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레노어 내부 정리가 전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침공했다.
호드로도 얼라로도 퀘스트를 하면서 100렙을 여러 캐릭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여러 확장팩 퀘스트 라인을 하고 보면 볼 수록 이 강철호드라는 족속은 안타까운 바보들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블리자드는 지나치게 과거의 위신에 의존한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강철호드는 서쪽의 서리늑대 부족을 굴복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아제로스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최악의 경우에는 너희들끼리 살라고 내버려두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일단은 오크니까요. 진짜 문제는 강대한 드레나이 세력을 다 정리하지도 못한 채 아제로스로 침공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드레나이는 탈라도르에서 어둠달 골짜기에 달하는 거대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강철 호드가 연합했다고 하나 그들의 영토와 군대는 사방팔방으로 찢겨져 각지에서 산발적인 전투로 소모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리불꽃 마루 북부, 타나안 밀림, 고르그론드 북부, 나그란드 동부, 어둠달 남부 정도인데 곳곳에서 전투중입니다. 어디 하나 안정적인 후방지역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드레노어 대륙 곳곳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각 오크 부족들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마치 몽골족 뭉치듯이 와~ 하고 모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각 오크 부족들이 결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샤트라스입니다. 샤트라스가 위치한 탈라도르는 드레노어 각 지역을 잇는 중심부로서, 과거 삼국시대의 한강과 같은 정치적, 군사적 지위를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땅입니다. 설사 카라보르 대사원은 남겨둔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렇게 둬서는 안 되겠지만) 오크 부족들의 연합을 알박기로 맥끊고 있는 대도시 샤트라스는 철저하게 파괴하고 아킨둔까지 완전히 부셔놓아야만 했습니다. 탈라도르만 수중에 넣으면 강철 호드는 점령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포탈을 열고야 맙니다.
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했을까요? 아제로스 세력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차근차근 정리를 끝냈을텐데, 왜? 도대체 왜? 블리자드 스토리텔러들이 과거 드레노어를 보여주겠다는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까 결국 이런 한계를 보인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설사 드레노어를 다 정리하고 침공을 개시했어도, 아제로스 세력을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온갖 세력들이 강철 호드를 도와주리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고작 드레노어 대륙 하나만을 가지고 아제로스 전체와 싸우기는 불가능해보입니다. 얼라이언스 세력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볼진이 대족장으로 취임하면서 얼라이언스와의 갈등이 적어졌고, 호드도 내부 정리를 하면서 지난 확장팩들을 통해 얻은 영토에서 힘고르기를 하는 중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시스템상으로는 구현이 다 되지 않았지만 시기상으로 퀘스트가 마무리된 지역들의 생산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드레노어 일부만을 가지고 아제로스에 침공해오는건 마치 일본이 미국에 쳐들어가는거랑 별로 다를게 없는 상태입니다.
과거 호드는 알지도 못했던 칼림도어의 영토와 생산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보다는 노스랜드를 생각해보죠. 볼바르가 책임지고 스컬지를 관리하게 된 후에 얼음왕관에서 스컬지 세력은 볼바르에 의해 관리됩니다. 그리고 볼바르의 운명을 붉은용군단이 책임지고 봉인하는 상태가 되죠. 스컬지, 푸른용군단이 물러나고 개박살난 트롤과 마찬가지로 정리된 펄볼그 들이 있는 상태의 노스렌드는 퀘스트를 진행하던 당시보다는 엄청나게 안락한 곳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안퀴라즈 등 지하 왕국도 반란군이 내부정리를 들어간 상태라 현재 노스렌드에서 얼라이언스와 호드에 대치할 수 있는 세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깔끔한 무주공산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노다지도 노다지거니와 볼바르를 책임지고 봉인해야 할 붉은용의 위상 알렉스트라자도 필멸자가 되었고 벨렌의 대멸망 시나리오에 리치왕의 귀환이 있던 만큼 아제로스 세력은 노스렌드에 신경을 끊을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진출한 지역을 그냥 세금 뜯는 장소로 둘까요 아니면 발전을 시키고 영토로 편입시키려고 노력할까요? 당연히 그 땅의 생산력으로 군대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혹시 모를 스컬지에 대비할 군대를 양성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렇다면 퀘스트라인으로 인해 중대한 문제들과 적대 세력들이 해결되거나 축출된 북풍, 협만, 구릉지 같은 곳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세력의 중요한 후방 지역으로 재개발 되었을 것입니다. 북풍 같은 경우에는 호드나 얼라이언스를 막론하고 노스렌드 원정 당시에도 정착지와 대규모 경작지가 있었습니다. 그 때조차 그랬으니 리치킹이 잠잠해진지 수 년이 지났을 동안 이쪽 지역은 아제로스 생산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게다가 트롤 대부분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한 줄드락 같은 경우에는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트롤 세력이 위축되고 스컬지가 물러난 곳에 관개수로가 잘 정비된 대규모 영토가 공중에 뜬 상황입니다. 얼라이언스든 호드든지 간에 누구든지 가서 트롤의 분란을 막기 위한 외교, 정치적 장악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아웃랜드의 일부도 그렇습니다. 물론 거기야 별로 볼 것 없다 치더라도, 내부 정리가 되어가는 판다리아에 설치해 둔 교두보와 점령지도 아제로스 세력이 그냥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워3에서 멀티를 어마어마하게 가져가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아제로스 세력들은 지난 수차례 확장팩을 통해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한 상태입니다. 영토 측면에서 더 이상 드레노어는 절대로 상대가 되질 않고, 실질적인 인구수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뻔히 알았을 가로쉬가 어째서 그렇게 쉽게 문을 열었는가? 제 생각이지만 가로쉬는 아마 문을 열면 과거의 아제로스가 열리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망상같은 글을 쓰다보니까 길어졌습니다. 팬심이 끓는데 드군이 너무 안타까워서 써봅니다.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