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수년간 한국 게임시장의 집어삼켜 먹은 괴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게임의 개인 결제 금액이 적고,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니 진정한 성공이라 볼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과금모델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접한건 한국서비스를 시작하기 몇달 전이었습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플레이 해보았지요. 당시에는 인벤 구석에 게시판 하나 있는 정도로써,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게임은 아니었는데, 그때의 플레이 소감은 '완성도가 꽤 높은 게임이며, 플레이 하는데 있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아무 지장이 없구나' 였습니다. 게임이 가진 완성도와 경쟁력도 무시 못할진데, 저가공세까지 펼치며 시장을 공략하는구나 싶었지요.
한국에 상륙한다고 했을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그 당시에 'TIG'라는 사이트(게임업 종사자들이 꽤 많다더군요)에 이에 대해 의견을 물으니 딱 위와 같은 답변들만 올라왔습니다. 1인당 결제액이 북미에서도 굉장히 낮은 게임이고, 한국 게이머들 성향을 보면 돈을 안쓰고, 사람들이 꽤 하긴 하겠지만 성공하기엔(성공이라고 평가해줄만큼 돈을 벌기엔) 녹록치 않을것이라구요..
오랜기간 '시장경쟁'이란걸 아예 하지 않아왔으니 상황을 제대로 해석할수 없었을테고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게임이 저가공세를 펼치며 한마디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 '저가공세'는 돈 못번다를 되뇌이고 있으니 .. 나중에 치킨집 차리면 객단가 올린다며 한마리 2만원씩 받을 기세로 보입니다.
곧 있을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출판업계 시끌하던데 유독, 문화/컨텐츠산업(음반,영화,출판업)에서 가격경쟁을 금지 시키고 정가제를 도입하곤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 해본적 있으신지요. 가격경쟁으로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건 실물시장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거늘.. 실물이 없이 컨텐츠를 내다 파는 산업에선 가격인하를 경쟁하기 시작하면 무료에 수렴하는 가격으로 떨어지는건 일도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타격입는게 유통업자/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들이겠구요. 그래서 가격 담합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야가 컨텐츠 산업이지요.
이제와서 힘들어지니 난데없이 소비 인식에 대해 훈계질 하는걸 보고 있자면 한심할 따름입니다. 스팀의 연쇄할인마를 내세워 게임을 싸게 파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유통 단계에서 그렇게 덤핑치는것은 사실 생산자를 죽이는 행동이며 그 문제의식에서 발생한 비판을 소비자 입장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희화하 하는것일뿐.
미국게이머도 스팀 할인 기간에 게임을 사는 법이지, 제값으로 돌아갈때까지 기다렸다 구매하지 않는법입니다. 생산자 죽이는 유통단계의 심각한 할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게이머도 없구요. 잡지 번들 남발로 망가진 패키지 시장 어쩌구 하는걸 보면 요 근래 10년의 행보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일의 연속입니다. 한국에서 소비율 높은 품목이라 해봐야 '김치,마늘' 빼면 대체 뭐가 있다고 게임소비액 자료를 들이미는지 도통 모르겠구요.
산업 초기부터 게임장사 그만두고 이 가상의 아이템 거래시장을 활성화 시킨후에 지 꼴리는대로들 장사하다보니 현실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 못할수밖에요. 이미 지배력을 가진 공급자가 가격을 선도하고 있는 마당에 (서로 다른 분리된 시장)이란 개념이 뿌리깊게 잡혀있으니 .. 무엇이 한국 게임업계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건지 모른채 '아 요즘 게임시장 진짜 힘든데~그걸 모르는 소비자가 문제'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게 무리는 아닙니다.
돈슨을 합심해서 막았어도 모자랄판에 '소비자 탓' 해가며 따라들 하고 있으니 .. 당시에도 잘나가던 돈슨은 패기부리며 벌어놓은 돈으로 살아 남을지 모르겠으나 그외는 누가 버티겠어요? 스킨팔이로 버틸수 있는 게임회사가 많아 보이지 않아 보이는데 .. 그런 수익구조를 가진 제2,제3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속속 등장할거란 기분은 저만의 착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