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퍼피'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문장이다. 순간,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신과 함께'에 남겼던 평가, '공업적 최루법'이 떠올랐다. 어떤 작품이든 감동은 환영하지만, 작정하고 눈물샘을 쥐어짜려는 '신파극'이라면 짐짓 방어기제부터 발동하게 되니까. 그래서 솔직히 기대를 한 수 접고 시작했다.
하지만, '마이 리틀 퍼피'는 뻔한 최루성 장치에만 기댄 게임이 아니었다. 이것은 개인의 상실에서 출발해, 개라는 생명체에 대한 탐구, 나아가 사회적 고찰과 치유로 마무리되는 한 편의 이야기다. 게임 시장을 지배하는 자극적인 액션의 도파민은 걷어내고, 창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작가주의' 게임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진정성을 대변하는 첫 번째 매력은 엉뚱하게도 '트월킹(Twerking)'이다. 주인공 '봉구'가 웰시코기인 만큼, 플레이 타임 내내 보게 되는 그 토실토실한 엉덩이의 움직임은 경이로울 정도다. 다른 게임들이 여성 캐릭터의 신체 흔들림을 연구할 때, 이들은 웰시코기의 엉덩이 근육과 털의 물리학을 심도 있게 연구해 냈다. 이 집요한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개발자가 봉구라는 존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5.11.7.
리뷰판: 정식 빌드개발사: 드림모션
서비스: 드림모션, 크래프톤
플랫폼: PC, PS5, XBOX, Switch
플레이: PC
상실을 넘어 '마중' 나가는 여정
'마이 리틀 퍼피'는 '펫 로스(Pet Loss)'라는, 반려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비극을 게임이라는 문법으로 재해석했다. 배틀그라운드로 대표되는 '경쟁'의 크래프톤이 산하 스튜디오를 통해 '공감'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투자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게임의 서사가 단순한 가상 시나리오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진정성'에 있다. 일각에서는 고양이 게임을 개발하다 노선을 변경했다는 오해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마이 리틀 퍼피'는 시작부터 오롯이 이준영 대표의 반려견 '봉구'를 위한 헌사였다.
특히 봉구와의 실제 사연은 게임이 가진 슬픔의 깊이를 더한다. 봉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목전에 둔 8살 노견, 그것도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던 아픈 아이였다. 이 대표가 입양해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가족으로서 함께한 시간은 고작 7개월에 불과했다.
그 짧고도 강렬했던 인연을,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쌓아 올린 '디지털 제단'이기에, 게임 속 봉구의 숨소리와 몸짓은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그래픽 이상의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핵심 모티브는 영미권의 시 '무지개다리(The Rainbow Bridge)'다. 보통 반려동물이 사후 세계에서 주인을 얌전히 기다린다고 해석되지만, 게임 속 봉구는 다르다. 주인의 냄새를 맡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천국의 경계를 넘어 직접 마중을 나간다. '멈춰있는 그리움'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달려오는 역동적인 사랑'으로 펫 로스를 위로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게임은 차가운 현실의 단면도 놓치지 않는다. 초반부 등장하는 노인과 강아지 에피소드는 실제 'CAN 강아지 강탈 사건'을, 등장하는 수의사 캐릭터는 안락사의 죄책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대만의 실제 수의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투견, 실험견 등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비극들을 마주하게 하며, 게임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생명 윤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결핍이 만들어낸 협동의 미학
'마이 리틀 퍼피'는 플레이어에게 인간이 아닌 '개'의 감각과 신체로 세상을 보게 한다.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설계는 바로 '웰시코기의 짧은 다리'다.
짧은 다리는 명확한 제약이다. 마리오처럼 높이 점프할 수도, 링크처럼 멋지게 벽을 탈 수도 없다. 하지만 게임은 이 신체적 결함을 협업으로 승화시킨다. 봉구는 높은 곳을 오르거나 문을 열기 위해 다른 동물이나 NPC의 도움이 절실하다. "개는 인간(혹은 동료)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종의 특성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전능한 영웅이 아니라, 사랑받고 도움받는 존재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인간과 달리 후각에 예민한 개의 특성도 UI에 잘 녹아들었다. 복잡한 미니맵 대신 화면에 피어오르는 냄새의 궤적을 따라가는 방식은 직관적이면서도 '개가 되었다'는 몰입감을 준다.


게임 플레이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어드벤처에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섞었다. 거대한 적을 피해 숨는 스텔스, 붕괴하는 지형을 달리는 추격전,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를 패러디한 유쾌한 격투 섹션까지. 특히 앞발을 휘두르며 싸우는 봉구의 모습은 진지한 흐름 속 훌륭한 완급 조절 장치다.
치유의 힘과 조작의 아쉬움
물론 '마이 리틀 퍼피'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냉정하게 '게임'으로서의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자면, 명과 암이 뚜렷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조작감이다. 이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닌텐도 '슈퍼 마리오'가 얼마나 위대한 게임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봉구의 움직임은 다소 둔탁하고 판정이 애매해서, 의도치 않은 낙사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설산' 맵에서 보여주는 미끄러짐 물리 효과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플레이어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플레이어의 행위가 결과로 이어지는 '피드백' 역시 다소 헐겁다. 고래를 바다로 밀거나 갈매기와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에서의 버튼 조작은, 내가 입력한 값이 게이지에 정교하게 반영된다기보다 정해진 연출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처럼 느껴진다. 플레이어의 입력이 화면 속 결과물에 직관적으로 연결되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콘텐츠의 볼륨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약 5~6시간이라는 짧은 플레이 타임에 비해 2만 원대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또한 퍼즐의 난이도가 낮고 직관적이어서, 도전적인 성취감을 원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인터랙티브 동화책에 가깝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결함이나 볼륨의 한계가 이 게임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못한다. '마이 리틀 퍼피'의 본질은 복잡한 컨트롤이나 방대한 콘텐츠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그 진심 하나만큼은 플레이어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현재 이 게임은 스팀 플랫폼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11월 20일 기준 1,524개 평가 중 97% 긍정적)를 받고 있다. 유저들은 투박한 시스템 너머의 따뜻한 진심과 감동에 기꺼이 '압도적 긍정'으로 화답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플레이어는 곁에 있는, 혹은 먼저 떠나보낸 자신의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위해 여전히 달려오고 있다"는 그 믿음 하나로 큰 위안을 얻는다. 이것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장례식이자 추모의 의식이라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 특히 펫 로스의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이 게임은 대체 불가능한 치유제가 될 것이다. 다소 투박한 조작감은 용서할 수 있다. 봉구의 치명적인 뒤태와 그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컨트롤러 옆에 휴지를 준비하고 플레이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