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역사관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2차창작] [단편소설]불에서 태어난 자 -10- 결전

논리왕징기
조회: 923
2021-11-14 08:47:08

불에서 태어난 자 -10- <결전>




  하메라는 투기장에서 카드락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녹색 불꽃으로 타오르는 마검을 든 카드락스는 방금 지옥군주의 목을 베었다. 그녀는 아주운에게 자신의 적수를 찾았다고 눈짓했다. 아주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투사를 발로 밟아 짓뭉갰다.


  카드락스도 하메라를 보았다. 그는 땅에 검을 꽂더니 허리를 숙였다.


  “아스타르의 검을 만나 영광이네.”


  하메라 역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나 역시 화염의 카드락스를 만나 영광이네.”


  빛의 몰락이 붉은 빛을 내뿜자 그녀와 카드락스 주위에 붉은 기운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벽이 만들어졌다. 카드락스는 미소를 지었다.


  “뜻밖이군. 홀로 나에게 맞설 생각을 하다니.”


  “방해꾼이 없는 싸움을 원하지 않나?”


  카드락스는 검을 들었다. 그가 검에 마력을 주입하자 지옥불꽃이 검을 뒤덮었다. 하메라는 그를 향해 돌진했다. 빛의 몰락과 카드락스의 마검이 충돌하면서 난 금속음이 울렸다. 붉은 기운과 녹색 불꽃은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듯 더 매섭게 일어났다.


  한 차례 격돌 이후 둘은 서로에게 연신 검을 휘둘렀다. 둘의 공격은 서로의 몸에 닿지 않았다. 하메라와 카드락스 모두 적수의 검술에 내심 감탄했다. 둘 중 먼저 입을 연 건 카드락스였다.


  “사과하지. 너 정도 되는 자라면 나에게 홀로 맞선다는 생각이 오만은 아니군. 하지만 그 점이 더 의아하군. 왜 홀로 싸우는 건가? 밖에 있는 저 에레드루인까지 나 홀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인데.”


  “쉬운 사냥감보다는 가치 있는 적수와 전투가 즐겁지 않나?”


  하메라의 대답을 듣자 카드락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악마 지도자들은 자신의 부하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보다 하메라와 카드락스의 전투에 집중했다. 실로 오래간만에 보는 호적수 간 전투였다. 자신의 부하를 질책하던 비쥴조차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의 싸움에 집중했다


  벨리스라와 부관 둘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반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아주운과 하메라의 협공을 카드락스가 견딜 수 없다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하메라가 카드락스를 홀로 상대하니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건 실로 어리석은 짓이네.”


  티콘드리우스가 말을 내뱉었다. 그는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턱을 한 손으로 괸 채 짜증 섞인 눈초리로 주시했다.


  “이러다 카드락스가 이기면...”


  아스타르는 웃음이 나왔다. 티콘드리우스는 웃음소리를 듣자 크게 소리쳤다.


  “무엇이 그리 재밌는가? 승리를 자신하더니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나?”


  아스타르는 웃음을 멈췄다.


  “티콘드리우스, 내 오랜 친구여. 왜 상황을 자꾸 안 좋은 쪽으로만 보고 있는가?”


  아스타르가 티콘드리우스의 눈을 마주치자 그의 눈은 불꽃이 이는 것만 같았다.


  “설사 그대의 부정적인 예측대로 카드락스가 이긴다고 해도 여전히 아주운이 있네. 게다가 이크툰도 곧 투기장에 입장하지 않는가? 하메라가 그대 생각대로 긴 사투 끝에 쓰러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카드락스가 온전하겠는가? 전력을 다해도 아주운과 이크툰을 동시에 이기기 힘들 것인데, 하물며 부상을 입은 카드락스가 위협이 되겠는가? 그대는 그저 이 상황을 즐기면 그만이네.”


  티콘드리우스는 할 말을 잃었다. 아스타르의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하지만 티콘드리우스는 좀처럼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하메라와 카드락스의 싸움은 세 번째 뿔피리 소리가 울릴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이크툰이 문에서 나왔다. 아주운이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한 덕분인지 투기장에 남은 적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적었다. 그는 이크툰이 다가가는 순간에도 지옥불정령 하나를 철퇴로 후려쳐 산산조각냈다. 이크툰은 자신이 처리해야 할 투사들이 적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같이 입장한 녀석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맡겨진 사명대로 저들이라도 기꺼이 해치울 생각이었다.

 



  하메라와 카드락스의 싸움은 세 번째 뿔피리가 울린 이후로도 한참 이어졌다. 둘은 여전히 팽팽하게 싸웠다. 카드락스는 검술만으로는 하메라를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의 장기인 지옥화염마법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녹색 유성이 떨어지더니 지옥불정령 다섯이 일어났다.


  빛의 몰락이 지옥불정령의 핵을 꿰뚫었다. 지옥불정령은 동력원을 잃은 기계처럼 불이 꺼진 채 땅에 쓰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넷이 남았다. 게다가 카드락스도 혼돈의 화살을 사정 없이 퍼부었다. 암흑보호막이 유지되는 동안은 카드락스의 마법이 그녀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다만 마력 소모가 큰 보호막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메라가 빛의 몰락을 앞으로 뻗은 채 주문을 외웠다. 붉은 구체 넷이 분출되더니 땅에 떨어졌다. 구체는 곧 형상을 갖추었다. 지옥수호병과 파멸의 수호병, 쉬바라 뿐만 아니라 오크의 형상을 지녔다. 그들은 하메라가 그날 죽였던 투사들 중 강한 영혼들이었다.


  “록타르 오가르!”


  오크 검귀의 영혼은 크게 포효하더니 제일 먼저 지옥불정령에게 돌진했다. 그 뒤를 다른 악마의 영혼들이 따랐다.


  영혼들에게 지옥불정령을 맡긴 하메라는 자신의 맞수를 향해 뛰었다. 둘의 검은 수차례 격돌했다. 하지만 줄곧 비등했던 싸움은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카드락스의 검이 서서히 밀렸다. 전투 내내 미소를 지었던 카드락스도 점점 표정이 굳었다. 반면에 하메라는 여전히 전투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었다.


  승부의 추가 하메라에게 기울고 있다고 모두 생각했다. 그러나 카드락스의 검이 하메라의 왼팔을 제대로 베었다. 빛의 몰락이 땅에 떨어졌다.

 



  관전을 하던 악마 지도자들은 긴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했다. 벨리스라와 부관 둘은 미소를 지었다. 몇몇 악마 지도자들은 자신의 수하가 아닌데도 카드락스의 승리를 반긴 것 같았다. 반면에 비쥴과 마그테리돈, 브루탈루스는 전투가 끝난다는 것이 아쉬운 것 같았다.


  티콘드리우스의 표정은 다시 굳었다. 반면에 아스타르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승부가 끝날 순간이 되었다. 그는 카드락스가 하메라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카드락스는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덮쳐오는 지옥불꽃에 삼켜질 뻔했다. 하메라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죽음조차 두렵지 않단 말인가? 그때 그녀의 주위에 암흑 방벽이 나타났다. 방벽에서 혼돈의 화살을 비롯한 마법들이 흘러나오더니 그를 노렸다. 녹색 불꽃이 솟구치더니 폭발이 일어났다.


  카드락스는 그 찰나에 미리 남겨둔 소환진으로 순간이동했다. 비록 자신을 덮친 화염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지만 잿더미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연기와 불꽃 속에서 하메라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왼팔이 회복되고 있었다.


  “감추고 있던 패가 있었군.”


  카드락스는 쓴 미소를 지었다. 오크 검귀에게 입은 부상이 너무 멀쩡하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경이로운 회복능력이 그녀의 진정한 무기였다. 게다가 흡수한 주문을 방출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투기장에서 흡수한 마법 이외에도 미리 흡수해둔 비쥴의 마법까지 방출한 게 분명했다.


  하메라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벨리스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벨리스라도 용맹하게 싸운 그를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메라는 그의 앞에서 빛의 몰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주위를 감싸고 있던 붉은 벽이 사라졌다. 카드락스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검의 끝은 카드락스를 향하지 않았다. 하메라는 치켜들었던 검을 내리더니 카드락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녀는 카드락스에게 미소를 지은 채 돌아섰다. 전투는 그걸로 끝이었다. 몇몇 악마 지도자들은 카드락스를 죽이지 않는 하메라에게 야유를 보냈다. 오직 벨리스라만 아스타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운과 이크툰은 하메라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다른 투사들을 거의 정리했다. 이크툰은 자락서스가 내보낸 에레다르의 목을 도끼로 내리쳐 마무리했다. 분노에 찬 자락서스의 목소리가 투기장에 울렸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 에레다르의 잘린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


  하메라는 아주운과 이크툰을 향해 걸어갔다. 아주운의 몸은 상처가 가득했지만 아스타르의 방패라는 칭호에 걸맞게 지친 기색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늦었군.”


  “기다리고 있었나?”


  아주운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에 이크툰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혼자 재미란 재미는 다 보았군. 저자는 내 몫으로 남겨둔 것인가?”


  하메라는 뒤돌아서 멍하니 서있는 카드락스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자네 몫은 충분히 챙기지 않았나? 아스타르님은 죽여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진정 바라시는 일은 아니었지. 진정 바라신 건 다른 이의 피였으니까.”


  “다른 이의 피? 그게 누군가?”


  이크툰이 묻자 하메라는 빛의 몰락으로 그의 배를 찔렀다. 그녀는 송곳니를 보이며 이크툰의 귓가에 속삭였다.


  데서록.”

Lv68 논리왕징기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와우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