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브노티카' 창업자 소장 공개, "크래프톤 언아웃 회피" 주장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5개 |
'서브노티카' 개발사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Unknown Worlds Entertainment, 이하 UWE)의 창업자 찰리 클리블랜드 전 대표 등이 회사의 모회사인 크래프톤을 상대로 2억 5천만 달러(약 34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찰리 측은 소장을 외국 커뮤니티 레딧에 공개했다.

찰리 측은 크래프톤이 기대작 '서브노티카 2'의 성공에 따른 거액의 성과 연동 보상금(언아웃) 지급을 회피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게임 출시를 방해하고, 핵심 창업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2025년 7월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주 형평법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UWE의 주주 대표인 포티스 어드바이저스(Fortis Advisors)는 크래프톤이 2021년 UWE 인수 당시 맺은 지분 인수 계약(EPA)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M&A 이후 성공적인 통합을 기대했던 양사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1. 찰리 클리블랜드 측 "크래프톤, 계획된 언아웃 회피"
UWE 창업자 찰리 클리블랜드(Charlie Cleveland)를 포함한 원고 측의 핵심 주장은 크래프톤이 '서브노티카 2'의 성공이 명확해지자, 계약상 명시된 최대 2억 5천만 달러의 언아웃 지급을 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게임 출시를 방해하고 궁극적으로 창업자들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2021년 UWE를 5억 달러에 인수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의 실적에 따라 최대 2억 5천만 달러의 언아웃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 언아웃의 성사 여부는 신작 '서브노티카 2'의 흥행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었다.

UWE 측은 '서브노티카 2'가 스팀 위시리스트 전 세계 2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기대를 받자, 크래프톤이 언아웃 전액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크래프톤 CEO는 UWE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예정된 출시는 회사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에 따르면 2025년 5월 20일, 찰리는 김창한 크래프톤 CEO 및 일부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김 대표는 언노운 월즈가 계획된 일정에 맞춰 게임을 출시한다면, 이는 재정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고 크래프톤에게 큰 망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나중에 김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크래프톤은 김 대표의 말이 통역사에 의해 잘못 해석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거의 4년 동안 다른 통역된 회의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원고 측은 이를 근거로 크래프톤이 언아웃 지급 시기를 넘긴 2026년으로 출시를 연기해 게임의 모든 수익을 독차지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주장: "오진호 CGPO, 내 방식대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하지 말라고 압박"
UWE 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계약서 조항부터 크래프톤의 구체적인 방해 행위까지 상세한 근거를 제시했다.

인수 계약서(EPA)에는 UWE 창업자들이 신제품의 로드맵, 출시, 예산 등을 포함한 모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운영 통제권'을 유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정당한 사유(for Cause)' 없이는 창업자들을 해고할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UWE 측은 크래프톤의 출시 지연 강요와 일방적인 해고가 이 조항들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장에 따르면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5년 4월 초, 크래프톤의 최고 글로벌 퍼블리싱 책임자(CGPO)인 오진호가 오히려 UWE 측의 판매 예상치가 너무 보수적이라며 2025년 내 200만~300만 장 판매를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했다. 하지만 본사의 '출시 지연' 방침이 정해진 후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UWE 측에 "내 방식대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하지 말라"고 압박했으며, UWE가 계약상 권리를 주장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찰리 측은 크래프톤이 '서브노티카 2'의 출시를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압력을 가했고 주장했다. ▲마케팅, 현지화, 데이터 분석, 법률 지원 등 출시를 위해 약속했던 핵심 자원들을 일방적으로 철회했으며 ▲얼리 액세스 게임 출시 경험이 전무하고 영어 구사도 못하는 한국 기반의 임원을 퍼블리싱 담당자로 배정해 업무를 마비시켰다. ▲심지어 크래프톤 본사가 북미 지사 직원들에게 UWE와의 모든 소통을 중단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주장했다.

UWE 측이 이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2025년 내 출시를 강행하려 하자, 크래프톤은 2025년 7월 1일 창업자 3명을 모두 해고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고 통지서에는 '성급한 출시 강행'이 해고 사유로 적혔으나, 법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는 절차를 밟아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원고 측은 지적했다. 그리고 창업자들이 해고되자마자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의 출시를 2026년으로 공식 연기했는데, 이는 언아웃 회피 의도를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3. "영화 촬영은 김창한 CEO의 주문...광범위한 프랜차이즈 IP 성공을 위해"




크래프톤이 찰리 전 창업자를 향해 '서브노티카 2' 개발을 소홀히 하고 영화 제작에만 몰두했다고 공격한 데 대해, 찰리 측이 "이는 크래프톤 경영진의 명백한 요구사항이자 핵심 임무였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장에는 찰리 클리블랜드의 영화 관련 활동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크래프톤의 IP 확장 전략에 따른 공식적인 역할 수행이었음이 명시됐다.

소장에서 UWE 측은 인수 초기 크래프톤의 김창한 CEO가 직접 찰리 클리블랜드에게 '서브노티카'의 프랜차이즈 IP를 게임을 넘어 TV나 영화로 확장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프랜차이즈 IP 확장'은 '문브레이커' 프로젝트와 더불어 찰리 클리블랜드의 핵심 업무가 되었다.

이러한 임무를 공식화하기 위해 그의 직함 역시 'CEO 겸 디자인 디렉터'에서 '프랜차이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변경되었다. 이는 그가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크래프톤이 원했던 크로스미디어 확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가 영화 제작 지원을 위해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긴 것 또한 이 임무의 연장선이었다.

UWE 측은 찰리 클리블랜드가 IP 확장에 집중하면서도 '서브노티카 2' 개발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장에 따르면 창업자들은 '서브노티카 2'의 전반적인 창의적 및 상업적 방향을 주도하고 일선 개발 책임자들을 감독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UWE 측은 역할 변경 및 업무 분장이 크래프톤이 원했던 '광범위한 프랜차이즈 IP 성공'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크래프톤이 자신들이 직접 주문하고 승인했던 업무 수행을 근거로 이제 와서 '역할 소홀'이라며 공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4. 크래프톤의 예상 주장에 대한 반박




소장은 크래프톤이 "게임이 출시 준비가 덜 되었다"고 주장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먼저 반박했다.

원고 측은 '서브노티카 2'가 수백 명의 실제 유저들이 수천 시간을 플레이한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얼리 액세스로 출시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크래프톤이 내세운 내부 전문가들은 서바이벌 장르나 얼리 액세스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여 그들의 '준비 미흡'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크래프톤의 한 임원은 자사의 다른 게임 'inZOI(인조이)'가 얼리 액세스 첫 주 만에 110만 장을 판매한 사례를 언급하며, '서브노티카 2'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UWE 측은 이를 근거로 크래프톤의 '품질 문제' 주장이 언아웃 지급 가능성이 현실화된 후에 만들어진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5. 소송 제기에 크래프톤의 입장 "우리는 법정에서 정당하게 대응할 것"
크래프톤 관계자는 "당사가 내린 결정은 '서브노티카 2'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게임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만약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성급히 출시했다면, 후속작에 걸맞은 완성도를 기대한 팬들을 실망시켰을 것이며, 크래프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플레이어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서브노티카와 언노운 월즈 두 브랜드의 명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 밝혔다.

이어 "찰리, 맥스, 테드가 거액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정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와 동시에,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서브노티카의 팬 여러분께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라 강조했다.


6. 사건의 핵심 쟁점 분석




계약서(EPA) 조항의 해석이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될 것이다. UWE 창업자들에게 보장된 '운영 통제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크래프톤의 해고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판결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찰리 측의 크래프톤 '의도' 입증 문제이다. 원고 측은 크래프톤의 모든 행동이 '언아웃 지급을 박탈하려는 주요 사업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크래프톤이 게임의 완성도를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맞설 경우, 원고 측은 크래프톤의 주된 동기가 계약을 회피하려는 것이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얼리 액세스' 모델에 대한 철학 차이이다. UWE는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얼리 액세스를 성공의 DNA로 여기는 반면, 소장에 묘사된 크래프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내부 통제 방식을 고수하려다 팬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개발 자회사와 모회사 간의 흔한 문화적 충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팬덤의 반발로 인한 '가치 훼손' 문제이다. 창업자들의 해고 소식 이후 팬 커뮤니티는 '영혼이 찢겨나갔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의 잠재적 성공과 가치에 이미 심각하고 측정 불가능한 손상을 입혔다. 원고 측은 이를 근거로 게임이 설령 2026년에 출시되더라도 원래의 성공을 거둘 수 없으므로, 언아웃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내용 수정 : 2025.07.17. 11:08 ] 찰리 측 소송 제기에 대한 크래프톤 입장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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