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2부에서는 7천골 영웅과 1만골 영웅을 다룰 차례입니다. 이들은 2천골, 4천골 영웅과는 다르게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워크래프트는 안해본 사람은 많아도, "Succeeding you Father"를 안 들어본 사람은 드물죠),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따라 연구도 많이 되었고, 저 스스로도 이들의 점수를 매기는 데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들 값이 좀 나가는 영웅들이기 때문에 초심자의 경우엔 아무리 많이 사고 싶어도 둘 이상 사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갑전사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요.
5. 아서스 (7000 골드)
초심자 추천도 (4 /5)
실제 성능 (3 /5)
이 친구의 특징이라고 하면 "뚜벅이"를 들 수 있습니다. 뚜벅이란 순간적으로 적의 딜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탈출기가 없는 영웅을 말합니다. 알파 시절에는

의 강력한 힐량으로 그 단점을 봉쇄하였지만, 패치를 통해 힐량이 폭락하여 뚜벅이는 아서스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었습니다.
상위권의 딜량에,
와
의 높은 유틸성, 나쁘지 않은 탱킹이라는 OP로 불리기에 손색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딜이 몰릴때 딜을 잠깐 빼줄 탈출기 하나가 없다는 단점이 끊이멊이 아서스의 발목을 잡습니다. 궁극기 힐량을 조금만 상향 해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드는 영웅이죠.하지만 메인탱커가 아닌,

에 특성을 투자한 딜탱 아서스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아서스는 다시금 약간의 빛을 보게 게 됩니다. 근접이 안된다는 태생적 한계는 어떻게 해도 극복이 안되니, 근접했을때 확실히 죽여버리겠다는 역발상이죠.
아서스는 초심자가 잡기 참 좋은 영웅입니다.

을 이용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을 이용해서 마나를 회복할 수 있는, 체력 회복기와 마나 회복기를 동시에 갖춘 거의 유일한 영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은 라인전과 용병 캠핑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장해주죠.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속한 등급대가 상승할수록 뚜벅이라는 태생적 약점에 퇴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6. 티리엘 (7000 골드)
초심자 추천도 (4.5 /5)
실제 성능 (4.5 /5)
ETC와 함께 오픈베타 현재 전사 영웅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입니다. 3개월 간 있었던 두 번의 패치에서 전혀 변동 사항이 없었음에도 갑자기 1티어로 튀어오르는 재미있는 영웅이기도 하죠.
티리엘의 가치는

에서 옵니다. 물론 히오스에서 돌진기야 많지만, 심판이 특별한 이유는 돌진 중에 저지 불가이며, 사정거리가 넓으며, 2초라는 상당히 긴 스턴이 달려있고, 대상 근처의 적을 넉백시킴으로써 진형 붕괴를 일으킨다는 그야말로 히오스 최고의 돌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

등 위협적인 정신집중 기술을 심판으로 끊어주는 것은 앞으로 티리엘이 어떤 버프/너프를 받든 변하지 않을 티리엘의 픽 사유가 될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티리엘이 궁셔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매우 유용한 공격기와 탈출기로 사용될 수 있으며,

는 일단 티리엘이 죽고 난 다음에도 소극적으로는 진형 파괴, 적극적으로는 아예 빨피인 적과 동귀어진 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패시브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밸붕 영웅 아닌가 싶겠지만, 티리엘에게도 분명한 단점은 있습니다. 공격이든 탱킹이든 한 쪽을 해내기 위해선 다른 한 쪽은 상당히 많은 포기를 해야 합니다. 특히 심판을 중심으로 공격기와 평타를 콤보로 때려박는 딜리엘 빌드는 계수 하향을 먹으면서 빛이 바랬고, 현재 티리엘을 1티어 영웅으로 끌어 올린 힘은

을 중심으로 한 메인 탱커 빌드입니다. 서브탱으로 시작했지만 메인탱으로 정상에 선 희귀한 영웅이죠.
티리엘 역시 초보자에게 정말 매력적인 영웅입니다. 방송에 뜰 때 마다 "간지" 소리를 듣는 영웅이죠. 실제로 스킬 콤보를 때려 박아서 적 딜러를 따는 쾌감은 다른 어떤 전사 영웅도 따라 올 수 없는 것입니다. 난이도에 있어선 의견이 많이 갈리는 영웅입니다. 최전선에 서기엔 탱킹이 약간 딸리기 때문에 "어렵다" 쪽 입장이 있는 반면, 최상급의 탈출기와 유틸기를 갖추었기 때문에 "쉽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전 "쉽다"의 입장에서 초심자 추천도 4.5점을 주었습니다.
7. 디아블로 (7000 골드)
초심자 추천도 (2 /5)
실제 성능 (3.5 /5)
오랫동안 암흑기에 있었다가, 실바나스 패치로 탱커 1티어로 치솟았다, 다시 캘타스 패치로 내려앉은 드라마틱한 평가의 반전을 이뤄낸 영웅입니다. 얼마만큼 내려앉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2~3티어 영웅 정도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고, 아예 고인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더 이상 누구도 1티어로 취급해주지 않는건 일치하는 듯 합니다.
디아블로의 강점은 두 가지가 꼽힙니다. 하나는

을 이용한 5초 부활과,

콤보가 그 두 가지 힘입니다. 경기 후반부, 부활 시간은 65초에 서로의 체력은 5000~6000 사이인 상황에서,

를 이용해 방금 죽인 디아블로가 10초만에 유유히 돌아와 아군 딜러를 들어 메치는 상황은 디아블로를 그야말로 "공포의 군주"로 만들게 합니다. 그런 5초 부활의 힘과 더불어 길 잃은 바이킹 패치 때

의 판정이 좋아져 상대방을 억지로 적군에서 떨어뜨려 아군쪽으로 배달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확립되면서 디아블로에 대한 평가는 수직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캘타스 패치 이후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의 연비가 나빠지고, 괜히 넉백 범위만 높인 탓에 배달은 어려워 졌으며,

의 소지량을 150개로 확장하는 특성이 사라져 패시브의 성능은 물론, 후반부에 영혼 조달 없이 두 번 5초 부활하는 디아블로의 위용은 상당부분 퇴색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의 개선을 통해 극단적으로 궁극기에 의존하는 디아블로의 딜 비중이 개선되고, 신 특성

때문에 아직 모른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초심자에게 디아블로는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영웅입니다. 탈출기가 전혀 없는 대신 높은 체력과 패시브를 통해서 다른 탱커와는 다른 운영이 요구되는 영웅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초보분들의 경우엔 초반부엔 탈출기가 없어서 꾸준히 데스 수만 적립하다가, 후반에는 5초 부활을 제대로 활용도 못해보고 꾸준히 경험치만 헌납하는 안습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죠. 다른 탱커도 그렇지만, 특히 탈출기가 없는 디아블로의 경우에는 팀원들이 디아블로의 진입에 맞춰서 디아블로가 배달한 적을 빠르게 킬하거나, 디아블로가 받는 딜을 같이 받아 주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즉, 팀이 심해면 디아블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 이상 자신도, 같이 플레이 하는 사람들도, 초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 하세요.
8. 누더기 (7000 골드)
초심자 추천도 (1.5 /5)
실제 성능 (1.5 /5)
실바나스 패치가 있을 무렵, 블리자드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누더기 유저들에게 갈고리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기고 싶다" 그 결과 실바나스 패치 이후 누더기에게 남은 것은 갈고리 밖에 없었습니다.
4월 초 부터 꾸준히 하츠로그 기준 승률 꼴지를 달리고 있는 누더기 입니다. 그리고 바로 실바나스 패치가 있기 직전에 누더기는 지금의 ETC가 차지하고 있는 0티어 탱커의 영광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딜탱/원탱 다해먹던 밸런스 붕괴의 원흉 취급을 받던 녀석이었죠. 그 결과 피통이 600 정도 하향 먹고, W에 스턴을 달아주는 특성이 사라지는 변동을 먹었습니다. 그 결과 나락으로 떨어졌죠.
의견은 분분합니다. 망할 만한 핵너프였다는 평가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고. 어찌되었든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지금도 누더기의 승률은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패치전에 누더기는 그야말로 특성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던 영웅이었습니다.

의 효율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탱킹에 아예 투자를 하지 않고

에 특성을 몰아줘도 원탱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개사기였습니다. 그 좋은

가 딜이 하향 되었다고

이 대세가 되는 등, 탱커계의 귀족 중에 귀족이었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이야기 입니다. 이젠 딜탱은 꿈도 못 꾸고, 탱킹에 몰아줘야 원탱으로 굴릴 수 있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문두에서 말한

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누더기로 1인분을 하기 위해선 필수 사항입니다.

과

를 이용한 한타 개시 직전에 적군 하나를 빼 먹는 플레이는 이제 못하겠으면 그냥 누더기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도 1인분을 했다 못했다 말이 나오는 끔찍한 수준의 하향입니다.
제가 처음 히오스에 입문했을 때 전사 영웅을 하고 싶으면 누더기는 무조건 배우라고 했을 정도로 누더기는 대세였습니다. 지금 제가 이 글에 쓰는 ETC나 티리엘 역시 언젠가는 밑바닥에서 노는 고인 영웅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영웅을 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 누더기의 몰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죠.
어찌되었든 지금의 누더기는 지나치게 매니악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한 때 "그랩이 없어도 괜찮은 누더기"는 이제 옛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랩은 시야가 보이는 곳에서 던지는 그랩이 아니라, 전장의 안개 속, 혹은 지형 저편에 있는 적을 표적으로 끌고오는 그랩을 말합니다. 그래야 "한타 시작 전에 4대 5 구도로 만들고 시작한다"는 누더기의 기본 전략이 먹힐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당연히 그런 플레이는 초보에게 기대할 수 있는 플레이는 아니죠.
9. 첸 (10000 골드)
초심자 추천도 (2.5 /5)
실제 성능 (3.5 /5)
첸은 전사 영웅들 가운데서 가장 특이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영웅입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체력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주어지는 보호막으로 탱킹을 해야 하는 영웅입니다. 물론

등의 영웅들 역시 보호막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보호막은 데미지를 흡수시키기 위한 임시적인 수단이지 첸 처럼 플레이의 핵은 아닙니다.
첸 역시 소냐와 같이 "취기"라는 마나와는 다른 자원을 사용하며, 공격/피격으로 채워지는 소냐의 분노와는 달리, 취기는

라는 독자적인 스킬을 통해서 채워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첸의 기본적인 플레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를 통해 취기와 보호막을 형성하고, 취기가 오르면, 데미지를 흡수하고 남아 있는 보호막을 이용해 2초 동안 적에게

를 박고, 다시 2초가 지나면 술로 취기/보호막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첸으로 플레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강화주를 이용한 보호막으로 적의 딜링을 흡수하여 자신의 원래 피에는 영향이 안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더 수준이 오르면, 자기가 현재 받고 있는 딜량과 스킬 쿨을 잘 계신하여 강화주를 마시는 시간의 양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가 정신 집중 스킬이라는 점입니다. CC기를 받으면 그 순간 강화주는 풀리며, 첸은 5초 동안 자신의 원래 피로 상대방의 딜링을 받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거 끊기 위해서

을 박거나 하는 멍청이는 없을테지만 무라딘의

나 티란데의

, 그리고 레이너의

는 실제로 강화주를 끊기 위해 날아옵니다. 바로 일반 CC기에는 취약하다는 것이 첸의 치명적인 약점이고, 그 약점이 첸을 준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노CC조합에 대한 카운터로 밖에 이용될 수 없게 하는 한계를 부여합니다.
한때 첸은

를 이용한 딜링이 중심이 되는 딜탱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나, 너프 이후에 Q 관련 특성의 배치가 변화하면서 딜탱 빌드는 쇠락해버렸고,

탱킹을

등으로 보완하여 체력 회복량을 극대화 시키는 원탱 빌드가 정형화되었습니다. 원탱으로 시작했다가 딜탱으로 활로를 찾은 아서스와는 정 반대의 방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볼 수 있겠네요.
첸은 초보자에게 추천하고픈 영웅은 아닙니다. 일단 1만 골드라는 가격 부터가 그렇죠. 1만 골이라는 예산을 2,4,7천골 영웅을 사는데 쓴다면 최소 둘에서 최대 다섯이라는 영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1만골을 모아서 샀는데 재미가 없다면 그것만한 낭패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로테로 돌려 보시고 구매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첸 역시 아눕아락 처럼 장인 영웅입니다. 근근히 술이나 퍼먹으면서 탱킹을 하는 플레이 부터

를 이용해 한타를 지배할 수도 있는, 숙련도에 따라서 플레이가 천차만별인 영웅입니다.
10. 글을 마치며
간단하게 서너시간으로 끝내려 했는데 거의 반나절이 걸려버린 글이 되어버렸네요. 머리는 어지럽고, 앞에 다른 영웅은 점수 얼마 줬지 자꾸 헷갈리는 등 점점 더 글의 품질에 자신이 없어지네요. 일반적으로 한국인 유저들은 AOS에서 뎀딜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히오스의 경우에는 탱커는 고기방패, 힐러는 힐 셔틀에 지나지 않는 다른 AOS 장르와 달리, 탱커와 힐러가 한타에서 가지는 비중은 사실 딜러에 못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히오스에 전사 유저가 많아지는 것은 모든 히오스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