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버에서의 저녁
- 땡- 땡땡
도버의 항구에 도착하자, 선원들이 미리준비해 두었던 삼줄을 도크로 던졌다.
도크의 일꾼들이 그걸 받아다가 정박시킬수 있도록 쇠로된 기둥이 꽉 묶었다.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날라."
에이미는 선원들을 시켜서 공터에 소금푸대를 가져다 놓았고,
배에서 꺼내진 소금푸대는 다시 도버의 교역소로 가져갔다.
"수고했어. 오늘 밤 10시 넘어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꺼야. 그때까지 쉬어두도록 해."
제논과 선원들은 이제 주점에서 거나하게 한잔 하겠지.
에이미는 작은 가죽주머니에서 일당과 함께 술값을 조금씩 나눠주었다.
...
"어디보자... 소금 스무포대... 기한에 맞춰 갖다주었군. 뭐, 먼거리는 아니지만."
교역소의 주인은 내가 내민 조합에서 발행한 서류에다 서명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소금 값으로 금화 하나와 은화 몇개를 내 손위에다 올려주었다.
"이일에 대한 보수는 조합에서 받게."
소금은 다시 교역소의 일꾼들이 들어다가 창고에 들어갔다.
나는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에이미와 함께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도버는 대도시 런던에 비하면 작은 어촌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여관이나 식당등은
깔끔하고 맛도 그럭저럭 있는것으로 평이 나 있었다.
에이미와 함께 램프불이 흐릿한 식당의 구석 탁자에 앉아, 잠시나마
이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주는 아늑함을 즐겼다.
"피곤하네... 왠지."
나는 거칠은 질감이 나는 탁자에 볼을 댔다.
"처음이니까 그렇죠."
"비가 오네..."
나는 엎드려서 유리창밖을 보다가, 비가옴을 알았다.
작은 새의 발톱처럼 무수히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찾아드는 한기를 느꼈다.
탁자마다 하나씩 핀 양초가 그 한기를 몰아내려는듯 조금씩 흔들린다.
"맛있게 드세요."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급이 탁자에 각자의 접시 하나씩과 바구니등을 놓고갔다.
노란쌀밥과 근해에서 잡아 절인생선을 튀긴것이 내 몫으로 있었다.
낭창낭창한 가지로 엮은 작은 바구니에는 호밀빵이 담겨있었고,
에이미는 와인병을따서 내 잔에다가 부었다.
"건배 할까요, 선장."
"무엇을위해?"
"언젠간 탈 큰 배를 위해서요."
"하, 참..."
와인은 숙성이 덜 되어 신맛이 강했지만...
뭐 어떠랴.
이제 시작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