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에서 최강자로!
신흥 강자 KT 애로우즈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삼성 왕조가 발목을 잡혔다. 삼성 블루의 질주를 막은 주인공은 바로 KT arrows.
블라인드 모드까지 가는 장기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거머쥐게 되었다.
지난 스프링 시즌에는 SKT T1 K을 상대로 승리하여 창단 최초 8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오롯이 8강 진출에서 그치는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다. 또한 선수들의 개인기와 피지컬은 최상급이나, 운영에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섬머 시즌 특유의 한타와 집중력 향상은 물론, 약점으로 손 꼽히던 운영을 보완해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블라인드 모드까지 가서 승리하는 단단한 멘탈을 보여주기도.
한편으로는 대진 운으로 결승에 진출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대부분이 삼성 블루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KT 애로우즈는 그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늘 유망주로만 손 꼽히던 그들이 유망주 딱지를 떼고 최강자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8강, 4강 모두 블라인드 세트까지 가는 난전을 펼쳤던 KT 애로우즈. 이에 반해 삼성 블루는 블라인드 세트 없이 결승에 올라왔다. 때문에 결승전에서 블라인드 모드까지 간다면 경험이 많은 KT 애로우즈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2 대 1로 삼성 블루가 앞서고 있는 상황. 4세트, 삼성 블루는 KT 애로우즈의 루키 송의진이 꺼내든 야스오를 집중 마크하며 애초에 성장 가능성을 차단했다. 블루 컨트롤에도 성공해,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KT 애로우즈의 집중력과 바론 오더로 상대를 서서히 추격하기 시작했다. KT 애로우즈가 미드 라인에서 삼성 블루를 압박할 때, 썸데이 김찬호의 마오카이는 순간 이동을 이용해 삼성 블루의 퇴로를 차단하고 교전에서 승리했다. 이 때부터 야스오가 성장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후 이어진 블라인드 모드에서는 KT 애로우즈의 압도적인 경기력이 눈에 보였다. 탑 마오카이, 미드 야스오, 서포터 알리스타로 3개의 픽이 겹쳐진 상황. 하지만 KT 애로우즈는 세 라인 모두 상대보다 성장했다. 5세트의 MVP는 카카오 이병권의 리신. 경기 초반부터 2킬을 달성하며, 매번 이루어지는 교전에서 활약했다. 한타가 일어나는 족족, KT 애로우즈가 승리했다. 무리한 내각 타워 다이브로 살짝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본진에서 벗어나서 벌어진 한타에서 에이스를 띄우며,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롤챔스 섬머 2014 결승은 KT 애로우즈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전까지는 정글러 카카오 이병권에 비해 타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상당히 박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카카오를 비롯한 모든 라인이 활약하며 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된 듯하다. 상대가 지난 시즌 우승자 삼성 블루이기에 더욱 그렇다.

(△삼인갱을 당하는 와중에도 킬을 만들어 내고 살아가는 썸데이 김찬호.)
실력은 뛰어나나, 좁은 챔피언 폭이 단점으로 꼽히던 썸데이 김찬호.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넓어진 챔프폭으로 활약한 바 있다. 결승전에서의 그는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 공격적이되, 죽지 않는 모습으로 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나갔다. 1,3,4,5세트, OP챔피언을 잡은 썸데이 김찬호의 마오카이는 무섭게 성장해, 갱킹을 버텨내고, 한타에서 크게 활약했다. 1세트 3인 다이브를 버텨내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깊었다.
매 경기, 그의 생존력은 대단했다. 최신 탑 탱커 메타에 100% 적응한 듯 보였다. 텔레포트 활용 능력도 수준급.
5세트는 탑 마오카이 미러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콘 최천주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다른 챔피언을 픽한 2세트에서 썸데이의 리븐은 그 존재감을 잔뜩 뽐냈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탑 솔러 에이콘 최천주의 문도 박사를 위협하고 상대 팀에게 무서운 존재로 성장해 나갔다. 삼성 블루가 그런 리븐을 잘 마크해, 경기에서는 KT 애로우즈가 패배하였으나 썸데이의 존재감이 눈에 띄는 경기였다.

(△경기 초반을 유리하게 풀어나가게 한 카카오 이병권의 더블킬!)
정글러 카카오 이병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평소 리신으로 알려진 그는 1,2,3세트는 카직스,
4세트는 녹턴을 플레이했다. 너프 후, 대회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카직스지만, 카카오의 카직스는 매 경기 초반을 유리하게 이끄는 역할을 수행했다. 4세트 녹턴은 첫 번째 드래곤 교전에서 패인이 되기도 했지만, 후에 역전의 발판을 삼는 역할을 했다. 적절한 궁극기 사용도 인상 깊었다. 블라인드 모드에서 보여준 리신은 소위 말하는 ‘리신의 인섹’이 부럽지 않았다. 블라인드 경기를 초반부터 매끄럽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드래곤 교전에서의 리신 더블킬! 화려한 스킬 연계와 깔끔한 킬 수납은 카카오의 클래스를 대신 말해주는 듯 했다.

(△상대가 다데라도 끄떡없다! 루키 송의진의 야스오.)
KT 애로우즈의 미드라이너 루키 송의진. 데뷔 당시 보급형 페이커로 불릴 정도로 실력있는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최강 미드라이너로 손 꼽히는 다데 배어진을 상대로 승리할 것 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1-3세트는 라이즈로써는 굉장히 능동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4세트에서는 카사딘을 픽한 다데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 블루가 루키의 야스오의 성장을 막는 바람에 게임 초중반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에 적진을 휘저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5세트 블라인드 모드는 야스오 미러전. 다데의 야스오라고 하면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차니의 알리스타와 함께 미드 갱에 성공하며, 상대 야스오보다 앞서갔다. 그의 상대가 다데의 야스오 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원탑 원딜러 데프트 김혁규를 상대로 솔킬을 낸 애로우 노동현)
바텀 라인의 라인전은 상당 부분 삼성 블루가 우세했다. CS도 데프트 김혁규가 애로우 노동현에 비해 많이 앞서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등, 삼성 블루가 바텀 라인을 압박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다. 하지만 한타에서는 달랐다. 애로우 노동현은 팀이 뒤처지는 상황에서도 던지지 않고 과감함과 안정감 사이에서 꾸준히 킬을 만들어 냈다. 최고 원딜러의 미덕을 보여준 셈.
1세트에서는 원탑 원딜러로 불리는 데프트 김혁규를 상대로 솔로 킬을 가져오며, 그의 성장을 방해했다. 이러한 플레이는 후에 스노우볼이 되어, KT 애로우즈의 승리에 크게 일조하게 된다. 5세트로 가는 핵심 경기인 4세트에서는 야스오와의 합동 공격으로 승기를 잡는 데 기여했다.

(△하차니 하승찬의 기가 막힌 알리스타 로밍)
4강전에서 알리스타로 활약한 하차니 하승찬이기에 많은 팬들이 알리스타를 기대했을 터이지만, 당연하듯 알리스타는 밴 1순위. 하지만 하차니 하승찬의 질리언 궁극기는 교전에서 크게 이득으로 작용했다. 5세트에서는 알리스타로 적극적인 로밍에 집중했다. 루키의 야스오와 함께 상대 미드 갱킹에 성공하기도. 이니시에이팅에서도 상대 알리스타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신성의 출현을 예고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KT 애로우즈)
모든 라인이 최강이라고 인정받아온 삼성 블루.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승리는 누구 한 선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번 롤챔스 섬머 2014를 봐 온 시청자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4강전과 결승전 사이라는 그 짧은 기간에 KT 애로우즈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것을. 최강팀의 칭호를 받은 삼성 블루를 상대로 해야 하는 어린 선수들이 받았을 부담감 또한 분명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우승 소감에서 하차니 하승찬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억울했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고 발언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게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정 넘치고 진지한 선수들이라고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이변을 만들어낸 KT 애로우즈! 그 이변은 단순히 운이 아닌,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롤챔스의 판도. 하나의 e스포츠 팬으로써 KT 애로우즈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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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너무 재밌게 봐서 부족하게나마 글 써보았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