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포코피아는 그런 오랜 역사 속에서, 본가가 아니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전한다. 때로는 그 어느 작품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에 고민하게 만드는 스토리. 또 그런 고민 따위 아무렴 어떻다는 듯 동물의 숲을, 마인크래프트를,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를 플레이하듯 자유롭게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만든다.
게임은 그 자체로 증명하고 있다. 그저 누구를 가르치려드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한없이 귀여운 포켓몬들과 그저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게 하는 것만으로도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음을 말이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외전이기에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작품이다. 동시에 포켓몬의 새로운 가능성이자, 지금까지 포켓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시에 전한다.
● 일부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사라진 세상
그곳은 포켓몬의 유토피아일까
어느덧 시리즈 30주년을 맞은 포켓몬스터는 그 오랜 역사와 함께 인간과 포켓몬의 관계를 완성시켜왔다. 포켓몬 마스터라는,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목표를 향해 출발했던 이야기. 그건 포켓몬 도감의 완성, 리그 제패라는 방식으로 포켓몬을 연구 대상으로, 때로는 싸움의 도구로, 또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동료로,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 정말 다양하게 그려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서 포켓몬스터 세계 속 인간과 포켓몬은 떼려야 뗄 수 없던 관계였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그런 관계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묻는다. 모든 인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고, 포켓몬만 남겨진 세상은 포켓몬들에게 정말 포코피아, 아니 유토피아일까? 그리고 게임이 보여주는 평화로운 세계는 어쩌면 인간이 없는 세상이 포켓몬들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는 세계로 보이게 한다.
게임의 트레일러, 또 게임 속 사라진 인간들의 문서는 인간이 이곳에 더 이상 살고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암시한다. 그렇기에 모든 포켓몬들은 인간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서로 가진 능력을 통해 살아나간다. 불 포켓몬은 장작에 불을 붙여 추운 밤 몸을 덥히고, 어두운 곳에 살아야 하는 포켓몬은 동굴 속 서식지를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가진 능력 그대로 살아가는 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포켓몬들은 서로 자신만의 기술을 두고 대결을 이어가는 전투도 없고, 포획을 위해 간당간당한 체력까지 얻어 터질 이유도 없다. '포켓몬 불가사의 던전' 시리즈처럼 플레이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포켓몬들은 큰 고민 없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상극 속성이라 서로를 피해야 했을지 모를 포켓몬끼리라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또 서로 장점을 찾기도 한다. 자유롭게 뛰놀고,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가 살펴보고, 때로는 자기 수련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속에서 포켓몬들은 큰 갈등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용서한다.
평소 데구리를 아령 삼아 운동한 근육몬이 대표적이다. 근육몬은 주인공 메타몽에게 데구리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는데, 데구리는 근육몬이 자신을 들고 운동할 때마다 간지럼을 참기 어렵다며 메타몽에게 대신 데구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렇게 데구리가 되어 근육몬에게 찾아가면, 근육몬은 데구리의 마음도 모르고 운동하는 데 썼다며 사과하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고 이야기한다.
포켓몬 포코피아의 감정선은 가파르게 쌓아 올라가는 갈등이 아니라, 어쩌면 사소할지도 모를 고민과 궁금증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게 인간이 없는 포켓몬 세계에서 포켓몬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실제로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들 스스로 지역을 복구하고, 또 서로를 지키는 돌봄과 구축의 단계로 디자인됐다. 포켓몬의 세계를 오마주한 여타 게임들이 몬스터를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는 극단적인 모습은 사실 명령으로 전투를 펼치는 포켓몬 본가 게임 개념의 틀을 넘어 확장한 모습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코피아에서의 모든 과정은 명령이 아니라 부탁과 자발적인 협조로 이루어진다.
포켓몬들은 자신이 살 장소를 제공해주고, 또 주도적으로 좋은 세계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메타몽을 믿고 따른다. 그렇기에 스스로 땅에 물을 주고, 나무에 불을 붙이고, 재료를 갈고 다듬는 데 거리낌 없이 나선다. 주인공 메타몽도 여러 포켓몬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또 그들의 능력을 흉내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바로 이 포켓몬들의 더 나은 삶, 그들이 원하는 것의 해결에 있고, 그건 게임 속 모든 포켓몬이 서로 동일한 관계로,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음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가장 인간적인 포켓몬 메타몽
무엇이 포켓몬과 인간을 가르나
이러한 모습은 첫 질문의 답을 내놓는 것처럼 보인다. 포켓몬 본가에서 꾸준히 언급한 인간과 포켓몬의 공존, 인간과 포켓몬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반복된 서사에 대한 반전이다. 결국엔 배후의 거짓 주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나긴 했었지만, 과거 N을 중심으로 한 초창기 플라즈마단의 주장처럼 포켓몬은 인간에 의해 이용당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이 없는 곳에서 포켓몬들은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물론 덩쿠림보 박사를 비롯해 일부 포켓몬들은 인간이 다시 돌아올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인간이 없어도, 아니 오히려 없기에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게임 속 여러 장소에서 등장하는 전설 포켓몬들은 인간이 없기에 오히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음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포코피아는 포켓몬 세계에 인간이 정말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체이자 주인공인 메타몽의 존재는, 포켓몬 세계 속 인간의 존재와 그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다. 주인을 그리워해 그 모습마저 원래 트레이너의 모습으로 변한 메타몽은 인간을 닮아 힘을 발휘하는 포켓몬이라는 역설적 존재로 그려진다.
게임 콘셉트 및 총괄을 담당한 오오모리 시게루의 말처럼 게임 디자인적으로는 다른 포켓몬과 달리 인간들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메타몽의 주인공화가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서사적으로는 메타몽을 포켓몬이지만, 인간처럼 도구를 다루고, 설계하고, 포켓몬을 이끄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건 인간과 포켓몬이 공존하던 시기, 트레이너의 역할이었고, 게임 곳곳에서 메타몽이 그 트레이너의 역할을 따라가고자 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포켓몬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메타몽의 존재는 단순히 사람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으로, 또 그 인간을 흉내내고 있는 메타몽을 게임 속 포켓몬들은 의지하고, 또 리더로서 따른다. 메타몽과 포켓몬과의 관계는 명령이 아니라 협조로 이루어지지만, 그 협조가 인간 같은 리더를 따르는 데서 출발한다. 포켓몬 사회 안에서 리더십을 얻고, 신뢰를 얻는 과정에서 인간성의 정의라는 묵직하고, 오래된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셈이다.

이렇게 인간이 사라진 포켓몬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을 흉내내는 메타몽의 존재는 인간과 포켓몬에 대한 주제의식을 은연중에 함의하고 있다.
포켓몬과의 신뢰 관계와 시스템의 연결에 대한 개발진이 밝힌 철학적 논의.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그걸 받아들이는 주체는 영상물을 그저 바라보는 제3자로서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메타몽이다. 스스로 인간으로서 포켓몬을 바라보는 플레이어에 몰입했는지, 아니면 인간이 사라진 세계 속에서 인간을 찾고 싶어하는 포켓몬 자체에 집중했는지에 따라 게임이 가지는 인간과 포켓몬의 관계 역시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건 게임이 스토리 중심에 있는 이야기의 가치관과 주제를 의도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아무리 자유로운 발상으로 메타몽이 되고, 포켓몬이 되더라도, 교조적인 이야기로 플레이어를 밀어붙인다면 생각의 확장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비교적 명확한 배경 설명과 상황에 대한 묘사가 존재함에도 이걸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더 파고들어도 명확한 정답을 내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주제의식으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주제의식 없이 게임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재미있는 디자인과 IP 활용으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히려 그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반대로 하나의 별개 게임으로 접근해도 무리 없는 작품이 된 이유가 됐다.
포켓몬이 다잡은 게임 플레이
IP가 만든 포켓몬스러움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 시리즈를 개발한 게임 프리크와 코에이 테크모 오메가 포스가 공동 개발했다.

특히 오메가 포스가 실제 게임 플레이 부분의 중추를 담당한 만큼 게임의 핵심은 이미 잘 다듬어진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2의 확장과도 같은 느낌이다. 스퀘어 에닉스 내부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의 여러 아쉬움은 오메가 포스가 외주 개발을 담당한 2편에서 많은 부분이 해소되고, 게임적 재미도 한층 강화됐다.
그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2의 핵심은 포켓몬 포코피아에 그대로 이어졌다. 마인크래프트처럼 수많은 복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월드. 자유롭게 부수고 건설하면서 자신만의 거점을 만들고 확장해나간다. 파괴한 복셀 조작은 다시 활용하고, 여러 재료는 먹거나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탈바꿈해 더 나은 거점으로 성장한다.
이 근간 위에 덮이는 게 포켓몬 IP, 그리고 동물의 숲이다. 특히나 포켓몬은 단순히 기존 게임에 덧입혀지는 스킨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디자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활용된다. 주인공 메타몽은 게임 초반 인간으로 변한 존재, 인간이 남겨놓은 약간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존재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포켓몬들의 능력을 하나씩 흡수하면서 세계를 변화시킬 중요한 존재가 된다.

꼬부기에게 배운 물대포는 마른 땅을 적시고, 이상해씨에게 배운 나뭇잎은 촉촉히 젖은 땅 위에 풀숲을 만든다. 스라크에게 배운 풀베기는 나무를 패고, 여러 블록은 홍수몬이 가르쳐준 바위깨기를 통해 깨부술 수 있다. 스토리 중후반부에 들어서는 라프라스처럼 물 위를 떠다니고, 망나뇽처럼 하늘을 떠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포켓몬을 통해 배운 능력을 활용해나가야 하기에, 포켓몬과의 만남은 모험 영역의 확장과 거점 확장,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도면대로 건물을 짓거나, 점토를 벽돌로 만들거나, 모래로 유리를 가공하는 등 메타몽이 직접 배울 수 없는 행동들은 포켓몬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위에서 줄줄 적었듯 포켓몬의 능력 활용은 명령이 아니라 부탁으로 그려진다. 물론 게임 자체가 편의성 요소에 공을 많이 들였기에 특정 행동을 하고 있거나, 배가 고프다든가 하는 상황이 아니면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 신뢰 관계 아래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묘사 자체가 게임이 가지는 부드럽고 평온한 톤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한다.
실제로 바쁘게 스토리를 밀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재료를 수급하러 다닐 때는 눈에 띄지 않는 포켓몬들의 행복한 모습은 포코피아만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서로 떠들고, 포켓몬끼리 자유롭게 뒤를 쫓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보는 듯하다.

전투가 없는 세계에서도 포켓몬이 성장과 확장, 감정적 만족감을 모두 주는 존재인 만큼, 더 많은 포켓몬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건 포획이 아니라, 그들이 선호하는 서식지를 만들어두고 알아서 찾아오는 방식으로 묘사됐다. 테이블 위에 구급상자를 놓고 샌드백을 두면 카포에라가 방문하고, 동굴 온천 근처 이끼를 설치하면 코터스가 찾는 식이다.
수많은 포켓몬이 찾을 거주지를 구성하고, 적절한 위치를 만들어두는 건 크래프팅 게임의 일부 요소기도 하지만, 일종의 퍼즐처럼, 또 적절한 전략적 위치 배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로도 활용된다. 때로는 힌트가 없이 새로운 주거지 형태를 찾아내기도 한다. 단순히 집만 건설해 찾아오는 주민을 몰아넣는 식이 아니라, 주민이기도 한 포켓몬들이 찾아올 만한 장소를 만든다는 고민이 더해지는 식이다.
이렇게 포켓몬이 서식지를 찾아오면서 쌓이는 서사에 포켓몬은 서사의 출발지이자,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스토리 경험의 구심점이 된다. 덩쿠림보 박사와 메타몽의 인간 되돌리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많은 포켓몬의 이야기가 자잘하게 퍼져나가며 플레이 경험을 채우게 된다.

포켓몬과 공존하는 서사와 퍼즐적 요소를 동시에 담아냈다
여유가 만드는 몰입감
포코피아가 동물의 숲을 닮고, 또 다른 이유
구조적으로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2의 게임 플레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포켓몬 IP 중심으로 게임을 가다듬으며 오히려 부각되는 것이 동물의 숲이다. 전투와 극적인 갈등은 배제하고, 흔히 힐링 게임이라고 부르는 코지 게임으로서의 무게에 더 중심을 두다 보니 게임 플레이 경험이 동물의 숲처럼 황량한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라이프 시뮬레이터로서의 가치가 더 커졌다.
플레이어가 건설한 건물의 가치가 효과가 아니라, 외형적인 만족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곧 또 다른 동물 이웃과 어울리며, 마을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재건 중심의 라이프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경험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저 코지 게임이라서, 혹은 닌텐도 스위치2 독점으로 출시되는 라이프 시뮬레이션이라서가 아니라, 핵심적인 게임 재미 발산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메인 서사를 제외하면 자원 수집, 제작, 가구나 블록 배치, 축제, 이벤트 등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여유로운 플레이가 근간에 있다.
건물을 짓는 데 현실 시간, 길게는 하루가 지나야 완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기 날짜를 바꾸는 타임 슬립을 딱히 막아두지 않고 플레이어 선택으로 둔 점도 동물의 숲스럽다. 물론 이렇게 하루짜리 건물이 생겼을 때 바로 날짜를 바꿀 필요 없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며 재료를 모으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완전 자유 지역인 백지 마을을 제외하면 저마다 다른 배경, 식생을 가지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완전 오픈월드는 아니고, 각 지역이 쪼개져 게이트를 통해 이동해야 하지만, 각기 다른 플레이와 구역 구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장비나 아이템도 그대로 이어 가지고 다닌다. 포켓몬이 캐릭터이자 스토리라면, 4개의 지역과 확장은 포켓몬 세계의 재구축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서사적 성취감으로 이어지며 코지 게임이면서도 세계를 직접 일궈냈다는 뿌듯함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제작 레시피를 해금하면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광차나 케이블카, 엘리베이터로 먼 거리를 빠르게 오가기 시작하면서 기술적 확장 역시 체감하게 된다. 나아가 여러 만족감들 사이에서, 근래 유행하는 자동화 요소 없이 플레이어와 포켓몬의 교감으로 콘텐츠 활용이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동물의 숲과 다르지만 같은 플레이 경험 구도를 만들어내는 구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나아가 연분홍 시티, 갈색 시티, 회색 시티 등 옛 이름을 잃어버린 지역들의 모습,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BGM 등이 플레이어를 맞이하기도 한다. 관동지방을 배경으로 한 포켓몬스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과거 알고 있던 세계의 변화, 그리고 그곳을 포켓몬들이 살아가는 새로운 공간으로 되살린다는 새로운 흐름의 서사까지 더해지게 만든다.
잔잔한 게임 분위기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포켓몬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포켓몬으로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각각의 포켓몬과의 서사와 확장되는 재건 속에서 세계의 진실과 묵직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파고들 여유를 만들어낸다. 포켓몬, 그리고 플레이어 주도로 이어지는 평온한 플레이와 경험은 오히려 스토리,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경험이 부담되지 않는 건 게임 디자인이 플레이어의 습득 과정과 착실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 초반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하다 싶을 때쯤 새로운 지역으로의 확장, 그리고 PC를 통해 인벤토리 확장 기회를 제공한다. 인벤토리는 스토리 중 3줄씩 4개로 확장되고, 그마저도 같은 아이템은 모두 겹쳐져 더 많은 아이템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건 자원의 수급과도 영리하게 이어진다. 모든 아이템은 레시피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자원 획득, 그리고 장기적인 재료 저장과 활용의 전략적 배치를 쉽게 돕는다. 이런 자원의 획득과 변형, 건축을 포켓몬이 담당하며, 그걸 각 지역마다 빠짐없이 데려올 수 있도록 서식지의 배분 역시 이루어졌다.
게임 진행이 막히거나 답답해질 때쯤 열리는 새로운 기능이나 편의성 요소와 레시피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이 순조롭게 플레이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사실은 개발진이 큰 가이드라인을 주며 이를 유도하고 있다. 또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서식지를 만들고, 포켓몬과의 관계를 쌓고, 기술을 배우거나 마을 등급을 올려 새로운 서식지나 새로운 지역으로 나아가는 게임의 핵심 루프가 명확해 플레이의 진행을 유도하기 쉽게 만들어두기도 했고.
어쨌든 이런 영리한 게임 디자인과 편의성은 게임을 더 쉽게 다가가도록 만들고, 나아가 더 확장된 지역을 만들도록 플레이어를 조용히 밀어붙인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익숙한 플레이 문법을 닌텐도라는 핵심 IP에 맞게 가다듬었을 때 얼마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했다. 닌텐도 스위치2 독점으로 제작되며 보여줄 수 있는 향상된 그래픽 수준도 모두 만족스럽다. 특히 전투나 특출한 RPG 성장, 자동화 요소 등의 팩토리 콘텐츠가 없는 코지 라이프 시뮬레이터로서도 포켓몬 IP가 가지는 변주는 비슷한 장르에 대한 접근 문턱을 더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물론 과도한 아이템 제공과 이에 따른 편의성 커브로 아이템 분류나 저장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매우 편리한 마우스 조작이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런 몇몇 단점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한 만족감을 뒤집을 정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만큼, 게임 플레이는 탄탄하고, 포켓몬과의 잔잔한 교류와 그 와중에 이어지는 묵직한 고민거리는 포켓몬 포코피아를 더 가치 있게 만든다.
독점 타이틀로서 닌텐도 스위치2의 가능성을 처음 열어 보인 동키콩 바난자가 있다면, 포켓몬 포코피아는 동물의 숲이 그랬듯 여유와 평온함으로 그 다음 장을 여는 핵심 타이틀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엔딩 이후부터 체험할 이야기가 여전히 기대되고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나만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