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를 없에고 컨트롤의 여지, 클래스의 특성을 다양화 함으로써
유저가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 만으로도
엔시가 와우를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니지 이후 대부분의 성공작들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관망하는 형태로 발전해왔죠.
환경과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력과 그에 대한 연습 보다는
오로지 장비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지속되어왔습니다.
블소는 그에서 탈피한 첫번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장비의 능력이 아니라, 장비의 모습과 수집욕 만으로도 얼마든지 도전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비가 강하지 못 하면 도전할 수도 없었던 것들을 조금 모자라더라도 시간과 연습으로
커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죠.
물론, 지금의 인스 엔드 컨텐츠인 염화대성은 스토리상의 중요도나 플레이 난이도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
컨텐츠 조기 소모를 막기 위해 어거지로 타임어택을 끼워넣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픽셀덩어리의 중요도에서, 사람의 눈과 뇌, 그리고 손가락의 중요성에 한층 무게를 실어 주었다는 점에서
전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온까지 제가 얼마나 엔시 게임을 씹어왔는가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 점수인가를
아실 수 있을겁니다.
와우가 스킬 타이밍과 조합으로써의 컨트롤을 선보였다면
이제 블소는 그 이전의 미완성 혹은 매니악한 액션 스타일 RPG의 장점들을 잘 흡수해
어느정도 라이트 하면서도 상대 혹은 몬스터의 공격을 확률로써 회피하는 것이 아닌
유저가 적극적인 판단으로 회피하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에서 진심으로 극단적인 발전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군요.
다만 아쉬운것은, 여전히 스토리 텔링의 깊이와 넓이에서 아직은 미흡하고
각 종족의 분화를 만들어 두었음에도 그 문화적, 사회적 특이성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한국 RPG 토대가 얕다는 걸 깨닫게 해주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군요.
탄탄한 세계관만으로도 플레이 동기를 유발하고, 더욱 더 방대한 세계속에 내가 존재함을 일깨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한국 게임사들도 하루 빨리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개발될 게임들은 차차 장비자체의 공격 능력 보다는 장비의 특성과 클래스의 특성의 조합
그리고 유저의 콘솔에 가까운 컨트롤 능력을 더욱 더 부각하는 쪽으로 발전해나갈거라 믿어 봅니다.
그저 썰면 되는 몹을 수천마리 잡아내는 노가다 보다는
AI가 뛰어난 몹 한마리 한마리에 집중할 수 있는 전투를 펼쳐주고 그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하는 것이야 말로
유저친화적인 플레이 환경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