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⑥] 유저의 마음을 훔치는 '진정성 소통법'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결국, 언제나 소통이 문제다.

진심을 담은 소통은 들불처럼 번진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소방수가 되지만, 반대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슈조차 잘못된 대처가 더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르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출시가 곧 완성'인 싱글 패키지 게임과 달리, '출시가 곧 시작'인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짊어진 소통의 무게감은 그 차원이 다르다. 수년 이상 서비스를 지속하며 유저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이제 소통은 단순한 운영 방침을 넘어 생존을 위한 법칙이자 필수 덕목이 되었다.

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모든 게임사가 이 과제를 능숙하게 풀어내는 것은 아니다. 익숙지 않은 방식에 서툰 실수가 반복되거나, 소통을 빙자한 통보로 일관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하지 마라"는 혹평을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고단한 작업이라는 방증이다. 역설적으로, 진정성 있는 태도로 견고한 팬덤을 구축한 게임사들이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26년 INVEN 신년 기획기사
[6부] 소통 ⭐ 유저의 마음을 훔치는 '진정성 소통법'
[7부] 게임중독 💊 게임, 정신 질환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예정)

물론 소통에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라이브 방송을 켜고 유저의 불만을 직시하며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는 것이 기본 문법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꾸준한 스킨십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것부터, 문제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선제적 대응까지 유저와 호흡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어느덧 해가 바뀌고 보름이 지났다. 지난 2025년 한 해, 남다른 소통 행보로 업계와 유저의 이목을 집중시킨 게임들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냉담했던 여론을 열광적인 환호로 뒤바꾼 그들만의 전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유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결정적 한 수를 되짚어본다.


권위를 내려놓아라, 먼저 다가가는 '광대 리더십'




▲ '트릭컬' 정식 출시 전부터 여러모로 끼를 보여준 바 있던 에피드게임즈

만약 2025년 소통의 왕좌를 가린다면, 단연코 가장 이색적인 자리는 에피드게임즈의 몫일 것이다. 서브컬처 게임 '트릭컬 리바이브(이하 트릭컬)'를 서비스하는 에피드게임즈는 세련된 문법이나 정제된 언어 대신, 광기와 B급 감성이라는 파격적인 무기로 유저들의 심장을 정조준했다.

보통 게임사의 대표나 임원진이 공식 석상이나 라이브 방송에 나설 때 점잖게 무게를 잡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업계 관행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아무리 복장이 자유로워졌다지만 정보 제공이라는 명분 아래 어딘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던 기존 방식과 달리, 에피드게임즈의 한정현 대표와 심정선 부대표는 철저히 자신을 낮추며 권위를 내려놓는, 이른바 '광대 리더십'을 선보였다.

이들의 파격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 출시 전부터 대표가 직접 집문서를 담보로 게임을 개발했다는 웃픈 일화로 시작된 이들의 서사는, 지난 2024년 1주년 기념 방송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경영진과 이현승 PD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 '위험한 초대'를 패러디한 물벼락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고, 이 방송은 10만여 명이 시청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 이처럼 유쾌한 행보는 유저과 게임사 간의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어진 2025년 행보 역시 거침없었다. 3월 31일 만우절 전야제였던 1.5주년 방송에서는 한정현 대표가 서툰 클라리넷 연주로 재롱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9월 2주년 방송에서는 개그콘서트 포맷을 차용해 스스로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즐거워한다면 기꺼이 광대가 되겠다는 그들의 태도는 개발진도 우리와 같은 덕후이자 게이머라는 강력한 동질감을 형성했고, 이는 곧 게임사와 유저 사이에 존재하던 높디높은 벽을 허무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에피드게임즈의 2025년이 마냥 꽃길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크고 작은 이슈와 실수가 발생했지만, 이때 빛을 발한 것 역시 그들의 '광대 리더십'이었다. 변명 뒤에 숨기보다 "저희가 부족했습니다"라며 즉각 인정하고 개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때로는 유저들의 질타를 '자학 개그'로 승화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노련함을 보였다.



▲ 단순히 국내만이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유쾌한 포장지 안에 담긴 확실한 해결책이다. 겉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치열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그들의 진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반전이었다. 이러한 소통과 집요한 피드백 반영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상 서비스 2년 차에 접어들면 매출 하향 안정화를 겪는 모바일 게임의 법칙을 깨고, 트릭컬은 지난 10월 2주년을 기점으로 구글 플레이 매출 톱10에 재진입하는 기염을 토하며 소통이 곧 경쟁력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권위를 내려놓고 유저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방식은 MMORPG인 '로스트아크'에서도 빛을 발했다. 전재학 디렉터는 7주년 라이브 방송 당시 편안한 등산복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게임 내외적으로 민심이 요동치던 상황이었지만, 그는 유저들 사이에서 밈으로 통하는 등산복을 입고 나오며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 등산복을 입고 등장한 전재학 디렉터. 당시 커뮤니티 등지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화제가 됐다

방송 전부터 유저들의 동향을 면밀히 살핀 그는 스스로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고, 이어지는 명쾌한 해법과 노련한 진행으로 흔들리던 민심을 다시금 단단히 붙잡는 데 성공했다. 결국 진정한 소통이란, 권위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유저들의 문화 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용기에서 시작됨을 보여준 셈이다.


입을 닫고 귀를 여는 '경청의 미학'




▲ 경청의 미학을 실천 중인 '림버스 컴퍼니'. 정식 출시 후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앞선 사례들이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유저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켰다면,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소통의 본질을 꿰뚫은 곳도 있다. 바로 '림버스 컴퍼니'를 개발한 프로젝트 문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켜거나 개발자가 전면에 나서서 유저와 농담을 주고받는 식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얼핏 폐쇄적으로까지 비치는 이러한 운영 방식은 자칫 불통이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지만, 특이하게도 '림버스 컴퍼니' 유저들 사이에서는 불만보다는 신뢰의 목소리가 높다. 역설적이게도 굵직한 이벤트나 대형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매출과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현상은, 프로젝트 문이 화려한 언변이나 쇼맨십 없이도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음을 증명한다. 비결은 간단하다. 말을 아끼는 대신, 귀를 열었기 때문이다.



▲ '림버스 컴퍼니'라고 항상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그들 역시 출시 초 여러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문의 소통법은 복잡하지 않다. 유저들이 현재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그 '가려운 곳'을 정확히 찾아내어 업데이트로 긁어주는 것이다. 이들은 커뮤니티의 여론이나 피드백을 기민하게 캐치하고, 이를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게임 내 시스템 개선과 콘텐츠로 즉각 구현해냈다.

유저가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혹은 불만이 터져 나올 즈음,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원하시는 대로 수정했습니다"라는 패치 노트 한 줄을 툭 던지는 식이다. 이는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기약 없는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결과물 하나가 주는 효능감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유저 입장에서 내 목소리가 게임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감각만큼 확실한 소통의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 제6회 발푸르기스의 밤 당시 스팀 매출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러한 행동하는 소통의 위력은 지표가 증명한다. 실제로 2025년 림버스 컴퍼니는 대규모 쇼케이스나 소통 방송 없이도, 메인 스토리 업데이트나 시즌 변경 때마다 유저 지표가 수직 상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5월 시즌6 '장화음(Zàng Huā Yín)' 업데이트 당시 2만여 명이었던 동시 접속자 수는 단숨에 6만 명으로 급등했으며, 이어진 7월 '제6회 발푸르기스의 밤' 이벤트에서는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115,862명을 달성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스팀 매출 2위라는 기염을 토한 것은 덤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9월 '선의의 순례' 이벤트와 최근 진행된 9장 중(中)편 업데이트까지 꺾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러한 성과가 단발성 이슈로 그치지 않고 계단식 성장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특성상 업데이트 직후 트래픽이 급증했다가 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꾸준히 베이스 유저 수가 증가한다는 건 신규 유저 유입과 안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 입을 닫고 귀를 여는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 프로젝트 문은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결국 입을 닫고 귀를 여는 '경청의 미학'이 통한 가장 큰 이유는 유저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우리가 원하는 걸 가져왔을 것'이라는 유저들의 믿음이 유효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결국 소통의 핵심은 화려한 입이 아니라 유저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귀, 그리고 그것을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손에 있음을 프로젝트 문은 묵묵히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렇기에 빛나는 '소통의 정석'


10회

지난 2025년 11월 19일 정식 출시한 '아이온2'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유저들과 마주한 횟수다. 출시 전 진행한 4회를 제외하고도, 서비스 2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매주 1회 이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셈이다. 파격적인 퍼포먼스나 밈을 활용한 재치, 혹은 입을 닫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침묵의 미학으로 마음을 훔친 앞선 사례들과 달리, '아이온2'는 가장 투박하지만 가장 정직한 '정공법'을 택했다. 바로 숨지 않고 매주 유저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 출시 전 4회, 출시 후 지금까지 10회. 총 14회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아이온2'

사실 엔씨소프트는 그간 소통이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먼 게임사였다. 그렇기에 출시 전부터 디렉터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에 "그 엔씨가 맞냐"는 의아함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업보를 씻기 위한 절박함의 발로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이 보여준 변화는 필사적이었다.

이러한 행보가 진가를 발휘한 건 출시 직후 맞이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출시와 동시에 수많은 유저가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고, 잇따른 접속 오류와 렉 현상으로 인해 "역시 엔씨가 엔씨 했다"는 뼈아픈 혹평이 쏟아지던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하지만 이때 개발진이 선택한 무기는 침묵이 아닌 소통이었다.



▲ 출시 직후 절체절명의 위기 속 '아이온2'가 선택한 건 진솔한 소통이었다

그들은 에둘러 변명하거나 시간을 끌기보다 "저희의 잘못입니다"라고 깨끗이 인정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가장 민감한 BM 이슈에 대해서도 "확률형 아이템이나 성능과 관련된 상품은 나중에라도 절대 넣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고, 작업장과 매크로 문제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무너진 신뢰를 벽돌 쌓듯 하나씩 다시 쌓아 올렸다.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되었다.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시공과 어비스 등 PvP 콘텐츠의 난이도를 즉각 완화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재로 출시 초반 기승을 부리던 매크로를 2개월 만에 90% 이상 박멸하는 성과를 거뒀다.



▲ 짧았던 Q&A 역시 개발진이 자신감을 얻으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빛난 건 방송 후반부의 Q&A였다. 보통 형식적으로 넘어가는 타 게임들과 달리, '아이온2'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이 넘도록 날 것 그대로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했다. 여기에는 유려한 언변이나 세련된 기교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유저의 답답함을 해소하겠다는 디렉터의 땀방울뿐이었다. 화려한 연출 없이도 매주 꾸준히 귀 기울이고 즉각 반응하는 그들의 우직한 행보는, 2025년 게임 업계가 참고해야 할 '소통의 교과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세상에 어떤 게임 디렉터가 매주 나와서 한 시간 넘게 Q&A를 합니까?"

그 어려운 걸 아이온2는 지금 해내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고작 2개월이라며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또한 여전히 많은 유저가 의혹의 시선으로 엔씨소프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결국 이 의심의 눈초리를 확신의 박수로 바꾸는 열쇠는 소통에 있다. 유저들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아이온2가 지난 2개월간 보여준 소통이 특별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빛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아이온2'를 둘러싼 시선이 변했다는 건 개발자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발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 역시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어느새 커뮤니티에서는 디렉터의 이름 뒤에 친근함을 상징하는 형이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 아니 출시 직후까지만 해도 냉소와 불신으로 가득 찼던 엔씨소프트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거의 적대하는 관계에 가까웠던 게임사와 유저의 관계가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매개로 비로소 동반자의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광대가 되어 함께 뒹굴든, 묵묵히 결과로 증명하든, 혹은 매주 얼굴을 맞대고 사과하든,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동력은 화려한 기교가 아닌 투박한 진심이었다. 유저들은 더 이상 세련된 공지사항이나 영혼 없는 사과문에 속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결점 없는 완벽한 게임사가 아니라,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연결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저의 마음을 훔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역설적이게도 특별해지려 애쓸 필요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것, 가면을 벗고 거짓 없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교를 버리고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2026년,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모든 게임사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단 하나의 생존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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