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비정상적인 플레이는 장르에 따라 핵, 오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현 시대의 온라인 서비스 게임에서는 끝나지 않는 난제다. 특히 '해킹과 보안의 싸움은 해킹이 항상 유리하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을 지켜야 하고 후속 대응을 해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불법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재의 리니지 클래식은 몰려든 작업장으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다. 엔씨소프트도 각고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유저들은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작업장이 대체 어떤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기에 이렇게 '보다 강경한 조치'를 원하게 되었을까?
난 이렇게 힘들게 하는데 - 정상 유저들의 '박탈감'
근본적으로 작업장, 특히 불법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자동 플레이는 정상적으로 직접 공들여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경험을 해친다는 문제가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오염된 땅에서 제한적인 자동 사냥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풀 수동 게임이다. 몬스터를 하나하나 클릭하고 스킬을 사용하면서 조금씩 경험치를 모아 성장해야 하기에 손이 많이 가고 피로감도 높다.
하지만 작업장은 이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 시스템이 알아서 몹을 찾고, 공격하고, 루팅하고, 판매 후 정비까지 해준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활용하는 캐릭터가 한 두 개가 아니다. 당장 사냥터만 찾아가도 영어로 된 짧은 아이디 뒤에 1번부터 40번까지 누가봐도 이상하게 생성된 아이디가 필드를 장악한다.
안 그래도 몬스터를 선점하고 공격하기 위해 눈이 빠져라 모니터를 쳐다봐야 하는 유저들은 몰려드는 프로그램들로 인해 사냥터에서 공격 한 번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성장이 뒤쳐지게 되어 재미를 느끼지 못해 게임을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 접속 불가 및 사냥터 부족
또다른 문제는 작업장이 불법적인 루트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많은 계정, 캐릭터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수동 플레이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캐릭터 하나를 돌리게 되는데, 작업장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동시에 여러 개를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제약에서 자유롭다.
본래는 10명이 있어야 할 공간에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20명, 30명, 50명의 인원이 몰리게 되니 자연스레 서버는 포화 상태에 이른다. 안 그래도 사람이 많았던 데포로쥬나 켄라우헬 서버는 접속이 불가능 할 정도로 제약이 심해졌고, 주말에는 대기열이 빠지는데만 10시간 이상이 소요되기기까지 하자 결국 캐릭터 생성 제한이 적용됐다.
또한 이렇게 서버를 가득 채운 작업장 캐릭터들은 곧바로 사냥터를 장악한다. 초보 지역인 말하는 섬 주변을 비롯하여 오크 밭, 말던 등 수많은 주요 사냥터들이 숫자만 바꾼 작업장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배치 되자 일반 유저들은 몬스터 하나를 선점하기 위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들과 씨름할 수 밖에 없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가격 - 재화&아이템 가치 훼손
이렇게 수많은 계정, 수많은 캐릭터들이 사냥을 지속하다보면 서버 내에는 점점 아데나와 아이템이 급속도로 쌓이게 된다. 정상적으로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크게 상회하는 수량은 결국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문제는 아이템 가치 훼손이 플레이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상점이나 개인 거래 등을 통해 물약을 꾸준히 사용하면서 사냥을 해야한다. 그렇기에 필드에서 아이템을 얻고 이를 판매하여 아데나를 충당한 뒤 다시 물약을 구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템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유저들은 필드에서 재료나 장비를 줍더라도 이를 유저들에게 판매해서 큰 돈을 벌 수 없다. 거래 가격은 상점에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아데나를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으로 수렴하며, 희귀한 고가의 일부 아이템을 제외하면 득템의 가치 자체가 떨어져 플레이 재미를 감쇠 시킨다.

이제 어떻게 쫓아가나 - 거래에 따른 성장 격차
재화 가치의 하락은 곧 성장 격차까지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약관 위반이지만, 리니지 클래식은 유저간 거래가 풀려 있고 일명 '쌀먹'을 포함해 현금을 통한 아데나와 아이템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작업장이 풀어내는 아데나 물량으로 인해 시세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반해 성장에 사용되는 주요 아이템인 젤/데이 등은 상점에서 판매되어 어느 정도 고정된 시세를 지닌다. 아데나가 비쌀 때야 소수의 인원만이 현금 거래로 차이를 벌리지만, 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새 낮은 비용으로 비슷한 강화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많은 유저들에게 현금 거래를 통한 성장의 '접근성'이 높아지게 된다.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현금 거래를 하지 않는 유저들은 정체 되어 있는데 반해, 저렴해진 가격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현금 거래를 이용할수록 격차는 빠른 속도로 벌어지게 된다. '리니지는 본래 많은 투자 비용이 드는 게임이기에 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은 이 상황에 맞지 않는다. 유저들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화 공급량이 늘어나 가치가 변화하는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리요, 니 묫자리요 - 예민해지는 유저들
좁아진 사냥터, 떨어지는 파밍 효율은 곧 유저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예민해지게 만든다. 이득을 쟁취하고 힘을 키워야 하는 라인에서는 보다 강력한 통제를 통해 자신들의 위세를 지키려 하고, 중립 유저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사냥하기 위해 같은 중립 유저들끼리 '자리요'를 외치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 한다.
결국 감정 싸움이 격화 되면서 즐거웠던 추억은 온데 간데 없고, 적개심을 가득 채우며 분노의 클릭질이 이어진다. 분쟁이 발생하면 또다시 파밍 효율은 떨어진다. 유저들 간의 경합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요소지만, 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투를 벌이고 승리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부족해진 파이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불쾌감이 쌓이고 이는 곧 유저 이탈로 이어진다.

해결책을 찾아라 - 끝나지 않는 창과 방패의 싸움
초입에도 언급했지만 작업장을 비롯한 불법 프로그램과, 이를 막는 보안의 싸움은 끝이 없다. 그리고 이익만을 좇으며 거리낄 것이 없는 작업장과 달리, 부당하게 제재 당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개인의 권리, 게임 시스템 등 지킬 것이 많은 방어측 입장에서는 불리한 싸움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현대의 작업장은 그 수단이 극도로 고도화 되어 최근에는 IP 밴이나 하드웨어 밴까지도 피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일반 유저인 척 월정액 결제를 한 채 게임을 플레이하지만, 곧 프로그램 이용이 발각되면 이용권을 환불하고 다시 새로운 계정으로 접속을 시도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나마 VPN으로 제휴 PC방과 연결하여 플레이 하는 행위는 PC방 제휴 해지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라 실제 활용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이 다행인 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사는 인력 낭비가 심하다. 노력을 하더라도 세간에선 조롱 섞인 '돈 벌려고 일부러 제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오간다. 유저들도 괴롭다. 추억을 곱씹으며 게임을 즐기고 싶을 뿐인데, 어디서 기계들이 몰려와 내가 잡아야 할 몬스터, 내가 사냥해야 할 자리, 내가 거래해야 할 아이템들을 모두 망가뜨린다.
유저들이 보다 강력한 제재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유다. 신고 방법을 보다 편리하게 개편하고, 게임사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제재와 모니터링을 하라는 목소리를 낸다. 추가로 감옥 서버를 분리하고, 마을 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저들은 접속이 종료되도록 설정하여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정하면 대기열 불편을 임시방편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엔씨소프트 역시 칼을 빼들고 있다. 이용 제한은 15차에 도달했고 제한 계정 수도 138만개를 넘겼다. 2월 25일에는 유저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클린 캠페인'도 시작했다. 비정상 플레이어를 골라 추적하는 경비병을 추가하고, 신고 기능 개편 및 데이터가 충분한 대상은 신고 시 즉각 조치가 반영됐다.
여기에 추가로 '나는야 신고왕' 이벤트를 통해 신고에 따른 보상을 책정, 유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서버 정화 작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무한 반복되는 작업장과의 전쟁 속에서, 게임사와 유저들이 힘을 합쳐 다수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