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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개숭이에게는 술을 주지 말 것' -오공편-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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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개
조회: 793
추천: 3
2012-05-29 23:09:16

 

 

 

Episode 1. 개숭이에게는 술을 주지 말 것

 

 

-오공편-

 

 

 

 

 

 

‘곤륜산에 괴물 원숭이가 나타났대.’

 

‘온 몸에 사람 뼈를 주렁주렁 달고 유령들을 끌고 다닌다더군.’

 

‘산 속에서 행방불명된 자가 한 둘이 아니야. 다 그 괴물과 유령들의 소행이라니까.’

 

‘아주 오래전에 그 녀석이 그곳에 살았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금시초문인걸. 백 팔 십세 노인도 못 들어본 이야기라고 하잖아.’

 

 

 

 

 

 

 

물결이 춤을 춘다.

 

허공에서 자지러진다.

 

 저것이 구름이라면 하늘강의 물결이고, 저것이 물결이라면 필시 탁한 강의 조류이리라.

어둡다. 어둡지 않은데 어둡다. 어두울 수가 없는데 어둡다.

오공은 눈을 비볐다.

 

 

‘ ......어.’

 

 

 지금은 낮이다. 그리고 두리번 거려본다.

흐린 시야가 3m 를 채 가지 못하고 부스러진다.

안개가 이렇게 심했던가?

나의 고향은. 아니. 잘 모르겠다.

수 십 년이 흘러 버려서 강산도 늙어 부스러졌나보다.

인간처럼. 나약한 인간처럼. 쉽게 죽고, 죽어 바스라지는 쓸모없는 나약한 인간처럼.

오공은 고개를 숙였다.

 

 

“삼장.”

 

 

대답이 없다.

 

 

“이상하네. 여기 이렇게 추운 곳 아니었거든.”

 

 

[또 뺑끼질이야 이 원숭이새끼. 니놈같이 천박한 놈 고향이 그럼 그렇지 뭐.]

 

 

     아. 들린다.

 

 

“...어. 그 말버릇 좀 고치면 안되겠냐. 제천대성이라고 불러주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는데.”

 

 

[됐다 됐어. 육시럴 놈. 오정, 술이나 한 병 가져와.]

 

 

[사형, 그쯤 해두세요. 얼굴이 꼭 오공 놈 엉덩이 같습니다.]

 

 

“...그래, 너. 인간여자 맞냐. ...험악한 주먹질에 그 말버릇 하며...”

 

 

 대답이 없다. 그래서 불러본다.

 

 

“팔계.”

 

 

안개가 짙다.

 

덜그럭-,

 

 허리춤의 삼장이 흔들렸다.

아니, 그냥 법복을 걸친 앙상한 해골이었다.

날이 춥고, 안개가 짙어 그런가. 헛것을 보네.

오공은 걸음을 내딛었다.

 

덜그럭-,

 

 등에 업은 팔계가 가볍다.

이상하기도 한 일이군.

오공은 피곤했다.

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 놈들이 찾아온다.

찾아온다니, 누구?

 

역시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대답 없는 이 놈들이다.

그렇게 오공은 쓰러져 잠이 들었다.

 

 

“술 한 잔 할래?”

 

 

 발작적으로 일어났을 때 허리춤의 뼈들이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오공은 그것들이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야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을 느꼈다.

 

구토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토해낼 수 없었다.

무엇을 먹어본 일이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사실이기도 했다.

오공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았다.

 

 

‘또 저 남자다.’

 

 

 몇 번인지는 꿈같은 현실감각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댓 번은 본 것 같다.

그리고 매 번 같은 질문이다. 지겹게도.

같은 복장에, 같은 생김새. 그리고 큰 술잔을 들고.

 

 

“술 한 잔 할 테냐고 물었잖냐.”

 

 

이렇게.

 

 오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 말을 무시하고 걸음을 내딛는다.

얼마나 잤는지 알 수 없지만 곧 있으면 밤이 된다.

이렇게 안개가 짙을 때 이곳에서 밤을 맞이하면 죽고 만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상을, 정상을 올라가야한다.

최소한 달빛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 몸으로 어딜 가냐. 괴물 원숭이.”

 

 

들리지 않는 척, 한 걸음 더.

 

 

“너, 죽을 거다.”

 

 

 안개가 짙다. 너무 짙어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었다.

 

 

[사형!! 왠 인간 여자가 성님을 잡으러 왔답디다!!]

 

 

[네놈이냐? 제천대숭이라는 놈이? 어르신의 세계정복을 위해 노예가 되어줘야 쓰겠다.]

 

 

 만사가 지루한 인생이었다. 억겁의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풍화되어 사라져가던 인생이었다. 날마다 찾아온 인간들이 날을 뿌리며 자신을 죽이려 달려들 때마다 그저 대응하는 게 전부인 인생이었다.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고는 한 번도 기대해본 적 없는 그런 인생이었다. 나쁘다거나, 불행하다거나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생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카카로트, 이 녀석은 내가 데리고 있던 꼬붕 녀석인데, 너희들도 호칭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지 않것냐. 싸워서 이기는 놈이 형이다. 3선 2승제! 파이트!]

 

 

[사, 삼장 사형.. 나이라면 오공 사형이 억겁은 많을 겁니다요.. 오정 사형보다는..]

 

 

[..다 좋은데 너는 왜 나를 부를 때마다 호칭이 바뀌냐. 통일 좀 해라.]

 

 

 감정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얼마만 이었을까. 덧없이 흘려보내 사라진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끼워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간여자는 그를 분노하게 했고, 안달나게 했고, 때로는 웃음을 주었고, 슬프다는 아주 오래된 감정도 불러일으켰다.

 

 사형이라는 헛웃음조차 나지 않는 호칭을 들어가며 보낸 짧은 여정은 그 억겁의 시간 속 편린이었고, 그 편린이 그 긴 생을 모두 집어삼켜버린 듯 했다.

 

그는 행복했다.

 

 

“삼장... 그렇게 지겹기 짝이 없는 고향인데도 다시 돌아오니 좋네. 그런데 그간 늙어 버렸나봐. 조금 숨이 차네...”

 

 

 폐에 와 닿는 습기가 마음에 들었다. 배로 지치게 하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시 와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을 고향이었다. 억겁의 시간을 이곳에서 지새워온 그에게 이곳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곳이었다. 고향이라는 말도 이곳을 떠났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의미였다. 하지만, 삼장은 이곳의 벚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오공이 이야기해주었던 개소리도 꼭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공은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삼장의 입가에 번지는 그 미소가 좋았다.

 

오공은 웃었다.

 

 

“그만 올라가지.”

 

 

어깨에 이질적인 촉감이 느껴졌을 때 오공은 간만에 짧지만 충동적인 분노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겼던 남자의 돌발행동에 오공은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내질렀다.

 

 

뻐억-.

 

 

‘아차.’

 

 

죽었을까.

 

두개골이 으깨졌나. 어느 쪽 이건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일격이 아니었다.

 

실수였다.

 

이럴 작정은 아니었는데. 그가 어깨를 잡았을 때 놓쳐버린 삼장의 미소를 견딜 수가 없었다.

안개 너머로 사라졌는지, 바닥에 고꾸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오공은 정말로 오래간만에 후회라는 감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왜? 수도 없이 쳐내고 죽여 온 사람의 목숨인데. 고작 한 사람의 목숨쯤을 더한 것이 무어가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왜?

 

나는 사람을 죽여서는...

 

어째서?

 

안 된다.

 

 

[그래서 그 놈들 목을 전부 쳐냈다고? 와 대숭이 이거 몹쓸 놈이네.]

 

 

[...나는 그저 목숨을 내건 각오에 응해준 것 뿐이다.]

 

 

[이거 입은 꼬박꼬박 살아가지고는? 원래 센 놈이 한 수 양보 하는 거야! 꿀밤 한 방 콱 쥐어박고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거 가지고 무게 떡하니 잡고 뭐? 각오에 응해줘? 웃기지마. 넌 이날 이후로 사람 목숨 가볍게 보면 그 목 내가 따버릴 테니까 각오해.]

 

 

[.... .....]

 

 

얼마간을 걸었을까.

 

 정상에 걸린 달이 차다. 급격히 찾아드는 냉기와 살기에 오공은 남자의 생명의 안위는 잊은지 오래였다. 어차피 자신을 꾸짖을 사람도 여기엔 없다.

짙은 안개 속에서 검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나, 둘.. 셋..

 

 지난번의 수 십 배는 되는 수의 양. 영기의 총 집합체라는 곤륜산 답게, 각인자를 쫓는 망령의 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고, 거대했다.

 

 구름 한 뭉텅이가 달을 가리자마자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망령들이 발광했다. 오공의 수룡대가 망자의 파티에 흥을 더했다.

 

 지옥 불 같이 타오르는 화마가 곤륜산의 정적을 찢어발겼다. 실성한 자들의 아우성과 비명이 사방을 뒤엎고 광란의 살육이 계속되었다.

 

 처음은 오공의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지옥불에서 올라온 이들은 다시 지옥불로 산화했다. 일각은 그러했다. 그것이 이각이 되고, 삼각이 되어가면서 파티는 흥을 더했다.

 

 녹슨 칼날이 어깻죽지를 찢어내고, 썩은 창이 무릎을 꿰뚫었다. 불꽃이 사그라들고, 망령들이 절규했다.

 

 오공은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내지르며 수룡대를 휘저었다.

 

 

[...사형...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마치 오래전의 이야기가 다시 되풀이 되는 것처럼.

 

 

[..팔계 녀석이 목숨 걸고 지켜낸 길입니다 사형, 살아남는다면 사형뿐입니다.]

 

 

그만. 그만해.

 

 

[부리나케 도망가지 못 하겠냐 이 빌어 쳐 먹을 원숭이 새끼야!!!]

 

 

시끄럽다. 더럽게 나약한 인간 여자 주제에. 내게 지시하지마라.

 

 

[도망가. 오공. 여기서 살아서 내 복수를 해. 여기서 같이 잿더미가 되지 말고 살아서 내 뼈라도 챙겨달란 말이다. 그러니까 제발 살아줘.. 여기서 개죽음 시키려고 너를 그 산에서 불러온 게 아니야.. 제발... 살아줘... 제천대성...]

 

 

제발.. 제발...

 

정신이 들었을 때 오공은 달리고 있었다.

오른발은 뒤틀려 종이짝 처럼 나부끼고 있었고 감각이 없는 왼팔에 수룡대는 꽂힌 창처럼 돌바닥에 미친 듯이 튀기고 있었다.

 

마치 그날처럼. 마치 그 날의 밤처럼.

 

 오공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달리고 있었다.

 

 죽을 날만 기다리던 수 백 년의 세월의 마지막에 살기 위해 달렸던 그날의 밤처럼.

그는 살아야 했다. 죽도록 살리고 싶었던 사람을 위해서, 수 백 년을 죽기만을 바래왔던 그가 개처럼 뛰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는 달리고 있었다.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오공은 몸이 공중에 부웅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처 떨쳐내지 못한 망령 하나가 달라붙었던 모양이다. 바닥에 뒹굴기 직전에 망령의 오른손에 걸린 법복을 입은 뼈가 공중으로 같이 솟구쳤다.

 

 

“안돼, 안돼, 안돼!!!!”

 

 

 바닥에 닿자마자 뒤돌아서야했다. 이 썩어빠진 목숨 따위 어째도 좋다. 하지만 저것마저 내어줄 순 없다. 두 번은 빼앗아 갈 수 없다. 다시는 네놈들에게 내주지 않겠다.

 

 피고깃덩어리가 될 때까지 육신을 으깨도 좋지만 나는 네놈들에게 다시는 이들을 내줄 수 없다.

그렇지만 체공시간이 너무 길었다. 바닥이 없었다. 오공은 바닥을 대하기까지 그가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낭떠러지였다.

 

 

 

 

-

 

 

 

 

그는 울었다. 서러워 울었다.

 

손톱이 다 깨진 두 손으로 반나절을 기어올랐을 것이다. 두 다리는 이미 감각을 잃은 지 오래.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봤으면 어쩌면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정확히 반나절이 걸렸다. 그가 있던 곳에 다시 되돌아오기까지는.

 

 

“...삼장...삼장....”

 

 

 그리고 그는 뼈무더기를 보았다.

 

아니, 뼈조각 산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산 속에서 찢겨진 법복을 보았다.

 

잔혹히 으깨지고 으깨진.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망령의 시체 속에서 완전히 으스러진 수 십구의 부서진 뼈가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왜 어째서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을까.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질러낸 비명에 곤륜산이 떨었다.

 

죽은 자들이 우는 비명을 잊게 할 만큼 서러운 비명이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산자가 낼 수 있는 가장 비통한 통곡이었을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억겁의 세월속에 지워버렸었던 그의 통곡이었다. 마치 수백년의 빚을 청산이라도 하듯이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이 폭팔했다.

'

 

덜그럭-.

 

 

 

“...?”

 

 

통감을 잃은 머리를 툭 치고 옆에 덩그러니 놓인 해골이 오공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망자를 꼭 끌어안고 다녔으면서, 옷 하나 벗으니까 못 알아봐? 곤륜산 제천대성이라더니, 알맹이는 그냥 원숭이 놈이구만.”

 

 

 그 남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남자.

죽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오공은 미친 사람처럼 뼈 조각을 끌어안았다.

 

 

“..갈 곳이 있는 사람을 붙잡고 그렇게 오래 두는 거 아니다.”

 

 

오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핏덩이와 눈물이 엉겨 붙어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남자는 칼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왼손에 들고있던 술병을 들이켰다. 망령의 뼈조각들은 모두 예리한 칼자국을 품고 바닥에 널 부러져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대신에 오공은 실성한 이처럼 입을 열었다.

 

 

“아직 여기 있어.”

 

 

남자는 심중을 들여다볼 수 없는 눈빛으로 오공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겠지.”

 

 

구름이 흩어졌다. 달빛이 곤륜산의 숲의 잠을 잠시 일깨웠다.

 

 

“술을 좋아했나?”

 

 

“...좋아했어. 지구상의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술을 잘 마신다고 자부했었어..”

 

 

“..비구니 아냐? 쯧쯔, 완전 파계승이구만.”

 

 

오공은 그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삼장이 스스로를 그렇게 몇 번이고 불렀던 것 같다.

 

 

“하긴 그래도 멍청한 원숭이 한 마리 이렇게 키운 거 보면 법력 무시는 못하겠구만.”

 

 

주루루룩-.

 

 

 머리를 적시고 뼈를 적시며 통감을 일깨우는 술이 쏟아져내려왔다. 오공이 고개를 들자 남자는 무릎을 꿇고 품에서 작은 함을 꺼내 삼장의 뼈 위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남자는 눈을 감고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합장을 하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시주 제대로 했으니, 늦게 가는 김에 이놈도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소.”

 

 

“...?”

 

 

“제자 놈이다. 한 평생 불도에 몸담아 본 일이 없어 성불 기도 한 번 못해주고 이렇게 데리고 있었지. 너는 그게 뭐냐, 무식하게. 모름지기 죽은 사람이라면 산 사람 편의를 살펴 볼 줄 알아야지. 그렇게 통째로 다 업고 다니면 보기도 흉하고 망자 이미지는 생각도 안하냐?

이래서 원숭이는 안 된다니까.”

 

 

“너...”

 

 

남자는 술병을 다시금 들이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놀랍게도 하늘을 가득 메웠던 구름이 온데 간 데 없었다.

 

 

“너처럼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었는데 전쟁이 터지자마자 정신 못 차리고 혼자 내려가 개죽음 당했지. 그렇게 니 똥 같은 실력으로는 한 사람 생명도 구하지 못 할 거라고 했는데도.

멍청이한테는 약도 없어. 그지?”

 

 

남자는 오공을 마주보고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종을 잡을 수 없는 남자다.

 

 

“자 그럼, 이제 술 한 잔 할 테냐?”

 

 

“..나는.. 술을 못해.”

 

 

“얼레? 주사있냐? 가지가지하네 이거?”

 

 

“..짖는다고 했어.. 개처럼.”

 

 

남자는 자지러졌다. 오공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낯이다. 어디에서 봤을까. 어디에선가 분명 본 광경인데.

 

끄윽끄윽 대며 숨 넘어 가기 일보직전이던 남자가 콧물을 닦아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거.. 이거 완전 개숭이구만.. 야 그래, 넌 원숭이가 아니라 개숭이다, 개숭이.

사람이 개 된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원숭이가 개 소리를 낸다는 건 또 처음보네.”

 

 

남자는 다시 자지러졌다.

오공은 눈을 크게 떴다.

선명하게 들려왔다. 목소리가.

 

 

[푸하하하하하하하!!! 세상에 무슨 원숭이가 술 먹고 개소리를 내? 야 너는 제천대숭이 아니라, 개숭이다 개숭이!! 오정! 받아 적어! 개숭이에게는 술을 주지 말 것!!! 푸하하하!!]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폭풍 같은 감정이 오공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울음이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세상이 울었다.

 

그는 삼장을 위해 세상이 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이 울 수 없어 그의 몸을 빌려 그만큼 울어준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벚이 흔들렸다.

 

푸른 벚잎 이었다.

 

달빛이 새겨준 푸른 색감이었다.

 

벚잎이 흩날렸다.

 

삼장이 벚의 붉은 빛이 싫다고 얘기했을 때 오공이 일러준 벚이었다.

 

나의 고향의 벚은 푸른색이라고.

 

그럴 리 없다고 산 속에 틀어박혀 수 백 년을 살다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 게 아니냐는 삼장의 말에 분개했던 그였다.

 

하지만 벚잎은 정말 푸른색을 입고 있었다.

 

달의 빛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푸른 벚이었다.

 

너무 웃다가 눈물까지 흘려버린 남자가 고개를 들어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오공을 보며 웃었다. 여전히 심중을 내다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와 함께 가자.”

 

 

대답이 없었다.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넉살좋게 오른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그러라고 하더라고.”

 

 

벚잎이 흩날린다. 푸른 벚잎이.

 

 

“마스터라고 불러라.”

 

 

품위 없는 모양새로 푸른 벚꽃비 사이를 노니는 여자의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개숭이, 니 말이 맞네. 푸른 벚꽃.]

 

 

오공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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