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 감격의 재회, 선장님 보고 싶었습니다, 싸구려 맥주랑 건빵이 그리웠어요, 용케 안 죽고 살아오셨군요 등등. 여차저차 감동의 재회를 나눈 뒤 리스본으로 돌아왔다. 저어기 이번화 맨 첫부분에서 보여준 그 모습이 바로 도착 직전인데, 알렉산드리아에서 리스본까지 가는 그 거리 갖고 저리 칭얼거린 것이다!!
…폭풍 한 대여섯 번 만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크흠! 어쨌든, 여차저차 리스본에 도착한 것이다.
비록 난 곳은 아니더라도 정이 붙으면 고향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하지만 실제로 나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 있다! 기다려라 노틸러스 4번 길드 사무소!! 내가 돌아왔다!! 자, 들어가신다!!
“다녀왔습니… 역시 아무도 없군.”
허나, 원래 노틸러스의 성향상 길드사무소 안에서 죽치고 앉아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좀 낸다고 그런 거니 너무 야박하게는 봐주지 않으면 좋겠다. 정말 간만에 온 건데 흥분할 수도 있는 거지 뭐.
하지만, 그래도 길드사무소 안에서 항상 있는 사람은 있기 마련! 우리의 길드사무소 관리요원!
“여, 반갑구만. 이게 얼마만이야.”
“어서오십시요, 이 곳은 노틸러스 길드 사무소입니다.”
“…엥?”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이 친구가 맛이 가지 않는 이상 내 얼굴을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설마 신입?
“아, 아하하… 저기, 신입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나 길드원이야.”
“성함이 무엇입니까.”
“데일리잇, 전직 노틸러스 길드 마스터.”
“길드원 목록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에엥?”
어느 사이에 길드에서 퇴출, 아니 만기탈퇴가 된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리냐? 아니, 그 전에 장기간 부재시에 길드 탈퇴가 말이나 되는 소리냐!! 난 그 즉시 사무소 관리요원이랑 대판 싸웠다. 하지만, 철혈의 공무원 수준의 관리요원은 매몰차게 ‘길드사무소 관리국에 가서 따져보세요’ 라고 할 뿐이다. 허, 제기랄.
관리소에 가서 따져보니, 원래 길드 규정이 그렇단다. 하도 죽어나가는 작자들이 많은지라 장기간 부재 혹은 생존 미확인자는 바로 탈퇴조치를 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런, 길드규정에 대해 좀 더 읽어둘 걸 그랬군. 장기간 부재를 통보하지 않는 이상에는 몇 개월 이상 자리를 비우면 그냥 잘라버리는 게 법이란다. 어허, 이거 모험가는 뭉텅뭉텅 잘려나갈 법규로세.
“그나저나… 이를 어쩐다.”
길드에서 쫓겨났으면 다시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 허나… 아시다시피 본인은 갑작스럽게 길마직은 이양하고 잠적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 돌아오면 약간 쑥스럽고 민망하며, 그리고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어허! 나도 사람이니까 미안하다구! 되레 길드에 요상한 전통을 설립시킬 뻔 했으니 말이다.
리스본 광장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렇게 중얼중얼거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시간을 보내던 도중, 무언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에잉, 누구냐? 고뇌에 잠겨 일광욕에 빠진 사람의 일조권을 침해하는 작자는.
“…역시, 길드사무소 관리국 앞에서 볼 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당신이셨군요.”
“…어라?”
그림자 가리고 있던 장본인은 바로 알비레오였다. 으음, 안 보는 사이에 뭔가가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막중한 임무 혹은 업무를 짊어진 자의 프레셔가 풀풀 풍겨. 하긴, 스카스메로는 아무래도 길드마스터를 하다가 잠적할 사람이다. 자칭 마왕이 어디 갈까? 그러니 결국 알비군이 다 떠넘겨 받았겠지.
하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더 부담스럽다구!! 스카스메로의 경우에는 그냥 와하하핫 한 번 하고 끝이지만… 이 친구는 왠지 무섭다구. 죄 지으면 뻔뻔하게 못 나간단 말이다!! 그러니까… 꼬리를 말 수 밖에 없었다.
“와, 와하하… 이거 오랜만인걸.”
“오랜만이지요.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시고 1년이 지났으니까요.”
“아,아하하… 세월 참 빠르다. 그치?”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날씨와 시세, 그리고 각종 잡다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꺼냈다만… 싸한 분위기는 그렇게 가라앉지 않는다. 에휴, 그냥 ‘스카스메로 길마 당첨, 짝짝짝.’ 이라고 보낼걸.
“그, 그나저나 길드는 요즘 어때?”
“…많이 달라졌지요. 분위기며…”
“아, 아하하…그래?”
내가 길드 이야기를 하자 알비레오는 대번에 표정이 바뀐다. 으읔, 이거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면 ‘야 이 망할 인간 같으니라구!!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떠날 땐 언제고 다시 돌아와?’ 같은 말을 하는 터프한 알비레오의 모습을 충분히 볼지도 모른다. 아이 무서워라.
훗, 그래도 산전수전 겪은 베터랑 모험가다! 이 정도의 일에 기죽을 리가 없지!! 설령 기가 죽더라도 결코 무너지지는 않는다!!
“…돌아오실 건가요?”
“돌아갈까?”
“분위기가 바뀌고, 예전 같지는 않지만…”
“흐음, 그러냐?”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보자.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실 건가요?”
“그래, 가봐야지.”
그렇게 대답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인파들 사이로 사라지려고 노력했다. 일단 멋지게 사라져야지 그럴싸하잖나. 하지만 왠지 모르게 뒷통수가 따갑군.
“…그래서?”
“짤렸지.”
“푸우우하하하하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세이레나는 그렇게 남들이 돌아볼 정도로 크게 웃었다. 어이, 그렇게 웃지 말라고.
“아니, 그래서? 그래서 그냥 잘 있으라고 한 뒤에 간 거야? 단순히 무서워서?”
“…아마 사람들 시선에는 난 대역죄인일걸? 현행범.”
“…그냥 슬쩍 사라지고 말지.”
“에이 씨, 처음에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났지만 결국 이렇게 리스본의 주점에 다시 앉아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이 곳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조금 홀가분해진다.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것 같았던 바다의 향기, 모래 바람, 웅성거리는 상인들의 흥정소리, 이 모든 것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진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물론,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는 별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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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군!! 삼세번은 한국인의 미덕이라는 것이란다!!
...좀 더 오라고 말 좀 해주지[중얼]
p.s 역시나 순수 글쟁이는 여기서 먹고 살기가 힘들군요. 그래서!!
가끔가다 정체불명의 그림을 올리지도 모릅니다. 혹은, 카툰을 빙자한 벽화라던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