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필드는 하이퍼그리프의 해묘 PD가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명일방주의 정식 후속작이다. 탈로스2라는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원작 명일방주의 다양한 설정들이 이어져 하나의 세계관처럼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전망이다. 해묘 PD는 "명일방주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3D로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에도 엔드필드의 테크니컬 테스트가 진행됐었고, 이후 게임쇼 출품용으로 편집된 짧은 데모 빌드가 지스타 등 여러 행사를 통해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빌드는 그야말로 '대격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만큼 다양한 변경점이 도입됐으므로, 처음 엔드필드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신입 관리자이자, 명일방주를 오랜 시간 플레이하고 있는 박사의 시선으로 베타 테스트 빌드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 그리프라인 신작, '명일방주: 엔드필드' 1월 17일 베타 테스트 개시
- 메인 스토리라인 확장, 신규 플레이어블 캐릭터 15종, 개선된 전투 및 캐릭터 성장 시스템 공개
- 해묘 PD, "서브컬처 사실적 스타일 유지, 명일방주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3D로 자연스럽게 구현"
회피 도입, 방향성 전면 수정한 '엔드필드'의 새로운 전투 스타일

베타 테스트를 플레이하며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변경점이 바로 전투 스타일의 변경이다. 여타 오픈월드 수집형 RPG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포인트인 '4인 동시 협동 전투'의 방향성은 유지한 채로, 콤보 스킬과 회피 메커니즘을 도입하며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갖췄다.
엔드필드 새로운 전투는 여타 액션 RPG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해 봤다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좀 더 직관적인 방식이 됐다. 적이 빨간 원으로 표시되는 '차지 스킬'을 사용하면 일반 스킬로 끊고, 붉은 이펙트로 표시되는 나머지 공격이나 장판은 '회피'로 피하는 식이다. 적의 스킬을 끊을 수 없는 상황에 걸어서 장판 범위 밖으로 나가거나 속수무책으로 맞아야 했던 이전 빌드를 생각하면 이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 덕분에 전투의 템포가 상당히 빨라졌고, 초반 전투 난이도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적이 큰 기술을 사용하는 타이밍을 잘 보며 스킬로 끊고, 장판을 회피로 피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전투를 넘길 수 있는 식이다. 조금 둔하게 움직이던 동료 AI도 대부분의 장판 공격은 알아서 회피할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기에 초반 전투 플레이는 매우 쾌적한 편이었다.

전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콤보 스킬'에 있다. 엔드필드에서는 각각의 오퍼레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배틀 스킬에 따라 넉백, 띄우기, 넉다운처럼 방어불능 상태를 만든 후 연계하는 제어기, 또는 연소, 동결, 감전, 부식 스킬 연계로 속성 상태 이상을 부여할 수 있다.
물리 제어기 같은 경우는 같은 스킬을 두 번, 속성 스킬의 경우 서로 다른 두 속성 스킬을 연달아 적중시켜 속성 이상을 부여하는 식이다. 효과적인 팀 조합을 통해 상황에 맞는 콤보 스킬을 발동시키면 막대한 균형치 보너스나 각종 디버프, 높은 대미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오퍼레이터마다 각기 다른 조건에 맞춰 발동되는 QTE 방식의 '연계 스킬'로 전투에 조작감을 더했다. 연소나 감전 같은 상태 이상에 연계되는 것부터 조작 캐릭터가 피해를 입었을 때, 스킬 게이지가 회복됐을 때 등 정말 다양한 발동 조건이 존재한다. 내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배틀 스킬과 연계 스킬을 보유한 오퍼레이터를 모아 파티를 꾸리면 더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인 관리자의 경우 어떤 것이든 '연계 스킬'이 발동됐을 때 이어서 발동할 수 있는 연계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범용성이 좋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전투의 양상이 기존보다 빠르며 직관적이고, 이전보다 한층 나아진 것이 분명하나, 아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로 아쉬운 점은 스킬 게이지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네 명의 파티 구성원은 세 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스킬 게이지를 공유해서 사용하는데, 여러 콤보 스킬을 자유롭게 구사하기에는 게이지 회복 속도가 살짝 더딘 편이다. 실제로 필드에서 전투를 하다보면 스킬 게이지가 없어 하릴없이 일반 공격을 연타하고 있어야 하는 순간이 꽤 자주 발생했다.
두 번째는 '회피'의 리턴이 적다는 점이다. 엔드필드에서는 딱 맞는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 푸른 빛과 함께 저스트 회피가 발동하는데, 이에 따른 별다른 보상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이밍을 재다가 적의 공격을 맞으면 딜타임에 큰 손해가 발생하므로, 가능하다면 여유롭게 회피를 누르게 되는 식이다.
만약 저스트 회피가 성공했을 때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불릿타임을 주거나, 또는 이어지는 반격기에 대미지 보너스 혹은 스킬 게이지 회복 등의 확실한 리턴을 제공한다면 조작의 재미와 함께 앞서 언급한 스킬 게이지 회복 속도가 더딘 문제도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가 진행될 때마다 계속 개선되고 있는 것이 체감되는 만큼, 출시 시점에는 더욱 완성도 있는 전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드필드의 핵심 요소로 입지를 다진 '기지 건설 시스템'

엔드필드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차별화 요소가 있으니, 바로 '기지 건설 시스템'이다. 엔드필드의 기지 건설 시스템은 지난 첫 번째 테스트부터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상태였지만,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하나의 핵심 요소로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엔드필드에서 플레이어는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로 활동하게 되고,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거점 기지를 짓고, 거점이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시설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각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기초 보급품부터, 전투 중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물약, 무기를 제외한 장비까지 전부 플레이어가 제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지 건설이 활용되는 식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광물 자원을 채굴하고, 자연에서 채집한 약초의 씨앗을 추출해 재배하고, 생산물을 다시 2차 가공하여 더 유용한 재료로 만드는 등 꽤나 본격적인 제작 과정이 등장한다. 이렇게 갖춰진 공장 시설과 시설 사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촘촘하게 이어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는 '완전 자동화' 시설까지 갖추는 것이 엔드필드 기지 건설 시스템의 대략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만 들으면 일련의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엔드필드에서는 모든 공장 설비들의 정확한 활용법을 '시뮬레이션 공간'이라는 별도의 튜토리얼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설비는 작중에서 전개되는 메인, 서브 스토리와 더불어 하나씩 차례로 등장하므로 그 필요성을 플레이어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고, 정확히 어떤 형태로 신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공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구조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비의 운용법을 배우면 계정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작전 경력'과 캐릭터 뽑기 재화인 '오로베릴'이 보상으로 지급된다. 튜토리얼에 핵심 재화를 배치하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캐릭터 성장 과정의 일환으로 공장 설비에 대한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도록 설계한 셈이다.

설비들의 활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고 고도화된 설비들을 활용하여 원활하게 작동하는 생산 라인을 갖추어두면,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계속 공장이 운영되어 창고엔 막대한 양의 재료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설과 가득 찬 곳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전투 등 다른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취감과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재미가 바로 다른 캐릭터 수집형 RPG와 차별화되는 엔드필드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각 단계에서 채굴할 수 있는 재료까지 전부 활용하여 상위 장비 제작을 마치고 나면, 자연스레 '이 다음은?'이라는 물음표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타 빌드에서는 공격용 타워를 배치해서 밀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원작 '명일방주'를 연상케 하는 기습 경보 콘텐츠, 그리고 상위 가공품을 생산하여 방치 보상을 얻는 거점 성장 콘텐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하루에서 이틀 만에 창고를 가득 채우게 되는 재료들을 전부 활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볼륨이다. 앞으로도 기지 건설 시스템이 '엔드필드'라는 게임을 대표하는 핵심 요소의 한 축으로 남기 위해서는 가공한 재료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더 고도화된 건설 요소가 계속 추가되어야할 것이다.

이외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기지 건설'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콘텐츠가 캐릭터 수집형 RPG 장르의 신작을 기대한 유저들에게 있어 호불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기지 건설 과정을 누구나 쉽게 배우고 따라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기지 건설의 모든 과정이 복잡하거나 성가시다고 느낄 이들 역시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 기지 건설 시스템이 필수 요소로 게임 곳곳에 녹아있는 현재 빌드에서는 "취향에 맞는 사람만 오세요"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정식 출시 시점에 과연 엔드필드가 어떤 방향성을 취하게 될 것인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성 확률 0.8%, 픽업 천장 120회, 무기 뽑기는 마일리지 재화로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는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헤드헌팅, 즉 뽑기 시스템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엔드필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6성 오퍼레이터의 기본 획득 확률은 0.8%이며, 최대 80회에 반드시 6성 오퍼레이터가 등장한다. 65회까지 6성을 뽑지 못했다면 이후 5%씩 확률이 증가한다. 픽업 오퍼레이터 확률은 50%이며, 120회까지 뽑지 못할 시 1회 한정 확정으로 뽑을 수 있다. 원작 명일방주가 그랬던 것처럼 명함 이후의 돌파 효율이 월등하게 높아지는 수준은 아니므로, 현재 단계에서는 그다지 매운 수준의 뽑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헤드헌팅 시 각 오퍼레이터 등급에 맞춰 무기 뽑기용 재화인 '무기고 증표'가 마일리지 개념으로 제공된다. 6성은 1,500개, 5성은 500개, 4성은 50개이며, 이 재화 2,980개를 모으면 무기 뽑기 10연차(단차 없음)를 돌릴 수 있다. 여기서 6성 무기 등장 확률은 4%이고, 40연차에서 무조건 6성 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 픽업 무기는 80연차에서 확정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뽑기에서는 명일방주 유저들에게는 익숙할 노랑, 초록 티켓 마일리지가 추가로 제공된다. 5성 이상 오퍼레이터 중복 획득 시 노랑 티켓이, 5성 이상 무기 중복 획득 시 초록 티켓이 제공되는 식이다. 해당 티켓으로는 헤드헌팅 티켓과 무기고 증표, 성장 재화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엔드필드에서 오퍼레이터 뽑기에 사용하는 '오로베릴' 재화 수급처는 게임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모든 퀘스트, 탐험, 오브젝트 조사의 보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원작 명일방주에서는 매주 갱신되는 섬멸 의뢰 보상으로 한정된 수량만 합성옥을 수급할 수 있었지만, 엔드필드에서는 매일 갱신되는 일일 임무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뽑기 재화를 획득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엔드필드의 주요 배경이 되는 탈로스2 위성에는 정말 많은 탐험 요소가 존재한다. 채집할 수 있는 각총 약초와 벌레, 각 지역의 주요 탐사 포인트를 표시하는 에테리움, 관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고장난 로봇, 숨겨진 장소까지 따라갈 수 있는 풀토끼, 전투형 콘텐츠로 연계되는 균열과 에너지 응집 포인트 등등, 과장 조금 보태 한 발짝에 하나씩 탐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오픈월드의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마치 기연처럼 마주한 숨겨진 장소에서 보물상자를 열었을 때나 주요 퀘스트를 마무리하고 보상으로 얻는 오로베릴 보상을 제외하고도,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뽑기 재화를 수급할 수 있기에 맵 사이사이 구석진 곳까지 돌아보며 오픈월드를 전체를 탐험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의미가 더해진다.

몇몇 이들에게는 벽타기나 수영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엔드필드의 한정된 오픈월드가 아쉬운 부분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엔드필드는 이러한 이동 제약을 퍼즐이나 컨트롤을 활용한 플랫포머 구성 등 레벨 디자인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단점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난 테스트에서 아쉬운 점으로 언급됐던 텔레포트 가능 지점도 상당히 늘어나서 맵 전체를 자유롭게 오가며 탐험하는 과정에 불편함이 없었고, 전투 대신 점프와 대쉬 조작만을 활용해 클리어하는 보조 미션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배치되어 있어 오픈월드 탐험 경험 대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리프라인의 새로운 도전 엔드필드, 차세대 서브컬처 게임될까?

본문에서는 미처 언급하지 않았지만, 엔드필드의 스토리 전개 역시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초반 튜토리얼 분량이 더해져 이야기의 몰입감을 더해 주었으며, 메인 스토리에서 출력되는 한국어 더빙이나 번역에 오역은 발견할 수 없었고, 캐릭터 이름 외에 불필요한 고유명사가 남발되는 일이 적어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쾌적했다. 정식 오픈 이후에도 원작 명일방주가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콘솔과 모바일을 통해 동시에 서비스될 예정인 멀티 플랫폼 게임인 엔드필드가 아직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모바일 기기 테스트에서는 어떤 모습일 것인지, 다소 복잡한 구조의 기지 건설 시스템이 모바일 기기에서도 제대로 성립할 것인지, 이번 베타를 통해 재정립된 전투 시스템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것인지 등, 아직도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물음표들에 온점이 찍힌다면, 엔드필드는 분명 앞으로 찾아올 '차세대 서브컬처 게임' 라인업의 커다란 한 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프라인이 명일방주에 이어 '엔드필드'를 통해 전개할 새로운 방주의 스토리가 어떤 형태로 갈무리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