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칼!”
프레드릭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러나 칼은 태연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이 녀석! 누구 멋대로 사람을 부리려 들어!”
“뭘?”
“교역소 주인이 다짜고짜 나에게 와서 칼이 주문한 물건 받아가라며 난리였다고.”
“아아, 그거? 일좀 해달라고. 돈은 섭섭지 않게 줄테니.”
“나에게 미리미리 말을 해달란 말이야!”
칼은 그의 외침을 듣는 척 마는 척하면서 흘려버렸다. 그리고 아마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나중에 뭘 가져다주면 좋겠어?”
“베네치아 가서 유리세공 사다줘. 베네치아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이 가장 좋다더라.”
“최고급으로 사다주지.”
“정말?”
아마리아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칼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고 자신을 소외시켜 버린 둘의 모습에 프레드릭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그래, 내 너희 집까지 책임지고 운송해주지. 얼마나 줄건데?”
“5백만 두캇 어때?”
“뭐? 5백만?”
프레드릭의 놀란 얼굴을 보며 칼은 오히려 더 태연히 그를 응시했다.
“왜 너무 적어?”
“아니, 너무 많다. 단거리 운송에 5백이라니! 2백이면 돼. 2백.”
“그래? 그럼 3백으로 하자.”
“도대체 돈에 대한 개념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충분히 있어. 그러니 은행 계좌에 50억 두캇이 있는거지.”
50억이라는 말에 옆에서 차를 마시던 에스텔이 칼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행동에 칼은 무슨 짓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한 투로 말했다.
“넌 또 왜 그러냐? 아까처럼 고기 놓친 낚시꾼 같은 표정을 짓고선.”
“내, 내가 뭘? 50억이라는 수치에 놀랐을 뿐이지.”
에스텔이 당황하자 칼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계속 몰아붙였다.
“헤에? 그래? 너 말이야 내가 너보고 ‘나랑 결혼해 줘.’라는 말이나 ‘나랑 사귀어 줄래?’라고 말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는거 아니냐?”
“…….”
“이것 보라니까. 꼭 쓸데없는 생각만 골라서 해요 아주. 내가 미쳤냐? 너한테 그런 말을 하게? 잉글랜드의 힘깨나 쓴다는 귀족들이 우리 집에 왜 들락거리는지 아냐? 나 사위 삼으려고 애쓰느라 그렇단다. 더 웃긴건 에리카를 자기 며느리 삼겠다고 오는 놈도 있었다는거 아냐 모르냐?”
“내, 내가 뭐라고 했다고 자꾸 그러는데?”
“그런데 얼굴은 왜 빨개지시고 그러나?”
“너, 너!”
퍽!
에스텔의 주먹이 칼의 가슴에 적중했고 칼은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칼은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고 프레드릭과 아마리아는 그녀의 행동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에스텔은 넘어져있는 칼을 보며 말을 던졌다.
“내가 뭘 믿고 이런 애를 상관으로 모시고 있는거지? 아, 열 뻗쳐. 거기 둘은 뭘 봐요!”
“아, 아니. 우린 뭐…”
“흠. 꽤 아픈걸?”
어느새 칼은 일어나서 의자를 다시 세웠다. 아직도 아픈지 맞은 부분을 문지르고 있었다. 칼에게 일격을 가했어도 에스텔은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나한테 자꾸 그러는데? 왜!”
“네가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던가. 왜 나한테 그래? 일 다 벌여놓고 나중에 나한테 화풀이냐?”
“모, 몰라!”
“흐흐흐. 그러니까 덤비긴 왜 덤벼.”
에스텔은 고개를 획하고 돌려버렸다. 여전히 화는 가라앉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칼은 그녀를 보며 연신 웃고 있었고 프레드릭과 에스텔은 그렇게 얻어맞고 저렇게 태연한 칼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프레드릭이 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너 참 대단해졌다.”
“흐흐. 주점 여급들 말상대 하다보면 다 이렇게 돼.”
“하여간.”
칼은 찻잔의 차를 쭉 들이키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흠, 그러고 보니 런던에 알프레드 형님이랑 스카이 누님이 안계시던데?”
“아, 그 마왕하고 그 무서운 여자?”
“음? 왜 마왕으로 알려져 있는 거야 도대체?”
프레드릭의 대답에 칼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프레드릭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솔직히 말하자. 생산으로 그만한 자본 축적한 사람이 몇이나 되냐?”
“몇 안 되겠지. 어쨌든 오늘은 나 안마실거니까 들이 붓지 마.”
“오? 어떻게 알았지? 어차피 모레 출항 놈이 뭘 몸을 사려?”
“맘대로 해라. 내가 뭐라고 하겠냐. 마시라면 마셔야지.”
“자 숙녀 여러분 오늘은 칼리온 디트리히가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하하하.”
프레드릭의 장난스런 말에 칼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리고 그의 허리에 찬 검을 슬쩍 뽑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프레드릭은 더욱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오, 오, 그만, 그만. 나 죽이려고?”
“그래, 죽일거야. 죽어버려!”
“오, 이런. 얘 좀 말려 봐.”
“시끄러, 그냥 죽어!”
검을 뽑다가 집어넣은 칼은 검을 칼집에 넣은 채로 그를 향해 휘두를 기세로 덤비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에스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칼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꽉 붙들었다.
“야! 이거 놔! 내 저 녀석을 단칼에 베어버릴테다!”
“야, 칼. 너 어린애야?”
“뭐, 뭐?”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칼은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었다. 에스텔은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그를 타일렀다.
“별것 아닌 것 갖고 왜 그러는데? 이제 진정해. 술 그까짓 거 마시면 되잖아. 내가 옆에 있을거니까 상관없잖아. 안 그래? 자, 누나가 하는 말 듣고 어서 검 내려놓으세요.”
칼은 그녀의 말에 고양이마냥 조용해졌다. 프레드릭과 아마리아는 너무도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만 봤다. 둘의 표정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로 물들어있었다. 에스텔은 그를 놓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그래. 우리 고양이. 말도 잘 듣지.”
그녀의 말과 행동에도 칼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평소라면 ‘내가 무슨 아기냐?’라는 반응이 나와야 했지만 조용했다.
“이제 좀 진정이 돼?”
“조금은.”
“아하하, 앞으로도 종종 이럴거다.”
“좋을 대로 해.”
칼은 조용한 말투로 그녀의 장난스런 말에 대답했다.
오랜만에 하나 올립니다...;
결국 이벤기간동안 상클 태웠고..그 속도감 즐기는 중이랄까요?-_-;;
대학교 오티도 있었고..몇일뒤엔 엠티도 가고..;
이것저것 참 바쁘네요..가뜩이나 수강신청 전쟁도 패전해서...orz
데이트...도 있고...[팔자에도 없는짓 하려니 정신이 없지...;]
최대한 빨리 쓸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