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세요. 그는 나의 친구입니다."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병사들은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흔치않은 장교복(특히 치마가 아닌 바지에
충격을 먹었다.)을 입은 여성이었다. 흔치않은 여성의 복장에 그녀가 병사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곧 풀려날수 있었고 그녀가 얼마전 해적으로 가문을 일으킨 미들튼가문의 장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해적출신
이라는게 조금 걸렸다. 아직 해적의 습격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해서인지 큰 원한은 없지만 장차 해군함대를 이끌어야
하는 나에겐 그녀의 존재가 계속적으로 마음에 걸려있었다.
얼마후 해양협회에서 상선의 호송임무를 맡고 런던으로 돌아오다 미들튼양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나의 임무에
대한 신용과 정확성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면서 나에게 어떤 물품을 맡기게 되었다. 해적퇴치임무로 인해 네델란드의
지인에게 전달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돈이 들어있는것 같은 가죽주머니를 갖고 곧장 암스테르담으로
출항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내 배는 전투용코그선인데 무척이나 괴상했다. 그것은 백병전에 쓰이는 코그에 충각을 달아놓은 것
이었다. 혹덩어리만한 나뭇조각이지만 주변해역엔 소형해적선이 많은 지라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소형해적선이라도
일일이 백병전 벌이다보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나올수도 있기에 처음부터 이 충각을 이용해 쓸어버리면 배를 잃어버
린-특히 파괴되어-뱃사람의 충격은 크기 때문에 쉽게 사로잡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네델란드까지 가는 항해도 몇
몇해적들을 발견했지만 내 배에 대한 명성(?)을 들었는지 급히 도망치다가 주변의 영국해군에게 나포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네델란드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은 지금껏 항해한 곳과 비교하면 가까운 편이었지만 직접 입항하기는 처음이었다. 대륙
내부로 깊숙히 위치한 곳이었기에 꽤나 많은 배들이 뭉치듯 입항하거나 빠져나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암스테르담은 멀리서 본것처럼 활기차고 미래가 밝은 도시였고 무척이나 상업이 발달한것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
들의 표정은 어두었다. 소문을 들어보니 우리나라가 이반4세였던 시절에 독립전쟁을 하다가, 무참히 스페인군에게 짓
밟혔다고 한다. 그로인해 세금은 더욱 가중되었고, 아무리 상권을 살려도 스페인으로 거의 모든 수익을 뺏기다시피 되
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소문을 듣다보니 내가 가진 물품의 주인을 찾을수 있게 되었다.
바로 '프레데릭'이라는 이름의 사내였다. 네델란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유명한 운송업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보니 무척이나 사람좋고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운송이라는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을 하면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프레데릭이 갖고 있는 능력과 경험,세력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내가 그에게 가죽주머니를 전달해 주었
을때 그는 곧바로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들튼남매를 만난지 얼마 안되면서 이렇게 우직하게 가져오다니, 당신 참 미련하게 좋은 사람이군. 하지만 받을수 없
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