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글로벌 출시를 앞둔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이하 서바이벌 유닛)'은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좀비 호러 액션 어드벤처로 알려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외전이라는 점에서 한 번, 모바일 4X 장르라는 점에서 한 번, 여기에 캡콤의 핵심 IP임에도 외부 개발사인 조이시티가 제작을 맡고 있다는 점, 그리고 캡콤·애니플렉스·조이시티 세 회사가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까지, 이 게임이 가진 배경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게임의 방향성 역시 기존 4X와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4X가 유저 간 경쟁이나 연맹·세력 간 전쟁으로 확장되는 구조라면, '서바이벌 유닛'은 모두가 협력해 강력한 크리처에 맞서는 방식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사 중심의 스토리텔링, 퍼즐 요소까지 더해져 기존 장르 틀에서 벗어난 구성을 보여줍니다.
바이오하자드가 왜 이러한 장르 실험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세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시를 앞둔 시점, 지스타 현장에서 애니플렉스 하시모토 신지 총괄 프로듀서와 조이시티 박준승 전략사업본부 본부장을 만나 그 배경과 개발 방향을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Q. 캡콤으로부터 특별히 강조하거나 반드시 지켜달라고 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시모토 신지 총괄 프로듀서 = 캡콤이 검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발 초기 캡콤의 의사결정자들을 직접 만나 어떤 요소가 핵심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죠. 흥미롭게도 캡콤은 "바이오하자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사운드인데, 모바일에서는 대부분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그러니 사운드 없이도 성립하는 바이오하자드를 만들어달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즉, 기존 콘솔식 공포 연출을 모바일 환경에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런 제약까지 고려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길 바랐던 거죠. 오히려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Q. 호러 게임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데, '서바이벌 유닛'에서는 사운드 없이 어떻게 공포를 구현했는지 궁금합니다.
하시모토 = 바이오하자드에서 호러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호러를 빼면 결국 액션 어드벤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러'라는 요소가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였던 셈이죠. 그렇다면 이 동기를 다른 방식으로 제공해도 바이오하자드다운 경험은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략 게임은 부대 편성 실패나 순간의 실수로 인한 패색이 짙어질 때 특유의 압박감을 줍니다. 저는 이 압박감 역시 일종의 호러 감정이라고 보고, 멀티 플레이에서 팀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재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4X는 성장 가능성이 큰 장르였고, 전략 요소와 바이오하자드 세계관이 결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러 시리즈 캐릭터가 한데 모이는 '올스타적 재미'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죠.

Q. 바이오하자드와 4X는 다소 이질적인데, IP를 4X로 만들며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준승 본부장 = 조이시티는 전통적으로 다수의 4X 게임을 서비스해왔지만, 솔직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중국 4X 게임들이었습니다. 그 전략을 참고하며, 차세대 4X는 기존보다 가볍고 진입 장벽이 낮으며,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IP를 선택한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좀비 아포칼립스 테마가 매우 친숙하고, IP 인지도와 콘셉트가 사업적으로도 기회를 제공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기존 바이오하자드의 솔로 중심 재미를 4X의 핵심 메카닉과 어떻게 연결할지였습니다. 우리는 협력 중심 구조로 설계했기에 '나의 생존'이 아닌 '우리의 생존'으로 확장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도록 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팀과 협력해 충분히 구현했으며, 애니플렉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이전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4X보다 라이프 사이클이 길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박준승 = 일반적으로 4X는 과금을 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쓰지 않아도 끝까지 즐길 수 있는 4X를 목표로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무과금 유저도 게임 생애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내부 테스트에서도 무과금 그룹이 존재할 정도였고, 한 달 이상 플레이해도 재미가 유지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라이프 사이클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토리와 퍼즐 요소 등 4X임에도 서사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인데, 라이브 서비스에서 스토리는 계속 확장되나요?
박준승 = 이 게임은 '평행세계' 설정이어서 훨씬 자유로운 서사 구성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바이오하자드 2·3의 라쿤시티 사태를 기반으로 시작했습니다. 라쿤시티 탈출 전까지는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탈출 이후부터는 완전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개인의 생존이 '커뮤니티의 생존'으로 확장되는 구조죠. 일반적인 4X에는 서사가 거의 없지만, 우리는 시즌별로 스토리를 정기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시리즈 내에서 캐릭터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4X와 비교하면 캐릭터 풀이 다소 적을 것 같은데요?
박준승 = 레온을 예로 들면 2편, 4편, 6편, 그리고 외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캐릭터가 다른 버전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기획적으로 이미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리즈 후속작(바이오하자드 레퀴엠)과의 협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시모토 = 아마노 요시타카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이 캐릭터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노는 오리지널 크리처 '모르템'을 포함해 이번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프로젝트지만 대작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개발팀이 고생이 많은데, 내년·내후년까지 확장 아이디어가 꽉 차 있어 캐릭터 풀이 적을 걱정은 전혀 없습니다.


Q. 추후 콜라보도 고려 중이라고 했는데, 유명 좀비 IP와의 협업도 포함되나요?
박준승 = 구체적인 IP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바이오하자드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만큼 전혀 다른 세계관을 섞어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하시모토 = 바이오하자드를 선택한 이유가 좀비물의 뿌리가 깊고, 다른 IP 아이디어를 흡수하기 좋은 토양이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 좀비물과의 콜라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Q. 오리지널 캐릭터는 대략 몇 종이 준비되어 있나요?
박준승 = 출시 시점 기준으로 유저를 대변하는 주인공과 조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아마노 일러스트레이터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크리처 '모르템'까지 포함해 3종이 등장합니다. 이후에도 오리지널 캐릭터 추가는 가능하지만, 초반에는 원작 캐릭터에 집중했습니다.

Q. 디펜스 요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얼핏 4X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이를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준승 = 바이오하자드를 모바일로 옮기면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작은 화면에서 '조작하는 재미'를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모바일 성능 제한도 있었고, 그래서 클래식 바이오하자드(1~3)의 향취를 살리면서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메카닉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가 디펜스 요소입니다.
모바일은 짧은 시간에 성장·수집 재미를 확인하기 좋은 플랫폼이고 디펜스는 이 흐름과 잘 맞는 장르입니다. IP와 장르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장비에 등급이나 별이 보였는데, 육성 시스템은 어떤 구조인가요?
박준승 = 캐릭터 획득 허들은 매우 낮게 설정했습니다. 플레이 시간만 투자하면 95~97%의 캐릭터를 무과금으로 획득 가능합니다. 장비는 등급이 있지만 과금 전용 최고 장비는 지양했습니다. 장비 성장과 캐릭터 성장이 육성의 핵심 구조를 이룹니다.
Q. '서바이벌 유닛'은 바이오하자드 팬과 4X 팬 모두를 노리는 형태지만, 실제로는 교집합만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박준승 = 우리는 하드코어 4X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바이오하자드를 잘 모르는 유저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고, 실제 글로벌 4X 히트작 중에서는 신규 유저의 90%가 4X 경험이 없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하시모토 =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출시되는 게임들을 보면 대작 중심으로 완성도는 올라가지만 출시되는 게임 수는 줄어드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유저들은 더 많은 신작을 원하지만, 대작 중심 구조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서바이벌 유닛'은 바이오하자드 신작을 찾는 유저에게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4X 특성과 바이오하자드 올스타 구성이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역별로 4X 인기 편차가 큰데, 애니플렉스의 글로벌 퍼블리싱 전략은 무엇인가요?
하시모토 = 바이오하자드를 이야기하면 보통 게임을 먼저 떠올리지만, 캡콤에서는 게임이 인기를 끈 지역은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영화는 글로벌하게 인기를 끌었죠. 사실상 영화가 바이오하자드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인 셈입니다.
'서바이벌 유닛'은 게임·영화를 통해 확산된 바이오하자드 IP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게임이 되고자 합니다. 한국·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아마노 기용 역시 4X에 관심 없던 유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입니다. 한국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웃음).
또한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밸런스가 기울면 즉시 조정할 예정입니다. 220만 명 사전예약 등 좋은 지표도 있지만, 출시 전에는 늘 불안한 법이죠. 하드코어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속도 차이를 어떻게 조절할지, 어떤 방식으로 함께 키워낼지가 승부라고 보고 있습니다.

Q. 4X 엔드 콘텐츠는 보통 길드전인데, '서바이벌 유닛'은 강력한 크리처와 협력 전투가 중심이더군요. MMORPG의 레이드 같은 구조인가요? 그리고 길드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준승 = 4X는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세대는 연맹 간 전쟁으로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방식이고, 2세대는 '올림픽식 경쟁', 즉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며 기록으로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큰 패널티가 없죠.
'서바이벌 유닛'은 2세대에 해당합니다. 보스 크리처가 등장하면 유저들이 연합해 처치하고, 보상은 기여도에 따라 지급됩니다. 모두가 손해 보지 않는 구조이며,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소수 생존자가 거대 세력에 맞서는 세계관과도 잘 맞습니다.
물론 길드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서버 단위 경쟁 콘텐츠도 있습니다. 수십 개 서버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이전 건쉽배틀: 토탈 워페어의 엔드 콘텐츠를 '서바이벌 유닛'에 맞게 적용할 예정입니다.
디펜스 콘텐츠, 랭킹전 등 다양한 경쟁 콘텐츠도 제공해 4X에 익숙치 않은 유저도 모바일 수집형·디펜스 게임 감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4X는 결국 '과금력'이 승패로 이어진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서바이벌 유닛'은 어떤가요?
박준승 = 4X 구조를 군대로 비유하면 다양한 포지션이 필요합니다. 전방에서 싸우는 사람, 지휘하는 사람, 물자를 생산하고 조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역할이 있죠.
과금러는 주로 전방·지휘 포지션을 맡지만, 무과금러가 보급과 생산 역할을 수행하려 해도 대부분 그 단계까지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과금이 이뤄지는 구조인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이 지점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무과금 유저도 군수·지원·보급 등 다양한 역할로 엔드 콘텐츠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각자가 자기 방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4X를 협력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일종의 MMO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미국 게임은 스스로 No.1 MMO라고 광고할 정도죠. MMO라고 하면 MMORPG를 떠오르는 아시아권에서는 잘 와닿지 않지만, '서바이벌 유닛'을 통해 그런 협동의 재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Q. PC 버전으로도 재밌을 것 같은데, 별도의 PC 클라이언트 계획은 없나요?
하시모토 = 큰 화면에서 즐기고 싶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고 저 역시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캡콤에 "바이오하자드 IP를 모바일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캡콤은 이미 대형 화면 게임 제작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과 직접 경쟁하는 건 피하고자 합니다.
Q. 글로벌 출시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포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준승 = 한국은 글로벌보다 약간 늦게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국 유저들은 눈높이가 높고 열정적이기에 그 수준에 맞는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먼저 글로벌 출시를 통해 완성도를 다듬은 후 한국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서바이벌 유닛'은 바이오하자드 게임 팬부터 영화를 통해 친숙한 일반 유저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세계관이지만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자 한국 대표 4X 개발사로서의 노하우를 집약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하시모토 = 업계 경력 40년에 가까운 지금, '첫 작품을 만드는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될 줄 몰랐습니다. 스퀘어에닉스에서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디즈니 올스타라고 할 수 있는 킹덤하츠 시리즈도 맡았지만, 다른 회사의 핵심 IP를 "당신 스타일대로 만들어달라"는 식의 도전은 처음이었습니다.
또 내부 개발팀도 아니고 새로운 회사, 그리고 한국 개발사와의 협력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목표 일정에서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여기까지 온 팀의 노력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3년간 만든 결과물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캡콤이 요구한 것처럼 '서바이벌 유닛'은 누구도 예상 못한 새로운 바이오하자드 경험에 가까워졌다고 확신합니다.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