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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년 와생 회고 2편] 불타는 성전 - 휴가증 한 장에 한 걸음씩

아함아
조회: 23
2026-09-16 23:01:12

 100일 휴가 때는 와우를 켜지 않았다. 몇 달 만의 사회는 게임 말고도 할 게 너무 많았다.

 다시 접속한 건 일병 때였다. 분대 외박을 나와 다 같이 PC방에 갔고, 오랜만에 로그인 화면을 넘겼다. 아웃랜드에는 입대 전 그대로 트롤 사냥꾼과 부러진송곳니가 서 있었다. 주어진 몇 시간 동안 부지런히 퀘스트를 했다. 외박 한 번에 레벨 몇 개. 그게 그 시절 내 렙업 속도였다.


 상병 휴가 때 드디어 만렙을 찍었다. 그리고 5인 영웅 던전에 가서 처음으로 보라색 무기를 먹었다. 가방에 들어온 보라색 글씨를 한참 들여다봤다. 입대 전엔 레이드는 남의 이야기였는데, 휴가 나온 군인이 보라템을 들고 있었다.

 다음 휴가 때는 카라잔에 손님으로 따라갔다. 손님 자리 기본가가 100골쯤 했던 것 같은데, 휴가 나온 군인에게 그런 골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와우 인생 첫 현질을 했다. 100골이 없어 걸어 다니다 동네 형에게 랩터를 얻어 탔던 녀석이, 이번엔 휴가비를 털어 골드를 샀다.


 부대에 있을 땐 정말 할 게 없었다. 그래서 휴가 복귀 때 와우 공략집을 사 들고 들어갔다. 불뱀 제단, 폭풍우 요새 같은 레이드 공략이 실린 책이었다. 가보지도 못할 레이드의 보스 패턴을 내무반에서 한 장 한 장 읽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나 공대에 서 있었다.


 그렇게 휴가증 한 장에 한 걸음씩, 내 불타는 성전은 흘러갔다.

 2009년 3월, 나는 복학했다.

Lv49 아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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