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동뮤지션(AKMU)이 2014년 발표한 ‘Give Love’는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노래다. 애니팡에는 하트를 주고 받는 시스템이 있었고, 악동뮤지션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작곡했다. 게임을 배경으로 대중가요가 만들어 진건 내 기억에 이게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당시에는 캐주얼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무렵 지하철 승객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가로 혹은 세로로 쥐고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퍼즐을 맞추거나 쿠키를 달리게 했다. ‘캐주얼 게임’이 대중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던 시대였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지하철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승객들의 시선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있다. 하지만 손가락의 움직임이 변했다. 화면을 두드리던 검지 대신,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쓸어 올리는 엄지손가락이 그 자리를 채운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과거 캐주얼 게임이 담당하던 ‘자투리 시간’의 영역은 이제 영상 콘텐츠로 대체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다.

지난해 전체 국민의 게임 이용률은 50.2%로 집계됐다. 국민 4명 중 3명(74.4%)이 게임을 이용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4.2%포인트가 급감했다. 특히 10~64세 인구의 이용률은 2024년 62.8%에서 2025년 52.7%로, 불과 1년 사이 10.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떠난 이유는 ‘일과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44.0%)과 ‘게임에 대한 흥미 감소’(36.0%)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게임에서 이탈한 이용자들은 전부 영상 콘텐츠로 쏠렸다. 게임 이용을 중단한 후 주로 하는 활동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86.3%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영상을 시청한다”고 답했다. 독서나 운동 등 다른 활동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이동은 플랫폼별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접근성이 가장 높은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전년 91.7%에서 89.1%로 하락했다. 주중 일평균 이용 시간 또한 90.9분으로 전년 대비 4분가량 줄었다. 더 쉽고 편한 영상 매체가 모바일 게임의 파이를 흡수한 결과다.
반면에, 모든 게임 지표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대중적 장르의 약세와 달리, 고정된 장소에서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플랫폼의 이용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체 이용률 하락세 속에서도 PC 게임 이용률은 58.1%로 전년(53.8%) 대비 4.3%포인트 증가했다. 콘솔 게임 또한 26.7%에서 28.6%로 소폭 상승했다. 이용 시간 면에서도 주말 기준 PC 게임은 193.4분을 기록해, 모바일(116.4분)을 크게 앞섰다.
게임 시장의 소비 패턴이 변했다. ‘가볍게 즐기는 여가’에서 ‘깊이 있게 몰입하는 취미’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게임 업계의 흐름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엘든 링’, ‘P의 거짓’, ‘퍼스트 버서커: 카잔’, ‘검은신화 오공’ 등 소위 ‘소울류’로 불리는 고난도 게임들이 몇년 사이에 크게 각광받았다. 온라인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레이드, 패턴, 신박한 연출 등을 매번 업데이트하면서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년의 데이터는 게임 산업의 구조가 변화했다는 걸 보여준다. 쉬운 조작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이용자는 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난관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얻으려는 ‘코어 이용자’들은 PC와 콘솔에 남았다. 진입 장벽을 낮춰 이용자 수를 늘리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확실한 취향과 몰입을 원하는 이용자에 맞춘 콘텐츠가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