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The Rainbowchaser of Ordos - 양방언
Season 0 : Prologue, Huntingdon Side
시즌 0 : 프롤로그, 로버트 헌팅던 편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어떻게 해 주면 만족하겠나?”
헌팅던이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그 목소리가 들린 응접실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지금껏 빈틈없이 그를 감싸고 있던 장벽이 덧없이 허물어졌다. 여유롭게 턱을 괴고 있던 오른손이 스르르 떨어졌다. 입가에 드리워졌던 웃음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오직 조롱만을 담던 청회색 눈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오셨습니까, 폐하.”
막 응접실에 들어선 여성의 정체를 알아챈 관료들이 왕실의 예법대로 인사를 올리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수고했네, 최고 서기관. 지금부터는 내가 이야기해 보겠어.”
그녀가 누구인지를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헤집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정체는 단 일말의 의심을 품을 여지조차 없이, 너무나도 분명하고 당연한 것이었기에.
영국과 모든 영국인 위에 군림하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이자 영국 국교회의 수장, 엘리자베스 여왕.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헌팅던은 잠시 동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무언가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국가의 고위 관료들이 그에게 모여들었다는 사실을 통해 이것이 비단 개인이나 몇몇 작은 집단의 문제임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여왕마저 그와 대담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다시 여왕의 얼굴을 보게 될 줄도, 그녀의 모습이 그 날, 8년 전과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헌팅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왕을 만났던, 아니 일방적으로 보았던 것은 8년 전 여왕의 대관식 때, 아직 그가 해적질에 몸을 담기 전이었다. 국내의 신교도들을 잔혹하게 박해했던 폭군이자 이복 언니였던 '블러디 메리(Bloody Mary)'의 세력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는 당시 아직 이십 대의 나이를 걷고 있었다.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 세월이란 녀석도 한 나라의 여왕만큼은 알아보고 비껴간 모양이었다. 그 동안 국정을 다루며 여왕으로서의 위엄과 정숙함, 사람을 다루는 카리스마가 한눈에도 물씬 짙어졌음은 확연히 드러났지만, 속세와 세월의 풍파에 찌들기는커녕 아직도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로부터 얼핏 엿볼 수 있는 올곧은 인상과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름 아닌 그녀가 지난 8년간 정치판의 음모와 암투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헌팅던은 문득 자신이 그 같은 8년 동안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때 그는 영국의 새로운 통치자를 경외심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던 영국의 민중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변했고, 이제 그는 해적이었다. 그리고 해적은 한 나라의 여왕 앞에 서기에는 너무나 천하고 더러운 족속이 아니던가.
헌팅던은 처음으로 해적이 된 스스로에게, 8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8년 전 오직 자신이 여왕을 보았을 뿐, 여왕은 자기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윽고 여왕의 차분한 음성이 스스로의 옛 기억과 오묘한 감정 속을 허우적거리던 헌팅던을 끄집어냈다.
“헌팅던, 로버트 헌팅던……. 좋은 어감이군. 뭐, 본론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제안하겠어. 로버트 헌팅던, 스페인을 상대로 한 사나포선의 선장을 맡아 주지 않겠나? 그대의 안전은 영국의 국력이 닿는 한, 영국 왕실에서 보장하지.”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되뇌어 보는 시점에서 잠시 보일락 말락 하게 엷은 미소를 입가에 그리더니, 이내 여왕은 다시 정색하고 헌팅던에게 진지하게 물어 왔다. 그 화답으로, 헌팅던은 잠시 흐트러졌던 눈빛을 애써 바로잡고 여왕의 선명한 바닷빛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왕실에서 타국과의 외교 관계를 내걸고 자선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제게 사략 허가를 수여하겠노라는 말씀에는 무언가 따로 바라시는 것이 있을 줄로 압니다만.”
영국 출신의 해적인 그가 스페인의 상선을 약탈하는 일이 잦아, 스페인이 그에게는 물론이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영국에도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음은 이미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소문이자 진실이었다. 스페인에서 그를 체포하여 넘겨 달라는 요구를 여러 번 해 왔으나, 영국이 번번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 가며 그를 거절해 왔다는 것도.
영국의 함대가 그의 해적선을 쫓는 시늉만 할 뿐 바싹 추격하지 않는다는 점은 헌팅던에게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략 허가를 내어 줌으로써 헌팅던의 해적선을 영국에 국유화시킨다면, 더 이상 영국은 스페인의 요구에 대한 핑계거리를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게 될 터였다.
특별한 목적을 띠고 있지 않은 한, 영국 왕실에서는 스페인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그에게 사략 허가를 수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곧바로 이어진 여왕의 대답은 여지없이 그의 판단력을 흐트러뜨리고 말았다.
“누라 뭐래도 그대는 영국에서 가장 강하고 또 유명한 해적이자 뱃사람이 아닌가? 당신 같은 인적 자원은 보호받아 마땅하지. 그리고 나에게, 우리 영국에는 자네의 재정적 협력이 필요해.”
여왕의 말을 들으며, 헌팅던은 자신의 귓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변화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때 잊었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도 모르게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로빈 후드에 대한 이상과, 자신은 전설이 끝날 무렵의 로빈 후드를 닮지는 않으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맹세가 별안간 모두 부질없고 유치하게 느껴졌다. 이상 따위는 방금 여왕이 그에게 던져 준 현실에 비하면 아무런 가치도 무게도 없는 허무한 몽상일 뿐이었다.
다음 순간, 그는 지금이 바로 어릴 적 품었던 이상의 잔상을 비로소 털어 버려야 할 순간이라고 확신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떠한 행동을 취하더라도, 결국은 해적으로서의 위치를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아.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마음속의 로빈 후드를 떠나보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런데…….”
부정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왕을 향한 자신의 변화에 대한 부끄러움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그에게 속삭였다. 선택의 자유가 그에게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분명 자신이 여왕에게 양보하기를 택했을 것이라고.
그는 그 자신도 한편으로는 이상을 포기하기를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생각이 예까지 미치자, 헌팅던은 별안간 부아가 치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스스로를 속여 가면서까지 품어 왔던 신념을 어느 한 순간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린 스스로를 향해서.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여왕을 향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독설을 뇌까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폐하. 무언가 오해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렸을 적부터 국가나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도록 교육받은 착실한 영국 국민이나 귀족이 아니라, 하류층 서민 출신 해적 두목입니다. 냄새나는 시궁창에 뒹굴며 살다가 에라 이 염병할 놈의 세상- 하고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린 지저분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에, 할 줄 아는 거라곤 술에 싸움질밖에 없고, 잘 봐줘야 심심하면 죄 없는 남의 나라 국민이나 괴롭히는 간악한 악당밖에 못 되지요. 이런데도 저를 믿으십니까?”
기다렸다는 듯 후회감이 그를 엄습했다.
잠깐의 감정에 이끌려 여왕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잠깐의 사심에 이끌려 평생의 신념이자 이상을 포기한 것이 후회스러웠고, 서기관의 손짓에 이끌려 이 자리에 선 것이, 8년 전 군중의 무리에 이끌려 여왕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해적이 된 것이 후회스러웠다.
헌팅던은 종이에 잉크가 배어들듯,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 한 쪽 구석에서 온 몸으로 천천히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한 나라의 국왕에게 말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지껄인 자신에게 내려질 형벌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관료들의 얼굴은 납빛으로 굳어져 있었다. 무심하게 정색한 여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막연한 두려움을 품은 채, 헌팅던은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대가 믿을 수 있는 인물이리라고 난 의심치 않아, 헌팅던. 해적 행위를 해 온 이래 단 한 번도 영국 소속의 선박을 공격한 일이 없고, 무엇보다도 민중들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지. 힘없지만 가장 솔직하고 또 정확한 것이 그들이니까.
그리고 비록 악랄한 성주와 성직자들에게는 반기를 들었지만, 로빈 후드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영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고, 무법자였던 시절에도 리처드 왕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표현하지 않았던가? 우리 시대의 로빈 후드.”
하마터면 그는 뭐요? 하고 반문할 뻔 했다. 여왕의 발언은 너무나 의외의 것이었다. 아니, 의외이기 이전에 그것은 모순이었다.
스스로의 의지로도 미처 완전히 지우지 못했던 로빈 후드에 대한 이상을, 그로 하여금 비로소 완전히 접고 현실을 선택하게끔 만들었던 그녀가 다시 권유했다. 해적이 아닌 사략선원으로서도 로빈 후드의 뒤를 쫓을 수 있다고, 그러니 다시 한 번, 로빈 후드의 길을 걸어 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을 휩싼 모순에 헌팅던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왕 때문에 로빈 후드를 포기했던 자신이 우스꽝스러웠고, 다시 한 번 로빈 후드로 살아 보라고 말하는 여왕의 모습 또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가 두 번째로 이상을 포기한 바로 그 순간 세 번째로 이상을 다시 안겨 준 세상도 어처구니없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 세 번째 이상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그 자신이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여왕은 그의 무례한 발언에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에.
별안간 그는 모든 긴장을 풀고 웃고 싶어졌다.
한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보여 준 모순에 어처구니가 없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에 젖어, 그렇게 헌팅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고,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내 이 사실을 부정할 수도 지울 수도 없다면, 차라리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듬으리라.
그는 입가에 묻어나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로 여왕의 눈을 올려다보며,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에 관해서는 무어라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군요. 제가 졌습니다.”
장난스럽게 양 손을 어깨 위로 작게 올려 ‘졌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인 헌팅던은 이내 정색하여 얼굴빛을 진지하게 싹 바꿨다. 깊숙이 등을 기대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여왕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목례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나직하지만 응접실 안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또렷하게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폐하의 제의에 동의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폐하와 영국에 제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그는 끝끝내 무릎만은 꿇지 않았다. 한때 자유인이었던 자의 자존심의 마지막 보루.
그 어떤 것에도, 그것만큼은 아직 양보할 수 없었다.
***
한창 무르익었던 헌팅던의 노랫소리가 뚝 끊겼다. 무아경에 빠져 자신의 처지를 잊고 헌팅던이 들려주는 로빈 후드의 전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선원들이 퍼뜩 정신이 들어 헌팅던을 보았다.
헌팅던 자신이 늘 콤플렉스로 여기는 미간에 패인 골이 평소보다 더 두드러져 보였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미간을 좁히며 뜸을 들이던 그는 이내 얼굴에 웃음을 띠며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아, 미안. 이거 어쩌나……. 예서부터는 모두지 기억이 나질 않는군.”
그렇게 헌팅던은 괜스레 뺨을 긁적이며 멋쩍게 허허 웃어넘기는데, 그 반면 선원들은 표정에서 아쉬움을 감추질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절정 부분은 이미 지나갔지만, 모두가 몰입하여 듣고 있었던 만큼 굉장히 중요한 대목을 듣고 있던 참이었다.
“자, 자.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 줄 테니까……. 지금은 예서 계속 이러고 있어 봐야 나오는 거 하나 없어. 술이나 마저 마시자구들.”
오랫동안 시가를 읊어 칼칼해진 목을 술 한 모금으로 축이며, 헌팅던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를 둘러싸고 앉아 있던 다른 선원들도 하나둘씩 흩어지며 예의 그 떠들썩한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으로부터 떨어진 뒤에야, 헌팅던은 갑판 위에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 앉았다. 특별한 용무가 없는 이상은 아무도 찾지 않는 선미갑판 중에서도 바다를 바로 지켜볼 수 있는 맨 뒷부분이었다. 수평선을 따라 하늘과 바로 이어질 것만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등지고 있는 갑판 위 동료들의 떠들썩함은 다른 세계에 속한 것 마냥 멀게만 느껴졌다.
술을 한 모금 쭉 들이켜고, 잠시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경계선을 응시하던 헌팅던은 어깨에 걸치고 있는 외투에 달린 큰 바깥주머니에서 번쩍이는 귀금속 덩어리를 꺼냈다. 몇 시간 전, 스페인의 카락을 약탈한 후 동료들과 보물을 배분할 적에 손에 들어온 왕관이었다.
어떤 용도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7년 동안 보물 약탈을 주업으로 삼느라 보물의 가치를 따지는 데에는 도가 튼 그가 봐도 보석과 황금의 세공이 굉장히 잘 된 최상품이었다. 다른 동료들의 몫과 함께 그 몫의 보물도 전부 아래층 선창에 넣어 두었지만, 그 왕관만큼은 손에 넣은 이래 몸에 지니고 있었다.
그는 혼자서 입에 미소를 띠며 옷자락으로 왕관에 묻은 얼룩을 문질러 닦았다. 그것이 자기 눈에 띄었을 적부터 저도 모르게 여왕의 모습을 떠올린 그였다. 적은 양이지만 술이 들어가서인지, 평소에는 잘 하지 않을 법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어 떨쳐 버리려 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나다운 것이 어디 있고 나답지 않은 것이 또 어디 있던가.
내가 행동하면 그것이 곧 나다운 것임을.
가볍기 이를 데 없는 마음가짐으로 술잔을 마저 비우자 따뜻한 술기운이 몸에 고루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조금 취한 모양이었다. 심하진 않겠지만, 몸에 감도는 취기와 함께 술 냄새도 좀 날 터였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영국 포츠머스 항까지는 반나절.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술이 깬 나는 멀쩡한 제정신으로 말을 달려 런던의 화이트홀에 닿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당당하게 여왕께 이 왕관을 바쳐 보이리라.
어느 새 동쪽을 향해 불기 시작한 바닷바람에 약탈자의 검은 돛이 팽팽히 부풀고,
그와 같은 빛깔을 가진 짧은 머리칼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마치 꿈꾸듯 평화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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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걸로 시독스 프롤로그 헌팅던 편이 끝났습니다ㅠㅠ!
원래 예상했던 분량만큼 딱 나와서 만족스럽네요.
으음…… 사실 글을 쓰면서 가장 힘을 주어서 써야 할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이 3편인데, 쓰다 보니 힘을 준 건 맞는데 1편이나 2편에 비해 제 만족도는 그닥 높지 않네요.ㅠㅠ
오히려 1편이나 2편이 더 잘 쓰여진 것 같기도 합니다lllOTL
에또.. 또 무언가 이 소설의 세계관 설정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저번에 이 주제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겠노라고 후기에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니 이복 언니 블러디 메리니 하는 실존인물들을 다 떠벌려 놓아서 진짜 역사처럼 보일 수 있기도 합니다만,이 소설 속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 즉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 소설 속의 세계는 실제 역사 속 세계가 아닌 그 역사를 본따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이며,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그녀의 이복 언니인 블러디 메리는 영국의 역사 속 실존 인물과 이름과 업적만 같을 뿐, 사실은 제가 이름과 업적만 본따 만든, 역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편이 어울릴 겁니다;;
그러니까 소설 읽으시다가 "어, 역사책에서 읽은 바로는 엘리자베스 1세 나이는 이 때 50대였는데?! 이거 역사왜곡이다!" 이러시면 진짜 난감합니다ㅠㅠ;;;;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The Rainbowchaser of Ordo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분인 양방언님의 음악입니다.
rainbowchaser라는 단어는 직역하면 '무지개를 쫓는 사람'이 되지만, rainbow, 즉 무지개가 문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면 '헛된 이상을 추구하는 몽상가'라는 뜻이 됩니다^^; (사실 영어사전에서 rainbowchaser를 찾아 보면, 몽상가라고 나오기도 하구요.)
제목부터가 소설 속에서의 헌팅던의 모습과 겹쳐지는 데다, 이건 먼 훗날에야(?) 말씀드리게 될 것 같지만, 음악 자체도 미묘하게 헌팅던과 얽혀 있답니다.
음.. 넣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넣는 편이 소설의 몰입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공지사항에 특별한 조항이 쓰여 있지 않아 넣긴 했는데, 혹시나 관리자분들께서 보기에 좋지 않으시다면, 따로 말씀해 주시면 스스로 음악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D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덧글까지 달아 주고 가시면 겨누성은 무척이나 좋아라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