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눈길을 끈 대목은 토에이가 보유한 기존 유명 IP의 게임화가 아닌, 온전한 '신규 오리지널 IP 창출'이라는 제로 베이스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사내 스타트업 형태로 조직된 토에이 게임즈는 스팀(Steam) 플랫폼을 주력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인디 게임을 발굴하고, 이를 다방면의 프랜차이즈로 육성한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토에이 게임즈가 최초 공개한 퍼블리싱 라인업 3종에 한국 인디 개발팀 검귤단의 신작 '킬라(KILLA)'가 포함되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에 인벤은 일본 교토에서 열린 '비트서밋' 현장을 찾아 토에이 게임즈의 핵심 멤버들을 만나, 이들이 게임 사업에 진출한 배경과 향후 사업 전개 방향, 그리고 한국 인디 씬과의 협업 계획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토에이 게임즈(TOEI GAMES)는 지난 4월 21일에 공식 출범하여, 4월 24일에 첫 라인업이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토에이 게임즈가 어떤 브랜드이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출범한 사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토에이 게임즈는 지금까지 토에이가 다뤄온 영화나 특촬 드라마와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IP를 창출하고자, 신규사업개발부라는 사내 스타트업 성격의 조직이 전개하는 사업입니다.
멤버는 슈퍼바이저인 마츠모토 타쿠야와 나가시마 히로아키 매니저, 이와카와 히요리 리더, 그리고 카토 켄지 게임 어드바이저 등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토를 제외한 3명은 게임 비즈니스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게임 스카우팅부터 시작해 크리에이터와 마주하며 진행하는 개발 진척 관리, 전시회 출품, 홍보 및 마케팅까지 멤버 전원이 매일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Q. 토에이는 1951년 설립 이래 75년간 영화,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기업입니다. 이 시점에 게임 사업을 새로운 '사업의 기둥'으로 삼은 배경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우선 게임은 능동적으로 플레이하는 시스템이라 플레이 시간이 길고 유저의 몰입감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도 향상이나 팬덤 형성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스팀(Steam)'의 존재입니다. 우리의 IP를 전 세계를 향해 직접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꾸준히 성장함에 따라, 충분히 글로벌 비즈니스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토에이 그룹은 원피스, 드래곤볼, 세일러문, 디지몬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라인업을 모두 신규 오리지널 IP로 구성한 점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자사 IP를 활용했다면 단기적인 흥행도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답변드린 바와 같이, 본 사업의 목적 자체가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의 '신규 IP 개발'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출된 IP를 사내 및 그룹의 사업 시너지와 연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토에이 그룹이 보유한 IP를 활용한 게임도 토에이 게임즈에서 전개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토에이 게임즈의 정체성을 '오리지널 IP를 창출하는 브랜드'로 확고히 다져나갈 것인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자사 IP 활용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리지널 IP 창출을 중심에 두겠지만, 그 수단을 활용하여 당사에서 출발한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질문해주신 것처럼 단계적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
Q. 첫 라인업으로 킬라(KILLA), 히노(HINO), 디버그 네페미(DEBUG NEPHEMEE) 등 총 3개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수많은 후보 중에서 이 세 개의 작품을 고른 공통된 기준이 있었는지, '토에이 게임즈가 함께 걸어가고 싶은 작품'이란 어떤 조건을 갖춘 것인지 알려주세요.
"토에이 게임즈만의 특정 색깔을 굳이 의식해서 고른 것은 아니며, 저희 팀 멤버들이 각자 발굴하고 선택해서 가져온 타이틀이 바로 이 3개 작품입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덧붙이자면, 'IP로서 돋보이며 깊이 있는 스토리성이 있는 게임'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게임 IP를 활용한 이벤트, 머천다이징(MD), 영상화 등 다양한 형태의 멀티 유즈(Multi-use) 전개를 토에이 그룹 내에서 펼쳐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입니다.

"'킬라(KILLA' (담당: 마츠모토 슈퍼바이저)
"제가 고른 것은 검귤단의 '킬라(KILLA)'입니다. 한국의 여성 4인조가 제작하고 있는 게임으로, 토에이 게임즈가 활동을 막 시작한 극초창기에 만났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이벤트에서 수많은 게임을 보아왔지만, 검귤단의 유니크한 아트와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도무지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녀들의 열정이 듬뿍 담겨 있었고, 그 강력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토에이 게임즈의 첫 파트너로서 이렇게 빛나는 크리에이터, 그리고 훌륭한 타이틀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히노(HINO)' (담당: 나가시마 매니저)
"제가 선택한 것은 언글룸 스튜디오의 '히노(HINO)'입니다. 첫 만남은 작년 오사카에서 열린 이벤트 현장이었습니다. 야타라 씨의 볼펜 일러스트가 지닌 아름다움에 첫눈에 반했고, 실제로 플레이하며 '모니모니 스켈레톤'이 돌아다니는 세계관을 체감했을 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무조건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고 확신하여 그 자리에서 미팅을 잡고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토에이 게임즈의 초기 라인업으로 이 작품을 맞이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디버그 네페미(DEBUG NEPHEMEE)' (담당: 이와카와 리더)
"디버그 네페미(DEBUG NEPHEMEE)는 네페미 스튜디오의 노로마 씨가 스토리, 프로그래밍, 음악, 일러스트 등 모든 것을 혼자서 제작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 데모를 플레이했을 때, 1인 개발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플레이하면서 무의식중에 탄성이 나오는 멀티태스킹의 독특한 게임 시스템도 훌륭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 이면에 흐르는 '사명'과 '존재'를 테마로 한 치밀하고 묵직한 스토리에 반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Q. 3개의 작품 중 한 자리를 한국의 인디 개발팀 '검귤단'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점이 채택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킬라'는 수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이미 여러 대회와 어워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타이틀입니다. 저희가 처음 이 게임을 눈여겨본 곳도 다름 아닌 일본에서 수상했던 어워드의 전시 부스였습니다. 아트가 매우 독창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림책처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외형을 지녔음에도 잔혹한 복수극이라는 반전 매력에 이끌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저희 입장에서 무척 다행이었던 점은, 검귤단 팀 내에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한 멤버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일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평소 실무 미팅은 온라인 회의나 슬랙(Slack),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나 킥오프 같은 중요한 미팅만큼은 반드시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전에 검귤단과 만날 때 한겨울의 서울로 직접 찾아갔는데, 영하 15도를 밑도는 기온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Q. '킬라'가 토에이 게임즈 첫 라인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 토에이 게임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개발자와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 있나요?
"저희는 작년에 게임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여러 전시회를 발로 뛰며 수많은 게임을 둘러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인디 게임의 퀄리티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특히 비트서밋(BitSummit)이나 도쿄게임쇼(TGS)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부스 등에서 매력 넘치는 한국 인디 게임들을 여럿 접할 수 있었고,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몇 가지 타이틀과 추가적인 협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크리에이터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며, 피칭을 보내주시는 것 또한 대환영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아직 소규모 팀으로 운영되다 보니 검토와 회신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대면으로 먼저 인사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기에, 향후 열리는 게임 전시회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 가볍게 말을 걸어주시며 접근해 주시는 방식을 추천해 드립니다.
Q. 토에이 게임즈는 PC(스팀)를 기점으로 이후 콘솔로 플랫폼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PC를 우선순위로 둔 이유와 향후 콘솔 확장의 시점이나 전략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2024년 말 게임 사업 리서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일본 및 해외의 여러 굵직한 게임 이벤트를 다니면서 스팀(Steam)의 훌륭한 게임들을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또한, 스팀 플랫폼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훌륭한 개발자분들과 깊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들 덕분에 아주 자연스럽게 토에이 게임즈의 첫 출발점이 PC 게임, 즉 스팀 베이스가 되었습니다.
콘솔 전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답변해 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빠르게 한국 유저분들을 비롯해 전 세계 콘솔 게이머 여러분께도 저희의 타이틀을 선보일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임 업계 관계자 및 인디 개발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토에이 게임즈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한국의 크리에이터 여러분, 그리고 열정적으로 인디 게임을 지원하는 기업 및 단체 관계자분들께 대단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IP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파트너십을 맺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행사나 전시회 현장에서 토에이 게임즈 부스나 관계자를 발견하신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마시고 편하게 말을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