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결정이 업계의 이목을 끈 건, 이 게임이 거둔 압도적인 성과 때문이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이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7관왕, 더 게임 어워드(TGA) 9관왕(GOTY 포함)을 달성하며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대다수의 시상식이 이 게임을 '올해의 게임'으로 인정한 반면, 유독 IGA만이 수상을 취소하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규정 위반'의 문제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AI 기술과 창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을 보여준다.
먼저, '수상 박탈'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두 시선 모두 이견이 없다. 개발사가 처음에 "생성형 AI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서약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적 기만이다. 사후 패치를 통해 AI 리소스를 삭제했다고 해도, 약속을 위반한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페널티(실격)는 정당하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하지만 논쟁의 핵심은 그다음이다. 그렇다면 왜 IGA는 AI 사용을 그토록 엄격하게 금지했을까? 이 지점에서 AI 기술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첫 번째 시선은 AI를 '효율적인 도구'로 정의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이다. 주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이 관점에서는 AI 사용 자체를 문제시하지 않는다. 게임의 본질은 '최종적인 완성도'와 '재미'이며, AI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일 뿐이다. 인력과 자본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맛집을 찾은 손님의 마음'과 같다. 손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식탁에 올라온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가(재미)이다. 주방장이 재료를 손으로 썰었는지, 최신형 기계로 썰었는지(AI 사용)는 중요하지 않다. 음식만 훌륭하다면 기계 사용은 오히려 '스마트한 비법'이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이번 사태의 안타까움은 "왜 주방에 기계를 들였는가"가 아니라, "왜 굳이 손으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는가"에 있다. AI는 죄가 없고, 그것을 숨긴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두 번째 시선은 AI를 '불공정한 반칙'으로 규정한다. 레딧 커뮤니티 등 서양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이 관점에서는 생성형 AI 사용을 단순한 도구 활용이 아닌,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건너뛰는 '반칙 행위'로 본다. 인간 고유의 영역인 고뇌와 표현을 기계에 위탁하는 것은 인디 게임의 정신인 '장인 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그림을 평가하는 미술대회의 심사위원과 같은 시각이다. 그림의 가치는 화가가 직접 붓을 들고 물감을 섞으며 고민하는 그 '과정'과 '손길'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붓 한 번 들지 않은 작품을 대회에 출품했다고 가정해보자. 결과물은 붓으로 그린 것보다 더 정교하고 완벽할지 몰라도, 그것을 '그림'이라 부르며 상을 줄 수는 없다.
IGA가 "생성형 AI 강경 반대" 입장을 고수한 이유도 이와 같다. 그들에게 게임 제작은 '창작의 영역'이다. 인간이 직접 그려야 하는 '창작의 캔버스'를 AI가 채우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상 박탈은 정당한 경쟁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된다.
이번 사태는 개발사의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마무리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AI 시대를 맞이한 게임 업계의 두 가지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AI는 도구인가? 반칙인가? 이 간극을 메울 명쾌한 해답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