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게임 개발 분야의 혁신을 이끌 '만능 해결사'로 불리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게임 기획, 코드 자동 생성, 에셋 제작 등 AI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었으며, 실제로 일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게임 개발 관련 소식을 살펴보면, AI 게임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들이 AI가 제공하는 이점만큼이나 새로운 형태의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오픈소스 게임 엔진 프로젝트와 같이 외부 기여가 활발한 환경에서는 AI의 '어두운 면'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 📒 | - 생성형 AI 도입률 29%로 하락 반전... 저품질 'AI 슬롭'과 '조용한 실패'가 현장 위협 - 고도 엔진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 AI가 생성한 '쓰레기 코드' 검토에 막대한 관리 비용 소모 - 개발자 47% "AI가 게임 품질 저하시킬 것"... 인간 중심 검수와 고차원적 개발 역량 확보 시급 |
게임 개발 현장의 비명: 'AI 슬롭'과 숨겨진 오류의 늪

고도(Godot) 엔진의 레미 베르셸드(Rémi Verschelde) 수석 관리자가 올린 SNS 글이 최근 화제가 됐다. '고도' 엔진은 디스코드 커뮤니티 3위에 이를 정도로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엔진이다. 최근 흥행 중인 '슬레이 더 스파이어2' 등이 '고도' 엔진으로 제작되었다.
베르셸드 수석 관리자는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코드들에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도'는 오픈소스 엔진이기 때문에 소스 코드가 무상으로 공개되어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제출되는 코드 중에는 AI가 생성한 조잡하고 작동하지 않는 코드가 과도하게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관리자 입장에서 이런 'AI 쓰레기 코드'를 검토하고 거절하는 과정이 매우 소모적이며 관리자들을 기운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제출된 코드들이 겉보기엔 그럴듯해도 실제로는 엔진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테스트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IEEE 스펙트럼(IEEE Spectrum) 보도에 따르면 최신 AI 모델들은 '조용한 실패(Silent Failures)'를 생성하여 발견하기 어렵고 디버깅하기 힘든 오류를 유발한다. AI가 생성한 게임 코드는 겉보기엔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버그를 일으켜 개발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특히 이런 종류의 오류는 인간 개발자가 처음부터 코드를 작성했을 때보다 문제 추적과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어떤 부분이 AI에 의해 자동 생성되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 향후 유지보수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코드 리뷰 시간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인 게임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된다.
신뢰의 위기,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의 인식 전환

게임 디벨로퍼(Game Developer)는 설문조사를 통해 2025년 상반기에 관심이 급증한 후 생성형 AI 도구의 개발자 도입률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올해 설문 참여자 중 단 29%만이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해당 기술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36%보다 감소한 수치다.
개발자들은 생성형 AI가 게임 품질을 저하시킬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우려하고 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개발자 중 거의 절반인 47%가 생성형 AI가 게임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는 11%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2026년 상반기에도 대체로 변동이 없었다.
AI가 게임 개발 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늘었다. 설문조사 참가자 중 27%는 2025년 상반기에 생성형 AI의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했지만, 2026년 초에는 그 비율이 21%로 감소했다. 반면 생성형 AI로 인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개발자의 수는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AI,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 하지만…
AI는 유용한 도구이다. 게임 개발 분야에서도 AI는 기획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 발상부터 반복적인 코딩 작업, 에셋 생성 보조, NPC 행동 로직 구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미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분별한 AI 도입과 불완전한 결과물은 오히려 개발자들에게 과중한 부담과 새로운 난관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게임 개발의 중심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I가 생성한 코드, 그래픽 에셋, 텍스트 등 모든 결과물은 반드시 인간 게임 개발자의 철저한 검토와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특히 게임의 핵심 로직이나 플레이어 경험에 직결되는 부분에서는 AI의 보조 역할을 인정하되, 최종적인 품질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고도 관리자의 말처럼 저품질의 AI 생성물을 걸러내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인간 관리자'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AI의 생산성만큼이나 AI가 야기하는 '관리 비용'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AI가 생성한 코드를 분석하고 디버깅하며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보완하는 '고차원적인 개발 역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들이 AI를 단순한 '붙여넣기 도구'가 아닌 '협력자'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이며 게임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AI가 가져올 미래가 단순히 '만능의 유토피아'가 될지, 아니면 '슬롭으로 가득한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변해가는 AI에 대한 인식을 인지하고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통해 AI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