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_ep 이상한공고>
사아아아아아아...
라아아아아아아...
나의 노래 울려퍼지네...
그대의 귓가엔 들리는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나의 휘파람소리...
-
이른 아침, 이든 국의 아이세파크 도시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곳에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이외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이유는 그곳 게시판에 붙은 공고 하나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고]
현재 아이젠튀르크, 세네투크, 데이렌스, 샬로니카 국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 이든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며, 그 현상은 새벽에,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로잡혀 간다는 것이다.
사로잡혀 끌려가던 사람 중에서 정신을 차려 겨우 사라지지 않은 한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니, '무언가의 소리가 날 이끌었다.'라고 한다. 혹시 효과가 있을지 모르니 귀마개를 하고 잠에 들도록 한다.
'하필 내가 장사하러 가는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이스는 광장 앞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스는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남자아이 하나, 딸 아이 하나가 있는 남자다.
무역을 생업으로 삼고있는 이스는 오늘 '라스피에르'에 장사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무역에 여러가지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였다.
일단 자신이 주인이 될 상선의 선원들은 '혹시 잘못되면 어찌하나.'라던가 '바다라 도망칠 곳도 없을 것이다.' 등의 말을 해대며 라스피에르로 같이 가지 않으려 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선원 중 일부는 '세이렌의 저주가 분명하다.'라며, 바다 근처에조차 가지 않을지.
이스는 이 일은 그냥 연속으로 정신 이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 같은데, 나라에서 너무 일을 크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조선소와 주점에 가서 선원들의 생각을 미리 알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분명 아침 일찍이 일어나 일을 하는 조선소와 모든 소식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주점에는 이 소식이 이미 전해져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두 장소는 선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닌가?
이스는 제발 이번만큼은 선원들이 '얼간이'처럼 겁에 질려있지 않기를 바라며, 조선소로 갔다.
<2화>
이스는 주점으로 가는 도중, 의복점 옆을 지날 때 이상한 모습을 보았다.
이곳은 황인종 위주에 주로 눈동자 색이 검은색인 나라이다.
그런데 의복점 옆에 한 남자는 눈동자의 흰자위라는 것이 구분되어있지 않고, 온 눈이 파랗지 않던가?
마치 동양의 귀신과 같은 모습을 한 그 남자. 이시는 마귀가 씌인 남자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으나, 이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주점으로 곧장 갔다.
역시 주점 안으로 들어가보니 주황색불빛이 온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곳의 한 여급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급인데, 나이가 아직 15살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주점의 주인에게 이런저런 일을 당한다고 하니...
모두가 밖에서는 악질 주점주인이라며 욕을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일도 아닌것을 따질 수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스는 주위를 둘러보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들과 합석을 한다면 여러 술주정 등에서 재밌는 사실들을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스는 전에 "내가 모르는 정보를 술주정뱅이들이 알 턱이 있나!"라며, 이런 소식들을 무시했다가, 벼와 밀이 대 풍년인 지역에 곡물을 팔러 갔다가 오히려 본전도 못뽑고 돌아온 사례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이후로 이스는 주점 정보에 귀를 잘 귀울이게 된 것 같다.
이스는 주점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는지, 그에게 다가가 합석했다.
그 사람은 술은 별로 입에 대지 않았는지, 럼주병은 거의 가득 채워져 있었고, 안주만 질겅질겅 씹어대며 여급을 보고있는 눈치였다.
"아아, 이스왔는가."
이스는 테이블에 있는 럼주병을 집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두어개의 잔 중 하나를 집어다가 따랐다.
"이따가 술값은 줄테니 무어라 하지는 말게나."
"그래그래, 자네는 신용 하나는 확실하지. 꺽."
"그래.. 이번에 뭐 재밌는 소식 없나?"
"그거 아는가? 이번에 [트리에]의 대 자본가라던가 하는 엘로스키니스가 실종되었다는군. 아무래도 그 소문이 헛소문은 아닌 모양이야."
'실종이라.'
이스의 기억으로, 엘로스키니스는 분명히 이 도시의 동쪽 도시의 대 자본가이다.
이스는 예전에 그가 원가가 비싸지만 술을 담갔을 때, 맛이 좋다고 알려진 [크스티카나]의 밀과 보리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어서 기억을 하는 모양이었다.
엘로스키니스는 양조공장을 세개나 가지고 있는 주조사의 대표이기도 하며, 상단을 꾸리고 있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자본 장사꾼이었다.
그런 사람이 실종이 되었으니 분명 트리에의 경제 상황은 잠시 주춤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상인들이 많으면 분명히 그곳에 물건을 팔러 갈 터인데...'
하지만 이스는 예전에도 이런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
트리에의 최고 상단의 주가 산책도중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더니, 그 상태로 죽은 뒤로 경제는 주춤했지만 그 곳에서의 사람들의 지출도 줄어들어 그 기회를 노린 상인들은 전부다 쪽박을 찼다는.
이스는 아무래도 이번 일도 그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스가 지금 좋은 소식으로 들린 것은, 그는 대형 주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주조의 축이 무너졌으니 분명 그곳은 술의 수출이 힘들어질 것이다.
아마 미리 계약해둔 건들이 있을테니, 근처 마을에 싼값에 술을 팔아달라고 요청을 할테지. 이스는 이번 무역건을 마치고 나서, 바로 트리에로 달려갈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아, 그렇구만. 그거 말고 또 없나? 이번에 내가 '라스피에르'로 가기로 했거든."
"아, 그런가? 그럼 별 쓸모 없는 정보를 준것같군. 미안하네. 라스피에르라. 거긴 육로로 4일, 해로로 2일 걸리는 곳이 아닌가? 가깝긴 한데... 아마 이번에 선원들이 따라가주지 않을것같네. 세이렌의 짓이라고 하는 선원도 있어서 말이야. 정부에서 귀마개를 껴보라는게 사달이 된것같네."
"이런..."
이스가 혹시나 했던 생각이 딱 드러맞았다.
어찌 육상도시에서 세이렌이라는 생각을 하는지...
"해로는 포기하게나. 육로로 가본다면야.. 2인정도로도 갈 수 있지 않겠나?"
"2인?"
"이번에 레일이란 것이 깔렸지 않은가. 아마 말이 덜 피곤해 해서, 갈만 할걸세."
'레일이라면... 그래, 레일이라면 가능하다. 결혼 전, 몽굴라 한달 간 머물 때 배운 기마솜씨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말을 교대 사용하는것이 편리할 터. 그럼 3일이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2인이 아닌 1인이 될지도...'
<3화>
한 주점 무대 위에 여급이 한명 서 있었다.
이 주점은 이스가 들어온 곳과 같은 곳이었다.
이 여급의 일은 술취한 사내들의 말상대 역할이 아닌 노래를 부르는 것.
여급은 노래를 계속 불렀다.
「My soul and yours」라는 노래를 계속 불렀는데, 가사는 유치한 면이 적잖아 있지만 여급의 노래실력이 수준급인지라 모두가 감탄하며 듣는 노래였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생겼다.
목소리가 쫙 갈라져 노래가 끊겨버린 것이었다.
'아.. 어떻게 해... 엄마...'
"아.. 아..."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었다.
단 한번의 실수였지만 당사자에겐 철근이 자신의 머리를 내리 찍은 것 보다 더한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이걸 모면해야 하는데..'
실수를 한 소녀가 자신의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바에서 주점 주인 아주머니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는 눈을 꾸욱 감고는 앞을 쳐다본 뒤 눈의 긴장을 서서히 낮추었다.
평온해보이는 표정으로 눈을 감은 그녀는 어느세 닫혀있었던 입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당신은 들리지 않는가요
나의 잔잔한 이 목소리..
난 아직 꿈꾸고 있다네.
그대가 날 버리지 않았으리라..
제 아무리 커다란 권능이 있다하여
무어 하리오..
내겐 그대들만 있으면 되오
온.. 테미르 그대는 진실로 나를 떠나오
내 마음은 한조각 얼음되어
그대를 바라보는데」
소녀가 노래를 마치고 다시 온몸을 조여오는 긴장을 견뎌내며 눈을 떴을 땐, 술을 마시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손들은 서로 맞장구치며 썩 듣기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녀는 그들의 박수소리에 내심 기분이 좋아져, 어느세 얼굴엔 미소가 번져있었다.
그리고
"역시 대단해!"
"그러니까 말이야, 이런 조그만 주점엔 아까운 인재라니까?"
"황궁에라도 보내야 하는거 아니야?"
등의 칭찬이 테이블 내에서 오고갔을 때에, 그녀의 표정은 다시 굳어져 어두운 얼굴로 무대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역시 이 친구 정말 좋은 친구야. 나중에 술한번 거하게 쏴야겠구만.'
이스는 '해결되었다'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럼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이스는 갑자기 들려오는 큰 박수소리에 놀라, 근처를 둘러보았다.
모든 술주정뱅이들,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저번 광장 축제때 왔다던 사람들보다 몇배는 낫군!"
"이사람아, 어디 그런데에 비교를 하나?"
"왜 뭐 어때서 그러나! 우리마을의 자랑이 아닌가."
"허허, 우리같은 선원들의 자랑이지."
"크흐흐흐"
이스는 무엇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을 하는지 내심 궁금해졌다.
이스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무대.
그곳은 아까 주점에 들어올 때에 있었던 여급이 서있었다.
'그렇게 노래를 잘 불렀던가. 관심이 없었어서 모르겠군.'
이스가 주점에 들어왔던 아까와는 달리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면 분명 지금 나쁜 일이 있단 것일테다.
그런데 이 환호 속에서 그녀가 나쁜 일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이스는 '역시 주점 주인이 뭔짓을 했나보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4화>
소녀는 무대에서 내려와, 고개를 들자 식겁했다.
소녀의 눈 앞에는 주점 주인 아주머니가 서있었다.
"테미르?"
주점 아주머니의 소용한 속삭임이 마치 조용한 암살자의 칼날과 같이 소녀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주 아주 수고가 많았구나. 황궁으로 보내도 될 정도라니."
아주머니가 테미르, 그 소녀에게 싱긋 웃어보이셨다.
아니, 억지 웃음을 보여주었다.
눈은 '짜증이 나는구나'라고 말하지만 나머지 모든 얼굴의 주름들은 '이만큼이나 난 밝게 웃어준단다'라고 말하고 있는 모순적인 표정이었다.
아주머니는 테미르에게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일단 위에 올라가서 쉬려무나, 밤에 보자구. 요즘 꽤 자주보는것같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한 뒤에, 다시 주점 바로 들어가 손님을 반겼다.
테미르는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 즉 사소했던 모든 언행에 온 몸이 경직되어버렸고, 조용히 바 뒤에 있는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한칸씩 오를 때 마다 '터벅 터벅'소리와 '끼이이익'소리가 들려왔다.
테미르가 계단의 중간 즈음 올랐을 때, '턱'소리가 났다.
테미르의 몸에서 무언가가 계단 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검은색의 긴 실뭉치. 가발이었다.
15살로 어른이 되어간다는, 성숙해간다는 시기가 아직 오지 않은 테미르였다.
그래서 테미르의 목소리는 아직도 앳되어 성별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
"아아.."
테미르는 몸을 숙여 그것을 주었다.
자신이 당당하지도 당당하지 않지도 않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물질적 증거인 그것.
테미르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점점 그곳이 촉촉해졌지만 옷소매로 대충 닦아낸 뒤에, 조용히 2층 복도로 올라갔다.
테미르는 계단의 오른쪽으로 꺾어 첫번째 아르티클씨의 방, 두번째 주점 아저씨의 방, 세번째 주점 아주머니의 방에 갔다.
테미르는 조용히 방에 있는 침대에 앉아, 옆에 있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분명 밖의 날씨는 파란색일텐데, 창문의 먼지때문에 그렇게 보이지가 않았다.
테미르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창문을 열어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적시었다.
그리고 창밖의 거리에는 주점에서 안주만 사드시고 가신다는 리엔씨와 클루아씨 등 낯익은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하아.."
테미르는 조용히 한숨을 쉴 뿐이었다.
앞으로 4시간. 4시간 정도 뒤면 '밤'이기에..
-
이스는 무대의 모습을 바라본 뒤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 친구에게 5두캇을 건내주었다.
"안주값까지 메울 수 있겠지? 고마웠네."
친구는 이스의 후한 인심에 '역시 성공한 인재라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스 또한 손을 흔드는 친구에게 손을 가볍게 흔든 뒤, 주점 밖으로 나왔다.
'조선소에 갈 필요는 없는건가. 관청에만 들른 다음에, 밤에 짐을 꾸리고 내일 새벽에 출발하면 되겠군. 적어도 내일 모래 오후 4시엔 도착 할 수 있을게야. 마침 거기엔 친분이 있는 양반도 있고 하니까.'
이스는 관청으로 갔다.
이스가 사는 이 이든시티는 이든국의 수도로써, 도시의 기능을 대충 나누면 세등분으로 나뉘어진다.
남쪽에는 주택가 및 소규모 상업단지와 수상도시, '베니르담'과 같이 배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주택가가 있다.
그리고 조금 올라와 중간즈음엔 주 문화와 잡상인들의 주 공간이기도 하며, 이 도시에서는 그냥 '아무거나'를 담당하는 광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위로는 수도답게 엄청난 규모의 '상업단지'가 존재하는데 이스가 방금 들른 주점은 광장과 그다지 떨어져있지 않은 상업단지 바깥쪽에 있는 주점이다.
그리고 10분에서 20분정도를 걸어가다보면 성곽이 드러나는데, 성곽의 중심이 왕궁이고, 왕궁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제법 큰 규모의 건물들이 각종 관리기관들이다.
그 중 맨 서쪽에 있는 곳이 관청이다.
이든시티의 관청은 '무역 허가'나 '입항 허가'등을 내려주기도 하고, '시세 조정'을 하며 기타 다른 관리기관들을 감시, 관리, 감독하기도 한다.
이스는 1500두캇이나 투자해서 지은 거대 창고에 이미 몇달동안 무역할 물품들을 채워놓았기에, 관청에서 허가만 받으면 되는 입장이었다.
이스는 관청쪽으로 발걸음을 빨리하여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