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알렉산드리아의 메마른 땅에서 느껴지는 짠내나는 바람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끊임없는 탐색과 그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들의 연속은, 끝없는 모험보다도 더 피로감을 얹어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두 명 오가는 것도 아니니 일일이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잖나.”
알렉산드리아는 모험가들의 중계도시나 마찬가지다.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수많은 문명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중해의 동쪽, 그 곳에서도 매우 활발한 항구도시이니까. 이스탄불이 더 북적이기는 하지만, 그 곳은 유럽의 모험가들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곳이다. 이슬람인의 성지, 그런 곳에 함부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모험가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 곳이 가장 적당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어서 그럴까. 찾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휴게소와 교역소, 모험가 조합, 은행, 각종 명사의 저택을 돌아다녀도 딱히 정보가 없다. 서고의 학자는 눈에 익어있던 두 사람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본 기억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휴게소의 구석에서 잠시 쉬면서 모아온 정보를 천천히 뒤져본다. 대부분 소문이나 풍문에 가까운 것, 혹은 신빙성이 거의 없는 것 투성이다. 짤막한 대화나 탐험기록에 의존한 정보라서 그럴까, 이것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여태까지 해 온 모험보다도 더 힘들면서, 예상되지도 않는다.
“어때?”
갑작스럽게 들려온 영국어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별로 손을 댄 흔적이 보이지 않는 회청색 머리카락을 섬세함이 느껴지는 손길로 쓸어 넘기는 여성은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난 그 미소에 대해 별로 웃어주고 싶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냥 고개만 저었다.
“별로 성과가 없는 거야?”
“별다른 단서가 보이질 않아. 단순히 소문 정도, 혹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정도.”
“후우….”
내 대답에 길게 한숨을 쉰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잖아?”
“그래, 그렇지.”
“그나저나… 벌써 1년이 지났구나.”
그녀의 중얼거림에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두 사람의 정보를 찾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루이시온 씨와 하이르나 씨가 사라진 것은 좀 더 오래 전의 일이었고, 두 사람을 찾기 시작한 것은 그것보다는 약간 뒤의 일이었다. 소식이 끊기고 연락도 없는 두 사람을 찾기로 결심한 것은 작은 계기였다. 이제는 그 두 사람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는 것, 돌아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찾으러 떠난 것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추억에 대한 그리움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리스본에서 만났던 그 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데도,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언제부턴가 곁에 있던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지고, 그들과 함께하길 원하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아.”
그 두 사람도 떠난 것이다. 지금 곁에 없는 사람들처럼.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고.
“그래도, 찾을 수 있을 거야. 응?”
“…그럴까.”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기엔, 너무 상황이 어두웠으니까.
-10개월 전
모래바람과 폭풍, 그리고 알 수 없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리의 주위를 감싸며 우리들의 몸을 사정없이 흔든다.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거 너무하잖아!
“꺄악!!”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상황에서 태평하게 치마를 입고 있던 세이레나는 지금 상당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한 손으로 치마를 쓸어 내리며 나에게 불평하기 시작한다.
“이런 건 예정에 없었잖아!!”
“아니 이런 일에 치마를 입고 오는 게 잘못된 거잖아!!”
“몰라! 다른 옷도 다 치마란 말이야!!”
…치렁치렁한 드레스만 갖고 잘도 모험가를 따라오셨소이다. 나는 한숨을 쉰 뒤 한 걸음 더 걸어 나갔고, 그녀는 나에게 기대다시피 하며 내 뒤를 따라왔다.
두 사람의 행방을 알아가던 도중, 우리는 전혀 의외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우리들이 이 곳으로 오게 된 원인에 대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가던 도중, 우리는 같은 곳에서 온, 이미 예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이 곳으로 넘어오던 도중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내 뒤를 따라오며 고함을 쳤다. 고함을 치지 않으면 이놈의 소리 덕분에 모래만 잔뜩 먹고 말 테니까.
“길드는 어떻게 할 거야?!”
“뭐?”
“길.드!”
“아아, 그거?!”
그녀의 말에 나는 히죽 웃었다. 지금 정도면 다른 모험가 편에 보낸 편지가 리스본에 있는 길드사무소에 도착했을 것이다.
‘노틸러스 4대 길드 마스터, 알비레오 혹은 스카스메로에게 일임. 길드마스터의 명령이므로 거역 같은 건 씨도 안 먹힘. 잘 먹고 잘 사시게나. 아디오스!’
아마도 길드 사람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그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노틸러스 길드 마스터 전통은 잠적하는 거냐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정상 이게 이곳에서의 내 마지막 모험이 될 지도 모르는데, 깔끔하게 비워주고 떠나야지.
“…후회 안 하는 거야?!”
“글쎄!!”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일 처리하고 떠나면, 좋지 않잖아?!”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만나서 떠난다고 말하면 말이지… 난 죽어도 못 떠나. 여기 사람들은 너무 소중했거든. 내가 그 마지막 조각을 스스로 버리려고 하는 걸 그 사람들 앞에서 하라고 하면… 난 죽어도 못 해. 하지만, 난 돌아가야 하거든. 그건 댁도 마찬가지잖아?
나는 그런 말을 삼키며 쓰게 웃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내딛었다.
“…너 리더로 빵점이야. 알아?!”
“나도 알아!”
하지만 떠날 때 주저하지는 않자.
-9개월 전
마법과 신비가 소실된 세계에서 다른 세계와 연결해주는 문, 물론 마법과 신비가 있는 세계에서도 존재한다. 우리는 그 문을 넘었다. 우리가 있던 곳인지, 혹은 다른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찾아야 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과거, 우리들의 모습…
“…이라고 하지만, 이게 무슨 짓이냐악!!”
안타깝게도 꽝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세계. 문명상의 발전으로 보자면 이전의 세계보다 200년 정도 발전한 세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법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을 우연찮게 찾았다. 이거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왜 그래?”
티아리스는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되레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거짓말.”
“읔.”
티아리스는 그렇게 말한 뒤 초콜라떼를 마셨고, 세이레나는 그런 건 눈에도 안 보인다는 듯 옆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계산하고 있었다.
“…으음, 역시 10만비스가 모자라는데?”
머스켓의 가격을 한참 고민하던 중인지, 그녀는 카탈로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어이, 이봐. 지금 우리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잖아.
“어이, 여보쇼.”
“왜?”
“우리, 여기서 놀고 있을 수 만은 없잖아.”
그 말에 세이레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라이네즈가 열심히 찾고 있잖아.”
“…우리는 놀고?”
“어쩔 수 없잖아.”
그 말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프론티어 정신, 개척 정신이 활발한 세계로 떨어져서 우리들도 얼떨결에 그 물결에 휩쓸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계를 원한 게 아니었다구!!
“찾다 보면 나오겠지. 자자, 진정하세요.”
티아리스는 그렇게 내밀며 초콜라떼를 내밀었다.
“씁, 내가 말을 말지.”
-2개월 전
“좋아!! 문이 열렸다!!”
“난 안 가.”
“뭐?”
티아리스는 자신의 로브의 주름을 편 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알아본 바로는, 우리가 처음 있었던 세상은 이미 무너졌어.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왜 지금 와서…”
“두 사람, 저번에 말한 적이 있었지? 그 세계에 대해…”
그녀의 지적에 세이레나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좋은 세계인 것 같았어. 마법이 없고, 신비가 사라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모험과 꿈, 낭만이 있다면 꽤 멋진 세계일 것 같아. 하지만, 보다시피 난 마법사야. 마법이 없으면 나는 미쳐버릴지도 몰라. 이것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근원이니까.”
“그, 그럼 왜… 우리랑 헤어지고 싶었던 거야?”
세이레나가 그렇게 되묻지만, 티아리스는 살짝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아니, 나는 이제 이 문을 자유롭게 열 수 있으니까 괜찮아. 두 사람은 그 곳을 그리워하고, 나는 이 곳이 마음에 들고. 간단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 아제로스는 아직 넓고, 나는 아직 이 곳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이 곳은 너무 좋은 곳이야. 두 사람에게 그 곳과 같은 것처럼.”
“…”
“어서 가. 저걸 지나면 바로 그 곳으로 도착할 거야. 나중에 놀러 갈게.”
티아리스는 그렇게 말한 뒤,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잠시 주저하던 우리는 앞에 구성된 게이트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 세계로 향하는 확실한 문.
-1개월 전
“선장…”
“오랜만이다. 다들 그냥 떠나버린 줄 알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선원들은 모두 날 기다려주었다. 일항사 아테스를 비롯해서, 모두들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길, 이거 눈물나는데?
“어디로 떠납니까? 선장은 혼자 위험을 무릅쓰고 탐험하러 갔는데, 돌아올 때 까지는 기다립니다.”
아테스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그래, 다녀왔다.”
아테스의 말에 나는 대답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가면 이렇게 외쳤다.
“출항이다!! 도착지는 리스본!! 설마 나 없는 사이에 실력이 줄었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금방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다시 돌아왔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아직, 이 곳은 찾아볼 게 너무 많지 않은가?
--------------------------------------------------------------
잘 보시면, 제가 그동안 어떤 걸 했는지 아실겁니다 (-_-);
실제로는 길드원들에게 '확팩 나와서 새로운 모험이 나오면 다시 돌아온다!'라고 선언한 뒤 사라진 겁니다. 절대 방치한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