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지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룰러' 박재혁의 조세 회피 의혹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대처가 아쉽다. 3월 26일 조세심판원은 과세 처분이 합당하다고 결정했다. 조세 회피, 그러니까 탈세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인 선수, 에이전시, 소속 구단의 행보는 사안의 무게감을 온전히 인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다.
먼저 당사자 '룰러'는 무거운 의혹 속에서도 적극적인 해명보다는 소통을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세심판원 결정문에 따르면, ‘룰러’의 탈세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는 논란이 일던 3월 30일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관련 의혹을 묻는 시청자를 퇴장 조치했다. 대중의 의문에 답하기보다는 침묵과 회피를 선택하면서, 프로게이머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에이전시 슈퍼전트의 해명 방식도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치 못했다. 이들은 3월 29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명의신탁에 따른 과태료 성향일 뿐이며 세금 납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조세 불복 절차 중 가산세를 피하기 위해 세금을 선납하는 통상적인 실무 관행이다. 이를 두고 사안의 본질을 축소하고 혐의를 모두 벗은 것처럼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달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어려운 세금 문제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일종의 기만인 셈이다.
사태를 관망한 젠지 프런트의 미온적 대처 역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공식 규정집 제9장 9.2.8항은 조세법 위반 혐의를 엄격히 다룬다. 세무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나 출장 정지 등이 부과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처벌이 엄중하다. 그럼에도 구단 차원의 선제적인 보호 조치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선수가 개인 방송을 진행해 논란이 가중되도록 둔 것은 프런트의 상황 판단에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오늘날 대한민국 이스포츠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할 만큼 그 사회적 위상이 거대해졌다. '룰러'는 그 정점에 있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다. 국민으로부터는 사랑을, 나라로부터는 병역 특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그런 선수가 국민의 가장 기본 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가볍게 여겼다.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는 팬들을 기만하고, 그의 게임단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도 높아지고 산업의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수준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스포츠가 쌓아올린 높아진 위상을 누리기에, 이들의 프로 의식은 너무 초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