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갯속에 가려 있던 제9구단 창단이 현실화됐습니다. 온라인 게임 전문기업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구단 창단 의향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것인데요. 엔씨소프트가 언제부터 제9구단 창단을 준비했고, 어째서 프로야구단 창단을 결심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창원 김창재 외 23명 -
A. 12월 22일 엔씨소프트가 전격적으로 KBO에 프로야구단 창단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말씀하신 데로 연고지는 통합 창원시를 희망했는데요. 이로써 지지부진하던 프로야구 9구단이 가시화됐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입니다. 온라인게임 가운데 가장 유명한 <리니지>가 주력상품이지요. 기업공시를 토대로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4천525억 2천100만 원, 영업이익은 1천900억 9천550만 원으로 꽤 알토란 같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프로야구에 뛰어들 생각을 한 건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11월이었습니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습니다. KBO는 8구단 체재가 무너지는 걸 막으려고 동분서주했습니다. 여러 기업을 만나 현대 인수를 타진했지요.
그즈음 현대 인수를 희망한 기업이 나타났습니다. STX였습니다. STX는 조선업계의 호황으로 갑자기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자 기업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축구, 배구, e스포츠에까지 손을 뻗으며 스포츠 마케팅계의 큰손으로 등장한 STX는 프로스포츠의 꽃인 프로야구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KBO로선 STX 같은 중견기업이 현대를 인수하겠다니 더없이 반가웠지요. 바로 그때.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야구회관을 방문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KBO 사무총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KBO 하일성 전 사무총장은 지금도 그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30대 중반 정도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깔끔한 이미지와 총명한 눈빛의 젊은이였다. ‘무슨 일로 왔나’했더니.”
“현대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사내의 첫마디는 그랬습니다.
하 총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 게 생전 처음 보는 사내가 현대를 인수하고 싶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요.
하 총장은 “어째서 현대를 인수하려는 것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야구를 정말 좋아합니다”였다고 합니다. 덧붙여 “늘 프로야구팀 구단주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고 했답니다.
하 총장은 사내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뭘 해도 하겠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사내는 한참 동안 하 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하 총장은 사내가 사라지고 나서 그가 내민 명함을 다시 한번 봤다고 합니다. 명함엔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KBO는 STX와의 현대 인수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일 때라, 다른 기업을 인수 상대로 삼기엔 정신이 없었습니다. 김택진 대표와의 대화도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하 총장은 재임 동안 다시는 김 대표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STX도 계열사 고위 임원이 경쟁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며 현대 인수에서 발을 빼고 말았지요.
‘그때 엔씨소프트가 참여했다면…’하고 안타까워하실 분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현대를 인수하며 유니콘스의 공중분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007년 겨울 현대 인수를 고려했다. 직접 KBO에 찾아가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됐다. 하지만, 당시의 좌절이 새 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사진=삼성) |
그렇다고 김 대표가 오랜 꿈인 ‘프로야구 구단주’를 저버린 건 아니었습니다. 김 대표는 KBO를 다녀오고 나서 인수 대신 창단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프로야구단 창단을 준비했습니다. 야구계의 핵심인사를 만나 창단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창원시를 기반으로 한 9구단 추진도 엔씨소프트가 유력한 후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미 엔씨소프트는 창원시가 9구단 깃발을 올릴 때부터 창단을 준비했습니다. 이때 엔씨소프트에 용기를 주고, 힘을 실어준 곳이 있습니다.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위원장 허구연)입니다.
특히나 실행위 허구연 위원장이 9구단 창단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허 위원장은 하루 4시간도 되지 않는 수면을 취하면서 서울과 창원을 바쁘게 오갔습니다. 9구단 창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현하기 위해서였지요. 허 위원장의 중재와 협조로 창원시는 창원시대로 새 구장 건설 등 다양한 프로야구 유치방안을 내놓았고, 엔씨소프트는 엔씨소프트대로 조용하지만, 면밀히 새 구단 창단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엔씨소프트가 언론에 사전 공개되지 않은 것도 엔씨소프트, 창원시, 실행위가 완벽한 호흡을 통해 창단을 준비해왔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KBO 야구회관에서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KBO 유영구 총재는 8개구단 사장들에게 “창원시에 9구단을 창단하려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유 총재는 기업명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엔씨소프트였습니다.
이사회에 참가했던 모 구단 사장은 “기업명을 공개하는 유 총재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느껴졌다”며 “엔씨소프트가 단순히 창단 희망기업이 아니라 어느 정도 완벽하게 준비를 갖춘 기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가을에 열린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를 부인과 함께 관전했습니다. 당시 그를 본 어느 야구인은 김 대표를 가리켜 “야구사랑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 김 대표의 야구사랑이 9구단 창단에 이어 한국야구 발전에 씨앗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쩌면 김 대표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프로야구 구단주를 꿈꾼 이 가운데 최초로 실제 구단주에 오르는 행운아가 아닐까 싶네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참여는 갑자기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것.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준비해왔다는 것. 창원시와 경남의 지원이 전폭적이라는 것. 엔씨소프트가 지금껏 치밀하게 준비할 걸 상기하면 창단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것. 젊은 두뇌들이 이전엔 보지 못한 새로운 프로야구단 경영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한 히어로즈 때보단 기대해도 좋으실 듯합니다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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