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이 현 e-Sports의 중심이기에 제목을 e-Sprots계의 조던이라고 하였으나,
본의 아니게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 같아 수정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을 즐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고전파’ 혹은 ‘Faker’ 이상혁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신생 팀에서 강팀 대열에 합류한 SK Telecom T1 K(이하 T1 K)의 기둥이며, 세계 미드 라이너 중 손에 꼽히는 고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삼성 형제 팀에게 연달아 패배하며 체면을 구긴 ‘Faker’(이하 페이커) 이상혁. ‘갓전파’, ‘세체미’로 불리며 칭송받던 그가 현재 ‘퇴물’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치가 많이 흔들렸다. 이벤트 전이긴 하나 영원한 라이벌 ‘Dade’ 배어진과 미드 라인 1:1 전에서 3:0으로 패배하면서 페이커는 물어뜯기 좋아하는 일부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e-스포츠계의, 정확히는 lol계의 스타플레이어의 등장은 팬으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과감한 딜 교환, 예리한 킬각 등 압도적인 라인전을 통해 상대 미드라이너들을 압살하거나 불리한 게임을 뒤집는 그의 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스타플레이어가 속한 팀의 연이은 패배로, 그것도 숙적인 삼성 형제 팀에게 패한 대가로 악플러들은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조롱을 일삼고 있다. 그래서 그를 옹호하며 지지하는 입장에서 글을 써본다.
‘Faker’ 이상혁, 2013 World Championship을 통해 ‘최고 닉네임’을 부여받다.
2013년 한 해만 놓고 보면 페이커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앞서 언급 하였듯이 ‘갓전파’, ‘세체미’, ‘화난 페이커’ 등 팬들에게 온갖 수식어를 부여받았지만, 그는 2013 World Championship(이하 롤드컵)을 통해 최고의 별명을 얻었다.

더스틴 벡 부사장(좌)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우)
라이엇 사의 더스틴 벡 부사장은 페이커를 '마이클 조던'과 같은 선수라고 설명한다.
마이클 조던. ‘농구는 몰라도 조던은 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조던의 위상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사 중 한 명이며, 그의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다.
그런 ‘빅네임’을 당시 18세에 불과했던 페이커에게 붙여주었다. 그것은 페이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조던과 페이커를 동시에 언급하기엔 아직은 페이커가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지만, ‘lol계의 조던’이라는 칭호를 받은 페이커와 조던의 비슷한 면들을 살펴보겠다.
혜성같이 등장한 그들, 화려한 데뷔 시즌을 치르다

신인 시절 마이클 조던의 모습(23번). 그를 막고 있는 선수가 보스턴의 전설 래리 버드(33번)다.
1984년, 1라운드 세 번째 픽으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마이클 조던은 평균 28.7득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하게 된다. 그 후 당대 최강으로 불리던 보스턴 셀틱스와의 대결에서 63점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이 때 조던을 상대한 보스턴의 전설 래리 버드는 ‘신이 조던의 몸에 깃들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Ambition' 강찬용을 상대로 솔로킬을 만들어내는 페이커
페이커의 데뷔 시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신예' 페이커가 당시 국내 최정상급 미드라이너로 평가 받았던 ‘Ambition’ 강찬용을 상대로 솔로 킬을 만들어내고 매 경기마다 신출귀몰한 활약을 펼치며 데뷔 시즌에서 팀을 3위로 올려놓는 기염을 토한다.
탁월한 개인 기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 했던 조던과 페이커. 그들은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였고, ‘슈퍼 플레이’를 펼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함과 동시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조던은 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7년이라는 세월을 무관으로 보내야 했던 것과 달리 페이커는 소속 팀 T1 K와 함께 두 번째 시즌부터 우승을 거머쥐며 성공대로를 달렸다.
첫 출전한 롤드컵에서 중국의 강호, ‘Royal Club’을 꺾어 버리고 첫 한국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고, 2013 윈터 시즌에는 전무후무한 전승 우승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거칠 것이 없었던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벽

마이클 조던(좌)와 그를 가로막았던 디트로이트의 리더, 아이재아 토마스(우)
순탄한 1인자의 길을 걸어온 것 같은 조던이지만, 그의 앞을 지독히도 가로막던 벽이 있었다.
조던의 7년 무관시절 중 세 번이나 연속으로 그를 굴복시킨 일명 ‘배드 보이스’ 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였다.
‘Jordan Rules’
NBA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 들어보았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던 룰을 조던이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규칙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름과 달리 이 룰은 정반대로 조던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디트로이트의 조던 수비법이었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젊은 스타를 중심으로 한 시카고 불스와 달리, 당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철저한 팀 위주로 지독한 수비를 펼친 팀이었다. ‘코트 위의 무법자’ 로 불리웠던 빌 레임비어, 성깔 있기로 유명했던 아이재아 토마스, 그리고 조던조차 혀를 내둘렀던 ‘조던 킬러’ 조 듀마스와 훗날 조던과 함께 3연속 우승을 이룬 ‘리바운드 왕’ 데니스 로드맨(당시 리바운드 순위는 10위권 밖) 등이 포진해있었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조던이었지만 그들의 벽을 넘는데 번번이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페이커의 앞을 막은 삼성 갤럭시 게임단 로고.
시기는 다르지만 현재 당시 조던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페이커다.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냈지만, 2014년 들어서 상황이 달라졌다.
MVP 팀 시절부터 T1 K를 지독히도 괴롭혀왔던 삼성 팀은 2013년 하반기에 삼성 블루와 삼성 오존(현 삼성 화이트)로 새롭게 태어났고, 당시 약체로 분류되었던 삼성 블루는 2013 WCG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고의 팀에 군림하던 페이커를 탈락시키며 그의 벽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2014년 들어서 첫 시즌인 롤 챔스 스프링 2014 8강전에서 삼성 오존을 만난 페이커는 3:1로 패배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리그 격인 NLB로 떨어지게 된다. 이후 NLB에서도 CJ 프로스트에게 패배하며 자존심을 구긴다.
그리고 페이커와 T1 K의 시대를 저물게 한 롤 챔스 섬머 2014가 개막한다. 페이커는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며 여전히 월등한 실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팬들 사이에서 ‘페이커 의존증’이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한다.
16강 조별리그에서 잘 나가던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삼성 블루를 만나며 설욕할 기회를 얻은 페이커였지만 2:0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 후 절치부심하여 8강에 올라서게 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페이커의 앞엔 삼성 블루의 형제 팀인 삼성 화이트(前 삼성 오존)가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커는 삼성 화이트 앞에 3:1로 무너지며 두 시즌 연속으로 NLB로 떨어지게 된다. NLB 우승을 거머쥐긴 했으나, 2014 롤드컵 직행 티켓을 두고 또 다시 삼성 화이트와 대결을 앞두게 되었다.
페이커, 조던의 길을 밟을 수 있을까?
디트로이트라는 천적을 극복한 후 조던은 2번의 NBA 3연패, 총 6회 우승을 이룩하며 ‘불스 왕조’를 만들어냈고, 전 세계에 자신의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그의 곁에 무시 못 할 조력자가 있었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영혼의 듀오' 마이클 조던(좌)와 스카티 피펜(우).
조던은 분명 독보적인 실력을 지녔지만, 5:5 팀 게임에서 홀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홀로 여러차례 게임을 터뜨려버린 전과(?)가 있긴 하다.) 그렇기에 그는 뛰어난 조력자를 원했고, 그 조력자가 바로 ‘영혼의 파트너’ 스카티 피펜이다.
많은 사람들이 피펜은 궂은 일만 하는 조력자로 기억하지만, 그는 조던이 없던 두 시즌동안(93-94, 94-95)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첫 올스타 MVP를 수상하는 등 몸소 1인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했다. 충분히 팀의 1인자로서 중심이 될 실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조던의 조력자를 자처했고, 그렇기에 조던이 피펜과 함께 팀을 6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페이커의 ‘영혼의 파트너’가 될 선수는 누굴까. 많은 의견들이 갈리겠지만,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바로 ‘피글렛’ 채광진(이하 피글렛)이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듯이 데뷔 시즌부터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던 원거리 딜러(정확히는 봇 듀오) 피글렛은 2013 섬머 시즌을 기점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Piglet' 채광진(좌)와 'Faker' 이상혁(우).
당시 그의 기량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원거리 딜러 중 최고였다. 하지만 윈터 시즌 이후 그는 눈에 띄게 무리한 플레이를 많이 펼쳤고, 그것이 팀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많은 팬들이 ‘피글렛이 무리하기 시작했다.’ 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T1 K가 흔들렸다.
충분히 1인자가 될 수 있는 피글렛 이지만, 그가 페이커를 받쳐주며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그 또한 피펜처럼, 오랫동안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마치면서...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비판을, 그리고 격려와 응원을.

현재 e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축구의 브라질과 농구의 미국으로 동일 선상에 있다. 그런 자국의 스타플레이어가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고 힐난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던도 빛을 보지 못할 때도 있었고,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 후 부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 위대한 선수조차 그럴진대, 하물며 이제 급부상하는 젊은 스타야 오죽할까. 누구나 부진할 때가 있으며 빛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한 때 ‘신’으로 추앙받으며 모든 팬들의 환호와 관심을 받았던 ‘매드라이프’ 홍민기도 이유 없는 비난과 조롱이 아닌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면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e스포츠가 커지길 바라면서 응원 문화, 팬 문화가 대놓고 선수들을 깎아 내리고 근거 없는 루머들을 양산해낸다면 어느 누가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어느 누가 팬들을 위해 최고의 경기를 만들어 내려고 연습할 것인가?
그저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고 이유 없이 비난받고 조롱을 들어야 한다면 그들은 쉽게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며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를 우리 손으로 지워버리는 것이 되어 버린다.
선수들을 춤추게 하는 것은 팬들의 환호와 열광이며, 부진에 빠져 좌절감을 느낄 때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팬들의 응원과 격려다.
선수가 잘못 된 행동을 하여 이러이러한 근거를 들어 잘못을 지적할 때 그것은 비판이 되어 선수들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조롱과 비난은 선수들에게 부담감과 반항감(?)을 심어주기도 하고 그들의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불필요한 요소다. 한마디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더욱 품격 있는 리그가 되려면 팬 문화부터 품격 있어야 할 것이다. 잊지 말자. 스타플레이어를 보호하고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어느 누군가의 몫이 아닌 우리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