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가 바뀌어 있었다.
어제까지 연후의 세계는 흙과 기와, 처마와 장독과 관아의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제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나무와 밧줄, 돛과 물결, 그리고 낯선 얼굴들뿐이었다.
“하후!”
누군가가 그의 등을 탁 쳤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이상하게도 ‘죄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았다.
하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식이었다.
수염이 듬성듬성 난 얼굴에, 바닷바람에 익숙한 눈빛을 가진 사내.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리 와라.”
도식이 손짓했다.
“오늘부터 네 밥값은 네 손발이 책임지는 거다. 선장님께서 네 놈을 이 배 사람으로 올리셨으니, 이제 넌 남들만큼은 굴러야 한다.”
하후는 짧게 대답했다.
“예.”
첫 번째 일은, 닦는 거였다.
갑판, 기둥, 난간, 물이 닿는 모든 곳.
“바다는 그냥 놔두면, 다 썩게 만든다.”
도식이 말했다.
“선체야 나중에 기름 칠이라도 하고 확인하면 되지만, 갑판은 매일 닦아야 한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반드시 닦여 있어야 하지.”
‘사람이 다니는 길은, 반드시 닦여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마당 얘기였고, 지금은 갑판 얘기였지만, 말의 모양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하후는 허리를 굽혀 걸레를 움켜쥐었다.
바닷물에 적신 헝겊이 손 안에서 축축하게 감겼다.
“이렇게.”
도식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한 손으로 바닥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둥그렇게 원을 그리듯 갑판을 문질렀다.
“대충 수건만 끌고 다니는 게 아니다. 나무결을 따라 하나하나 밀어 줘야 틈 사이에 낀 소금이 빠진다.”
그의 손이 움직이는 자리는, 확실히 다른 빛을 냈다.
바닷물과 사람의 발자국이 뒤섞여 얼룩졌던 나무가, 문질러지는 대로 조금씩 단단한 빛을 되찾았다.
“네 차례다, 하후.”
도식이 걸레를 던졌다.
하후는 그 걸레를 받아 든 뒤, 도식이 하던 대로 허리를 굽혔다.
나무판자 위를 문질렀다.
처음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금방 팔이 저릿저릿해졌다.
자꾸만 같은 자리를 헛되이 문지르는 바람에, 도식이 혀를 찼다.
“힘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도식이 그의 손목을 잡고 움직임을 고쳐 잡았다.
“힘은 팔에 주는 게 아니라, 어깨에 주는 거다. 팔은 그냥 같이 움직이는 거고.”
하후는 숨을 고르며, 어깨로 힘을 보냈다.
팔은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걸레가 나무결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래, 그거다. 그렇게 하는 거다.”
도식이 코웃음을 쳤다.
“괜히 장남이라고 글자만 끌어안고 살다 여기 떨어져 나온 놈 같은데, 손은 생각보다 빠른 편이네.”
하후는 짧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쿡 아려 왔다.
‘장남.’
‘글자.’
그런 말들은, 지금 이 배 위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여기서는 글을 읽을 줄 아는 것보다, 밧줄 하나 제대로 묶는 법을 아는 게 더 중요했다.
책상 앞에서 붓을 드는 손은, 갑판 위에선 어느 쪽이 위인지 아래인지조차 모르는 손일 뿐이었다.
하후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걸레를 움직였다.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그는 손과 무릎으로 갑판을 기어 다녔다.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무릎도 나무에 쓸려 욱신거렸다.
그러나 손이 아픈 것보다, 생각이 잠시 멈춰 있다는 사실이 더 편했다.
걸레가 갑판을 지나가는 동안엔, 관아도, 형조도, 패륜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나무결과 물, 손의 움직임만이 있었다.
“야, 조선 놈!”
어느 정도 일을 마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말끝이 꺾이는 걸 보니, 조선말이 아닌 다른 언어였다.
“이쪽도 닦아야지, 응?”
말은 서툰 조선말이었지만, 손짓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덩치가 큰 사내였다. 눈매가 깊게 파이고, 수염은 짧게 깎여 있었다.
옷차림은 선원들과 비슷했지만, 허리띠에 찬 칼의 모양이 조금 달랐다.
그가 나무판을 발끝으로 툭 찼다.
“여기. 네 자리.”
도식이 그쪽을 보며 씩 웃었다.
“우리 배에 처음 탄 조선 놈, 그냥 두면 심심해서 배가 뒤집힌다더라.”
그는 하후에게 귀띔하듯 말했다.
“저놈 이름은 ‘루오’. 명나라 땅 토박이다. 조선말은 대충 욕만 배웠다.”
루오가 도식을 돌아보며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도식이 명나라 말로 대꾸하자, 둘 사이에 짧은 욕이 오갔다.
그러나 눈빛은 싸움이 아니라 익숙한 티격태격이었다.
“뭐라 합니까.”
하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멀쩡히 걸어다니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도식이 퉁명스럽게 옮겼다.
“물에 빠진 조선 죄인은 보통 반쯤 썩은 시체로 건지는 게 순서라서.”
루오가 이번엔 하후를 가리키며 곰 같은 손을 휘둘렀다.
“조센! (조선)”
그는 가슴을 탁 쳤다.
“루오. 알겠지?”
그리고 하후를 향해,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빨리.”
요지는 간단했다.
여기선 말이 서툴러도, 손짓과 표정만으로 충분히 통했다.
하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걸레를 들었다.
“조심해라.”
도식이 작게 말했다.
“저놈,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 힘 조절을 못 한다. 잘못 걸리면 장난치다가 갈비뼈 나간다.”
“…예.”
“그리고—”
도식이 덧붙였다.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네 억울한 사정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후는 그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도식은 더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루오와 또 몇 마디 주고받더니, 밧줄이 엉켜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점심은 짧았다.
그릇에 대충 담긴 밥과 짠 국.
육지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거칠었고, 반찬이라고 할 만한 것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배 위에서 밥은, 맛보다는 속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하후가 밥을 떠먹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은 선원이 물었다.
“하후, 맞지?”
얼굴이 둥글고, 눈매가 살짝 내려간 사내였다. 조선말 억양이 남쪽 방언처럼 들렸다.
“예.”
“난 포석(浦石)이다.”
그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원래는 포구에서 짐 나르던 놈인데, 이 배에 붙은 지는 꽤 됐다. 선장님이 일만 잘하면 굶어 죽지는 않게 해 준다길래.”
포석은 말이 많은 편이었다.
“여긴 원래부터 이런 사람들 모이는 배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명나라 상단과도 거래하고, 조선 상단과도 거래하고, 가끔은 관에서 눈 감아 주는 물건도 싣는다. 뭐, 그런 덕분에 먹고 사는 놈들도 있는 거지.”
하후는 말없이 밥을 넘겼다.
“너 같은 놈도, 한둘이 아니었다.”
포석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관에 찍혀서 도망 나온 놈, 세금에 치여 가족 다 말아먹고 튄 놈, 전쟁터에서 탈영한 놈… 각자 사정이 있는 죄인들이 여기 와서 밧줄 잡고 산다.”
그는 하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 사정도 굳이 묻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만 묻자.”
“말씀하십시오.”
“도망칠 거냐, 살 거냐.”
질문은 단순했지만, 대답은 간단하지 않았다.
하후는 잠시 밥그릇을 내려다봤다.
밥알 몇 개가 국물에 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어디인가.
조선으로 돌아간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관아의 대문과 형틀뿐이었다.
형조의 뜰에서 다시 죄를 묻는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명나라 땅으로 내려선들, 신분도, 보호도 없는 이방인을 받아 줄 곳이 있을까.
바다는 잔인하지만, 적어도 그의 목에 줄을 걸려는 것은 아니었다.
“살겠습니다.”
하후는 짧게 대답했다.
포석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오후에는 밧줄이었다.
“바다 위에서 밧줄은 너의 팔이자 다리고, 때로는 너의 목줄이기도 하다.”
도식이 말했다.
“잘 다루면 살고, 헛되이 잡으면 같이 물에 빠진다.”
돛대를 따라 얽혀 있는 밧줄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겐 그저 엉킨 실뭉치처럼 보였다.
굵기, 길이, 매듭, 방향이 모두 달랐다.
“저거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다.”
도식이 돛대를 가리켰다.
“이쪽은 돛 올리고 내리는 줄, 저건 방향 바꾸는 줄, 저건 돛이 찢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줄.”
그는 가장 가까운 밧줄 하나를 잡았다.
“이건, 네가 오늘부터 죽어라 잡게 될 줄이다.”
하후는 밧줄을 잡아보았다.
손바닥 안에서 거칠게 긁히는 느낌이 났다.
조금만 힘을 줘도, 피부가 벗겨질 것 같았다.
“나무를 닦는 데 쓴 손이라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도식이 웃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당기라면 당기고, 놓으라면 놓고, 감으라면 감고, 풀라면 푼다.”
“그게 전부입니까.”
“전부다.”
도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그걸 제때 하는 놈이 많지 않다. 특히 폭풍이 올 때.”
그 말에, 물 속에서 허우적대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쏟아지던 비, 찢어지던 돛, 뒤집힐 것 같던 조운선.
“살고 싶으면, 명령과 바람 소리를 잘 들어라.”
도식이 말했다.
“이 배에서 네 귀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사람 말과 바람 말이다.”
하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밧줄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다시 한 번 거칠게 긁혔지만, 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부풀음이었다.
그러나 밧줄을 잡고 놓기를 반복하는 사이, 그 작은 물집들은 하나둘 터졌고, 터진 자리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얼얼한 통증이 올라왔다.
“놓고 싶으면, 놓아라.”
도식이 옆에서 말했다.
“대신, 그때 놓는 줄 위에 있는 돛이 어떻게 될지, 상상은 하고 놓아라.”
하후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더 굳게 말았다.
바람이 바뀔 때마다, 선장이 고함을 질렀다.
“줄 올려!”
“줄 풀어!”
조선말과 명나라 말, 때로는 더 낯선 말까지 섞여서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손은, 결국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야 했다.
잡고, 당기고, 감고, 묶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하후의 어깨와 허리는 이미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도식이 말했다.
“첫날치고는 많이 굴렀다.”
하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손목과 팔, 어깨까지, 어디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게도 몸이 땅에 매달린 것 같지는 않았다.
육지에서는,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몸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만 들었다.
여기서는 몸이 무거워질수록, 나무와 밧줄 사이에서 조금씩 자리를 찾는 느낌이 들었다.
“손.”
도식이 손을 내밀었다.
하후가 손바닥을 펼치자, 도식이 휘파람을 불었다.
“제법이다.”
손바닥 곳곳이 붉게 벗겨지고, 군데군데 피가 마른 자국이 있었다.
“이 정도면, 내일도 끌려 나올 수 있겠다.”
도식이 웃으며 말했다.
“너보다 못한 놈들은 첫날 끝나기도 전에 토하고 쓰러지고 난리난다.”
그는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병뚜껑을 열자, 쓴 냄새가 올라왔다.
“이게 뭐냐 하면—”
그가 손가락에 조금 묻혀 하후의 손바닥에 바르기 시작했다.
“말린 물고기 기름에다 약초 조금 섞은 거다. 배 선원들 사이에선 비밀 약이다.”
“비밀이라면서… 다들 아는 것 같습니다만.”
하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다 알지. 그래도 안 쓰는 놈들이 많다. 손이 까지면 그게 곧 경험이라고 믿는 바보들이지.”
약이 스며들자, 쓰라림이 조금 줄어들었다.
“고맙습니다.”
하후가 말했다.
도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살아야지.”
짧은 말 안에, 많은 뜻이 들어 있었다.
그날 밤, 하후는 처음으로 배 위에서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보았다.
갑판 구석,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자리에 앉아, 등을 난간에 기대고 하늘을 봤다.
별이 선명했다.
육지에서 보던 별과 같은 하늘이었지만, 발밑이 흔들리는 지금은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조선에서도, 명나라에서도, 이 바다 위에서도… 저 별은 그대로 떠 있겠지.’
하후는 그 생각을 하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천천히 그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불타는 집과 잿더미, 관아의 마당과 형틀이 남아 있었다.
낮 동안에는 손과 어깨가 그 생각을 막아줬지만, 밤이 되면 다시 떠올랐다.
‘어머니…’
눈을 감으면, 어머니가 기침을 하던 모습이 보였다.
약을 타던 손, 막내의 이마를 짚던 손.
‘아버지…’
마당 한가운데 쓰러져 있던 모습.
천으로 덮어둔 몸.
‘동생들…’
그 생각이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하늘을 그렇게 오래 쳐다보면, 배가 더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후가 고개를 돌리자, 포석이 서 있었다.
그도 난간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이 안 옵니다.”
하후가 말했다.
“처음에는 다 그렇다.”
포석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육지에서 끌고 온 생각들이, 바다 위에서도 멋대로 떠다닌다. 그래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어떤 점 말입니까.”
“여기선, 울고 싶으면 아무도 못 본다.”
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밤바다 위에선, 바람이 눈물까지 다 가져가버리거든.”
하후는 눈을 깜빡였다.
“울고 싶을 때, 울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울고 싶을 때까지 살아 남는 놈은 많지 않다.”
포석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니 울 수 있을 때 울어라. 다만 너무 소리 내서 울지는 말고. 돛대가 듣고 따라 울까 두렵다.”
하후는 웃음인지, 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별빛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그는 천천히, 아주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바람이 불었다. 바닷바람은 짰다.
눈에서 흘러내린 물이 짠 건지, 바람이 짠 건지, 이젠 분간이 되지 않았다.
포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옆에서 똑같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하후는 손등으로 눈가를 한 번 훔쳤다.
“내일부터는… 더 많이 배우게 되겠지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야지.”
포석이 대답했다.
“바다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멈추면, 그냥 바다 밑으로 보내버린다.”
그 말은, 위협이 아니라 약속처럼 들렸다.
“잘 자라, 하후.”
포석이 몸을 일으켰다.
“내일도 네가 갑판을 닦을 수 있다면, 그게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하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석이 멀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밤바다 위에서, 별들이 조용히 깜빡였다.
하후는 손바닥의 통증을 느끼며, 그 통증이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의 죄인이었던 이름은 이미 물 속 어딘가에 가라앉았다.
밑바닥 선원으로 시작한 ‘하후’의 삶은, 이제 겨우 첫날을 넘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첫날이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무엇보다도 뚜렷했다.
내일도 바다는 흔들릴 것이고, 그는 다시 갑판을 닦고, 밧줄을 잡고, 바람과 명령을 들을 것이다.
살기 위해.
언젠가, 이 물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