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도 4박 5일 일정중, 2일차 일정입니다. 전날 수령한 렌트카를 몰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1. 기노성 (鬼ノ城)
일본의 100명성 중 하나로 선정되었기에 선택하게 된 기노성은, 산 정상 부근에 성문 하나만 덩그라니 남아있으며, 정확한 것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백제인들이 지었다는 말도 있지만 정황으로 보면 그런 것 같진 않고, 산성에서 오카야마 부근의 평야지대를 감시, 관리하기에 적합한 위치인 것 같긴 합니다.
비오는 아침, 부근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산을 쓰고 걸어걸어 기노성까지 다녀왔습니다. 100명성 중 하나를 들러 스탬프를 찍고 사진을 찍고 온다는 개념만 아니라면, 굳이 고생하며 방문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대중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등산을 하거나 차를 몰아서 올라와야 합니다.
2. 오미즈엔 (Omizuen, 近水園, 근수원)
지방도시의 위성도시의 인근 마을에 있는 이 정원은, 이 곳 영주(군소영주였나 봅니다)의 정원으로 작고 고만고만합니다. 굳이 여기를 목적지로 삼았다기보다는 구글 지도를 살펴보면서 기노성 이후의 동선을 정할 때, 해당 길목에 정원이 하나 있길래 대체 무슨 정원이 이런 데에 처박혀 있을까 라는 심정으로 가본 곳입니다. 뭐 그냥저냥입니다.
3. 사이조이나리 신사 (最上稲荷山妙教寺)
3대 이나리 신사 중 하나라는 설명이 있길래 들러본 곳입니다만 물음표입니다. 3대 이나리 신사 중 하나인 후시미이나리 신사와 비교한다면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이나리 신사라서 그런지 여우상은 있었습니다.
4. 빗추다카마쓰성備中高松城)
일본 전국시대의 전투와 하나 관련이 있습니다. 1582년,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카야마 방면의 군대를 이끌고 이 빗추다카마쓰성(備中高松城)을 공략하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야마구치 지방을 장악하고 있던 모리 가문의 휘하에 있는 시미즈 무네하루(清水宗治, 청수종치)로 이 빗추다카마쓰성의 성주였습니다. 이때 하루만에 제방을 쌓아 이곳을 물바다로 만든 (마치 하비성의 여포 공략 같은) 작전을 사용했습니다.
이때 벌어진 사건이 혼노지의 변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사망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보를 통제한 뒤 모리 가문과 강화를 맺습니다. 강화의 조건은 성주인 시미즈 무네하루의 할복. 결국 시미즈 무네하루는 배를 타고 나와 할복을 하고 히데요시는 군대를 되돌려 돌아갑니다. 결과는 알다시피 히데요시의 일본 장악.
나중에 사실을 안 모리 가문은 히데요시를 추격하려 하다가, 이대로 빚을 지워두는 게 좋다는 의견에 따라 멈춥니다. 그래서인지 모리 가문은 훗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편을 들게 되고,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서군의 총사령관을 맡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제대로 찍히고 이후 영지가 3분의 1로 삭감되는 등 250년간 고난의 세월을 겪다가 도쿠가와 막부를 몰아내고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키는 주역이 됩니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사쓰마와 조슈, 두개의 번 중 조슈가 바로 이 모리 가문이 통치했던 야마구치현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응징한 이토 히로부미도 바로 이 조슈번의 하급 사무라이 출신인데, 얼마 전 암살당한 일본의 아베 총리의 지역구 역시 바로 이 야마구치현이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여간 이런 히스토리들이 얽혀 있는 이 성을 보러 갔는데, 그냥 공원이었고 성터였음을 알리는 비석과 깃발만 있어서 상당히 허탈했습니다. 앞에는 작은 자료관이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1582년의 전투만 다루고 있었습니다. 자료관을 둘러본 뒤 시미즈 무네하루의 자결지와 묘소, 그리고 그 가신들의 자결지, 그리고 수공 작전에 관련된 제방의 흔적을 만들어둔(?) 작은 공원도 있어서 한번씩 돌았습니다.
[ 깃발만 남아서 여기가 성터였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
[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지금은 자료관을 신축한 모양입니다 ]
[ 자료관도 1582년의 전투가 전부입니다 ]
[ 시미즈 무네하루의 할복지이자 묘소 ]
[ 수공 작전의 흔적이 남은 공원 ]
성터 공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깃발을 보니 일본공산당. 일본어를 모르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인부 2명 정도가 공사하는 현장 앞에서, 지나가는 차량이 1분에 한대꼴로 있는 이곳에서 무슨 시위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기묘한 시위 현장이라 한장 찍어두었습니다.
다시 차를 몰고 다음 일정으로 가는 길, 거대한 도리이가 하나 있어서 잠시 멈추어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아마 사이조이나리 신사와 관련된 도리이인 듯 합니다.
5. 빗추고쿠분지 (備中国分寺)
예전, 번마다 국분사라는, 해당 번의 중심 사찰이 있었나 봅니다. 다른 지역을 가도 국분사라는 이름을 한번씩 접하게 되는데 비전, 비중, 비후의 이곳 3개의 번 중, 이곳 비중의 국분사가 여기였던 듯 싶습니다. 지금은 들판에 외로이 떨어져 있는 한적한 사찰이 된 것 같습니다.
6. 기비쓰신사 (吉備津神社)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신사인지, 관광 정보 사이트에도 명시가 되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특히나 긴 회랑이 특징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바닥이 시멘트였습니다. 나무였다면 좋았을 것을 ...
7. 기비쓰히코 신사 (吉備津彦神社)
멀지 않은 곳이 이름이 비슷한 신사가 있어서 가본 곳인데, 그냥저냥 그럭저럭이었습니다.
8. 호후쿠지 (Hofuku Temple, 井山 宝福寺)
빗추다카마쓰 성을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했던 이날의 일정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기차역과도 꽤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도 없는 곳인데, 차량이 있어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이 절은 일본의 유명한 화가 셋슈(雪舟)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셋슈가 수행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리자 스님이 기둥에 셋슈를 묶어두었습니다. 하지만 발가락으로 쥐를 그리고 이 그림에 놀란 스님이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고 하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단풍이 아름답다고도 이름나 있는데, 아쉽게도 단풍 시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사찰을 한바퀴 둘러볼 때 늦가을이 되었을 때 정말 단풍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이곳 소자시에서 가장 볼만한 것을 뽑자면 아마 이 호후쿠지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획했던 2일차 일정을 무사히 완료한 뒤, 숙소로 향했습니다.
1일차의 일정이었던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 3일차 일정의 첫 순서였던 천공의 성 빗추마쓰야마성과 전망대, 4일차 오후의 일정이었던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각기 사진들을 올린적이 있으니 3일차와 4일차의 나머지 일정들만 각기 한번씩 정리해서 올리면 오카야마 여행도 모두 올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