 판매 목표(예상)치도 비슷했다. 하지만 2022년 1~3분기 스위치 판매량은 1,491만 대. 같은 기간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PS5 판매량을 기록한 1,280만 대를 웃도는 수치지만, 전년 판매 수치인 1,895만 대보다 무려 21.3% 감소한 수치다.



▲ 연말 판매 기대량이 낮아 감소세 뚜렷한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 스위치도 어느덧 햇수로 출시 7년차를 맞았다. 닌텐도 기종으로만 따져도 DS 출시 6년 3개월 만에 후속기기인 3DS가 출시됐고 게임 큐브에서 Wii는 5년, Wii에서 WiiU 출시는 6년이 걸렸다. 타사로 눈을 돌리면 PS4와 Xbox One이 PS5, Xbox Series X|S로 넘어가는 데 7년이 걸렸다.

특히 금세 뒤처지는 고사양 게임 구동 성능을 위해 소니와 MS, 두 회사 모두 차세대 기종 전에 개량형 콘솔을 내놓으며 그 간극을 채웠다. 과거 기기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식으로 생명을 늘렸다면 이제는 최고 사양 콘솔 자체로는 하드웨어 성능 발전을 오롯이 따라가기 어렵게 된 것도 차세대 전 선보이는 '낀 세대' 콘솔 출시에 한몫했다.

하지만 거치형, 휴대용 두 형태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닌텐도 스위치는 출시 당시부터 거치만 가능한 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능을 지녔다. 개량 버전이 나올 것이 기대된 시기 출시된 건 더 크고 깨끗한 화면을 강조한, 성능 자체는 똑같은 OLED 버전이었다. 결국, 반도체 부족, 물량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PS5가 압도적 성능을 무기로 판매량이 급증한 것과 달리 스위치는 상대적 부진을 맞은 셈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나온 것도 아니다. 실적 발표 후 닌텐도의 후루카와 슌타로 대표는 7년차를 맞는 닌텐도 스위치의 지속 성장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매 전략도 타이틀의 매력을 알려 새로운 수요를 늘리고, 기존 구매자들의 교체 및 추가 구매를 노린다는 게 전부였다. 다음 세대 기기가 출시되는 게 아니라면 다음 분기라고 당장 눈에 띌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2. 젤다는 이유 없는 가격 인상,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또 신작 없다

닌텐도는 실적 발표 후 몇 일이 지나 자사의 쇼케이스 닌텐도 다이렉트를 진행했다. 서드 파티 게임을 중심으로 PC, PS 등 멀티 플랫폼 타이틀이 다수 소개되기도 했지만, 기대를 모은 메트로이드 프라임 관련 작품의 깜짝 출시, 레이튼 교수가 돌아오는 시리즈 신작,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어드밴스의 스위치 온라인 구독 서비스 합류, 피크민4, 그리고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타이틀 중 하나인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까지 한꺼번에 공개됐다.



▲ 알짜 정보들이 많았던 닌텐도 다이렉트

하지만 엄청난 기대를 모은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닌텐도 게임 페이지가 공개되며 기대는 분노로 바뀌는 모양새였다. 그간 닌텐도 퍼스트 파티 타이틀은 59.99달러를 풀프라이스 가격으로 책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단일 타이틀로는 가장 높은 가격인 69.99달러로 가격이 등록됐다.

물가 상승에 따른 게임의 가격 인상은 그간 꾸준히 논의되긴 했지만, 쉽게 밀고 나가기 어려운 주제기도 했다. PS5, XSX 등 차세대 콘솔을 중심으로 형성된 70달러 풀프라이스 책정도 차세대 콘솔용 게임 개발에 따른 비용 증가, 퀄리티 향상 등 그럴듯한 근거가 있기에 가능했다. 소프트웨어적인 개선점 외에는 나아진 점을 찾기 어려운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의 말 그대로 깜짝 가격 인상은 그다지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실제로 서구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주요 언론들이 문제를 다뤘고 스위치 타이틀의 일괄적 가격 상승 가능성 역시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닌텐도가 이례적으로 해명을 위한 성명을 냈다. 일단 가격 자체는 게임과 상황에 따라 책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닌텐도 다이렉트와 함께 공개된 많은 타이틀이 6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공개됐다.

다만, 반대로 젤다의 경우만이 특별한 70달러 판매 타이틀이 된다고 확인된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대작이나 개발 코스트가 큰 게임은 얼마든지 70달러에 판매될 수 있는 상황이다.



▲ 단, 국내 가격은 7만원 대 타이틀이 꽤 있어 저렴한 편. 70달러를 환율로 맞추면 9만원에 가깝다

닌텐도 입장에서도 이런 서구권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다. 회계연도 2023년 1~3분기 소프트웨어 타이틀 판매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전년 대비 상승했다. 유일하게 감소한 지역이 미주 지역이다. 무려 19.5%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이 탓에 전체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4% 감소한 최종 결과를 기록했다. 미주 지역의 판매 감소가 이어진다면 실적 부진은 가속화될 수 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 역시 팬들의 기대를 온전히 반영하진 못했다. 본가라 할 수 있는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를 넘어 이제는 더 큰 사랑을 받는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지만, 정작 신작인 메트로이드 프라임4는 2017년 이후 여전히 새로운 게임 플레이 영상 하나 만날 수 없다. 오히려 중간에 개발 자체를 뒤집고 새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번 닌텐도 다이렉트에서도 공개되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리마스터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1'. 실적 부진에도 꿋꿋, 역시 닌텐도의 소프트 파워

닌텐도의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 빛을 보는 것도 있으니 바로 하드웨어 판매 부진 속에서도 빛난 소프트웨어 성과다. 회계연도 2023년 출하 기준 닌텐도는 2개의 신규 플래티넘 셀러(1,000만 장 이상 판매) 타이틀을 배출했다.

수십년 째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일본 중대형 게임사의 대표작들이 100만 장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은 2,061만 장, 스플래툰3는 1,013만 장이 판매됐다.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역시 861만 장 판매됐고 총 19개의 타이틀이 100만 장 넘게 팔렸다. 특히 이번 기록이 12월 31일까지의 기록이니 11월 18일 출시된 포켓몬스터 신작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2,000만 장 이상 출하된 셈이다.



▲ 여러 시리즈를 천만장 이상 꾸준히 팔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 구매 필수 타이틀로 꼽히는 마리오 카트8 디럭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출시 후 지금까지 각각 5,200만 장, 4,159만 장, 3,044만 장, 2,900만 장이 판매됐다.

이러한 작품들의 높은 판매량은 닌텐도의 IP 파워를 그대로 드러낸다. 동물의 숲, 대난투, 젤다의 전설, 포켓몬 등은 이미 오랜 기간 닌텐도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서 꾸준히 높은 판매고를 올린다. 완전 신규 타이틀로는 10년도 넘는 공백기만에 선보인 스플래툰 역시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런 IP 파워는 신작은 물론 이식작, 확장 버전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닌텐도 다이렉트 이후 바로 출시된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신작 출시에 대한 갈증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근간은 그대로 두고 많은 부분을 새로 그려내며 메타 평점 96점, 올해 게임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 출시 하자마자 최고점 찍은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

4세대 포켓몬 DP 디아루가/펄기아의 리메이크 작품인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은 기대와는 반대로 평가 부분에서는 큰 혹평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만에 1,4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포켓몬 IP가 가진 흥행 자체는 제대로 증명해버렸다. 물론 이런 아쉬운 퀄리티가 계속됐다면 팬들도 하나둘 떠났겠지만, 본가 개발사라 할 수 있는 게임프리크가 선보인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가 호평과 흥행, 모두 잡으며 그런 아쉬움은 잠시뿐이었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닌텐도가 프랜차이즈 신작이든 리마스터 타이틀이든 탄탄한 IP를 기반으로 소위 팔릴 게임을 만들 줄 안다는 점이다. 일단 스위치 최다 판매작인 마리오 카트8 디럭스 조차 슈퍼 마리오 IP의 많은 장르 게임 중 하나고 WiiU로 출시된 마리오 카트8를 이식해 다양한 추가 요소를 더한 작품이다.

게임 개발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유저 평가에 시리즈 전망이 어두워지고, 심지어는 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미 갖춰 놓은 IP, 그리고 거기서 뻗어나오는 게임들의 변주로 언제든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릴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하고 있다. 글로벌 개발사라면 한 번쯤 꿈꿀만한 게임사라고 할수 있을까?


2'. 비싸도 사야 해, 살 수밖에 없는 게임을 만드는 닌텐도

그런 의미에서 젤다의 전설 신작의 70달러 판매가 가지는 의의도 있다.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커뮤니티 주요 설문조사에서는 '그래도 게임을 구매하겠다'는 결과가 그렇지 않다는 의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 비싸다고 안 살거야? 다 살 거잖아?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통해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출시 당해 가장 기대되는, 구매할 수밖에 없는 타이틀로 그려냈다. 일찌감치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감을 유지했고 이제는 가격이 높아져도 대체할 만한 게임이 없는, '필구' 타이틀이 되었다. 탄탄한 프랜차이즈 관리가 있었기에 게임 팬들의 큰 반발 속에서도 가격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출시는 부진했던 미국 시장의 실적 개선 핵심 카드로 꼽힌다. 지난 3개 분기의 핵심 신규 타이틀은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스플래툰3,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였다. 다만,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을 제외하면 다른 타이틀은 미국 시장에 집중할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었다는 결과를 다시 받아들였다.

1,013만 장이 팔린 스플래툰3는 해외보다는 일본 판매 비중이 훨씬 높은 타이틀(일본 판매량 632만 장)이다. 반대로 862만 장 중 702만 장이 해외 판매일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흥행한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는 유럽이 핵심 시장이었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미국은 지난 해를 돌아보면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HD 등 기존 인기작들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즉,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출시가 미주 지역의 소프트웨어 판매 실적 반등의 키가 되는 셈이다.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을 때도 알 수 있었지만, 닌텐도의 IP 파워는 하드웨어 판매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회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게 신작이든, 리마스터든.

한두 번의 실패쯤은 용인될 수 있는, 꾸준하고 영리한 IP 활용과 관리가 지금의 닌텐도를 만들었다. 강점을 지닌 IP를 소모적으로 써버리고 가치를 떨어트리는 기업들이라면 더욱 부러워할, 혹은 보고 흡수해야 할 장점이고 말이다. 그리고 닌텐도는 그런 IP를 다른 플랫폼 대신 자사 플랫폼 안에 가두고 이를 플레이하기 위한 하드웨어 판매까지 견인코자 하고 있다.


1+2. 이거, 전부 차세대 콘솔 시그널 아닙니까?(아닐지도?)

닌텐도가 많은 기업이 부러워 할 매력적인 IP활용을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분기 실적은 분명히 실망스럽고, 또 하드웨어 판매 부진은 일부 킬러 타이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부진이 닌텐도가 예상보다 이르게 다음 세대 하드웨어를 꺼내도록 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드웨어 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이미 닌텐도 내부에서는 이를 위한 작업이 한창일 테고 여전히 잘 나갔던 닌텐도 스위치 판매를 새 하드웨어 공개로 위축시킬 필요는 없었다.

대신 마땅한 실적 개선책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차세대 기종의 예상보다 이른 공개와 판매가 내년, 내후년 실적 개선을 위한 방법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물론 차세대 기종 공개가 현세대 기종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물량 수급을 위한 생산과 유통 과정,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틀 준비 등 출시까지 고려할 부분은 많다. 그렇기에 차세대 기종 공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70달러 판매가 차세대 기종 출시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카트리지에 다양한 추가 기능과 칩을 달이 가격이 높아졌던 슈퍼패미컴 시절과 지금은 분명 다른 만큼 차세대 콘솔 발매와 이를 위한 가격 상승이 70달러라는 형태로 미리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장 닌텐도가 어떤 식으로 하위호환, 멀티 플랫폼 관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게임이 스위치 판매 핵심 견인 타이틀이 될 예정이니 출시와 함께 차세대 콘솔 등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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