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메이드맥스의 자회사 원웨이티켓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미드나잇 워커스'가 순항 중이다. 최근 진행된 3차 글로벌 테스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개발사가 아닌 이용자가 왕'이라는 송광호 대표의 철학 아래, 이용자와의 소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원웨이티켓스튜디오는 지난 3차 테스트에 약 24만 명의 신청자가 몰렸으며 , 테스트 기간 동안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매일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리는 등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개발 초기 디스코드 채널에 이용자가 10여 명 있을 때부터 포장되지 않은 개발 영상을 올리는 등 투명하게 소통하려 노력했다"며 "그 결과 테스트 기간 동안 디스코드 이용자 수가 1만 3천 명을 넘어서는 등 커뮤니티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이용자층의 진화이다. 기존 아시아권 중심이었던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이용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송 대표는 "이전에는 중화권 이용자가 다수였으나, 지금은 서구권 이용자가 그만큼의 파이로 늘어났다"며 "미국 동부 및 서부 리전 서버에 아시아 서버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접속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권 이용자 증가의 배경으로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와 기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문법을 비튼 독창적인 게임성을 꼽았다. 송 대표는 "기존 익스트랙션 게임들이 비슷한 구조를 가져 이용자들이 피로도를 느꼈을 것"이라며 "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자극적인 플레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성했고, 좀비가 전투 중 갑자기 끼어들어 주도권을 빼앗는 등 예측 불가능한 양상이 다른 게임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글로벌 관심은 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정말 작게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판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며 "전 세계인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수직 탈출'과 '근접 전투의 미학'…게임스컴서 차별성 부각

'미드나잇 워커스'의 핵심 철학은 기존 슈팅 게임의 공식을 탈피하는 데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을 '하드코어 슈터 플레이어'이자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타르코프' 같은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타르코프는 RPG에 가까운 특성과 자신의 장비를 베팅하는 도박성을 지녀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 강력한 장비를 갖춘 상대에게 순식간에 죽었을 때의 허탈함이 컸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 찾은 것은 중세 배경 게임에서 경험한 '근접 전투'의 심리전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길게 만든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 데 걸리는 시간) 속에서 상대의 장비를 보며 전략을 짜고 탐색전을 벌이는 심리 변화가 훨씬 자극적이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수직적 탈출'이다. 일반적인 배틀로얄의 자기장 시스템 대신, 건물의 층을 폐쇄하며 이용자들을 특정 공간으로 모은다. 송 대표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조우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며 "특히 영화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장면처럼 안전하면서도 극도로 위험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내 가스 살포 시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영화 '올드보이'에 대한 오마주다.
원웨이티켓스튜디오는 독일 '게임스컴 2025'에서 이러한 차별점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송 대표는 "고립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한 수직적 탈출이라는 저희만의 특장점을 18분의 플레이 시간 동안 정신없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게임 캐릭터 '브릭'이 사용하는 '슬래지해머' 소품을 직접 들고 다니며 관람객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혀 행사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미드나잇 워커스'는 오는 10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한 뒤, 곧바로 얼리 액세스에 돌입한다. 정식 출시는 2026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핵심 콘텐츠인 '라커룸'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라커룸은 이용자의 개인 공간으로, 게임 내 성과에 따라 허름한 공간에서 점차 호화로운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일종의 하우징 콘텐츠다.
시네마실·모션캡처실부터 AI 활용까지…'독립 개발 체계' 완성하는 매드엔진

'미드나잇 워커스'의 뒤에는 위메이드맥스 산하 개발 스튜디오 매드엔진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특히 매드엔진 내부에 독립적으로 꾸려진 시네마실은 게임의 영상 제작을 전담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약 20명 규모의 시네마실은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가 5명 내외의 소규모 연출팀을 두는 것과 달리 엔씨소프트, 넥슨 등 일부 대형 게임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립 조직으로, 그 자체로 회사의 영상 퀄리티에 대한 투자를 방증한다.
윤덕영 매드엔진 시네마실장은 "사내 제작은 비용 절감, 데이터 보안, 개발팀과의 긴밀한 협업 등 여러 장점이 있다"며 "킥오프 미팅 한 번으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만큼 소통이 원활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창작 조직인 시네마실의 성과 평가 방식이다. 영상의 퀄리티는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튜브 조회수 같은 지표가 아닌 프로젝트에 투입된 '맨데이(Man-day)'와 '기여도'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이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과정의 효율성과 기여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시네마실은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것을 넘어, 게임 엔진 내에서 구현할 고품질 그래픽 기술을 선행 연구하고 그 노하우를 개발팀에 공유하는 R&D 허브 역할을 한다. 윤 실장은 "3~4년 후 게임에서 쓰일 기술을 시네마에 먼저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리해 개발팀에 전달하는 선순환 구조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시네마실의 영상미는 이러한 기술적 토대 위에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완성된다. 배경 및 라이팅을 담당한 박현건 부실장은 "영상 전체를 강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긴장감만 지속될 수 있다" 며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강조할 포인트를 명확히 정하고 그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드나잇 워커스' 트레일러에서는 전투를 앞둔 긴장감을 붉은색 조명으로, 전체적인 분위기의 균형을 보색인 녹색 톤으로 표현하는 등 세심한 연출을 더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 윤 실장은 "초기 기획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콘셉트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성했다"며 "팀원 모두가 동일한 이미지를 보고 비전을 공유하며 빠르게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도구"라며 "단순 작업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더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매드엔진은 오는 9~10월 완성을 목표로 자체 모션 캡처실을 신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영상 제작 시 실제 연기를 기반으로 한 프리 비주얼 작업을 진행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윤 실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서사와 감정선을 이용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매드엔진은 게임 기획부터 개발, 영상 제작, 모션 캡처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는 독립형 제작 체계를 완성하며 개발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매드엔진은 차기작 준비에도 한창이다. 하반기 공개될 신규 PC/콘솔 오픈월드 액션 RPG '탈: 디 아케인 랜드'의 첫 영상은 시네마틱 분량을 최소화하고 '인게임 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윤덕영 실장은 "아직 게임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게임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시네마틱은 재미를 더하는 '양념'처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의 정식 출시는 내후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