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함대는 매우 분주하였다. 수뇌부에서는 계획을 세우는데 여념이 없었고, 병사들은 무기와 갑판, 돛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분주했다. 나 역시 작전회의에 참석하였다.
“이번 토벌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미르슈아의 본거지를 찾는 것이오. 미르슈아가 라스팔마스 제도를 점령했을 당시, 라스팔마스 성은 철저히 파괴되어버렸소. 항구로 적당한 곳은 라스팔마스 섬에서 정서쪽에 있는 바로 이 섬의 동쪽 만이오.”
타라고나 백작이 해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 곳에 미르슈아가 새로이 성을 쌓았을 가능성이 크오. 이 섬은 우선 동쪽 만을 제외하고는 암초가 많아 배가 좌초되기가 쉽기 때문에 섬의 방어에 매우 유리하며 자원이 풍부한 곳이오. 우리 연합함대는 이 곳에 상륙할 것이오.”
“하지만 상륙작전을 할 때 미르슈아의 함대가 섬의 남북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허를 찌를 수도 있습니다.”
한 사관이 질문하였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용병대와 자경단이 엄호를 해주시오. 만약 적들의 함대가 우리를 양 옆에서 공격한다 해도 신속히 상륙을 한다면 전세는 판가름 날 걸세.”
“알겠습니다.”
그 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었다.
“무슨 일인가?”
오프루트백작이 물었다.
“제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밖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가보니, 병사들이 웅성거리며 바다를 쳐다보았다. 작은 배 한 척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비교적 작은 배인데도 매우 긴 돛대가 10개 쯤 달려있는 점이 이상하였다. 그런데, 그 배가 점점 더 가까이로 떠내려오니 그 돛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돛대가 아니었다. 매우 긴 말뚝 13개였다. 말뚝마다 위에 꼬리를 말린 용을 그려놓은 깃발이 있었다. 병사들이 배를 가까이 끌어당겨 보니, 3명의 시체들이 벌거벗겨진 채 한 말뚝에 박혀있었다. 말뚝은 희생자들의 항문을 찔러서 입으로 나와 있었다. 병사들은 그 처참한 광경에 기가 질러있었다. 나는 즉시 선실로 들어가 그 상황을 말하였다. 이윽고 갑판에는 모든 장병들이 나와 있었다. 4명의 병사들이 그 배로 가서 상황을 확인해본 후, 배에 실려 있던 나무조각 하나 가져와 타라고나 백작에게 주었다. 나무조각에 희생자의 피로 씌여진 듯한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그 곳에서 10해리만 더 남쪽으로 온다면, 모두들 이렇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 날 밤, 나는 갑판으로 나왔다. 낮의 본 처참한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였다. 한 명의 희생자는 아직 앳돼 보인 듯한 소년이었는데 팔 다리가 잘려있었다. 또 다른 희생자는 여자이었는데, 음부가 온통 도려내어져 있었다. 나는 앞으로 일생동안 무인으로 살면서 손에 피를 묻혀야 할 것이나, 그 비열하고도 처참한 광경에는 나 역시 기가 질려버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의 본거지에는 수백 개의 말뚝이 꽂아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때, 차가운 칼날이 내 목에 겨누어졌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오.”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숙이고 나에게 칼을 겨눈 자를 발로 찼다. 그 자는 뒤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누구냐? 미르슈아가 보냈느냐?”
그렇게 말하며 나는 복면을 벗겼다. 처음에는 앳된 소년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자 머리칼을 짧게 자른 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미르슈아가 여자를 보낼 리는 없고, 왜 이 곳에 잠복해서 나에게 칼을 겨누었느냐?”
“저를 이 배의 병사로 써주십시오.”
“너를 이 배에 태워달라고? 그렇다면 받는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느냐?”
“...”
“군인이 여자에게서 무엇을 원할 것 같느냐?”
그 여인이 매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농담을 하였다. 여긴 군선이다. 민간인은, 특히 여자는 군선에 탈 수 없다. 어서 육 지로 돌아가거라.” 내가 몸을 돌려 선실로 가려는 순간, 그 여인이 말하였다.
“가족들의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내가 돌아보았다.
“저희 가족은 예전에 미르슈아와 그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 모두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 고 저는 붙잡혀서 해적들에게 욕을 당했습니다. 저는 가까스로 해적들이 탄 배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복수를 위해서 저 혼자서 무예를 배웠습니다. 부디 저를 태워주십시 오.”
“혼자서 무예를 배웠다고?”
“그렇습니다. 검술과 사격을 배웠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너는 내일부터 좌측갑판의 7번 포문으로 배치된다. 너의 임무는 포수가 화포를 발사한 후 장전 할 때 화승총으로 엄호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장군.”
“그런데, 네 이름이 무엇이냐?”
“후아니타 래드니입니다.”
“이 곳에서의 네 이름은 후안 래드니이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후아니타 래드니는 고물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