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외곽 오하라에서 3일차 오전 반나절을 보냈습니다. 1개의 폭포와 5개의 사찰, 총 6곳을 들렀는데, 추천할만한 곳은 2개, 선택형 옵션은 2개, 비추는 2개였습니다.
1. 오토나시 폭포 (Otonashi-no-Taki Waterfall (Soundless Waterfall), 音無の滝)
오하라 저 위쪽에 폭포가 하나 있는데, 소리가 안들리느니 하는 무슨 야사가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오르막길을 올라 가봤습니다. 소리 잘만 들리고 그럭저럭이었습니다. 굳이 에너지를 써가며 갈 필요가 없는, 비추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2. 산젠인 (三千院, Sanzenin)
오하라를 가는 코스는, 대부분 산젠인과 호센인이 목적지입니다. 역시나 유명한 이유가 있는데, 산젠인은 교토에서도 이끼가 좋기로는 손에 꼽을만한 사찰입니다. 나중에 단풍 여행 때 한번 더 들렀는데, 역시나 절경이었습니다. 강력 추천.
3. 지코인 (Jikko-in Temple, 実光院)
산젠인에서 호센인을 가는 길에 눈에 보이길래, 원래 예정에 없었지만 들어간 곳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나름 괜찮았습니다. 선택형 옵션에 해당됩니다. 앉아서 정원을 감상한 후, 마당에 나가 정원을 거닐 수 있습니다.
4. 호센인 (宝泉院, Hosenin)
강력 추천. 호센인은 두개의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반칸엔(盤桓園)으로 불리는 액자 정원에서 커다란 나무를 보는 것이 호센인의 상징이기도 한데, 호센인을 들어가서 좌측으로 가면 호라쿠엔(宝楽園) 이라는 또 하나의 정원이 있습니다.
먼저 반칸엔입니다.
반칸엔의 마루 위의 천장은 '피천장'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역사를 좌우한 1600년의 세키가하라 전투와 관련이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 Vs 이시다 미쓰나리의 서군'으로 갈려 곧 한판 벌어질 상황,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군대를 이끌고 우에스기 가문(우에스기 겐신 사후 후계자가 물려받은 상태)을 치러 갑니다.
이 출정이 미끼였는데, 후시미이나리 신사 부근의 후시미성에 토리이 모토다다(鳥居元忠) 등 부하를 일부 남겨둡니다. 본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허술해 보이는 이곳을 상대방이 치게 함으로써 전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고, 이 후시미 성에 배치되는 부하들은 본인들이 모두 죽을 것임을 알고 전투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다가 전사 혹은 할복으로 모두 사망했습니다. 그 최후의 할복의 순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부하들이 흘렸던 피가 바닥의 판자들에 스며들었고, 훗날 그 판자들을 가져와 호센인의 천장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판자들로 천장을 구성하는 것이 종종 있는 방식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 호라쿠엔입니다. 작지만 꽤 이쁜 편이라, 액자정원의 나무를 본 후 조용히 산책해도 상당히 좋습니다.
5. 쇼린인 (Shorinin Temple, 勝林院)
여기는 비추입니다. 입장료는 비싼데, 본당 하나가 전부입니다. 여기를 들어간 이유는, 호센인의 안내 책자에, 이곳 쇼린인 주지의 숙소가 호센인이었다는 구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주객전도의 모양새입니다. 절은 이 정도인데, 숙소가 호센인이라니 ... 예전에는 규모가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사찰이라 그냥 지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6. 잣코인 (寂光院, Jakkoin)
마지막까지 갈까 말까 하다가 갔는데, 선택형 옵션에 해당됩니다. 가는 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산젠인/호센인에서 오하라의 버스 정류장까지 대략 도보로 10분, 다시 여기서 15분 정도 일본의 시골길을 걸어가야만 잣코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젠인/호센인보다는 한 등급 아래의 사찰이라, 필수 코스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