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아이온2가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원작 아이온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이번 아이온2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아이온2가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첫 유일 무기 드랍! 뜨거운 인기 불의 신전
아이온을 했다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갔을 크로메데 불의 신전. 35레벨 유일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던전이었기에, 아이온을 플레이한 모든 유저들은 이 던전을 지나칠 수 없었다. 입장 퀘스트를 끝내자마자 바로 도전할 정도로 당시 분위기는 뜨거웠다.
당시 파티 구성 클래스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수호성과 치유성 2명은 일단 필수다. 여기에 호법성을 추가하고 딜러로 마도성이나 정령성, 살성이나 궁성을 넣는 것이 기본 공식. 검성은... 글쎄, 살성이나 궁성이 없을 때나 들어가는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나중에 되서야 검성이 조금씩 활약했지만, 초반부터는 눈에 띄진 못했다.

애드의 공포, 그리고 세밀한 징표 시스템
처음 불의 신전에 들어갔을 때 대부분 파티는 이랬다. 입구에서 보이는 불의 정령들을 시작으로 모든 몬스터를 전부 잡아야 하는 줄 알았다. 확시한 정보가 없었으니 몬스터를 하나 둘 잡아가며, 어떤 몬스터가 아이템을 주는지 체크해가며 천천히 진행했던 것. 나중에 되서야 몬스터를 다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하나씩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던전을 진행하면서 가장 까다로워던 것은 어디선가 굴러오는 톱니바퀴 몬스터, 은빛칼날 로탄을 만나는 것이다. 굴렁쇠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놈을 초반에 만나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다른 몬스터와 전투 중에 합류하면 정말 골치 아팠다. 잡아도 딱히 좋은 아이템을 주지 않았고, 힐러나 딜러를 괴롭히는 몬스터라 빨리 만나서 처리하려는 바람만 있었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자 불의 신전을 다니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바로 몬스터 애드를 내지 않고 파티장을 잘 따라다니는 것. 돌아다니는 로머들을 피하면서 타이밍 맞게 이동하면 최소한의 전투로도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캐릭터 레벨이 낮으면 몬스터 인식 범위가 넓어져서 애드가 쉽게 날 수밖에 없었던 것. 초창기에는 이런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애드를 낸 사람에게 눈치를 주거나 한숨만 쉬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파티장들은 1번, 2번, 3번 징표나 및 하트, 별 등 다양한 징표로 찍어가며 우선순위와 위험순위를 파티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던전 게임을 많이 안해본 유저들에겐 꽤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진행할 수록 사고가 나지 않았다.

정령과 마도, 정신력과의 끝없는 전쟁
마도성과 정령성 유저들이라면 공감할 얘기가 하나 있다. 두 클래스 모두 정신력이 정말 부족했다. 남들은 정신력이 절반 이상인데도 마도성이나 정령성은 정신력이 항상 메말라 있었다. 스킬을 다 쓰고나니 할 게 없으니 전투 중 틈만나면 앉아서 정신력을 회복해야 했고, 오델라 가루를 통한 정신력 회복은 쿨타임이 길어서 회복에 한계가 있었다.
처음에는 마도성이나 정령성이 정신력이 없다고 채팅하면 다 같이 모여 앉아 쉬었다. 생각보다 앉아서 채팅하는 재미도 있었고, 처음이라 던전을 잘 모르다보니 피로감도 있어 쉬는 시간 자체가 즐거웠다. 그래도 던전을 빨리 깨야되는 압박감이 있다보니 나중에는 쉬는 타임 없이 마도성이나 정령성만 쉬는 장면만 연출됐다.

절반의 신호, 템펠겔름과 수호상
뜨거운 용암 지대의 화염 정령들을 처치하고 나면 드디어 등장하는 템펠겔름과 가고일 모양의 수호상. 이 몬스터들이 나오면 불의 신전 중 절반은 왔다는 신호였다.
특히 가고일이 정말 까다로웠는데, 죽을 만하면 보호막을 계속 사용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령성의 강화 버프 제거나 궁성의 침묵이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궁성과 정령성이 인기 없는 클래스라 파티에서 보기도 어려웠고, 설령 있어도 그런 노하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크로메데의 처절한 몸부림, 힐로 버티면 다 인줄(?)
드디어 만나게 되는 최종 보스 크로메데. 이놈의 가장 무서운 패턴이 바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체력이 25% 이하가 되면 사용하는 이 스킬은 크로메데 가까운 주변에 있는 모든 대상을 기절시키는 강력한 공격이었다.
처음에는 이걸 모르고 가까이 있던 딜러들이 죽고, 탱커들도 연달아 들어오는 딜을 감당하지 못해 전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치유성과 호법성의 꾸준한 회복 지원이 있어야만 버틸 수 있었는데, 다들 힐 믿고 버티려다가 많은 파티가 전멸했다.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크로메데는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득템의 기쁨, 동시에 좌절도...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크로메데를 잡아도 100% 무기가 나오는 건 아니었고, 나와도 내가 원하는 무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더 골치 아픈 건 기다리던 전설 무기가 드랍되어도 클래스가 겹치는 경우였다.
전투망치: 수호성 vs 치유성
장검: 수호성 vs 살성
지팡이: 치유성 vs 호법성
이 때문에 커뮤니티와 게임 내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게 암묵적인 1순위 루팅권이었다. 장검은 수호성, 단검은 살성, 전곤은 치유성, 법봉은 호법성, 활은 궁성, 대검과 창은 검성, 법서와 보옥은 마도성과 정령성. 이런식으로 정리가 됐다.
사실 던전 들어가기 전 파티 구성을 보고 무기가 겹칠 것 같으면 미리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다들 '대충 알아서 잘 양보하고 주사위 굴리겠지' 하는 마인드가 많았다. 대화보다는 빠른 진행이 우선시라 다들 빨리빨리 마인드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먹튀가 생기거나 싸움이 생기는 등 사건/사고가 터지곤 했다. 크로메데 무기가 드랍되는 행운이 생겼어도, 모두가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했던 때다.

평균 레벨 상승과 변화한 파티 문화
시간이 지나고 유저 레벨이 높아지면서 파티의 구성 인원이 달라졌다. 6인에서 5인, 5인 파티에서 4인, 심지어 2인 파티로도 크로메데를 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급기아 정령성으로 1인 레이드도 가능한 유저도 등장한 것. 레벨이 높은 인원이 많을수록 빨리 클리어할 수 있었지만, 무기가 겹치는 클래스와 함께 가기 싫다는 심리가 작용했다.
특히 인원이 적을수록 남는 무기를 독차지할 수 있어서 득템의 재미도 배가됐고, 점차 소수 정예 파티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치유성보다는 호법성이 인기가 많았고, 수호성보다는 검성이나 살성, 궁성 등 적당한 딜링을 가진 클래스들이 소수 달리기 파티를 이끌어갔다.

17년 전 불의 신전 그 느낌, 아이온2에서도?
나중에는 인기가 사그라들긴 했지만, 크로메데 불의 신전은 아이온에서 득템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 던전이었다.
아이온2에서도 그 감성을 되살리고자 불의 신전을 뜨거운 용암지대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17년 전 느꼈던 그 짜릿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당시를 기억하는 유저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애드 때문에 욕먹었던 기억, 무기 때문에 싸웠던 기억, 그리고 드디어 내 무기가 나왔을 때의 그 짜릿함까지. 그 모든 게 아이온의 추억이었고, 불의 신전은 그 중심에 있었던 던전이었다.


※ 아이온 기획 기사 2편. 싸움의 진심인 자, 시공의 균열로 출근! 으로 이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