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피시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간혹 이번 셧다운제도 때문에 매출에 영향 없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피시방은 셧다운제도와 별 상관이 없죠.
이미 피시방은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미성년자를 받지 못하는 법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셧다운 제도를 해봤자 우회방법이 많기 때문에 법 자체의 효율성은 극히 떨어집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 게임만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서든 못하게 하면 메이플 하고 메이플 못하게 하면 던파하고 인터넷 자체를 끊어버리면 워3로 랜 플레이합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요?
게임사의 시스템 구축이니 매출에 영향이니 이런 건 게임사가 고민할 문제이니 패스한다하더라도
셧다운 제도 자체가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으로 개인의 자유선택권을 제한할 때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합니다.
여가부는 이번 셧다운 제도를 밀어붙이면서 게임 중독이라는 이슈를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언제부터 게임 중독이 청소년에 국한된 문제였나요???
게임 중독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제도를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려 했다면 셧다운 제도와 같은 말도 안되는 법을 상정해서는 안됩니다.
개인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최후의 보류여야합니다. 실제 효율성이 있든 없든 말이죠.
셧다운 제도가 효율성이 없어서 청소년들의 선택 자유권을 그닥 침해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법으로 정해져서는 안되는 겁니다.
셧다운 제도를 기반으로 더많은 자유선택권을 억압하는 법들이 상정될 수 있는 발단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78년생입니다.
국민학생 때는(지금은 초등학생이라고 하지요) 늦은 밤까지 동네 친구들과 흙바닥에서 구슬치기도 하고 숨바꼭질, 술래잡기, 딱지치기를 하며 놀았고
중학생 때는 오락실에서 놀다가 친구들이 많이 모이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도 했고
고등학생 때는 새벽까지 친구들과 대학교 농구장가서 농구를 즐겼습니다.
전 전교 100등 안쪽의 성적을 낸 그냥 그런 학생이었지만 전교 1,2등 하는 반 친구와도 도서실 갔다가 자정 쯔음 농구한판하고 집에 귀가하곤 했습니다.
이젠 세대가 좀 변하여 온라인 상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하죠..
방학, 공휴일을 제외하고 초, 중, 고등학생들은 학교 생활이라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억압된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방과 후까지 법으로 그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법을 또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성년자라는 이름 아래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다고 하지만
수많은 규제와 사회적 제한을 주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아이들은 미성년자가 아닌 갓 미성년자를 넘긴 아이들입니다.
초 중 고 까지 학업 성적이라는 잣대로 그들을 통제하고 처음으로 과가 갈리는 고등학교 선택은 공부 못하면 상고, 공고, 평균 이상만 하면 인문고라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한 채 대학 진학도 과보다는 대학 자체를 우선으로 보게하는 선택권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시키는 우리 사회에서
셧다운 제도와 같은 원래 법을 만들게 된 취지와 동떨어진 실효성을 가진 법을 하나 둘 상정하여 계속적으로 미성년자들을 제한하다가
만 19세만 넘기면 모든 제한을 다 풀어주고
"자. 이제 자유를 누려라"
퍽이나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리겠네요. 자유와 방종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가장 심각한 세대가 바로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아이들이 아닐까 합니다.
얘기가 너무 광범위하게 가고 있는 듯 해서..
결론을 내자면...
게임 중독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걱정이 된다면
게임 중독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제도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금연 운동할 때 담배를 밤 10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팔지도 못하게 하고 피지도 못하게 하실거 아니자나요?
술중독자들이 늘어간다고 밤에만 술 못 마시게 하실 거 아니자나요???
게임 중독자가 청소년만 있는거 아니자나요??
높으신 어르신 분들은 국정은 제대로 안 살피시더라도 밤늦게까지도 골프치시고 룸가셔서 술 빠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 문화가 우리나라엔 게임만한게 없어요.
닥치고 공부, 일만 하고 할거 없으면 잠이나 쳐자라는 법은 그만 만드시고
국민들의 다양한 여가 선택권에 대한 고민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