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부터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롤은 지금도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지금보다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 수 도 있다는거다.
언젠가 보니 대회에서는 맨날 보는 챔피언들만 나오고, 다들 라인에서 사리기만 하고,
용한타 전에는 잠오고, 용한타 끝나고 다음 젠 까지도 잠만 오는 심심한 게임진행을 까는 글들이 꽤 있었다.
물론 대회에서 선수들이 그렇게 플레이 하는건 절대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거고, 그런 전략을 쓸 때의 승률이 가장 높다고 판단햇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가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든다. 왜 그, 뭔가 스펙타클함이 부족하다는 느낌 있잖아.
시즌2때 어떤 경기는 봇에서 2:2 파이트를 하다가 양측 정글러가 합류해서 3:3을 하는걸 보여주다가
그 싸움이 끝나기도 전에 서로의 미드라이너가 봇에 합류를 하려다 만나서 한명이 죽고,
카메라가 깜짝 놀라서 죽는 장면을 보여주니까, 또 탑에서 서로의 라이너가 사이좋게 러브샷,
그걸 찍으니까 봇에서 킬이 우수수 나오는 그런판이 있었다.
지금에 비해서 유기적인 움직임이 모자라고, 팀웍보다 개개인의 기량이 중요시되었던 시기인지라
가끔 이런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는 보고만 있어도 소-오름이 돋았다.
게임의 질적인 면이 아닌, 보는 재미로만 따지자면 그때가 더 재밌었던것 같기에 이 글을 쓰려고 한다.
1. 원인분석
어째서 과거에 비해 롤의 게임흐름이 루즈해진걸까?
그건 라이엇이 지금까지 해왔던 꾸준한 밸런스패치(원딜오브 레전드의 약화, 육식형 정글러의 꾸준한 너프 등)와
미니언 첫 웨이브 이전 싸움의 억제(극초반 퍼블 현상금의 고자화),
그리고 오브젝트 관리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쉽게 말해 운영실력이 늘었다),
갱을 피하는데 [크나큰] 도움을 주는 토템의 도입,
암살챔프들의 끝없는 너프(아리, 제드, 르블랑, 샤코, ap트리-내 주챔프였다, 아칼리, 카직스 등, 현존하는 모든 암살챔프가 다른 챔피언에 비해 훨씬 격렬하게 너프를 먹었다)
라이엇의 패치 방향은 나쁘지 않다.
서로간의 밸런스를 맞추고, 약한 타이밍과 강한 타이밍을 만들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게임의 완성도라는 시점에서 틀리지 않다는 것이지,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었다는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게 문제다.
예를 몇가지 들어보자.
물론 지금도 바텀의 선2렙의 절대성은 누구나 다 인정을 한다.
극히 드문 경우지만, 봇에서 베인이 선 2렙을 찍었을 경우 서포터에 따라 상대가 케이틀린이라도 딜교환을 거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근데 시즌2를 생각해보자.
트리스타나, 그레이브즈로 대표되는 원딜들은 선 2렙을 찍으면 뭘 했는지 기억하는가?
대표적인게 블리츠 트리로 2렙때 앞점프후 영혼의 맞다이로 킬을 따곤 했다.
당시에 나는 골드(지금하고 다르게 상위 3%였다)였는데도 이 짓을 자주 할 정도였으니까,
대부분의 레이팅대에서는 이런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도 된다.
탑은 어떨까?
신발 3포가 정형화된 시즌2였기에, 그들은 '절대로' 와드를 살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정글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봇에서 선리쉬를 받았을 경우,
(당시에는 정글러가 마나기반이냐 아니냐에 따라 선블루/선레드를 결정했다.)
무조건 3렙 탑갱을 가는게 기본 흐름이었다.
그래서 탑에서 양측 탑라이너, 양측 정글러간의 신경전이 굉장했다.
서로가 있는걸 알면서도 먼저 움직이면 불리하기에 눈치만 보다가 참을성이 떨어진쪽이 지곤 했다.
만약 정글러가 3렙떄 탑을 찌르지 않으면 높은 확률로 그 팀의 탑 라이너가 죽었기에, 탑 라이너는 온갖 욕을 하곤 했고
그 유명한 '탑신병자' 라는 단어는 이 때 나왔던거다.
미드역시 굉장히 재밌는 곳이었다.
당시에는 미드, 탑, 원딜이 전부 다, 심지어 몇몇 정글러(리신 등)조차도 신발을 샀을 정도다.
당시 미드는 노타게팅 챔프가 주축이어서 신발을 산 양측의 라이너가 미친듯이 스킬을 쏘고 피하고를 했다.
물론 시즌2떄 신발을 산게, 시즌4때 신발을 안산것보다 느린 챔프도 있지만, 당시에 미드라이너 기본룬이 이속룬 세개였다는걸 생각하면 뭔가 좀 씁쓸하다.
결국 라이엇은 이번에도 토템의 도입과 이속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신발 3포의 제국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적어도 보는 재미에 있어서는 굉장히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이야 모르겠고, 나한테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2. 문제해결
죠오오오오온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가장 현실적으로 지금 이 상황을 개혁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위의 원인분석을 하면서 깨달았는데, 롤의 패치방향은 전체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리턴 역시 줄이는 방향으로 온거다.
그 패치방향이 만들어낸것은, 지금의 운영체제. 즉 극한까지 리스크를 줄이고, 확실한 리턴만 얻으려고 하는 메타를 만든거다.
그렇다면 개혁을 위해 필요한건 최소한 둘 중의 하나, 리스크를 높이거나, 리턴을 높이거나다.
그리고 굳이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있나?
둘다 선택하면 되잖아! 리스크도 높이고, 리턴도 높여버리자!
2-1. 시작시 선택 토템의 문제
까놓고, 시즌2때 신발3포 제국보다 더 정형화가 심한게 시작 와드토템이다. 안그래?
모든 라이너는 그거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초반 갱에 면역성을 가진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거잖아?
여기에서 리스크와 리턴을 조정함으로써 다른 토템을 사게 할 수도 있다.
지금 있는 와드토템에서 꼽히는 와드를 바꿔서, 현상금을 50골드를 주게하면 어떨까?
내가 탑 라이너라면, 갱에 버틸 자신만 있으면 와드토템이 아니라 탐지용렌즈를 살 경우도 있을거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재밌어질것 같지 않냐?
적 라이너는 자기 토템와드 위치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 쓸거고,
아니면 일부러 보여줘서, 그걸 지우러 가는 적 라이너를 정글러랑 같이 대기해서 잡아먹던가 말이다.
선 탐지용렌즈를 간 후 와드를 사서 가는것도 좋은 전략이 될거다.
적 와드를 지우기만하면 25골드 손해, 두개를 지울 수 있다면 오히려 50원 이득이 될 정도니까.
안정성도 훨씬 더 뛰어나질거잖아?
물론 탐지용렌즈-와드를 사 가면 라인전 1:1에서는 불리해지겠지만, 그게 바로 리스크-리턴이란거다.
(서로가 탐지용렌즈를 사가면 체험 지옥의 현장이 시작되겠지. 시즌2를 다시 볼 수 있을거다)
2-2. 킬을 할 때, 데스를 할 때의 리스크/리턴에 대해서
지금 프로경기에서 솔킬을 따려고 발광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턴에 비해 리스크가 굉장히 작다.
솔킬을 '안전하게' 따려고 하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적 정글러 개입의 여부. - 와드를 철저하게 박아야 한다.
둘째, 내가 상대의 원콤을 버틸 수 있을 때. - 현재의 체력과 상대방의 스킬을 피할수 있냐 없냐를 판단한다.
셋째, 내가 상대를 원콤에 보내 버릴 수 있냐 없냐 - 나와 적의 플래시를 포함해서다. 상대 역시 내 스킬을 피할 수 있다. 유리한 상황에서 플래시까지 쓰고 킬을 못따면, 안하느니만 못할정도로 손해다.
이 세자기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에 딜교환이나 솔킬을 시도했다간, 운이 좋으면 300골드를 얻고, 운이 나쁘면 적 정글까지 와서 300+150골드를 줘 버린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 리스크와 리턴의 차이다.
왜 솔킬을 따면 300골드를 얻는데, 왜 갱을 당해서 죽으면 450골드나 적에게 줘야하죳? 미친거 아닌가욧?
미친거 맞다. 이런게 불공평한 시스템이란거다.
리스크와 리턴이 1.5배나 차이가 나는데, 불리한 리스크를 질 정도로 선수들은 바보가 아닌거다.
그럼 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답은 요오오오오올라 간단하다.
현재의 챔피언 현상금 시스템은 대충 이렇다.
솔킬(적 챔피언의 현상금, 기본 300골드)
킬(적 챔피언의 현상금, 기본 300골드) + 어시스트(현상금의 절반만큼의 1/n)
어시를 먹은 사람이 많을수록, 어시골드가 줄어드는게 특징이다.
이걸 재밌게 바꿈으로서 솔킬을 늘리고 육식 정글러도 고자를 만들수가 있다.
어떻게 하느냐 잘봐라
기본 현상금 300은 동일
솔킬(적 챔피언의 현상금, 기본 300골드) - 즉 지금과 동일. 바꿀 필요 없잖아?
킬(적 챔피언 현상금의 50%, 그러니까 150골드) + 어시스트(적 챔피언 현상금 50%의 1/n)
어떠냐, 이렇게 하면 리스크와 리턴이 딱 맞아 떨어진다.
갱을 가는 육식 정글러의 리스크 리턴이 문제되지 않냐고?
애초에 지금의 리턴이 너무 높은게 문제다. 그래서 육식 정글러가 픽이 되는거고.
정글러가 전 맵의 서포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애꿎은 육식정글러를 너프할 게 아니라
이런식으로 리스크만 높이면 되는거다 멍청한 패치팀들아.
이렇게 현상금패치만 해도 리스크가 줄어들어서, 상대적 리턴이 커지니까 프로들 대회에서도 솔킬시도가 늘어날거다.
2-3. 시간에 따른 챔피언의 역할에 대한 명확화
그 왜, 댓글에도 적었지만 난 AP트리가 주챔프였다. 승률도 나쁘지는 않았고, 특이하지만 재밌는 챔프였다.
플레이방식은 굉장히 간단하다.
누구보다도 강한 1렙스킬 E, 데미지 110에 치감 50%가 붙어있고 E평이 가능한 S+급 스킬이다.
이것으로 1~2렙때 적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E평 두번이 성공하면 WE점화평평평으로 킬을 딴다.
초반에는 '거의 모든' 챔피언이 대응할 방법이 없고, 몇몇 챔프는 6렙 이후 궁 쿨마다 킬을 상납해야 했다.
대표적인게 트페, 호라이즌 버프-이동기를 써도 스턴이 걸리는- 이전의 베이가, 카서스 등이 있겠다.
E계수 1.0. W계수 0.8, R계수 1.5의 괴물같은 힘으로 1600지팡이가 나오면 탑솔이고 뭐고 달려가서 원콤을 내버렸다.
단점은 뭐냐. 시간에 약하다는거다. 특히 시즌3때 민병대를 통해 20분에 미드, 봇, 탑을 찌르면서 전 맵을 장악하는게 주요 전략이었는데, 이게 20분이 넘고 30분이 넘고 40분이 되면 굉장한 잉여로 변한다는것이다. 특히 원딜이 밴시라도 가게되면 AP트리는 어디로 가야하고 난 누구요 으아아아 W는 도주기다!!! 이러면서 공성미니언조차도 못한 존재감을 아군에게 과시하게된다.
이 이야기를 한 건, 비주류임에도 시간에 따른 위력과 역할이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어떤가. 초반에 강력한 챔프는 모조리 칼질을 당했다.
안티 AP캐리로 유명한 르블랑(리메이크 이후로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그 이전에는 고-오자),
곱등이 점프로 미드 라인의 포식자였던 카직스, Q너프 W너프, 패시브 너프, 아이템을 통한 간접 너프등과
250원이었던 엘릭서를 이용한 탑 리븐, 탑 짜오, 서폿 쓰레쉬, 미드 카직스, 기타 등등 여러가지 쪼렙 챔프.
기억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예전에 어떤 경기에서는 탑 짜오가 1렙 엘릭서 시작을 했는데, 그걸 본 상대가 쫄아서 싸움을 안걸자 엘릭서를 6렙 이후까지 들고있었떤 판도 있었다.
그렇다고 중반이나 후반에 강력한 챔프는 칼질을 당했냐면 그것도 아니다.
중반에 모든것을 걸고 농사를 짓는 나서스(53세, 농부)는 초반에 약한걸로 유명했지만 많은 아이템의 추가로 그렇지도 않게됬다. 근데 중반이라고 해서 딱히 모든것을 파괴하지는 않고, 후반이라도 몹쓸 고기방패가 되는 일은 없게됬다.
몰왕이란 아이템이 추가되기전의 베인은 정말 구렸다. 라인전도 약하고, 중반 한타때 딱히 쌔지도 않았다. 당시에 내가 베인을 할 떄는 선피바라기나 선 인피를 갈 정도였으니까 그야말로 후반만 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베인이 어떻게됬나. 몰왕이 추가된 이후로 몇주간 원딜 승률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했고, 그 이후로도 몰왕만 나오면 봇 라인의 먹이사슬을 뒤집는 괴물이 됬다. 그런데 여러가지 변화로 인해 최후반에 하이퍼캐리를 하는 구도도 사라졌다. 그냥, 시간에 따른 힘이 평준화됬다.
내가 시간에 따른 힘의 변화를 이렇게 길게 길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것이 게임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시간에 따른 힘의 변화를 이렇게 길게 길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것이 게임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요하니까 두번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팀들이 어느 한 타이밍에 모든것을 노리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유리할 때만 싸우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대충 조합을 짜도 어느 시간대나 자신들의 힘은 일정한 기울기의 상향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측다 초조해할 것 없이 평화롭게 잠이 오는 파밍을 하고, 결국 용이 나왔을때나 간이나 보자
이러면서 싸우고 난 후에 으아아아 이겼따 졌다 이러면서 스노우볼링이 굴러간다.
만약에 후반지향형 팀이 있으면, 육식 정글러를 통해 초반을 버티고 용을 다 주면서 꾸역꾸역 파밍만 하는 시스템이 나와야하고,
초반 지향형 팀이 있으면 초반에 라인전 압살 후 와드를 통해 전맵 장악 - 오브젝트를 통한 빠른 끝내기를 노려야 한다.
근데 지금은 그런게 없다. 오로지 팀원 5명의 시너지를 이용한 유기적인 움직임만을 보일 뿐, 무엇하나 특징이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가끔 보이는게 탑잭스의 성장을 노리고 꾸준히 시간만 노리는 플레이- 이때는 모든게 잭스에게 달려있다-와
비슷한 의미로 코그모의 성장만을 기다리는 플레이-아군은 코그모 하나를 위해 모든걸 바친다.-정도가 있겠다.
그나마 간간히 보이는 이러한 플레이도, 결국은 '후반' 에 모든걸 본다는거니까 게임을 질질 끌고 싸움을 피한다.
'초반' 에 승부를 볼만한 챔프도, 조합도 없다는거다. 프로경기에서 케이틀린을 고르고 라인전 압살을 포기한채, cs 십수개만 앞서는 경우도 자주 보이잖아? 케이틀린은 초반에 강하고, 후반에 약하다는 챔프 아니었나? 근데 왜 너프를 반복하고, 아이템을 생각없이 추가하고 변화시켜서 특징을 다 없애냔 말이다. 결국 케이틀린은 초반에서조차 뛰어난 활약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6렙 이전에도 말이다.
---------------------------------------------------------------------
걍 쓰다가 지치니까 여기까지 씀.
지금까지의 변화 방향을 나쁠게 없는데, 그것 이외에는 나쁜게 너무 많은것같음.
대표적으로 1렙 하이그나이트 전략이라던가 말이지.
소환사의 진노가 있던 스웨인은 1렙 점화-E평타 평타 평타 쫓아라 죽어라 돼지같은놈아! 라는 전략이 있었는데,
이게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이어서 스웨인으로 플레이하기가 정말 좋았다.
소환사의 진노가 뭔지 모르는 애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점화 사용시 공격력/주문력이 5씩 오르는거다. 개-사기.
특히 초반에 강하고 중반에 보통이고 후반에 약한 애들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런것도 지워지니까
초반 강캐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반박이나 다른 의견은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