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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 간막담입니다.

티아마트
댓글: 3 개
조회: 314
2006-04-06 20:08:56
간막담이 모꼬? 라고 물으시는 분께.....
그냥 간막극처럼 소설 틈새에 끼워넣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말이 어렵지 그냥 잡담이라는 소리. 나가 죽어!)
요새 완전 슬럼프 모드네요.
애초에 재능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긴 싫어서 필사적으로 바둥대는 중입니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릴 지도....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남은 두 화에 남은 이야기를 모조리 다 쓸어 담아야 하거늘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서 또 버둥버둥....
어쨌거나 이어지는 글은 가볍게 보고 즐기실만한(?)
대항과는 일말의 상관도 없는 단편입니다. 즐거운 감상 해주세요 ^^
그리고
바다의 아이 사랑해주세요. ㅠㅜ

Night. - 밤 -

‘치이이익!’

“으아아악!”
“으앵~~!”

‘치이익!’

붙어나오는 살점을 떼고 새로이 열을 가하기 위해 저 잔인한 도구를 물에 담글 때마다 그런 소리가 났다. 공포와 끔찍스러운 아픔. 정신따위가 남아있을 리 없다. 몇 날이고 며칠이고 열려진 상처에서 피고름이 줄줄 흐를 때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겨우 물을 뒤집어 썼을 땐 손 발에 족쇄가 채워져 수레에 실려 있었다.

“일어나, 이 게으른 놈들아!”
“…….”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여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잔상들이 방울방울마다 흘러내려 쉴새없이 머리를 스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반쯤 썩은 물고기,
뒷집 종과 도망간 아가씨,
칼에 묻은 피냄새,
자신의 몸에 새겨져있는 잔인한 학살의 기억.

“아……아……아아아악!”
“!”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 촛불들처럼 하나 둘 나타나는 잔상들을 쫓으려 했다. 주인이 미친 듯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몸에 휘감기는 강간과 살인과 부패의 기억에 진저리를 쳤다. 벗어날 수 없었다. 낙인이 찍힌 순간 눈물과 어두운 기절의 순간 이후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빨려들어오는 수많은 목소리에 그의 하루는 언제나 낮이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늘 혼곤하고 몽롱한 상태였다.

“이 놈 이거 못쓰겠어. 하루종일 소리나 질러대고 말이야.”
“동방 상인에게 파는게 어때? 노예와 비단을 교환한다고 하더군.”
“비단! 하지만 저래서는…….”
“억지로 재워 보내면 되는거지. 알리가 없잖나.”

반 마도 안되는 비단 자락과 바뀌어 배에 실렸다. 입엔 재갈이 물리고 머리에 감춰진 상처가 터져 피가 흘렀다. 흔들리는 배에서 토할 여력마저도 없었다. 그와 같은 머리색과 눈을 가진 정복당한 노예 민족들이 배 안에 가득했다. 침침하고 어두운 선실에서 가끔 바람을 쐬는 것은 항구에 정박할 때였다. 배안에서 노예에게 밥을 먹이면 재수가 없다며 일시에 배에서 끌어내렸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괴로워 울었다. 이 끝나지 않는 낮이 싫었다. 바닷바람에 묻어온 죽어가는 것들의 냄새와 같은 노예들에게서 번져 나오는 슬프고 무거운 기억들은 그의 머리를 늘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면 기절할 때까지 두들겨 맞았다. 다 죽을 상황에서도 머리 속은 환하게 수많은 기억들로 가득 차있었다.

“자자, 서방에서 들여온 노예들입니다!”
“한 명당 쌀 닷 섬! 돈으로 하시면 천 냥입죠!”

두 명의 남자가 쉴새없이 소리쳤다. 그들의 생각까지 흘러들어와 지친 머리에 또 한 줄기의 빛이 새어들었다. 비명을 질러서라도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들이 목에 박아놓은 침이 목소리는 커녕 움직일 수도 없게 했다. 따가운 열기. 몸도 머리 속도 열과 빛이 가득 차올랐다. 순간 눈 앞에 그늘이 졌다.

“아유, 도련님! 그 놈이 보기보다 튼실하답니다.”
“그럼요. 비단을 서필이나 주고 데려왔습죠!”

시원함에 눈을 떴다. 새까만 눈동자, 새까만 머리카락. 바람이 살짝 실려오는 검은 옷자락의 피냄새. 오래전 잃어버린 서늘함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차가운 피냄새. 목에 그 서늘한 손이 다가와 박혀있던 침을 뽑아냈다. 그는 어린 소년이었다.

“이곳은 성도…….”
“아니, 그것이!”
“50냥 주지.”

욕지거리가 귀에서 윙윙거렸다. 이 말을 알고 있었다. 풀려나간 족쇄에 힘이 없어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자 소년이 차가운 손을 이마에 가져다댔다.

“일사병인가?”
“…….”

소리도 멎고 빛도 멎고 형상도 없는 차가운 어둠이 밀려와 온 몸을 채운다. 어린 소년의 눈은 피냄새가 났다. 어둡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어딘가 피냄새가 남아있었다. 피냄새마저 흩어졌을 때, 처음으로 노예가 된 뒤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났군.”
“…….”

퍼뜩 눈을 떴을 때는 온통 부드러운 연황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진한 햇빛이 한지에 걸려 부드럽게 으스러진 입자로 방안을 떠돌았다.

“꼬박 사흘을 잠들었었어.”
“…….”
“성도는 멀쩡해. 몸이 좀 나은 듯 하거든 그 사발에 있는 걸 마셔.”
“…….”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손을 한 번 더 잡아보고 싶었다. 훨씬 어린 소년이었지만 너무나 커보였다. 손을 움직여 뻗자 그는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일어나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왜 그러지?”

손을 꼭 잡았다. 빨려들어오는 안식. 피냄새가 남아있지만 이 어둠이 편안하게 머리를 휘어감았다.
그 것은 그가 끊임없이 바라왔던 그 것, 밤이었다.

“백의.”
“네, 주인 님.”
“가자.”

손끝에서 뿜어져나오는 가느다란 실들이 춤을 춘다. 너울거리는 그 실 끝은 살에 박히고 뼈를 뚫고 영혼을 가르고 나와 사악함을 부순다. 빼앗는 싸움, 잃는 싸움. 마음을 잃고 사람을 잃고 빛이 사라진 그 마음에 남아있는 밤이 다가와 휴식이 된다.

“이젠 금조(金爪)를 능숙히 다루는군.”
“감사합니다.”

죽음이 다가와 어둠을 뿌린다면 제가 그 어둠에서 쉬겠습니다.
쉴새없는 낮에 지친 자 피냄새 어린 밤이라도 편안히 쉬겠습니다.
영원히 저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영원히 당신의 어둠에서 쉬게 해주십시오.

나의 몸을 지킬 무기를 들 수 있게 하고, 빨려들어오는 수많은 빛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나의 주인,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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