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6] 33 원정대, "단 4명 뿐이던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지난해 최다 GOTY를 수상하며 가장 핫한 게임이 된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는 40명 남짓의 소규모 스튜디오 샌드폴 인터렉티브가 거머쥔 경이로운 성과였다. 그리고, 그 중 프로그래머는 단 4명이었다. GDC 2026에서 공동창업자 톰 기예르맹과 시니어 프로그래머 플로리앙 토레는 이 작은 팀이 어떻게 방대한 규모의 RPG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를 공개했다.



▲ 톰 기예르맹(Tom Guillermin) 샌드폴 인터렉티브 공동창업자, 플로리앙 토레(Florian Torres) 시니어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의 개발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창립자 기욤 브로슈(Guillaume Broche)의 개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이후 기예르맹이 합류해 처음엔 업무 시간의 절반만 투입했다. 팀이 커져 작가/작곡가/프로듀서가 합류했을 때도 프로그래머는 그 혼자였다. 퍼블리셔와 계약 후 팀이 확장됐을 때도 프로그래밍 팀은 "세 명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기예르맹은 농담했다. 알파, 베타를 거쳐 출시 직전까지 총 네 명. 콘솔 이식 등 일부에서 외부 지원을 받긴 했지만, 게임의 핵심은 이 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었다.

팀의 첫 번째 원칙은 언리얼 엔진을 가능한 한 손대지 않는 것이었다. 엔진에 큰 변경을 가하면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충돌 해결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 팀은 출시 직전까지 엔진 버전을 꾸준히 업데이트했는데, 버그 수정과 성능 최적화를 공짜로 얻기 위해서였다. 대신 언리얼에 기본 탑재된 커먼 UI, 메타사운드, 지오메트리 스크립팅 등의 기능을 한계까지 밀어붙였고, 마켓플레이스의 서드파티 플러그인도 적극 활용했다.



▲ 소규모 프로그래머 팀을 위한 조언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게임 로직의 95%는 C++ 코드가 아닌 언리얼의 비주얼 스크립팅 도구인 블루프린트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디자이너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프린트는 버그가 생겨도 에디터가 크래시 없이 버텨주고, 자동완성 덕분에 새 시스템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 단점도 있었다. 바이너리 형식이라 두 사람이 같은 파일을 동시에 수정할 수 없고, 패키징 테스트마다 전체 빌드가 필요했다. 팀은 빌드 서버를 구축해 패키징 시간을 2시간 30분에서 50분으로 줄였다.

프로그래머 4명이 집중한 것은 게임 콘텐츠 자체가 아니었다. 디자이너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도구와 API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원칙은 단순했다. 게임 콘텐츠는 전적으로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만들고, 프로그래머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 샌드폴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디자이너가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팀은 퀘스트 진행 상황, 인벤토리, 파티 구성 등 게임 상태 전반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API를 설계했다. 복잡한 비동기 처리도 디자이너가 다루기 쉬운 형태로 감쌌다. 오류 피드백도 단계별로 발전시켰는데, 최종적으로는 치명적 오류 발생 시 팝업으로 작업을 강제 중단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불편하지만 디자이너가 문제를 즉시 인지하고 수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전투 시스템, 그 중 스킬의 90%는 레벨 시퀀서로 제작된 선형 콘텐츠다. 디자이너가 애니메이션, 카메라, 이펙트, 대미지 계산을 직접 조립하고, 적의 공격 패턴도 동일한 방식으로 구현한다. '버프 시스템'은 화상·석화 같은 상태 이상부터 독특한 적 행동 패턴까지 하나의 도구로 처리하는 핵심 장치다.

소규모 팀의 한계를 인정하고, 팀 전체가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의 개발 방식은 인력 제약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덜 만드는 것'이 아닌 '더 잘 나누는 것'을 선택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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