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에 찌들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려 들고 등이 굽는다. 살인적 뙤약볕에 혹은 극한의 추위에 (먹고살기 위해) 육체를 내동댕이 치다보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게 된다. 그렇게 비굴을 체화한다. 그러나 이건 비단 육체노동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거다. 화이트칼라라 불리우는 정신노동자라고 별다르진 않을 거다. 육체노동에 비해 정신노동이 좀 더 품위(?)있어 보인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비굴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마찬가지일 거다. 육체 노동자이든 사무직 노동자이든...
여자에겐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재산을 가지지 못한 소작농민, 노동자들, 무자산자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않았다고 한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불과 백여년 전의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서구유럽의 실상이었다. 그러하니 우리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국가이다. 여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무자산 자영업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극적인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돈으로 투표권을 살 수 있다는 거.
투표라는 행위의 그 고귀함, 절차적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한 인류 민중들의 그 피로 점철된 역사..., 그러나 이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 우리 대~한민국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투표권을 고무신 한짝에, 혹은 밀가루 한봉지에, 막걸리 한사발에도 그냥 팔아 넘기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에겐 서구유럽이 쌓아올린 민주주의로 향한 투쟁의 역사가 전무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물론 없지는 않았다. 망이 망소이의 난이라든지 동학혁명이나, 일제하의 독립투쟁, 4.19혁명, 5.18 민주화항쟁 등등... 그러나 아무리 저들 서구유럽의 민중들이 흘린 피에 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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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게임과는 아무런 상관없을 수 있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사실 게임 이야기로만 채우다보면 재미가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게임이란 것도 현실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우리네 현실속의 삶이지 않어?
그럴거다. 틀림없이 서구유럽은 우리 대~한민국보다는 선진국이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선진국이며, 인간존엄 인간존중에 있어 선진국이다. 그러나 말이다. 저들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불변의 실체가 있다. 무엇인가? 돈이다. 돈으로 얼마든지 투표권을 살 수있다는 거. 비록 우리 대~한민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황금만능주의 적이겠지만, 어차피 저들도 황금교가 지배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언제쯤에나 자본주의(돈이 모든 것인 이데올로기,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인 삶)에서 인류가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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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나 블리자드나 마찬가지다. 둘 다 황금이 절대가치와 권력인 황금교의 절대교리를 따른다. 유저들은 저들 기업에 돈을 투표하는 것으로 유권자가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엔씨나 블자도 유저들이 던진 투표(돈)을 투자자들, 주주들, 자본가들에게 바치고 만다는 거다. 유권자들의 투표 용지로 장사를 해 투자자들을 모으는 거다. 유저보다는 투자자를 위한다는 거.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일 김택진 대표가 유저들이 던진 투표(돈)으로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한다고 한다. 그에겐 유저들(유권자들)의 의향은 상관없다. 유저들이 진정으로 엔씨소프트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장인정신이란 병진 짓거리일 뿐이다. 삭을 대로 삭은, 닳을 대로 닳은 그에게 있어 <미친 사랑 노래를 읖조리는 예술가>들은 그저 사춘기의 열정에 휩쌓인 어설픈 바보들인 거다.
그래서다. 그래서 나는 김택진보다는 송재경을 더 좋아한다. 송재경에겐 장인정신이 있다. 미쳐버린 열정이 있다. 김택진보다는 송재경이 더 칭송받고 찬사받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아키에이지가 리니지의 유저들에게, 아이온의 유저들에게, 와우의 유저들에게 불멸의 사랑이 되었으면 한다. 잔머리 경영자들, 자본가들보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경영자들, 자본가들, 개발자들이 성공하는.
송재경에겐 미친 사랑 노래가 있다. 사춘기의 열정이 있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 다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소중한 것이지..." (이 대사는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지금 아키에이지에 미쳐있다는 송재경씨의 마음이 이런 거 아닐까?
"나는 리니지를 만들기 위해 미쳐있던 과거 우리의 순수와 열정이 리니지 그 자체 보다도 더 소중하다고 믿는다. 내 믿음이 잘못됐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의 그 순수와 열정은 결과에 상관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 마음으로 우리는 지금 아키에이지를 만들고있다."
그렇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순수와 열정은 결과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마저 맑은 영혼으로의 회귀를 일깨우고, 결국엔 승리가 불가능할 것같은 결과마저 승리로 바꾸는 기적을 발휘한다.
아키에이지의 성공을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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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경에겐 사춘기의 순수와 열정이 있다. 미친 사랑 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