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 설립과 함께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의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원작 팬들의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던 첫 소식 이후 그들은 조용히 게임 개발에만 몰두했고, 지난 2월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프로젝트 윈드리스’의 트레일러를 깜짝 공개했다.
심장을 적출한 나가, 압도적 모습으로 상공을 채운 하늘치, 불을 뿜어내는 도깨비, 선민 종족들이 뒤섞인 전쟁, 하늘을 날아다니는 딱정벌레 등 원작 팬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많은 요소가 눈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가장 놀라웠던 건 주인공이었다. 바라기의 주인, 게임 속에서는 전설로만 내려오던 존재, 영웅왕이 그곳에 있었다.
개발팀은 케이건 드라카와 수탐자가 아닌 영웅왕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본편으로부터 1,500여 년 전, 설정으로만 존재하던 신화의 시대를 게임으로 풀어내고자 한 것이다. 소설 속 텍스트로 존재하던 그 위대한 레콘, 영웅왕이 트레일러를 통해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수많은 적들 사이로 뛰어들어 바라기를 휘두르고, 계명성을 내지르며 그 어마어마한 무력을 내보였다.
과연 크래프톤 몬트리올이 선보일 프로젝트 윈드리스는 어떤 모습일까. 잘 알려진 원작 소설의 이야기 대신, 그들이 게임을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또 어떤 내용일까. 프로젝트의 첫 공개 당시에 이어, 크래프톤 몬트리올 페트릭 메테 스튜디오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다시 한 번 ‘프로젝트 윈드리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마련됐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아직 게임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매우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정보 대신, 프로젝트 윈드리스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의 구현과 오리지널 설정,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전투와 자유도 등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웅왕을 통해 ‘전설의 창조자’가 되는 경험을 선사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영웅왕이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그중 영웅왕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가.
“원작 소설의 시점보다 1,500년 앞선 신화의 시대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플레이어에게 ‘전설의 관찰자’가 아닌 ‘전설의 창조자’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케이건 드라카와 같은 기존 영웅들은 이미 완성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영웅왕은 아라짓 왕국을 세우기 전까지의 행보가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플레이어는 가장 강력한 종족인 레콘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스스로 전설을 써 내려가는 주도권을 갖게 된다.
영웅왕이라는 존재는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아주 섬세하게 구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떤 고민의 과정을 겪고 있나.
“영웅왕은 원작 로어(Lore) 내에서 매우 상징적인 존재다. 우리는 원작의 철학적 뿌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몬트리올 스튜디오의 서사적 상상력을 더하고 있다. 레콘의 종족적 특성, 별철로 벼린 무기 등 핵심 설정은 철저히 고증하되, 그가 왕국을 세우기까지 겪었을 고뇌와 선택들을 오리지널 서사로 채워 넣어 독창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영웅을 구현하고 있다.

영웅왕을 통해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 그리고 어떤 주제를 그려내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게임을 통해 선보일 영웅왕과 관련된 오리지널 요소들 중 아주 일부라도 소개해줄 수 있을까.
“프로젝트 윈드리스의 핵심은 자신의 본성을 극복해야만 하는 레콘의 이야기다. 본래 레콘은 본능에 충실하고 독립적이며 유목적인 종족으로, 누군가를 통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영웅왕이 매력적인 이유는 리더십이 그의 야망이 아니라, 그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능과 책임, 자유와 의무, 그리고 타인을 책임지는 삶의 무게라는 테마를 탐구하고 있다. 아라짓 왕국을 세우기 위해 그는 자기보존의 본능을 넘어 결속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궤적이 매우 강렬한 서사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게임 본편에서는 영웅왕이 아라짓 왕국을 세우기까지의 여정을 다루게 되나.
“본편은 영웅왕이 대륙의 혼란 속에서 동맹을 규합하고 아라짓 왕국의 기틀을 세워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 과정에서 나가를 포함한 여러 진영과의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며, 플레이어의 승리와 선택이 모여 우리가 소설에서 보았던 그 왕국의 시작을 완성하게 된다.
오랜 과거, 전설이 된 시기다. 각 선민 종족과 그들이 처한 환경 등에서 원작이 표현한 것들과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
“전설적인 시대를 실체화하기 위해 ‘세계의 논리’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원작에서 충분히 묘사되지 않은 먼 과거를 다루는 것은 창의적 자유를 주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작업이다.
우리는 원작의 문화적 가치, 종족 간의 갈등, 신념 체계, 지리적 특성을 고민하며 "이 세계가 수 세기 전에 실제로 존재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단순히 시각적 다양성을 위해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종족의 심리와 생존 욕구, 사회 구조에 근거하여 영토와 건축, 생태계를 구축했다.
즉, 우리는 로어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이후에 벌어질 모든 사건의 살아있는 토대가 될 ‘믿을 수 있는 시대’를 재구성하고 있다.

’선택과 결과’는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될 것

매우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라 플레이하게 되는지, 아니면 정말 모든 요소를 게이머에게 맡겨둘 것인지 궁금하다.
“프로젝트 윈드리스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하지만, 결코 서사가 없는 샌드박스 게임은 아니다. 주인공을 통치자로 변화시키고 역사를 바꾸는 핵심적인 사건들은 메인 내러티브의 줄기를 이룬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는 ‘방법’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자유다. 월드의 대부분은 선택적인 콘텐츠로 채워져 있으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성장 방식, 교류할 진영, 그리고 부차적인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 내 요소들은 어떻게 변화하나. 선택이 게임의 환경 변화나 스토리 변화, 혹은 결말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나.
“‘선택과 결과’는 영웅왕의 여정을 다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테마다. 다만 이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이른 단계다. 출시가 가까워졌을 때, 게임 속 세계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자유도는 게임의 맵의 이동, 퀘스트 진행 과정, 레벨 시스템 등과도 관련이 깊다. 게임 내에서 관련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이러한 요소들은 전체 경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매우 세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스템 디자인에 대해서는 추후 적절한 시점에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의 주도권과 유기적인 발견이 세계를 구축하는 핵심 원칙이라는 점이다.

레콘의 강함을 경험할 수 있는 전투

트레일러에서 본 수백 수천의 적과 대적하게 되는 대규모 전투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전투는 게임 내에서 어느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나. 그냥 이벤트 요소들로 등장하는지, 아니면 일반 전투 과정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장 장엄한 대규모 조우는 영웅왕의 발자취와 연결된 역사적 사건인 ‘레전더리 배틀’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세계는 지속적인 전쟁 상태에 있기 때문에, 오픈월드 곳곳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교전과 영토 분쟁 등 역동적인 전투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이 전부는 아니다. 탐험, 숨겨진 로어의 발견, 문화적 미스터리 등 정적인 순간의 즐거움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대규모 전투에서 개발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관련해서 좀 더 설명해줄 수 있나.
“우리는 초기부터 ‘매스 엔티티(Mass Entity)'라 불리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에 투자해 왔다. 이는 생성형 AI가 아니라, 성능 저하 없이 수천 명의 NPC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NPC들은 군집 행동 시스템을 통해 대형을 유지하고, 동적으로 반응하며, 전황에 따라 후퇴하거나 측면을 공격하는 등 조직된 군대처럼 움직인다.

전체적인 전투 시스템과 그 방향성도 궁금하다.
“우리의 전투 철학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레콘이 주인공이기에, 소수의 일반 적군과의 싸움은 의미 있는 긴장감을 주기 어렵다.
따라서 첫 번째 축은 수많은 적이 쏟아내는 밀도 높은 압박과 혼돈이며, 두 번째 축은 거대하고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의 정밀함과 타이밍이다. 이 두 가지를 조화시켜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전술적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레콘 특유의 전투 방식을 어떤 식으로 설계했는지 궁금하다. 트레일러에서 계명성 활용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레콘의 압도적인 무력을 플레이어가 전투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레콘은 전투 비전의 시작점이다. 우리는 압도적인 물리적 지배력과 절제된 숙련도 사이의 대비에 매료되었고, 이것이 게임플레이의 토대가 됐다.
계명성과 같은 능력은 레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레콘은 섬세하게 싸우기보다 상대를 압도한다. 주인공의 무게감, 가속도, 회복력은 타격감과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물리력은 전투뿐만 아니라 이동 시스템에도 반영되어, 플레이어가 세상의 지배자가 된 듯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트레일러에서 해바라기와 달바라기가 여러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다양한 조작 방식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일부라도 소개가 가능할까.
“전투 시스템과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발표 시점에 더 자세히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

상상 속 요소를 ‘진정성’ 있게 실체화

트레일러와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 아트 등에서 보여지는 게임의 배경과 환경, 존재들이 압도적이다. 이런 요소들을 구현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진정성’이다. 수년 동안 독자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요소들을 시각화하는 것은 거대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판교의 로어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해 모든 디자인 결정이 원작의 철학적 깊이와 논리를 존중하도록 했다.
단순히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생명체가 어떤 생태계에서 살아가는가?", "이 장소가 어떤 역사적 무게를 갖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창의적 해석과 문화적 정통성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
선민 종족들을 게임에 실체화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족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지점이 있다면 설명 부탁한다.
“네 종족 사이의 강렬한 대비를 만들되, 단순한 캐리커처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나가를 단순히 이계의 생명체나 적대적인 존재로만 묘사하는 것은 쉽지만, 원작의 매력은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철학에 있다.
우리는 각 종족의 핵심 속성을 보존하면서도 그들을 ‘인간화’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미묘한 차이를 더했다. 무엇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지 고민하며 세상의 도덕적 층위를 두텁게 유지하고자 했다.

이번 트레일러를 통해 프로젝트 윈드리스를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게 됐다. 트레일러를 통해 가장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원작을 모르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도 프로젝트 윈드리스가 독자적인 힘을 가진 작품으로 다가가길 원했다.
우리가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현존했던 가장 강력한 레콘인 영웅왕의 존재감이다. 원작의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압도적인 무력과 그를 둘러싼 거대한 갈등의 규모를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게이머들이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력하고 야심 찬 세계’라는 인상을 받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윈드리스를 기다리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한국 게이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유니버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저희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다. 여러분의 기대와 열정을 항상 경청하고 있다. 원작에 부끄럽지 않은, 진정성 있고 야심 찬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의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