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여기 와서 이것을 좀 보십시오!”
나포된 갤리의 선저로 내려간 장교 한 명이 나에게 외쳤다. 나도 뒤따라서 선저로 내려가보았다.
선저로 내려가보니, 내 눈앞에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죽은 시체들이 보였다. 그들의 복장을 보아 민간인들 같아 보였다.
“사로잡힌 민간인들 중 건강한 자는 노를 젓도록 하였군. 이들은 갤리가 나포되기 직전에 죽음을 당한 것 같군.”
“그런 것 같습니다 장군.”
시체에는 온 몸에 채찍에 맞은 상처들이 보였다. 그렇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으로 노를 젓다가 더 이상 노를 저을 수 가 없을 정도가 되면 말뚝에 박혀 죽었을 것이다.
나는 회의 때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 그 결과, 앞으로 토벌함대는 해적들의 토벌과 함께 신속한 민간인들의 구조에 대해서도 주력을 다하기로 결정되었다.
회의를 마치고 핀타 호로 돌아온 나는 칼을 닦고 있는 후아니타가 보였다.
“래드니, 사람을 죽인 것 이 이번이 처음인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그럼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가 언제인가?“
“해적선에 붙잡혔을 때 였습니다.”
“나에게 자세히 말 해 줄 수 있나?”
“...”
“말하기 싫은 기억이었나 보군. 그렇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네.”
“아닙니다. 제가 해적선에 붙잡혔을 때,단검을 집어들고 갤리를 탈출할려고 했는데, 해적 한 명에게 들켜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자를 단검으로 찌른 것이 제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였습니다. 그 때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해적선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후에 제 얼굴과 손에 묻은 피가 보이자, 제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충격이 컸겠군.”
“...”
“래드니.”
“네?”
“...그만 가 봐도 좋다.”
나의 생각은 회의 때로 돌아갔다. 민간인들의 구출문제에 대한 토의 후 군의관인 카를로 펠릭스 장군이 입을 열었다. 펠릭스 장군은 이제 갓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의 군복 중앙에는 뱀 한 쌍이 나선형으로 엉켜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그를 돋보이게 했었다.
“조금은 해괴하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죽은 해적의 시체들 중 거의 온건한 모습의 시체 있는데 그 시체를 해부하게 해 주시오.”
“뭐요?”
타라고나 백작이 따지듯이 물었다.
“이 것은 흔치 않는 기회입니다. 시체를 해부하게 해 주시오.”
피가페타 경도 거들었다.
“범죄자나 전투 중에 죽은 적의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니, 그리 하는 것도 나 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좋소. 학문적인 목적이니 허락하겠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부에 장군들도 참관하지 않겠소?”
오프루트 백작이 대답하였소.
“참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소. 그래, 몇 시에 해부를 할 예정입니까?”
“오늘 밤 9시 즈음에 할 예정이오.”
선실 중앙의 탁자 위에 시체가 놓여 있었다. 펠릭스 장군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시체의 상태가 양호해서 악취가 나지 않지만, 해부가 진행될수록 악취가 심해질 것이오. 모두들 마스크를 쓰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펠릭스 장군 휘하의 군의관들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하자, 펠릭스 장군이 말하였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펠릭스 장군이 손수 해부하는 동안, 다른 군의관들은 그 것을 양피지 위에 그려 넣었다.
해부는 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부는 몇 시간이나 걸렸다. 해부가 진행될수록 악취가 심해졌다. 급기야 도중에 악취를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사관들도 보였다. 두개골을 자르고 뇌를 꺼낸 후 부터는 펠릭스 장군의 손이 바빠졌다. 시체가 점점 부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뒤, 드디어 해부가 다 끝났다. 펠릭스 장군은 피가 묻은 손을 씻은 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해부도를 확인하였다. 나를 비롯해 여러 장수들이 밖으로 나왔다. 기나긴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