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시다 나오키 "파이널판타지14의 다음을 향해"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6개 |


▲ 파이널판타지14 요시다 나오키 P/D

파이널판타지14 한국판이 드디어, 글로벌판과 동일하게 업데이트된다. 무려 10년 만에 한국 유저들의 긴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이 반가운 소식과 함께 반가운 사람도 한국을 찾았다. 바로 파이널판타지14 디렉터 겸 프로듀서 요시다 나오키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아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강연도 하고, 요시다 P/D의 산책이라는 방송도 진행했다.

그런 요시다 나오키 P/D와 한국 서비스 10주년, 카페 크리스타리움, 글로벌 동시 릴리즈, 그리고 MMORPG로서 파이널판타지14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10년 동안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 기쁘다는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도 전 세계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한국 미디어 단체로 진행됐다.


한국 서비스 10주년, 그리고 글로벌 동시 릴리즈





Q. 한국 서비스가 10주년을 맞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 한국 서비스가 1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도착했다. 유저와 커뮤니티, 미디어 등 함께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MMORPG라는 장르의 창세기였던 울티마 온라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훌륭한 타이틀이 한국에서 발표됐다. 저는 MMORPG의 최고참 유저로서 그 역사를 봐왔다.

한국은 MMORPG 경쟁이 심하고, 눈이 높은 유저가 많은 만큼 일본에서 본다면 정말 어려운 시장이다. 이렇게 유저들의 수준이 높은 시장에서 파이널판타지14가 10년이라는 장기 서비스를 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개발팀의 노력도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유저들의 열정, 한국 운영팀의 헌신과 지원이 있어서 장기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본다. 감사드린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도전을 시작한 온라인 게임 중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이렇게 최장 기록 서비스한 건 파이널판타지14뿐이라고 생각한다. 10주년뿐 아니라 15주년, 20주년 등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지점까지 모두와 함께하려 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Q. 7.5부터 한국과 글로벌이 동시 패치될 예정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앞으로 방송 빈도가 동시 업데이트에 따라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이 궁금하다.

= 정말 오랜 시간, 10년 이상 유저들이 기다려왔다. 응원과 지원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번역 스케줄이었다. 스퀘어에닉스 사내에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존재한다. 사실 스퀘어에닉스는 글로벌판을 나중에 개발하는 회사였다. 일본어와 영어를 같이 발매하게 된 것도 제법 최근의 일이다.

그런 와중 파이널판타지14는 정기적으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고, 그때마다 많은 양의 텍스트가 추가된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개발팀은 마지막까지 일본어 텍스트를 고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언어 동시 릴리즈를 한다는 건 정말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긴 시간 노력해서 한국 번역팀을 꾸리고, 테스트를 해왔다. 일본어 텍스트를 거의 마지막까지 수정하면, 그 직전의 버전을 한국 팀에 넘겨 번역을 시작하게 한 뒤, 수정 버전을 다시 전달하고, 또 번역을 진행했다. 그 와중 음성 녹음도 진행했다. 이런 작업의 실현이 가능한지 여러 테스트를 통해 검증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동시에 대응하는 언어 수를 늘리기 위해 메이저 업데이트 간격을 3주 늦추는 건 본말전도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업데이트 주기를 유지하면서 대응 언어를 늘릴 것인지를 과제로 삼고, 한국 및 중국 팀 모두 함께 고민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가 이번 동시 릴리즈다.

다만 앞으로 각각 지역의 특별한 대응은 어려워지게 된다. 전용 콘텐츠나 선행 의상 이런 것들은 없어진다. 대신 하나의 글로벌, 하나의 커뮤니티로 보고 모두 함께 나아갈 것이다.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곧 실현된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레터라이브는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른다. 이것저것 해보겠다. 제가 하는 레터라이브의 파워포인트를 방송 전 중국 한국 팀에 제공하는 건 시작했다. 제공 시점이 방송 3일 전이다. 그 뒤에도 방송 전까지 수정이 있다. 아주 까다롭게도, 방송 대본이 아예 없기에 대본을 사전에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공받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만 하는 건 유럽 미국도 똑같다. 자료를 보고 상상은 하지만 제가 뭘 이야기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게 레터라이브다.

그래서 레터라이브를 미러 송출 하며 실시간으로 한국어 통역을 포함해 유저와 대화하는 방송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라이브 다음 날 다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정보는 레터라이브에 맡기고, 패치 직전 한국판만의 방송 등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를 시도하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정해가려 한다. 지금 시점에서 정해진 건 없다. 사전에 대본을 써서 전 세계의 운영팀에 넘기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전 그런 방식은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지도 않다(웃음).




Q. 7.5 동시 업데이트에 이어, 확장팩 8.0 이전까지 글로벌 모든 지역에서 팬페스티벌을 진행할 수 있을까.

= 확장팩 전까지 다섯 개 지역 팬페스티벌을 끝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저희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개발하는 게 본업인데, 팬페스티벌은 저희가 실제로 움직이는 코스트가 많이 든다. 중국이 7.4에서 패치 릴리즈가 동기화된다고 발표됐고, 한국은 7.5에서 된다. 북미, 유럽, 일본 지역에서 이미 발표된 팬 페스티벌 일정이 있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은 따라잡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는 8.0을 발표하지 않았다. 9.0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8.x 패치가 있다. 그 와중에 2028년, 2029년 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계획한다면 그때는 또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어케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은 패치 릴리즈를 따라잡는 걸 우선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는 글로벌 전체에서 동시 릴리즈를 하고 그 힘을 가진 상태에서 팬 페스티벌을 또 여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하기 어려웠던 게, 한국과 중국은 유저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확장팩을 발표했어야 했다. 8.0 이후에 하는 팬페스티벌에는 다음 패치를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그건 그거대로 또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동시 릴리즈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파이널판타지14를 모두 하나의 글로벌로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전 세계가 함께 열심히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패치가 같아질 테니 파이널판타지14 월드컵 같은 것도 하면 좋겠다.


Q. 파이널판타지14는 정말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고, 한국은 유저 수에서 상위권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에 있어 한국어 서비스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한국판과 글로벌판의 동시 업데이트라는 정말 오랜 꿈이 이번에 실현된다. 저는 파이널판타지14가 국가별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때 파이널판타지14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보고 있다. 이걸 항상 전제로 생각한다.

다만 게임 커뮤니티로서는 하나더라도, 지역에 따라 성장 환경이 다르다.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먹는 것에서도, 어떤 유행이 있는지도 다르다. 현실 사회는 나라에 따라 다른 특징이 있다. 파이널판타지14라는 거대 커뮤니티를 각각 나라에서 통용시키기 위해, 유행이나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 등을 체크하고 콜라보, 협업을 하고 있다. 즉, 유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운영팀이 찾아내고, 노력하고 있다. 이게 현재의 방침이다.

각각의 나라에서 마케팅이나 캠페인을 할 때, 그 나라의 유저가 많은가, 비율적으로 적은가는 지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서 어떻게 더 넓혀 나갈 수 있는지를 일직선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유저가 5만 명이라고 해서 5만 명 규모의 캠페인만 하지 않는다. 5만 명의 열광적인 유저가 있다면 거기서 더 키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과감하게 하는 걸 캠페인에 담고 있다. 각 나라 운영 스태프들의 특색도 담아내서 캠페인을 발전시키고 있다.




Q. 지콘의 경우 한국의 어린 개발자들도 많이 들으러 온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기업의 강연 의뢰는 거절을 하는 편인데, 학생을 위한 건 가능한 가려고 한다. 저는 여러 선배들 덕에 이 자리에 있기에, 저 역시 많이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 오고 싶다고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게임과 관련해서 여러 갈래의 직무가 있고, 그에 따라 익혀야 하는 전문 지식, 동기, 접근 방식 등이 직무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 먼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물어보는데, 조언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어떤 직종이든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장르만 플레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프로페셔널하게 접하고 만들어 나갈 때,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다. 좋아하지 않으니 그 장르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건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아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게임을 폭넓게 플레이하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는 플레이 이후 단순한 감성을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단순 감상은 일반 플레이어도 가능하다. 재미있지 않았다, 별로였다 생각했다면 왜 그런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본인이 생각한 걸 기술적 관점 등 다양한 시선과 요인에서 이유를 생각하고, 그걸 자신의 스킬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게임 개발자는 다른 공부는 안 해도 된다. 게임을 많이 해 보고, 플레이한 뒤 장단점을 분석해서 훈련할 수 있다면 게임 업계는 그렇게 어려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어를 꼭 배웠으면 한다. 한국은 언어 스킬이 높은 나라다. 한국에 제한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 지식이 높은 특성을 살려서 세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어떻게 싸워나갈지 생각하고, 노력하면 좋겠다.


Q. 10년 만에 지스타 강연에 서게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 신기한 일인데, 위키피디아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2014년 지스타 사진이다. 12년이 지났지만 내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 유저들이 보내주는 열정과 지원, 응원의 목소리 덕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유저들로부터 걱정의 편지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 지난주에도 사무실 테이블 위에 영양제가 4봉투 정도 놓여 있었다. 확인해보니 유저들이 보낸 선물이었다.


한국 상설 카페, 카페 크리스타리움





Q. 한국에 상설 카페가 오픈한다. 오픈 과정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일본에 있는 에오르제아 카페는 다른 회사와 협업해서 만든 카페다. 상설 공식 카페를 하고 싶다고 처음 말한 건 저였다. 매일 게임 내 에오르제아에서 유저들이 만나지 않나. 하지만 게임을 떠나도 만날 수 있는 공식적 공간을 실제 게임 내에서 교류하는 느낌을 살려 만들고 싶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을 둘 수 있다는 건 게임이 잘 되지 않거나, 열정적 커뮤니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를 항상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카페 평판이 좋았고, 운영 업체에서 메뉴를 비롯해 가게 퀄리티 역시 신경 써준 결과 일본 카페에 전 세계 유저가 모이게 됐다.

중국과 한국 카페의 경우 먼저 커뮤니티가 원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를 한국 운영팀이 열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노력한 게 이번 일의 시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기간 한정 카페를 주요 도시에 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돈을 들이면 가능하다. 기간 한정이 되니 유저들도 잘 모인다. 한정 카페는 어렵지 않고 프로모션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상설 카페를 낸다는 건 수익성 면에서 사업 계획을 신경 써야 되고, 함께할 운영 회사에도 이익이 나온다는 걸 증명해 줘야 한다. 상설 카페를 만들기 위해 수익성 검토, 운영 방법 등에 대해 운영팀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 유저들이 그만큼 열정적이기에 결과적으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삼계탕을 정말 좋아해서 한국에 오면 항상 먹는다. 카페에 도도 삼계탕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싶은데, 카페 메뉴가 아닌 식사류긴 하다(웃음).


Q. 일본 카페에 한국 팬을 비롯해 해외 팬들이 많이 찾았다. 한국 카페도 한국 한정 메뉴, 해외 팬들도 가고 싶어할 만한 특색을 어떤 걸 생각 중인지 궁금하다.

= 당연히 오리지널 메뉴나 굿즈도 있다. 무엇보다 나라에 따라 카페 컨셉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1호점이 아키하바라에 있는 그리다니아 카페였고, 그다음 오사카 2호점이 울다하였다. 요코하마는 상설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3호점인데, 그건 림사 로민사다.

한국 카페는 또 다른 테마이기에 그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고대인 캐릭터에 대한 인기가 높고, 크리스타리움 컨셉을 쓰지 않았기에 바로 하게 됐다. 인기 있는 도시이기에 글로벌 전체에서 주목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Q. 에오르제아 카페를 가봤는데, 카페마다 웰컴 굿즈 등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웰컴 굿즈가 준비된 게 있나. 글로벌 공식 굿즈 판매존이 있는데, 한국에도 그런 공식 판매존이 들어오는지 궁금하다.

최정해 = 웰컴 굿즈는 새벽의 혈맹 일러스트를 활용한 기다란 마그넷이다. 굿즈의 경우 한국판만의 굿즈가 2종 있다. 차가운 물을 부으면 크리스타리움 탑이 파랗게 나오는 아이스 컵, 그리고 뱃지를 판매한다. 초기에는 물량이 부족해서 1인 1개씩만 판매할 예정이다.

공식 굿즈 판매는 일단 카페 운영이 처음이라, 직접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일단 전용 굿즈 2종만 판매하고 운영이 익숙해지면 굿즈 판매도 늘릴 생각이다.

요시다 나오키 = 현재 스퀘어에닉스 자체가 파이널판타지14뿐 아니라 여러 굿즈를 글로벌로 판매하자는 이야기를 사내에서 진행 중이다. 계약이 굉장히 복잡한데, 좀 더 많은 곳에서 편하게, 여러 지역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기초 규칙 자체를 바꾸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게 진행되면 여러 굿즈를 해외에서도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북미나 유럽보다 한국에서 먼저 상설 카페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한국 유저들이 엄청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북미 유저들의 열정이 부족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한국 유저들이 정말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북미는 나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서부에 만든다고 하면 동부에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온다. 어느 한 곳을 고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수치적으로도 분명한데, 일본,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나 캐릭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서구권에 비해 훨씬 크다. 카페에 간다면 이동, 음식, 굿즈 등 많은 비용이 든다. 북미 유럽보다는 아시아에서 그 비용의 상한선이 훨씬 높다. 그렇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카페가 생기기 좀 더 쉽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요즘 흔히 말하는 오시카츠 문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하나 정해서 굉장히 사랑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 감각이 북미나 유럽에서도 퍼지기 시작했다는 건, 전 세계 이벤트를 돌면서 느끼고 있다.




Q. 파이널판타지14 굿즈가 단순히 선물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 용품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방향성이 궁금하다.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콜라보를 확대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10년에서 15년에 이르는 안정적인 서비스 실적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고급 브랜드나 비 게임 분야에서도 함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게 된 것이다.

둘째, 글로벌 퓨마 콜라보와 일본 이세탄 팝업 스토어 같은 성공 사례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파트너들과도 협업 기회가 넓어졌다. 굿즈 담당자들이 모두 파이널판타지14의 유저이기 때문에, 본인이 보기에 별로라고 느껴지는 제품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 게임 외부에서도 파이널판타지14를 생활의 일부로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해온 결과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Q. 프라이멀즈 공연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 프라이멀즈의 경우, 소켄의 스케줄이 가장 큰 문제다(웃음). 페스티벌이나 음악 관계자들이 초대해주면 아마 기쁘게 달려올 것 같다. 저희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전에 했던 라이브 투어에 대만이 포함된 적이 있었는데, 거기는 라이브하우스가 있었다. 그렇기에 제안이 들어왔고 실현될 수 있었다. 단독으로 대만에서 하는 건 적자로 인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사를 읽는 한국 음악 관계자분들의 연락 부탁드린다.


파이널판타지14, MMORPG로서 나아갈 방향




▲ 요시다 P/D의 산책 방송

Q. 한국 방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이야기하고 싶고, 피드백을 듣고 싶나.

= 모든 지역에서 유저들을 만날 때 원하는 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무엇이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듣고 싶다. 다만 지역별로 플레이스타일이나 취향이 미묘하게 다르다. 중국과 한국은 캐릭터를 꾸미고 싶어하는 성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한 명당 환상약 소비량이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웃음). 그래서 캐릭터 꾸미기 피드백이나 원하는 의상, 장식 요소 등의 피드백을 얻고자 하는 기대는 있다.

그리고 한국은 예전에는 PC로 게임을 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유저들이 평소에 어떤 환경에서 플레이하는지, 일주일에 어느 정도 시간을 파이널판타지14에 쓰는지, 어떤 패턴으로 로그인하고 또 쉬는지 같은 것들을 솔직하게 듣고 싶다. 데이터로만 보는 것과, 실제 목소리로 듣는 것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 플레이를 하고, 하루에 얼마나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등, 데이터를 보고는 있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제 파이널판타지14는 다음 1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팬 페스티벌도 예정되어 있고, 꽤 큰 발표가 준비되어 있다. 두 번째 신생을 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진화시키기 위해 0부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유저들의 가처분 시간이다. 가처분 시간이 매우 짧아졌기에 로그인 가능 기간, 로그인 후 얼마나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등을 듣고 싶다. 거기에 맞춰 나가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가처분 시간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유저들로부터 직접 듣고 싶다.

MMORPG는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는 장르라, 지금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구자처럼 오래 플레이해서 앞서나가는 사람이 많고, 그들을 따라가려면 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몇백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으로 로그인할 때마다 기대할 만한 게 있고, 그 기대에 맞는 만족도가 제공된다면 MMORPG라는 장르가 앞으로도 사랑받으며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는 이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Q. MMORPG 장르의 딜레마, 줄어든 유저 가처분 시간에 비해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큰 부담이다. 파이널판타지14를 긴 시간 운영하며 그런 시대 변화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고 겪었을 것이기에 아까 앞으로 이에 대한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그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나.

= 타이밍 상, 그리고 예시를 들기에도 어렵지만,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과거 MMORPG는 소위 노가다라고 부르는 반복 작업, 시간을 들이는 게 게임 디자인의 전제였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파이널판타지14도 마찬가지이지만, 바뀌었다.

예를 들어 파이널판타지14의 경우 아무리 바빠도 주에 알라그 석판을 450개만 모으면 어떻게든 된다는 게임 디자인을 취했다. 특히 메이저 업데이트 2개를 하나의 시즌으로 생각해서 아이템 레벨을 크게 갱신하기에, 반 년 정도 쉬고 복귀해도 금방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갈 수 있다. 이게 과거의 MMORPG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최대한 단시간, 조금씩만 플레이해도 계속할 수 있다는 디자인이 지금까지의 파이널판타지14였다.

그런데 이 석판 450개를 모은다는 게 파이널판타지14를 오래 플레이한 유저는 바로 이해할 수 있지만, 최근 스마트 기기를 베이스로 한 온라인 게임이나 새로 나온 다른 게임을 체험하고 오는 유저들에게는 그래서 석판 450개를 모은 다음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알기가 어렵다.

여기부터는 이제 그냥 예시를 드는 건데, 게임에 로그인 했을 때 유저들에게 게임 쪽에서 먼저 ‘플레이 시간이 2시간밖에 없나요?’, ‘오늘은 강해지고 싶나요?’, ‘오늘은 이야기를 즐기고 싶나요?’ 이런 것들을 물어본 뒤, 선택을 하면 플레이 방식을 제시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MMORPG,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어떻게 보면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다. 게임 안에서 어떻게 놀 것인지 유저들이 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저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부분을 게임 쪽에서 제안을 하거나,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제한된 시간 속에서 어떤 재미있는 콘텐츠를 할 수 있을지 알기 쉽게 알려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아까 언급했던 유저 가처분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저희가 분명하게 제안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싶다는 게 지금 제 의지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실 알라그 석판 450개도 아이템 레벨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탈것이나 예쁜 장비, 이런 것과 교환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당연했던 것들을 앞으로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나 엔터테인먼트 면에서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이러한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 가능한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실현하고자 한다. 다만 이 이상은 경쟁작에게 힌트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 MMORPG로서 파이널판타지14가 나아갈 길

Q. 파이널판타지14의 가장 큰 장점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이런 강력한 커뮤니티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처음부터 건전한 커뮤니티를 바란 건 맞지만,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와서 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구 파이널판타지14가 큰 실패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계속 서로 응원하고 도우면서 플레이했고, 개발팀도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지원했다. 그때의 상호 의지가 가장 기초,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요인은, 유저와 가능한 한 솔직하게 대화해온 것이다. 개발이나 운영에서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이유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왔다. 유저 의견을 솔직하게 듣고, 저희 생각도 솔직하게 말해왔다. 상호 이해를 전제로 해온 게 정말 큰 요소다.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는데, 과금 모델이 구독인지, 프리투 플레이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는 공식 포럼을 운영하는데, 공식 포럼에 글을 쓰려면 월정액을 구매해야 한다.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경솔한 말을 해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캐릭터와 연관되기 때문에, 발언하기 전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절대 F2P 모델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만큼 유저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그만큼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늘어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가 없는 상태라면, 하나의 커뮤니티로 뭉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요인은 파이널판타지14는 유저 하나하나가 주인공인 게임이라는 점이다. 게임 내의 경험 덕에 주인공이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많다. 게임성, 스토리가 각 플레이어 한 명 한 명에게 스며 있어서, 좋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Q. 한국은 인원이 적음에도 강력한 커뮤니티가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현 시대에 월정액 MMORPG, 그리고 판타지 요소에 집중한 게임에서 절대 적은 유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한국에는 정말 열광적인 유저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점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꼽자면 한국 운영팀의 노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공식 밴드의 곡 중 시간 정지 기믹이 있는 곡이 있다. 시간 정지에 맞춰 응원봉을 모두 멈춘다는 연출을 처음 시작한 게 한국 유저다. 그 연출이 전 세계에 퍼져서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 공연하든 그 곡이 나오면 전 세계 유저들이 응원봉을 멈춘다. 이런 발상과 열정에 대해 한국 유저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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